속임수로 세상을 차지한 소별왕 까마득한 이야기 2
편해문 글, 노은정 그림 / 소나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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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93

 


아름답기에 살기 좋은 온누리
― 속임수로 세상을 차지한 소별왕
 편해문 글
 노은정 그림
 소나무 펴냄, 2013.4.20. 1만 원

 


  거의 한 달만인가 비를 구경합니다. 여름날 비를 이토록 구경하기 어려운 적은 아주 드물었다고 느낍니다. 내 어릴 적부터 돌이키면, 무더운 여름이 찾아오기 무섭게 소나기이며 태풍이며 비바람이며 잔뜩 찾아오곤 했어요. 나는 어릴 적에 덥다 춥다를 가리지 않고, 여름이면 여름놀이 할 생각에 기쁘고, 겨울이면 겨울놀이 할 마음에 즐거웠어요. 더우니까 여름이고, 더운 만큼 물놀이 실컷 누리자고 생각했어요.


  올 2013년 여름 전라남도 고흥 시골마을에서는 비도 구름도 거의 없는 날이 오래 이어집니다. 비가 한두 차례 찾아와도 흩뿌리다 지나갈 뿐입니다.


  새벽에 찾아든 빗줄기가 제법 굵습니다. 아버지 따라 대청마루에서 함께 자는 아이들은 모처럼 찾아든 빗소리를 들으며 새벽잠을 잡니다. 삼십 분쯤 내리던 비는 어느새 그치고, 비가 그치면서 아이들은 하나씩 일어납니다. 비가 더 안 오려나? 비가 아침이나 낮에 다시 오려나? 저녁에 비가 더 오려나?


  바깥을 내다봅니다. 멧자락은 구름으로 휩싸입니다. 큰아이가 문득 아버지를 부릅니다. “아버지 여기 봐요. 큰 개구리 있어요. 내 신발에 있어요.” 얼마나 큰 개구리이기에 부르는가 하고 아이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봅니다. 참개구리 한 마리 섬돌에 올라왔습니다. 섬돌에 큰아이 꽃신을 두었는데, 바로 이곳에 참개구리가 앉아서 쉽니다. 섬돌과 마루를 잇는 모기그물 사이에 모기가 곧잘 찾아드니, 참개구리가 모기를 잡아먹으려고 예까지 왔을까요. 우리 집 마당 한쪽에서 살아가는 참개구리가 모처럼 섬돌까지 올라와서 놀다가 천천히 폴짝폴짝 뛰어 풀밭으로 돌아갑니다.


.. “어머니, 하늘왕만 한 사위가 어디 있겠습니까? 걱정 놓으셔요. 빈속에 나서시려면 시장하실 테니 아침에 밥이라도 한 끼 지어 올려야지요.” “집에 쌀이라고는 한 톨도 없으니 이를 어쩐단 말이냐.” “제가 수명장자 집에 가서 꾸어 오겠습니다.” 서수아미 아기씨가 수명장자를 찾아가 흰쌀 한 되를 가을에 곡식을 거두어 한 말을 주기로 하고 꾸어 집에 돌아와 풀어 보니 흰모래를 쌀에다 섞어 한 되를 맞춰 주었구나 ..  (24쪽)

 


  집 둘레 풀밭에서 고들빼기가 잘 자랍니다. 고들빼기는 물 한 모금 따로 준 적 없어도 씩씩하게 줄기를 올리며 잎사귀를 새로 틔웁니다. 새로 틔우는 잎사귀를 뜯고 또 뜯어도 다시 잎사귀를 틔울 뿐 아니라 줄기를 올려요. 이러더니 어느새 꽃대가 위로 옆으로 뻗으며 하얀 봉오리를 답니다. 봉오리는 어느새 하얗게 터지면서 고운 꽃잎을 한들한들 베풀어요.


  고들빼기 곁에는 부추가 꽃대를 올려 꽃송이를 벌리려 합니다. 고들빼기와 부추 사이에는 까마중이 줄기를 한껏 올려 자그마한 꽃을 피웁니다. 일찍 진 까마중꽃은 어느덧 까만 열매로 바뀌었고, 푸른 알맹이에서 까무잡잡하게 익는 열매가 나란히 있습니다. 까마중 한 포기에 꽃과 까만 알과 푸른 알이 함께 있어요.


  여름철에는 후박잎이 툭툭 집니다. 가을이 오기 앞서 늦여름에 뒤꼍 감나무에서 덜 익은 감알이 지붕을 쿵 때리면서 떨어집니다. 날마다 너덧 알쯤 떨어지는구나 싶어요. 다 익을 때까지 기다리지 뭘 그리 바쁘다고 서둘러 떨어지느냐 싶지만, 풋감은 풋감대로 흙으로 돌아가 흙을 살찌우는 한편, 풀밭에서 살아가는 벌레와 개미한테 맛난 밥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지렁이도 풋감을 즐겁게 먹을 테고요.


  어제는 집 오른편 풀밭에서 고들빼기잎을 뜯다가 풀사마귀 한 마리를 보았습니다. 마침 내가 뜯으려는 잎사귀에 풀사마귀가 거꾸로 붙었더군요. 한동안 사마귀를 들여다봅니다. 사진기를 가져와서 몇 장 찍습니다. 조금 더 지켜보다가, 얘야 나는 이 잎사귀를 조금 얻고 싶어, 네가 살짝 옆으로 갔다가 이따가 다시 이리로 올라오렴, 하고 얘기합니다.


.. 하늘왕, 박씨 두 개를 손에 쥐어 주며 “정월 첫 돼지날에 박씨를 심고 북돋아 줄기가 뻗으면 그 줄기를 따라 하늘나라로 아이들을 보내시오.” 서수아미 아기씨 머리 빗던 얼레빗을 반으로 부러뜨려 하늘왕을 주며, “이 반쪽을 가져가는 아이가 우리 아이들인 줄 아세요.” ..  (36쪽)

 


  뒷간에서 볼일을 보며 모기를 잡으면 숨이 끊어진 모기가 바닥으로 톡 떨어집니다. 날마다 모기를 스무 마리 남짓 잡는데, 이튿날 보면 바닥이 말끔합니다. 모기 주검을 개미가 낱낱이 뜯어서 가져갔기 때문입니다. 열이면 열 스물이면 스물 서른이면 서른, 개미들은 바지런히 모기 주검을 나릅니다.


  풀은 뜯으면 뜯는 대로 다시 돋습니다. 나뭇가지는 꺾이면 꺾이는 대로 다시 납니다. 예부터 사람들은 풀을 뜯으며 살았습니다. 뜯고 또 뜯어도 다 먹지 못할 만큼 풀이 넉넉히 자랐습니다. 이리하여 이 풀로 바구니를 짜고 지붕을 덮으며 실을 얻어 옷을 지었습니다. 풀에서 얻은 바구니는 다 헐면 흙한테 돌려주고 새롭게 새 풀을 얻어 새 바구니를 짜면 됩니다. 낡거나 삭은 지붕은 벗겨 흙한테 돌려주고는 새롭게 새 풀을 얻어 새 지붕을 얹으면 됩니다. 해지고 닳은 옷은 흙한테 돌려주고서 새롭게 새 풀에서 새 실을 얻어 새 옷을 지으면 됩니다.


  풀은 늘 밥이었고 집이었으며 옷이었습니다. 사람은 풀과 함께 살아가면서 푸르게 빛났고, 푸르게 웃었으며, 푸르게 사랑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사람들은 풀과 살아가지 않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풀이 아닌 석유와 화학조합물에서 밥과 집과 옷을 얻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풀웃음이나 풀사랑을 나누기보다는 문명과 문화와 예술과 교육과 정치와 사회에서 웃음과 사랑을 나누려 합니다. 도시뿐 아니라 시골에서도 풀을 멀리하고 싫어합니다.


.. 대별왕과 소별왕은 하늘왕이 시킨 대로 땅에 내려와 대별왕은 앞에 오는 해는 그냥 두고 뒤에 오는 해를 쏘아 동해 바다에 떨어뜨려 북쪽 하늘 숱한 별을 만들고, 소별왕은 앞에 오는 달은 그냥 두고 뒤에 오는 달을 쏘아 서해 바다에 떨어뜨려 남쪽 하늘 숱한 별을 만드니 타는 가뭄과 해일과 홍수가 아주 줄었구나 ..  (46∼47쪽)

 


  편해문 님이 그러모으고 노은정 님이 그림으로 엮은 옛이야기책 《속임수로 세상을 차지한 소별왕》(소나무,2013)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소별왕은 형 대별왕을 속여서 이승을 차지했다고 하는데, 형 대별왕은 동생 소별왕한테 속으면서 저승으로 갔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대별왕은 이녁한테 주어진 삶대로 꽃을 아끼고 사랑하는 나날을 보냈고, 동생을 보살피며 사랑하는 나날을 보냈으며, 저승에서는 저승에서대로 저승으로 찾아온 넋을 보듬고 다스리는 나날을 보냈어요. 이와 달리, 소별왕은 이녁 어머니와 아버지와 형을 살뜰히 사랑하는 길을 미처 깨닫지 못했습니다. 이승을 다스리는 일꾼이 될 적에도 이승을 살뜰히 사랑하며 다스리는 길을 처음부터 생각하지 못했어요. 나중이 되어서야 천천히 깨달아 형한테 잘못을 빌면서 하나하나 새롭게 배웁니다. 어떻게 살아갈 때에 즐겁고, 어떻게 삶을 지을 때에 아름다운가 하는 대목을 아주 천천히 느끼며 깨닫습니다.


.. “형님, 저승은 어떻게 다스립니까?” “저승법은 맑고 맑은 법이니라. 고통스럽고 불쌍하게 산 사람은 가엾이 여겨 따듯하게 보살피고, 외롭게 산 사람은 여럿이 함께 살 수 있도록 돌보느니라.” ..  (62쪽)


  아름답기에 살기 좋은 온누리입니다. 살기 좋아서 아름다운 온누리일 수 있는데, ‘살기 좋게’ 되려면, 먼저 아름다울 수 있어야 해요. 아름다울 수 있으려면 사랑스러워야 해요. 사랑스러우려면 참다워야 하고, 참다우려면 착해야 합니다. 내가 너한테 착하고 네가 나한테 착할 적에, 곧 서로서로 착한 눈빛과 말빛과 마음빛일 적에 삶이 착하게 흐릅니다. 서로서로 아끼고 돌보는 삶을 일구면서 차근차근 참다운 이야기 흐르고, 참다운 이야기 흐르면서 사랑스러운 꿈이 지펴요. 사랑스러운 꿈이 널리 퍼지면서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고,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며 비로소 ‘살기 좋구나’ 하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맑고 맑은 눈길로 하루를 짓습니다. 맑고 맑은 말로 생각을 짓습니다. 맑고 맑은 마음으로 삶을 짓습니다. 대별왕은 저승나라에서 맑고 맑은 길을 다스립니다. 소별왕은? 소별왕은 아직 어리숙하다 하는데, 아마 우리들 마음밭이 아직 어리숙한 탓에 소별왕도 우리와 똑같이 어리숙한 채 이승나라를 다스리지 싶어요.


  저 먼 나라에서 찾는 꽃이 아닌, 바로 내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꽃을 생각합니다. 저 먼 마을에서 구경하는 꽃이 아닌, 바로 우리 집에서 자라나는 꽃을 아낍니다. 누구나 마음속이 꽃밭입니다. 누구나 마음밭에 사랑씨앗 가득합니다. 누구나 마음자리를 넉넉하고 따스하게 돌볼 때에 아름다운 삶이 됩니다. 4346.8.2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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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와 뱀 보리 어린이 첫 도감 1
도토리 지음, 이주용 그림, 심재한 감수 / 보리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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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91

 


그 많던 개구리와 뱀은 어디로
― 개구리와 뱀
 이주용 그림
 도토리 글
 보리 펴냄, 2006.4.25. 25000원

 


  개구리가 자취를 감춥니다. 개구리가 살아갈 터전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살아갈 땅도 좁은데 개구리 살아갈 터전을 걱정하느냐 핀잔할 분이 있을까 궁금합니다. 곰곰이 돌아보면, 그리 멀지 않은 지난날, 지율 스님이 고속철도가 천성산에 구멍을 내어 지나가면 도룡뇽이 죽는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때에 참 많은 사람들이 스님을 바보스럽다고 손가락질했습니다. ‘도룡뇽 한 마리’보다 ‘한 시간 더 빨리 달리는 기차’가 대수롭다고 여겼을 테니까요.


  도룡뇽 한 마리를 우습게 여기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라면, 잠자리와 나비도 우습게 여기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벌과 제비도 가볍게 여기고, 범과 곰도 가벼이 여길 테지요. 땅강아지 한 마리 있어 막개발을 멈출 사람은 어디에 있을까요. 달개비 한 송이 있어 막삽질을 그칠 사람은 어디에 있을까요.


  오늘날 사람들은 물을 마음껏 못 마십니다. 도시에서는 집집마다 정수기를 들여놓습니다. 수도물은 끓여서 마십니다. 흐르는 냇물을 즐겁게 떠서 마시는 사람은 이 나라에서 몇 퍼센트쯤 될까요. 1퍼센트쯤 되려나요. 그러면, 왜 오늘날 사람들은 ‘스스로 졸졸 흐르는 맑은 냇물 또는 땅밑물’이 아닌 정수기 물이나 수도물을 마셔야 할까요. 우리 몸에는 정수기 물이나 수도물이 알맞을까요. 우리 몸을 살리는 물이란 어떤 물일까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사람이 마시는 물은 여우가 함께 마시는 물이었고, 노루와 토끼가 함께 마시는 물이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제비랑 메추라기랑 참수리랑 꾀꼬리하고 똑같은 물을 마셨습니다. 사람이 먹는 풀은 풀벌레가 깃드는 풀이었습니다. 사람이 베어서 얻는 나무는 여러 짐승과 새와 벌레가 깃드는 나무였습니다.


  감나무를 심어 사람만 혼자 먹는 법이 없었어요. 까치밥을 남겼어요. 콩알을 심을 적에 사람만 혼자 다 먹으려고 하지 않았어요. 새한테도 쥐한테도, 또 흙한테도 나누어 주었어요.


  논에 벼를 심어서 키울 적에도 사람만 낟알을 훑지 않습니다. 논바닥에 남은 낟알은 새도 먹고 멧짐승도 먹습니다. 또, 옛사람이 볏포기로 새끼를 꼬고 지붕을 잇거나 짚신을 삼으면서, 오래되어 낡거나 썩은 볏짚은 다시 흙한테 돌려주었어요. 먼먼 옛날부터 사람은 ‘혼자살기’ 아닌 ‘함께살기’를 했습니다. ‘혼자살기’를 하려던 짐승은 늘 스스로 죽기 마련이었고, ‘함께살기’로 나아가는 목숨은 늘 즐겁게 살기 마련이었습니다.


  오늘날 사람들 살아가는 모습은 ‘참말 살겠다는 몸짓’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알쏭달쏭합니다. 오늘날 사람들 지내는 모습은 ‘살겠다는 몸짓 아닌 죽겠다는 바보짓’이라고 해야지 싶습니다.

 


.. 공장이 들어서고 길이 나면서 물과 공기가 점점 더러워지고 있어. 양서류는 살갗으로도 숨을 쉬기 때문에 더러운 공기나 물을 그대로 빨아들여. 또 알을 물 속에 낳기 때문에 물이 더러워지면 알이 깨어나지 못해. 이렇게 양서류는 환경이 오염되면 살 수 없어서 ‘환경지표동물’이라고 해. 우리 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양서류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양서류가 줄어드는 것은 우리가 사는 환경이 그만큼 나빠지고 있다는 뜻이야 ..  (85쪽)


  그림도감 《개구리와 뱀》(보리,2006)을 읽습니다. 개구리와 뱀을 한눈에 알아보기 좋도록 잘 엮고 꾸몄습니다. 어떤 알을 낳고 어떤 모양이며 어떤 빛깔인지 알뜰히 보여줍니다.


  그림도감 《개구리와 뱀》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아이들한테 맞추어 나온 책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도시에서는 개구리도 뱀도 거의 자취를 감추었으니, 이러한 그림도감을 살피며 ‘한국에서 살아가는 개구리’와 ‘한국에 있는 뱀’이 무엇인지를 익힐 때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요.


  다만, 개구리 갈래마다 울음소리가 어떻게 다른가를 찬찬히 알려주지는 못합니다. 개구리 울음소리가 언제부터 언제까지 어떤 노래잔치를 이루는지를 밝히지는 못합니다. 겨울잠을 자려고 어느 때부터 숲이나 멧골로 깃드는지라든지, 개구리 한 마리가 몇 살까지 살아가는지라든지, 개구리마다 어떤 먹이를 즐겨먹는지라든지, 하루에 얼마쯤 자고 얼마쯤 움직인다든지 같은 이야기를 다루지는 못합니다.


  나비와 벌을 도감으로 엮는다든지, 풀과 버섯을 도감으로 엮을 때에도 이와 같을 테지요. 둘레에서 개구리·뱀·나비·벌·풀·버섯을 흔히 만나고 마주하기에 이러한 그림도감을 보는 분은 얼마나 될까요. 이 나라 아이들 가운데 몇몇쯤 날마다 개구리하고 인사하고 뱀하고 만나며 나비하고 놀 수 있을까요.


  그 많던 개구리하고 뱀은 어디로 갔을까 알쏭달쏭합니다. 그림책에만 남거나 그림도감에만 적바림하는 개구리랑 뱀은 아닐까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시골에서도 농약을 워낙 많이 쓰니까 개구리가 살아남지 못해요. 개구리가 살아남지 못하면서 뱀도 살아남지 못해요. 봄여름에 깨어나거나 태어난다 하더라도, 논 둘레로 온통 찻길이라서, 개구리는 하루아침에 수백 수천 마리가 자동차에 밟혀 죽곤 합니다. 논갈이에서 살아남은 개구리알은 농약을 맞아 죽기 일쑤요, 논갈이와 농약에서도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찻길에서 끔찍하게 밟혀 죽어 찻길을 붉게 물들입니다. 뱀도 찻길에서 흔히 밟혀 죽어요.


  그림도감 《개구리와 뱀》을 찬찬히 읽습니다. 이제 개구리와 뱀은 이렇게 책으로만 마주해야 할까 싶기도 한데, 책 아닌 삶에서 개구리와 뱀을 만나자면 우리 삶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요. 4대강사업 하나 때문에 개구리와 뱀이 엄청나게 죽기도 할 테지만, 농약을 쓰니까, 또 아파트를 지으니까, 또 관광지 개발을 하고 논도랑을 시멘트로 바꾸니까, 또 자동차 물결이 수그러들거나 잦아들지 않으니까, 개구리와 뱀은 아주 빨리 줄어듭니다.


  맹꽁이는 진작부터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이 되었습니다. 개구리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뱀은 앞으로 어떻게 되려나요. 개구리가 살아갈 수 없다면, 개구리가 지내는 논물과 풀밭이 사람한테도 나쁘다는 뜻인데, 앞으로 이 나라 사람들 삶은 어떻게 될까요. 4346.8.1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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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 이야기 - 시와 그림으로 보는 백 년의 역사 Dear 그림책
존 패트릭 루이스 글, 백계문 옮김, 로베르토 인노첸티 그림 / 사계절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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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책 읽도록 해 준 고운 님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면서

 

..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90

 


집을 살가이 가꾸는 숨결
― 그 집 이야기
 로베르토 인노첸티 그림, 존 패트릭 루이스 글
 백계문 옮김
 사계절 펴냄, 2010.5.17. 19800원

 


  1656년에 처음 선 집이 오래도록 빈 채 쓸쓸하게 숲속에 조용히 깃들다가, 1900년부터 다시 사람들 살아가는 보금자리가 되었다고 합니다. 어떤 집이기에 이백 해 넘는 나날을 받아들여 새롭게 사람들 삶터가 될 수 있었을까요. 뼈대와 밑받침을 어떻게 다졌기에 이 집은 이백 해가 흐른 뒤에도 사랑스러운 보금자리 구실을 할 수 있었을까요.


  1950년대나 2000년대에 지은 집을 이백 해쯤 그대로 두면 어떻게 될까 궁금합니다. 서울 여의도 63층짜리 건물을 이백 해쯤 아무도 안 살며 그대로 두면, 온 나라 뒤덮은 아파트를 모조리 이백 해쯤 누구도 깃들지 않으며 가만히 두면, 이 높다란 건물은 어떻게 될까 궁금합니다. 오늘날 이 나라에서 이백 해쯤 비바람과 들짐승과 들풀에 둘러싸인 채 조용히 있던 집을 이럭저럭 손질해서 다시 살아갈 만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나무와 돌과 흙과 풀로 지은 한겨레 옛집이라면 이백 해쯤 빈 채 흐른 뒤에는 숲과 하나가 될 테지요. 이백 해쯤 지나면 나무들 우람하게 자랄 테니 빈집 있던 터 둘레에서 굵직한 나무를 베어 집 지을 기둥으로 삼을 만합니다. 무너져 숲이 된 집에서 쓰던 돌은 고스란히 있을 테니, 이 돌을 골라서 다시 쓸 만하고, 그동안 잘 자란 풀을 베어 지붕을 잇거나 흙벽 바르며 이겨 넣을 수 있어요.


.. 바람이 지나가며 속삭이는 소리를 듣는다. 저기 봐! 2만 가지 이야기가 전해 오는 집이야. 그러나 나는 이제 버려진 집이 아니다. 마침내 아이들이 나를 찾아냈으니 ..  (1900년)

 


  이백 해쯤 묵은 흙이라면 얼마나 기름지면서 싱그러울까요. 이백 해쯤 사람 손길을 안 타며 풀잎과 나뭇잎이 돌고 돌면서 북돋운 흙은 얼마나 살가우면서 고소할까요.


  제아무리 농약 듬뿍 치던 땅이었다 하더라도, 제아무리 비닐 마구 쓰던 땅이었다 하더라도, 이백 해쯤 되는 나날이 흐르면 웬만한 나쁜 기운은 사르르 녹거나 없어지리라 느껴요. 숲은 너그러운 손길로 곱다시 헌 집 품어 아름다운 빛과 기운이 서린 흙을 내놓으리라 느껴요.


  아스팔트 찻길이나 시멘트 찻길은 어떠할까요. 이런 찻길도 이백 해쯤 아무 자동차 안 다니며 조용히 두면, 시나브로 숲 품에 안겨 녹아들 만할까요. 탱크나 전투기는? 총과 칼은? 폭탄과 미사일은? 핵폐기물과 배기가스는? 사람들이 현대문명으로 만들어서 흩뿌리는 온갖 쓰레기는 앞으로 이백 해쯤 뒤에 어떻게 될까요?


  권총 한 자루 이백 해 지나도록 썩지 않아, 이백 해 뒤에 캐내어 유물이나 문화재로 삼으려나요? 라면봉지 하나 이백 해 지났는데 다 삭지 않아, 이백 해 뒤에 캐내어 유물이나 문화재가 되려나요? 오늘날 아주 많이 쓰이는 플라스틱 물건은 이백 해 뒤에 어떻게 될까요? 이백 해쯤 뒤에 이 땅에서 살아갈 뒷사람은 ‘오늘날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를 유물이나 문화재로 여겨야 하나요?


.. 전원의 봄 향기에 취한 언덕이 자연의 섭리로 답례를 한다. 꼭 닮은 엄마와 아기. 부활절의 은총을 받고 있으니. 여기, 평화 있으라 ..  (1916년)

 


  그림책 《그 집 이야기》(사계절,2010)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돌과 나무로 1656년에 지은 집이 이백 해를 숲속에서 살아남아 1900년부터 새로운 백 해를 살아온 발자국을 보여줍니다.


  평화롭게 살아가려던 사람들이 있고, 평화를 짓밟으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시골 숲속에서 한갓지며 아늑하게 살아가려던 사람들이 있고, 도시를 바라며 시골 숲속을 떠나 두 번 다시 안 돌아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깊은 두멧시골 조그마한 집을 별장으로 삼아 놀러다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집은 어느 때에 즐거울까요. 집은 누구를 반갑게 맞이할까요. 집은 어떤 손길을 받을 적에 기쁠까요. 집은 누구를 품에 건사하면서 하루하루 보낼 때에 환하게 빛날까요.


.. 참혹하여라. 전쟁의 불길이 내 얼굴을 비춘다. 불길 저편에서 절망과 증오가 먹잇감을 쫓는다. 나는 고통을 참고 또 참아 내던 가난한 사람들의 마지막 피난처다 ..  (1942년)

 

 


  집마다 숨결이 있습니다. 집도 숨을 쉽니다. 마구 때려지은 집이건 알뜰히 쌓은 집이건, 집마다 숨결이 있어요. 집은 집임자를 가만히 바라봅니다. 집은 집임자 되는 사람들이 착하고 참다우며 아름답게 어우러지며 살아갈 때에 흐뭇하게 웃습니다. 집은 집임자 되는 사람들이 슬프거나 아프거나 괴롭게 지내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사람이 깃들 적에 오래도록 튼튼한 집입니다. 사람이 깃들지 않으면 곧 허물어지는 집입니다. 감나무도 사람이 곁에 있을 때에 감알 굵고 달게 맺어요. 감나무는 둘레에 따먹고 누리는 사람이 없으면 시들시들 앓거나 시름시름 고단해요.


  연필 한 자루에도 숨결이 있고, 종이 한 장에도 숨결이 있어요. 책 한 권에도 숨결이 있으며, 풀 한 포기에도 숨결이 있습니다.


  비록 시멘트와 쇠붙이와 플라스틱과 스티로폼으로 지은 집이라 하더라도, 이 집에는 숨결이 깃듭니다. 사람들이 즐겁게 살아가면서 아름다운 사랑 나누기를 바라는 숨결이 깃듭니다. 툭탁거리면서 싸우기를 바라지 않는 집입니다. 시샘하거나 미워하거나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짓을 바라지 않는 집입니다.


  집을 지으며 돈이 들 수 있어요. 그러나, 돈이 있기에 집을 지어 누리지는 않아요. 돈이 없으니 번듯한 집을 못 지을 수 있기도 할 테지만, 돈은 있되 마음이 없다면, 돈은 많되 사랑이 없다면, 애써 커다랗게 지은 집에 따사로운 숨결이 감돌지 않아요. 껍데기는 그럴듯하고 크기는 으리으리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해요. 집임자가 따순 사랑을 나눌 때에 비로소 따사로운 숨결이 감도는 집입니다.


.. 스무 해가 지나, 곰팡이가 내 주인이 되고 고독이 나를 사로잡는구나. 폭풍우가 치고 들짐승이 드나든다. 내 몸에 붙은 돌조각들이 떨어져 사라진다 ..  (1993년)

 


  중앙정부는 왜 4대강사업을 꾀했을까요. 중앙정부는 왜 새마을운동을 벌였을까요. 중앙정부는 왜 서로 전쟁을 벌였고, 왜 서로 죽이고 죽는 짓을 되풀이했으며, 왜 끝없이 공장과 골프장과 발전소와 고속도로와 아파트와 공항과 관광단지 따위를 만들려 할까요.


  사람들 스스로 아름다운 삶 일구도록 하는 행정이나 정치는 어디에 있을까요. 사람들 스스로 아름다운 집을 짓고 아름다운 마을 돌보도록 북돋우는 행정이나 정치는 어디에 있는가요.


  시골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은 왜 도시로 가서 회사원이나 공무원이 되어야 할까요. 왜 시골에는 늙은 할매와 할배만 남아 농약 엄청나게 뿌리는 ‘새마을운동 농사짓기’에 시달려야 할까요. 왜 시골 할매와 할배는 비닐농사와 농약농사 아니면 아무런 길을 못 찾고야 말까요. 왜 젊은 사람은 몽땅 시골을 떠나 도시에 깃들어 살면서, 유기농이니 친환경이니 자연농이니 하는 먹을거리를 바랄까요.


  집을 살가이 가꾸는 숨결은 책으로 배우지 못하고, 학교에서 배우지 못합니다. 집살림 알뜰히 보듬는 숨결은 교과서에 없고, 대학교에도 없습니다. 집안에 사랑이 감돌도록 이끄는 사랑스러운 숨결은 지식이나 정보가 아닙니다. 먼먼 옛날부터 차곡차곡 북돋우며 가꾸던 아름다운 꿈입니다.


  현대 물질문명이 들어서기 앞서까지, 지구별 어느 나라에도 쓰레기란 없었습니다. 유럽에도 유럽 문명이 서기 앞서까지 쓰레기란 없었습니다. 정치권력이 서면서 쓰레기가 생기고, 도시가 나타나면서 쓰레기가 나타납니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중국이든 필리핀이든 베트남이든 네팔이든 부탄이든, 유럽이든 미국이든 중남미이든 아프라카이든, 흙을 사랑하며 흙과 살아오던 ‘시골사람’은 쓰레기 없이 천 해 만 해 십만 해 백만 해 천만 해를 살았어요. 흙과 동떨어지고 흙을 안 만지는 정치권력자하고 도시사람이 요 백 해 사이에, 또는 이백 해 사이에, 쓰레기를 어마어마하게 내놓으면서 지구별을 끔찍하게 어지럽혀요.


  집은 무엇이고, 밥과 옷은 무엇일까요. 삶은 무엇이고, 넋은 무엇일까요. 즐겁게 일구는 삶은 어디에서 태어날까요. 사랑스레 어깨동무하는 삶은 어디에서 누구하고 이룰 수 있을까요. 4346.8.6.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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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8-07 09:52   좋아요 0 | URL
<그 집 이야기>가 함께살기님의 아름다운 느낌글로
한층 더 예쁜 책이 되었네요~*^^*

숲노래 2013-08-07 11:08   좋아요 0 | URL
그나저나 사진을 찍어 놓고 멀리서 가만히 바라보니
꼭 그림이 사진 같기도 하구나 싶기도 하고,
벼락 맞은 나무도 새삼스럽게 보이고
여러모로 재미있어요.

무지개모모 2013-08-07 22:07   좋아요 0 | URL
오오... 이런 그림책도 있군요!
명화 화보집 같기도 하고... 예술입니다+.+

숲노래 2013-08-08 01:46   좋아요 0 | URL
참말... 멋스러운 책이랍니다.
이런 책 나온 줄조차 몰랐는데
선물로 받고서는
아주 깜짝 놀랐어요!
 
뛰엄질과 풀쩍이 초록학급문고 1
장주식 지음, 이소현 그림 / 재미마주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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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89

 


농약 치면서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 뛰엄질과 풀쩍이
 장주식 글,이소현 그림
 재미마주 펴냄,2008.2.28./7000원

 


  그제부터 밤에 다시 개구리 노랫소리가 뚝 끊어집니다. 날짜를 곰곰이 헤아립니다. 꼭 보름만인가 싶습니다. 올해 들어 칠월 둘째 주에 마을에 항공방제를 하며 농약을 뿌린 뒤부터 닷새 동안 밤개구리 노랫소리를 하나도 들을 수 없었어요. 엿새째 되니 용케 살아남았구나 싶은 개구리 몇 마리 밤노래 들려주었어요. 항공방제 끝난 지 열흘쯤 되고는 이럭저럭 밤개구리 노랫소리 살며시 되살아났어요.


  그러나 항공방제 끝나고부터 마을 할매와 할배가 농약치기에 나서며 다시 밤개구리 노랫소리 잦아듭니다. 사흘 앞서까지만 해도 조금씩 밤개구리 노랫소리 살아나는가 하고 밤에 자면서도 이 소리를 들었지만, 어제와 그제는 모든 밤소리가 죽었습니다. 개구리도 새도 아무런 밤노래를 들려주지 않아요.


.. 하루가 더 지났다. 까만 실 같은 올챙이가 꽤 많아졌다. 바로 그때, “쿠르릉! 쿠르릉!”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트랙터였다 … 트랙터는 물 고인 논을 휘젓고 다녔다. 논 임자인 아저씨가 모를 내기 위해 흙을 평평하게 고르는 중이었다. 논 곳곳에서 일렁이고 있던 개구리알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운이 나쁜 알 무더기는 트랙터 갈퀴에 걸려 산산이 부서졌다. 알 무더기는 물에 휩쓸려 대부분 논둑 가장자리로 밀려났다 ..  (11, 12쪽)

 

 


  어제 아침에 아이들과 함께 마을빨래터에 가서 물이끼를 걷어내고는 한참 물놀이를 했습니다. 마을 어귀에 빨래터 있지만, 이제 모두들 집에서 빨래기계를 쓰지, 빨래터로 옷가지 가져와서 빨래를 하지 않습니다. 안 쓴 지 퍽 오래된 빨래터에는 물이끼가 가득 피기만 합니다. 그대로 보기에 참 뭣 하구나 싶기도 하고, 아이들은 물놀이를 무척 좋아해서 함께 솔로 복복 문지르면서 물이끼 걷고는 물장구도 치고 멱도 감습니다.


  아침에 빨래터에서 물놀이를 했지만, 아이들은 성에 차지 않습니다. 낮에 자전거를 몰아 두 아이와 함께 발포 바닷가로 갑니다. 바닷가에서 놀자면서 자전거를 모는데, 이웃한 여러 마을 지나가는 길에 곳곳에서 농약 치는 모습을 봅니다. 바닷가에서 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이곳저곳에서 농약 치는 모습을 봅니다.


  벌레를 잡자면서 농약을 치고, 풀을 죽이려고 농약을 칩니다. 논둑이나 길가 가운데에는 풀약 때문에 풀이 새까맣게 타 죽은 곳이 있습니다. 그래도 몇 주 지나면, 새까맣게 풀이 타 죽은 데에서도 새로운 풀이 돋아요. 풀은 풀약 맞고 죽으면서도 씩씩하게 다시 돋습니다.


  그런데, 논과 밭에 농약을 치면 논밭 생태계가 어떻게 될까요. 벌레와 풀을 잡는 동안 개구리와 뱀과 새는 어떻게 될까요. 그리고, 우리들 사람은 어떻게 될까요.


.. 아저씨는 농약을 다 치고 돌아갔다. 도망갔던 개구리들은 다시 논으로 돌아왔다. 지난번처럼 먹이들이 많이 나와서 잔치를 벌이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잔치를 벌일 수가 없었다. 먹이들이 보이질 않았다. 어디론가 감쪽같이 다 사라져 버렸다. 얼핏 보이는 몇몇 먹잇감들은 물 위에 그냥 떠 있었다 ..  (16쪽)

 

 


  마당에서 아이들과 놀면서 마을 곳곳에서 농약을 치는 소리를 듣습니다. 우리 마을뿐 아니라 이웃 여러 마을 어디에서나 농약을 치지요. 자전거를 타고 마실을 다니거나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를 오가는 길에, 참말 농약 치느라 바쁜 모습을 봅니다. 입가리개도 안 한 몸으로 농약을 치는 모습도 곧잘 봅니다.


  그래요, 이렇게 어디에서나 농약을 치니까, 밤개구리 노랫소리를 못 들을밖에 없습니다. 매미 노랫소리를 드문드문 듣지만, 매미도 풀밭이나 나무 밑에서 제대로 살아나지 못해요. 아마, 유자나무나 석류나무 밑에서는 어떤 매미도 못 깨어나리라 생각해요. 능금나무와 배나무와 포도나무 밑에서도 아무런 매미가 살아남지 못할 테지요.


  초피잎 먹고 초피잎에 알을 낳으며 초피나무 언저리에서 팔랑팔랑 예쁘게 날갯짓을 하는 범나비를 봅니다. 우리 집 마당에 초피나무 여러 그루 있어, 마당에 놓은 평상에 앉아서 하늘바라기를 할라치면, 또 빨래를 널거나 걷을라치면, 늘 나비춤을 봅니다.


  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우고 면소재지 다녀오거나 다른 마을 다녀오노라면, 길바닥에 범나비 주검이라든지 모시나비 주검이라든지 잠자리 주검 잔뜩 있습니다. 자동차한테 받히고 치이고 깔리면서 죽는 나비들입니다. 바보스럽다고 해야 할는지 모르겠는데, 나비들은 날개를 쉬며 아스팔트 찻길 한쪽에 내려앉곤 해요. 그런데, 이 나비들, 또 잠자리들, 개구리들, 도룡뇽들, 뱀들……이 쉬는 찻길 한쪽은 자동차 바퀴가 닿는 데입니다. 시골사람 짐차에 깔리고, 택시와 버스에 밟히며, 시골로 놀러온 자동차에 짓눌립니다.


  풀섶이나 논밭에서는 농약 때문에 시달리는 작은 목숨들이 살짝 쉬려고 찻길 한쪽에 앉았다가는 그만 밟이고 치이고 깔리고 하면서 온몸이 조각조각 찢기며 죽어요.


.. 뛰엄질과 풀쩍이는 살갗에 닿는 촉촉한 물기가 싱그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다정이네 집 뜰과 텃밭은 화학비료나 농약이나 그런 것들은 단 한 알, 한 모금도 뿌리지 않은 지 오 년이 넘었기 때문이다 ..  (24쪽)

 

 


  발포 바닷가에 놀러온 도시사람이 퍽 많습니다. 모두들 자가용을 몰아서 찾아옵니다. 도시에서 발포 바닷가까지 오가는 군내버스는 뜸한데다가, 불판이니 밥그릇이니 술이니 고기이니 잔뜩 싸서 오려면 자가용 짐칸에 실을밖에 없겠구나 싶습니다. 아이들과 바닷가에 찾아왔지만, 물결이 넘실거리며 내는 소리보다 관광객이 웃고 떠들며 술잔 기울이고 고기 굽는 소리가 훨씬 큽니다. 여름 휴가철이라 하는 때에는 바닷가에 함부로 와서는 안 되겠다고 느낍니다.


  아이들이 모래밭에서 놀 적에, 아이들 곁에 쪼그리고 앉아 물결소리에 귀를 기울이려고 애씁니다. 관광객 소리에 물결소리가 자꾸 파묻히기 때문입니다. 이맘때 바닷가에서도 매미소리 한창 들을 수 있다고 여겨, 매미소리 어디에서 들리는가 하고 귀를 쫑긋쫑긋 해 보는데, 매미소리도 잘 안 들립니다.


  시골로 놀러온 사람들은 매미소리를 들을까요. 물결소리는 얼마나 들을까요. 개구리소리나 풀벌레소리나 새소리는 얼마나 들을까요. 아니, 이러한 시골소리를 들으려고 시골로 놀러오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도시에서는 누리지 못하는 맑은 바람이 흐르는 시골에서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태우거나 고기를 구우려고 놀러올 뿐 아닐는지요. 하루아침에 어마어마하다 싶은 쓰레기를 시골에 남기고 도시로 씽 하고 돌아가려 할 뿐 아닐는지요. 시골 바닷가에서 흥청망청 놀고 난 뒷자리를 말끔하게 스스로 치우면서 쓰레기를 되가져가는 사람은 몇쯤 될는지요.


.. 앵두나무가 하얀 꽃을 피우고, 먼 산에는 연분홍빛 진달래가 무더기로 피었다. 들판에선 콰르릉거리며 트랙터가 소리치며 다니고, 솨솨 분무기로 약치는 소리가 났다. 뛰엄질과 풀쩍이는 논으로 가지 않았다. 다정이네 연못, 한쪽 귀퉁이에서 뛰엄질은 풀쩍이를 뒤에서 꼭 끌어안았다. 풀쩍이는 알 덩이를 다섯 개나 낳았다 ..  (47쪽)


  장주식 님 글과 이소현 님 그림이 어우러진 그림책 《뛰엄질과 풀쩍이》(재미마주,2008)를 읽습니다. 이 그림책은 장주식 님이 도시를 떠나 시골로 가서 지낸 이야기를 바탕으로 엮었다고 합니다. 장주식 님네 마당과 텃밭에 ‘농약 안 쓰며’ 누린 삶을 고스란히 녹여 이야기 한 자락으로 묶었다고 해요.


  문득 생각합니다. 농약 치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쓴다면, 어떤 빛과 소리와 무늬와 냄새가 감도는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요. 흙농사 아닌 비닐농사 짓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쓴다면, 어떤 꿈과 사랑과 믿음과 생각이 자라는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요. 자가용으로 씽씽 달리기만 하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쓴다면, 어떤 이웃과 동무와 숲과 들이 싱그러운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요.


  논밭에 농약을 칠 적에, 시골사람 스스로 아무런 이야기를 나누지 못합니다. 농약 기운 입으로 들어갈까 싶어 아무도 입을 못 열어요. 농약 맞지 않으려고 한여름에도 두껍고 긴 옷을 입어야 해요. 농약을 치면서 일하는 시골사람한테는 농악도 없고 굿거리도 없으며 노래도 춤도 막걸리도 없습니다. 농약을 치는 사람은 스스로 가장 재미없고 가장 무서우며 가장 슬픈 하루를 누리고 맙니다.


  그림책 《뛰엄질과 풀쩍이》는 정갈하면서 살갑습니다. 다만, 한 군데에서 아쉽습니다. 그림을 그린 분이 ‘초피나무(산초나무)’를 잘못 그렸어요. 43∼44쪽에서 범나비(호랑나비) 애벌레를 사마귀가 잡아먹는 대목, 이 사마귀를 직박구리가 다시 잡아먹는 대목, 두 가지 그림이 나오는데, 초피잎을 엉터리로 그렸습니다. 초피잎은 이 그림책에 나오듯 생기지 않았어요. 범나비 애벌레 잡아먹을 만한 사마귀라면 덩치가 제법 있으며, 사마귀는 초피잎보다 훨씬 큽니다. 직박구리는 멧새 가운데 덩치가 퍽 커요. 범나비 애벌레 나올 무렵이면 푸른 빛깔 초피꽃이 피니, 초피잎 사이사이 초피꽃 동글동글 맺힌 모습으로 그릴 수 있어야지 싶어요. 초롱꽃이나 붓꽃 곱게 잘 그리는 손길을 더 뻗쳐, 시골스러운 시골풀과 시골나무와 시골숨결 알뜰살뜰 그릴 수 있기를 빕니다. 그림을 그리는 분이 시골에서 살면서 시골빛 담는다면 훨씬 좋을 텐데, 사진과 자료로만 살펴서 그리는 그림 아닌, 오래오래 두고두고 시골살이 즐기면서 그림을 빚기를 바랍니다.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그러고 보니, 초피나무에는 가시가 있는데, 가시도 안 그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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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7-29 09:49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님의 <뛰엄질과 풀쩍이> 느낌글 읽고 있으니...뛰엄질과 풀쩍이가 사는 곳의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듯 싶네요. 그래도 벼리네 집같은, 다정이네 집 뜰과 연못이 있어 참 다행이에요~.
저희 집 어항에도 어디가 병이나 바닥에만 지느러미를 대고 있는 라미네즈에게 원래 바닥에서만 사는 코리들이 서로 종은 달라도 항상 옆에서 어깨동무 해주는데 참 사람들은...

<고야네 오누이>를 지으신 분의 책이네요!
함께살기님의 초피나무 그림과, 올려주신 초피나무 사진을 보며
개구리 울음소리를 생각하는 아침입니다. 감사히 이 책 담아갑니다~

숲노래 2013-07-29 10:41   좋아요 0 | URL
네, 장주식 님이 작품을 그리 많이 내놓지는 않으셨지만,
뜻있는 작품을 여러모로 쏠쏠히 쓰셨어요.

당신 스스로 시골에서 살아가며 일하니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을 쓰실 수 있구나 싶기도 하고요.

appletreeje 님 집에는 어항도 있군요! 오오오. . .
 
벌거숭이 벌거숭이 과학은 내친구 20
야규 겐이치로 지음 / 한림출판사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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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88

 


즐겁게 놀고 싶을 때에는
― 벌거숭이 벌거숭이
 야규 겐이치로 글·그림,이영준 옮김
 한림출판사 펴냄,1997.5.10./9000원

 


  아이들은 아무 거리낌이 없이 벌거숭이가 되어 놉니다. 이 옷도 저 옷도 훌훌 벗어던집니다. 어른들 가운데에도 아무 거리낌이 없이 벌거숭이가 되는 사람이 있지만, 웬만한 어른은 홀가분하게 벌거숭이가 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 눈길을 살핍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즐겁게 놀 길을 찾으니 스스럼없이 벌거숭이가 됩니다. 신나게 놀 때에는 몸에 이것저것 걸치면 번거롭거든요. 사진기도 보석도 신도 목걸이도 아주 번거롭습니다. 달리기를 하려는데 손에 뭘 들어 보셔요. 얼마나 거추장스러운가요. 뜀뛰기를 하거나 뒹굴뒹굴 구르려 하는데 귀걸이를 하거나 손목시계를 차 보셔요. 얼마나 걸리적거리는가요.


  벌거숭이 된 아이는 아이일 뿐입니다. 가시내도 아니고 머스마도 아닙니다. 큰 아이도 아니고 작은 아이도 아니에요. 오직 아이일 뿐입니다. 아이들은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습니다. 오직 앞을 바라보면서 달립니다. 오로지 신나게 달리고, 그예 기운차게 뛰며 구릅니다.


.. 이 아이는 남자 아이일까? 여자 아이일까? 팬티를 벗으면 알까? ..  (5쪽)

 


  책을 읽자면 책을 들여다보면 됩니다. 책을 읽으려는데 금목걸이를 하거나 은팔찌를 차야 하지 않아요. 다이아반지를 끼어야 하지 않습니다. 아니, 이 모두를 걸치며 책을 읽을 수 있어요. 누구이든 이녁 마음이니까요.


  그런데, 이것을 걸치거나 저것을 차더라도 책을 읽어서 받아들이는 데에 도움이 되거나 걸림돌이 되지 않아요. 값진 자가용 걸상에 앉아야 책을 더 잘 읽을까요. 40층이나 50층 아파트 툇마루에 앉아야 책을 더 잘 읽을까요.


  다만, 숲속은 많이 달라요. 바닷가도 크게 달라요. 나무그늘도 아주 달라요. 똑같은 책이라 하더라도 시외버스에서 읽을 적하고 숲속에서 새와 벌레와 풀잎 소리를 들으며 읽을 적은 사뭇 다릅니다. 지하철에서 읽는 책하고 바닷가에서 읽는 책은 더할 나위 없이 다릅니다. 입시지옥에 짓눌린 마음으로 읽는 책이랑 나무그늘에서 뭉게구름 올려다보며 읽는 책은 여러모로 다릅니다.


.. 눈에 띄는 걸로 말하면 엄마의 찌찌는 굉장히 눈에 띄지요. 엄마가 벌거숭이가 되면 엉덩이도 눈에 띄지요. 볼록해 볼랙해 엄마 엉덩이는 볼록해 ..  (18∼19쪽)

 


  즐겁게 놀고 싶으면 맨몸뚱이 되면 됩니다. 맨몸뚱이 되어 바람을 가르고 바람을 마시며 바람을 타면 즐겁게 놀 수 있어요. 맨몸뚱이로 들판을 달리고 흙땅에서 뒹굴며 나무랑 풀이랑 꽃이랑 벗삼으면 즐겁게 놀 수 있어요.


  즐겁게 책을 읽고 싶을 때에도 맨몸이 되면 돼요. 내가 이제껏 거둔 졸업장과 자격증은 내려놓을 때에 책이 마음속으로 살가이 스며들어요. 내가 여태껏 읽은 다른 책들은 모두 잊은 채 바로 오늘 이곳에서 두 손으로 살며시 쥔 책을 설렘과 두근거림으로 바라볼 때에 책이 마음밭에 씨앗 한 톨 베풀어요.


  언제나 처음이요, 언제나 마지막입니다. 모든 일은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처음으로 하기에 새롭고 마지막으로 하기에 기쁩니다. 손수 글월을 띄워 보셔요. 똑같은 이야기를 똑같은 글씨에 담아서 쓰는 글월은 나오지 않아요. 백 사람한테 보내면 백 사람한테 다 다르게 쓰는 글월입니다. 같은 사람한테 백 차례 글월을 띄워도 백 차례 늘 다른 글월이 나와요.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거나 노래를 부를 적에도 언제나 달라요. 밥을 지을 적에도 늘 달라요. 국을 끓여도 날마다 달라요. 같은 쌀밥이고 같은 된장국이라 하더라도 날마다 같은 밥은 두 번 다시 못 짓습니다.


  그런데 기계로 척척 찍어낼 때에는 아주 똑같다 느끼곤 해요. 이를테면, 빵집 빵이나 가겟집 과자가 아주 똑같구나 싶어요. 우리 혀를 길들이고 우리 눈과 코와 머리를 가두어요.


  스스로 씨앗을 뿌려 거둔 나락으로 밥을 짓는다고 생각해 보셔요. 스스로 거둔 쌀이 아니더라도 손수 쌀을 씻고 물을 안쳐 짓는다고 생각해 보셔요. 늘 다른 밥이 나오고, 늘 다른 맛이 감돌아요. 그러나, 늘 다르더라도 ‘밥맛’이라는 데에서는 같아요. 날마다 다르지만 언제나 같은 밥맛을 느끼면서 삶맛을 누려요. 왜냐하면, 몸과 마음에 거추장스럽거나 걸리적거리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즐거움과 사랑과 꿈으로 지은 밥이기 때문입니다.


.. 벌거숭이 벌거숭이, 이쪽에 귀를 갖다 대면 심장 뛰는 소리가 들려요. 두근두근 두근두근 두근 두근. 달리기한 바로 뒤에 심장 뛰는 소리는 크고 빨라요 ..  (30쪽)

 


  야규 겐이치로 님 그림책 《벌거숭이 벌거숭이》(한림출판사,1997)를 읽습니다. 아픈 아이들을 자리에 눕히고 천천히 읽어 줍니다. 아이들은 혼자서도 으레 읽었고, 어머니도 가끔 읽어 주었기에 다음 쪽에 어떤 이야기가 나올는지 압니다. 그래도 즐겁게 다시 읽고 다시 듣습니다. 벌거숭이로 노는 아이들과 어른들 모습이 그림책에서 싱그럽게 춤추거든요.


  벌거숭이가 부끄럽거나 창피하지 않습니다. 벌거숭이는 벌거숭이일 뿐인데, 홀가분하면서 가벼운 몸이자 마음이에요. 내 몸을 꾸밈없이 바라봅니다. 내 몸과 함께 네 몸을 가만히 살펴봅니다. 어디 아픈 데 있는지 살피고, 얼마나 튼튼한지 돌아봅니다. 여기에 점이 있구나 하고 새삼스레 깨닫고, 아이들 팔뚝은 참말 가늘구나 하고 느낍니다. 어른들 허벅지는 아이들 머리통보다 클 수 있다고 깨달으며, 이 조그마한 몸이 날마다 무럭무럭 커서 씩씩한 어른으로 이 땅에 우뚝 서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즐겁게 놀고 싶다면 벌거숭이 되면 되듯이, 즐거운 나라를 이루자면 모두 벌거숭이 되면 됩니다. 주머니에 감추거나 뒤에 숨기면 즐거운 나라 이루지 못해요. 재산이 10억이나 100억쯤 되는 정치꾼이라면, 이녁 몫으로 1억이나 1천 즈음 남긴 채 나머지는 가난한 이웃한테 나누어 주면 아주 즐겁습니다. 어느 재벌 식구들은 재산이 몇 조이니 하기도 하는데, 몇 조에 이르는 돈을 혼자 거머쥐면 얼마나 재미없을까 싶어요. 부자인 사람도 가난한 사람도 하루에 밥 두어 그릇이면 넉넉하잖아요. 죽어 흙으로 돌아갈 때에 그 돈 어떻게 가져가겠어요. 책 많이 읽은 사람도 머리에 담은 지식을 흙으로 못 가져가고, 잔뜩 장만한 책 가운데 한 권조차 흙으로 못 가져가요.


  모두 내려놓아야지요. 즐겁게 살아가는 오늘도 모두 내려놓고, 즐겁게 돌아가는 모레에도 모두 내려놓을 때에 환하게 웃을 수 있어요. 다 함께 벌거숭이 되어 춤을 추어요. 서로서로 벌거숭이 놀이를 하면서 지구별에 사랑을 불러요. 4346.7.27.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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