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많은 생쥐 - 블랙베리를 혼자 다 먹고 싶은 생쥐가 참다운 우정을 알게 된 이야기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40
매슈 그림즈데일 글, 토니 린셀 그림, 김현좌 옮김 / 봄봄출판사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40



시골사람이 나누어 주는 밥

― 욕심 많은 생쥐

 토니 린셀 그림

 매수 그림즈데일 글

 김현좌 옮김

 봄봄 펴냄, 2014.8.5.



  아이들과 함께 먹으려고 밥을 차립니다. 나 혼자 먹을 생각으로 밥을 차리지 않습니다. 나 혼자 먹을 수 없습니다. 아이들도 저희끼리만 먹지 않습니다. 언제나 함께 나누는 밥입니다. 가을에 뒤꼍에서 무화과를 따면 아이들은 게눈 감추듯이 먹어서 없앱니다. 여러 알을 먹고도 모자란지 더 없느냐고 묻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작은 접시에 몇 점을 남깁니다. 나는 아이들이 더 먹기를 바라며 내 몫을 따로 덜지 않는데, 아이들이 “아버지도 먹어야지.” 하면서 ‘더 먹고 싶은 마음’을 참습니다. 때로는 아이들한테 “자, 이만큼은 어머니 몫이야. 이 그릇은 건드리지 마.” 하고 말하는데, 그러면 아이들은 참말 이 그릇에 담긴 먹을거리를 안 건드립니다. 일곱 살 큰아이는 아무 말이 없고, 네 살 작은아이는 그릇에 담긴 먹을거리를 바라보면서 “어머니 꺼야?” 하는 말을 여러 차례 묻습니다.



.. “와! 맛있겠다. 내가 좀 따 먹어도 될까?” 참새가 물었어요. “아니! 나 혼자 다 먹을 거야. 그러니 어서 가!” 생쥐가 사납게 대답했어요 ..  (5쪽)




  토니 린셀 님 그림하고 매수 그림즈데일 님 글이 어우러진 그림책 《욕심 많은 생쥐》(봄봄,2014)를 읽습니다. 책이름처럼 혼자 차지하려는 생쥐가 나옵니다. 이웃하고는 조금도 나눌 마음이 없는 생쥐가 나옵니다. 우악스럽다고 해야 할는지, 어리석다고 해야 할는지, 바보스럽다고 해야 할는지, 여러모로 어설픈 생쥐입니다.


  생각해 보셔요. 혼자서 다 먹을 수 있는 밥이나 열매는 없습니다. 들이나 숲에서 나는 열매는 몇몇 사람이 다 먹어치울 만하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이 골고루 나누어 먹어도 넉넉합니다. 다 먹을 수 없기 마련입니다.


  우리 집은 해마다 늦봄과 이른여름 사이에 들딸기를 실컷 먹습니다. 들딸기로 끼니를 삼을 만큼 먹습니다. 그런데, 이 들딸기는 우리만 먹지 않아요. 꽤 많은 들딸기는 도로 땅으로 돌아갑니다. 개미와 풀벌레와 나비와 벌이 수없이 찾아와서 함께 먹습니다. 들쥐와 여러 작은 짐승도 들딸기를 함께 먹습니다. 아마 새도 딸기넝쿨에 살몃살몃 내려앉아 들딸기를 콕콕 쫄는지 모릅니다.


  오늘날 사회에서는 도시사람은 시골에서 나는 먹을거리를 사다가 먹는 얼거리인데, 참말 시골사람은 혼자 먹지 않습니다. 논도 밭도 숲도 없는 도시사람이 굶지 않게끔 시골사람은 아주 넉넉히 일구어서 푸지게 나누어 줍니다. 한국 사회를 보면 2013년에 6퍼센트가 ‘농업 인구’라고 하니, 6퍼센트가 다른 94퍼센트를 먹여살리는 셈입니다.




.. “여우가 네 블랙베리를 훔쳐 가는 걸 두고볼 수는 없었어.” 다람쥐가 말했어요. “너는 우리한테 블랙베리를 나눠 주지 않았지만 말이야.” 참새가 덧붙여 말했어요 ..  (19쪽)



  우리 집 아이들을 찬찬히 돌아봅니다. 먹을것이 있으면 아이들은 어느새 달라붙습니다. 아이들은 허둥지둥 입에 먹을것을 집어넣다가 문득 멈추고는 어머니나 아버지 입에 먹을것을 넣어 줍니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제 어버이더러 같이 먹자고 말합니다. 이 아이들은 이런 매무새를 어디에서 배웠을까요. 아마 어릴 적부터 어버이한테 ‘떠서 먹이는 밥’을 받아서 먹었기에, 아이 스스로 제 배가 고프면 제가 먹고 싶듯이, 옆에 있는 사람도 똑같이 배가 고픈 줄 여기는구나 싶습니다. 아이가 먹을것 한 점을 손을 집어서 내 입으로 곧게 뻗는 모습은, 내가 이 아이한테 밥을 먹이던 갓난쟁이 무렵하고 똑같습니다.


  그러니까, 그림책 《욕심 많은 생쥐》에 나오는 생쥐와 같은 모습은 선뜻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어리거나 철없거나 어리석은 생쥐라 하더라도, 갓 태어났을 무렵에는 어미젖을 물려 컸을 테니까요. 제 어미가 베푸는 먹이를 받아서 고맙게 먹으며 자랐을 테니까요.


  다만, 그림책으로 아이들한테 무엇 하나 가르치겠다는 뜻으로 작고 예쁘장한 짐승을 빗대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고 할 텐데, 일곱 살 큰아이가 이 그림책을 보더니 문득 한 마디를 해요. “아버지, 이 생쥐는 저만 먹으려고 해요. 동무들한테 나눠 주지 않아요. 왜 그래요?”


  어린이 마음이 될 때에 생쥐뿐 아니라 사람도 누구나 이웃하고 밥을 나눕니다. 어버이 마음이 될 때에 생쥐도 사람도 누구나 동무하고 밥을 나눕니다. 그러니까, 어린이가 되든 어버이가 되든, 다시 말하자면 어떤 곳에서 살아가는 어떤 사람이든, 이웃이랑 동무하고 밥을 나눈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서로 즐겁게 살아가고 싶으니 밥을 나누고, 우리는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기에 어깨동무를 하면서 함께 밥잔치를 누립니다. 4347.10.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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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파람을 불어요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23
에즈라 잭 키츠 지음, 김희순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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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39



노는 아이와 어른

― 휘파람을 불어요

 에즈러 잭 키츠 글·그림

 김희군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1999.5.20.



  어제 낮 우리 집 네 사람은 면소재지까지 씩씩하게 걸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군내버스를 탔지요. 네 살 작은아이가 처음으로 면소재지까지 혼잣힘으로 걸었습니다. 다만 면소재지 들어서는 어귀에서 작은아이가 힘들다며 칭얼거려서 아버지가 안고 걸었습니다.


  네 살 작은아이가 다른 사람 도움을 받지 않고 2킬로미터를 걸은 일은 처음입니다. 그러나, 길을 걷기만 할 적에는 이만 하지만, 집에서 누나와 뛰노는 삶을 돌아본다면, 2킬로미터뿐 아니라 10킬로미터도 달리지 싶어요. 그야말로 쉬잖고 뛰고 달립니다. 하루 내내 이리 달리고 저리 뜁니다.



.. 오, 피터는 얼마나 휘파람을 불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  (7쪽)





  군내버스를 타고 마을 어귀에서 내립니다.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 즈음 걸어간 길을 군내버스는 2∼3분 만에 데려다 줍니다. 마을 어귀에서 내린 작은아이는 졸음이 오고 힘들어 울음을 터뜨리려 합니다. 이때, 마을 어귀에서 쉬던 마을 할매 두 분이 우리를 부릅니다. 할머님네 ‘다 큰 아이들’이 어릴 적에 놀던 장난감이 있는데 가져가지 않겠느냐고 물으십니다. 할머님네 손자한테 갖고 놀라고 보여주어도 요새는 컴퓨터이니 로봇이니 다른 것만 쳐다보고 ‘짜맞추는 조각놀이’는 안 쳐다본다고 해요.


  마을 할매 한 분이 깨끗하게 씻어서 말렸다고 하는 조각놀이 장난감은 얼마나 오래되었을까요. 스무 해는 훨씬 넘었을 테고, 서른 해는 넉넉히 되었을 테지요. 서른 해를 웃도는 장난감일 텐데, 이 장난감을 이 깊은 시골마을에서 장만하기까지 얼마나 애쓰셨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값이 꽤 들었을 테고, 장만하려고 읍내에 다녀오셨거나, 아니면 순천이나 광주나 서울에 다녀오셨을는지 모릅니다. 예전에는 이 시골마을에서 ‘짜맞추는 조각놀이’는 이웃 동무한테 엄청나게 눈길을 받고 사랑을 모았으리라 생각합니다.



.. 피터는 종이상자에서 나와 집으로 향했습니다. 주머니에서 색분필을 꺼내 길고 긴 선을 그리며 갔습니다 ..  (14쪽)



  일곱 살 큰아이가 조각놀이 상자를 영차영차 듭니다. 꽤 묵직한데 혼자 집까지 들고 가겠노라 합니다. 그러고는, 두 아이는 졸음과 고단함 모두 잊고 눈을 말똥말똥 빛내며 저녁까지 해 넘어가는 줄 모르고 놉니다. 온 하루를 조각놀이 장난감으로 보냅니다.


  잠자리에 들 즈음 큰아이는 조각놀이 장난감에서 떨어집니다. 그림책을 읽고, 종이를 펼쳐 그림을 그립니다. 작은아이는 내내 조각놀이 장난감에 달라붙습니다. 잠자리에 들기 앞서까지 만지작거리다가, 자리에 눕혀 이불을 덮고 팔다리를 주무르니 어느새 까무룩 잠듭니다. 이튿날 아침까지 한 차례도 잠을 깨지 않습니다.


  큰아이도 밤새 잠을 한 차례도 깨지 않아요. 둘 모두 지난 하루가 엄청나게 긴 나날이었구나 싶습니다. 신나게 걷고, 마음껏 달리고, 거침없이 노래하고, 즐거이 어울려 복닥복닥 조각맞춤놀이를 했으니, 많이 고단했겠지요. 오늘 아침에 새로 일어나면 다시 조각맞춤놀이로 하루를 열 텐데, 오늘은 또 어떤 다른 놀이를 누리면서 보낼까 궁금합니다.





.. 피터는 어른처럼 보이려고 아빠의 모자를 써 보았습니다. 그리고 거울을 들여다보며 다시 휘파람을 불어 보았습니다. 여전히 휘파람 소리는 나지 않았습니다 ..  (19쪽)



  에즈러 잭 키츠 님이 빚은 그림책 《휘파람을 불어요》(시공주니어,1999)를 읽습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어린이는 휘파람을 불고 싶어 용을 쓰지만 도무지 안 됩니다. 이리 해도 안 되고 저리 해도 안 됩니다. 얼른 어른이 되면 휘파람을 불 수 있을까 싶어서 아버지 모자를 살며시 씁니다. 그러나 안 됩니다.


  아이는 몹시 서운합니다. 그래도 짐짓 아버지인 척하면서 어머니한테 다가가서 ‘아버지 흉내놀이’를 합니다. 아이 어머니는 아이가 아버지 모자를 썼어도 나무라지 않습니다. 아이가 하는 놀이를 고스란히 받아줍니다.


  아이는 바깥으로 나갑니다. 다시 뛰놉니다. 종이상자에도 들어가고 땅바닥에 그린 금을 따라 달리기도 합니다. 한참 놀이에 빠져 땀을 흘리던 어느 때에 갑자기 휘파람이 나옵니다. 어라, 휘파람이?


  그럼요. 휘파람은 누구나 불 수 있어요. 휘파람을 늘 생각하고, 언제나 휘휘 입으로 소리를 내고 혀와 입을 잘 오므리면서 생각하고 다시 생각하면, 드디어 휘파람을 불 수 있어요. 즐겁게 놀고 기쁘게 마음을 쏟으면 휘파람쯤! 거뜬히 해냅니다.


  즐겁게 노는 아이는 마음 가득 즐거운 기운이 넘칩니다. 즐겁게 놀며 어른이 된 사람은 언제나 즐겁게 웃고 노래하면서 일합니다. 이리하여, 즐거운 삶을 가꾸는 새로운 어른은 즐겁게 태어날 새로운 아이를 맞이해요. 즐거운 놀이가 즐거운 놀이를 낳습니다. 즐거운 놀이는 새롭게 이어져서 아름다운 사랑으로 태어납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학원이나 학교에 매이지 말고, 아이들이 어디에서나 기쁘게 뛰놀 수 있기를 바랍니다. 노는 아이가 사랑스럽습니다. 놀 줄 아는 아이가 동무와 이웃을 사랑할 줄 압니다. 4347.10.4.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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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아프고 싶어!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7
프란츠 브란덴베르크 지음, 알리키 브란덴베르크 그림, 이수연 옮김 / 시공주니어 / 199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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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38



다 함께 바라볼 곳

― 나도 아프고 싶어!

 알리키 브란덴베르크 그림

 프란츠 브란덴베르크 글

 이수연 옮김

 시공사 펴냄, 1995.3.12.



  아이들과 지내는 어버이는 아픈 날이 있으면 여러모로 고단합니다. 어버이 몸이 아프면 아이한테 밥을 차려서 주기에도 힘들고, 아주 조그마한 일 하나조차 몹시 벅차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아이가 아닌 어른이 아프면 한결 낫다고 느낍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아픈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훨씬 힘들기 때문입니다. 아파서 끙끙거리는 아이를 바라보고 이마를 쓸어넘기다가 문득 눈물을 글썽입니다. 어버이가 아파야지 왜 너희들이 아프니, 하고 생각합니다.


  며칠 아프던 아이들은 곧 자리를 훌훌 털고 일어납니다. 가을 한복판에 마을 빨래터에서 개구지게 물놀이를 하다가 춥다고 벌벌 떠는 아이들은 잠자리까지 춥다는 말을 입에 달더니, 이튿날 아침이 되니 언제 춥다고 말했느냐는듯이 멀쩡하게 얇은 옷을 입고 훨훨 날면서 땀을 옴팡 쏟습니다.


  아이들과 지내며 아이들을 바라봅니다. 아이들이 언제 튼튼하고 언제 아픈가 하고 가만히 헤아립니다. 아이들은 아플 일이 없습니다. 아이들한테 아플 일이 있다면, 자동차를 너무 오래 탔다든지, 시골집을 떠나 도시에서 오래 지냈다든지, 집밥이 아닌 바깥밥을 여러 끼니 먹였다든지, 시끄럽거나 복닥거리는 데에서 너무 오래 데리고 다녔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어디를 가든 두리번두리번 살핍니다. 이것을 보고 저것을 봅니다. 아이들은 여느 때에 스스로 보고픈 것만 보면서 마음껏 뛰노는데, 도시처럼 복닥거리는 데에 가면 그만 넋을 잃고 이것저것 홀려서 바라보느라 바빠요. 이때에 아이들은 기운을 잃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걷고 달리고 뒹굴고 기고 놀기를 바랍니다. 자가용을 태워 준대서 아이들한테 반갑지 않습니다. 살짝 자동차를 얻어타고 조금 달리면 괜찮지만, 몇 분만 지나도 아이들은 좀이 쑤십니다. 아이들은 아무리 멀다 싶은 길이어도 스스로 걷고 싶습니다. 아이 스스로 다리가 아파서 지칠 때까지 걷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온몸을 움직이면서 놀고 싶거든요.





.. 엘리자베스는 투덜거렸습니다. “이건 불공평해! 엄마가 오빠에게 음식을 가져다주시는 동안, 난 일어나서 옷을 입어야 하잖아.” ..  (10쪽)



  놀지 못하는 아이들이 아픕니다. 햇볕을 먹지 못한 아이들이 아픕니다. 싱그러이 흐르는 바람을 마시지 못한 아이들이 아픕니다. 맑게 흐르는 물을 마시지 못한 아이들이 아픕니다. 과자를 많이 먹어서 아플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뛰놀지 못한 터전이 아이한테 가장 나쁩니다. 햇볕을 쬐지 못하고, 바람을 쐬지 못하며, 냇물과 빗물을 누리지 못할 때에 아이한테 참으로 나빠요.


  그러니까, 우리 어른들은 아이한테 무엇을 마련해 주어야 하는가를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아이들이 어떻게 살면서 자랄 때에 튼튼한가를 제대로 바라보고 느껴서 깨달아야 합니다.


  예방주사는 몸이 잘못되지 않도록 지켜 주지 않습니다. 몸이 잘못되지 않으려면, 아이들은 온몸을 마음껏 움직이면서 날마다 땀을 몇 바가지씩 쏟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날마다 옷을 여러 벌 갈아입을 만큼 뛰놀아야 합니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기에 아이들이 아파요. 싱그러이 흐르는 바람이 없으니 아이들이 아파요. 시멘트 교실에 아이들을 가두고는 형광등 불을 훤한 낮에도 켜니까 아이들이 아파요.


  책으로 지식을 배워야 할 아이들이 아니라, 온몸 구석구석 튼튼하게 자라면서 새로운 삶을 누려야 할 아이들입니다. 학교를 다니며 교과서 지식으로 시험공부를 잘 해야 하는 아이들이 아니라, 동무와 사이좋게 어울리면서 어디이든 거리끼지 않고 뛰놀 수 있어야 하는 아이들입니다.



.. 엘리자베스도 아팠습니다. 엄마는 엘리자베스에게 음식을 먹여 주셨습니다. 아빠는 열이 내리라고 차가운 물수건을 이마에 올려 주셨습니다 ..  (16∼17쪽)





  알리키 브란덴베르크 님이 그림을 그리고, 프란츠 브란덴베르크 님이 글을 쓴 《나도 아프고 싶어!》(시공사,1995)를 읽습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오빠가 먼저 몸이 아파 눕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를 비롯해 여러 사람이 오빠한테 달라붙어 보살피고 도와줍니다. 동생은 이런 모습을 보면서 시샘을 합니다. 오빠가 몸져누운 동안 온갖 집일과 심부름을 도맡아야 합니다. 이러던 어느 날 동생이 앓아눕습니다. 오빠는 스스럼없이 집일과 심부름을 도맡을 뿐 아니라, 동생이 심심해 하지 않도록 놀아 줍니다.



.. 엘리자베스는 투덜거렸습니다. “이건 불공평해. 그런 일들을 할 수 있어서 오빠는 정말 좋겠다.” 에드워드는 엘리자베스를 위로했습니다. “네가 빨리 나았으면 좋겠어.” ..  (22쪽)



  오빠는 오직 한 가지를 바랍니다. 동생이 아프지 않고 튼튼하게 놀고 어울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동생도 마음속으로 오직 한 가지만 바랐지 싶어요. 오빠하고도 어머니와 아버지하고도, 이모와 고모하고도, 할머니와 할아버지하고도, 모두 모여 즐겁게 웃고 노래할 수 있기를 바랐지 싶어요.


  아프면 어떻게 될까요? 아프면 아픕니다. 아프면 아플 뿐입니다. 아프지 않은 사람이 아픈 사람을 보살핍니다. 아픈 사람은 가만히 누워서 몸을 다스립니다. 아프지 않은 사람은 이것저것 맡아서 즐겁게 살림을 가꿉니다. 아픈 사람이 이윽고 훌훌 털고 일어나면 빙그레 웃으면서 맞이합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동생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면서 새 마음과 새 몸이 됩니다. 아프고 나서야 깨달았다고 할 수 있지만, 오빠 마음이 되고, 어머니와 아버지 마음이 된 뒤, 비로소 한 가지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즐거움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사랑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삶을 바라보고, 웃음과 노래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4347.10.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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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층짜리 집 100층짜리 집 1
이와이 도시오 지음, 김숙 옮김 / 북뱅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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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37



한집에서 이웃이 되기

― 100층짜리 집

 이와이 도시오 글·그림

 김숙 옮김

 북뱅크 펴냄, 2009.6.25.



  일곱 살 큰아이와 그림을 그리던 어느 날입니다. 이모네 집은 왜 이렇게 작느냐고 묻기에, 그러면 이모네 집을 네가 크고 넉넉하게 그려 주렴, 하고 이야기해 줍니다. 이때 일곱 살 큰아이는 석 층짜리 집을 그리고 넉 층짜리 집을 그립니다.


  오늘 우리 집은 시골에 있으나, 큰아이는 인천에서 태어났고, 그무렵 우리 집은 옥탑이었어요. 나중에 석 층짜리 벽돌집 가운데 둘째 층으로 옮겨서 살았고, 이모는 경기도 일산에 있는 오피스텔 건물 여덟째 층에서 삽니다. 그러니, 큰아이는 집을 그릴 적에 여러 층으로 그릴 줄 알 테지요.


  큰아이가 그린 서너 층짜리 ‘이모네 집’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이모와 이모부가 한집에 있고, 한 층에는 책이 있으며, 한 층에는 나무가 자랄 수 있습니다. 넉넉하고 큼직한 집을 누리면, 그 집에 놀러가서 마음껏 뛰놀 수 있으리라 꿈을 꿉니다.



.. 별을 바라보는 걸 좋아하는 도치라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도치에게 이런 편지가 왔어요 ..  (2쪽)





  이와이 도시오 님 그림책 《100층짜리 집》(북뱅크,2009)을 가만히 읽습니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100층짜리 집을 보면, 열 층마다 새로운 이웃이 나옵니다. 온갖 벌레와 짐승이 100층짜리 집에서 서로 이웃으로 지냅니다. 열 층을 이루어 지내는 한 갈래 벌레와 짐승은 저마다 오순도순 아기자기하게 살림을 꾸립니다.


  오늘날 우리가 이루는 도시를 보면, 한 층짜리 집은 매우 드뭅니다. 도시에서 한 층짜리 집에서 지내는 사람은 참으로 드물어요. 거의 모든 사람들은 여러 층짜리 집에서 층을 나누어서 함께 지냅니다. 그러니까, 알고 보면 서로 이웃입니다. 알고 보면 모두 이웃입니다.


  도시에서는 좁은 땅떵이에서 저마다 이웃이 되지 않고서는 사이좋게 살 수 없습니다. 층층이 다른 살림집이니 서로서로 아끼고 헤아리지 않는다면 몹시 거북하거나 못마땅하거나 싫을 만합니다. 우리 집에 아이들이 있다 해서 아이들이 신나게 뛰놀도록 할 수 없습니다. 깊은 밤에 노래를 크게 틀고 방방 뛰면서 춤을 출 수 없습니다. 목청껏 노래를 부를 수 없고, 나무를 심어서 기른다든지, 짐승을 두어 돌보기에도 눈치를 볼 만합니다.


  그러면, 도시에서 아파트 같은 ‘층집’을 지은 이들은 왜 이렇게 지었을까요? 층마다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른 살림을 꾸릴 텐데, 층집을 설계해서 짓는 이들은 왜 집집마다 ‘이웃집 시끄러운 소리’에서 홀가분할 수 있도록 처음부터 꼼꼼히 살펴서 층집을 짓지 않았을까요? 아이들이 아래층 걱정을 안 하고 마음껏 뛸 수 있는 자리를 왜 마련하지 않았을까요? 높다란 층에서도 나무를 심어서 돌볼 만한 자리를 마련하기는 어렵기만 할까요? 짐승을 귀엽게 여기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헤아리면서, 이들이 느긋하면서 즐겁게 지낼 만한 얼거리로 지을 수는 없을까요?



.. “편지를 보낸 게 너였어?” “응, 망원경을 보다가 널 발견하곤 편지를 보낸 거야. 어서 와!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었어. 도치야, 우리 같이 별 보러 갈까?” ..  (27쪽)





  그림책 《100층짜리 집》은 지구별에 참말 있는 집일 수 있고, 또는 먼 우주에서 날아온 집일 수 있습니다. 아무튼, 한 가지는 또렷하게 말할 수 있으니, 그림책에 나오는 어린이 ‘도치’와 ‘100층에 사는 거미나라 왕자’는 서로 동무입니다. 둘은 저마다 ‘내 보금자리’에서 별바라기를 즐겨요. 도치는 도치네 집에서 먼 우주를 바라보면서 꿈에 젖습니다. 거미나라 왕자는 거미나라 왕자대로 100층짜리 집에서 지구별을 비롯해서 수많은 별을 즐겁게 바라보면서 꿈을 키웁니다.



.. 100층짜리 집 꼭대기에서 보는 별은 훨씬 더 아름다웠습니다. “저, 도치야. 우리 친구 할까?” “그래, 좋아! 우리 서로 친구 하자! 다시 별을 보러 와도 되지?” “그럼. 언제든지 놀러 와.” ..  (28쪽)



  지구별이라는 테두리에서 보자면 우리는 모두 이웃입니다. 국경은 덧없습니다. 국적은 부질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이웃이니 전쟁무기나 군대가 있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지구별 테두리에서 우리는 늘 언제 어디에서나 어깨동무를 하면서 놀 만합니다. 서로 아끼고 보살피면서 웃음꽃을 피울 때에 즐겁습니다.


  바로 옆에 이웃이 있는데, 비닐쓰레기를 태우지 않겠지요. 바로 옆에 고단해서 단잠을 이루는 이웃이 있는데, 옆에서 시끄럽게 떠들지 않겠지요. 바로 옆에 사랑스러운 이웃이 있으니, 우리 이웃이랑 오순도순 이룰 아름다운 삶을 생각하겠지요.


  100층짜리 집에서는 모두가 서로 반가우면서 살가운 이웃입니다. 우리 지구별에서도 우리는 서로 반가우면서 사랑스러운 이웃입니다. 시골과 도시도 서로 이웃입니다. 도시와 도시도, 시골과 시골도 모두 이웃입니다. 서로 손을 잡을 수 있기를 바라요. 서로 아끼고 돌보는 따사로운 마음이 될 수 있기를 바라요. 경쟁이나 다툼 따위는 모두 조용히 내려놓고, 함께 웃고 노래할 수 있는 하루가 되기를 바라요. 4347.9.2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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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릇 파릇 가로수를 심어 봐 초록콩알 과학 그림책 4
김순한 글, 정승희 그림, 이경재 감수 / 대교출판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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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35



나무 한 그루는 언제나

― 푸릇파릇 가로수를 심어 봐

 김순한 글

 정승희 그림

 대교북스주니어 펴냄, 2010.3.5.



  아침을 새롭게 맞이하는 사람은 날마다 새롭습니다. 아침을 새롭게 맞이하지 못하는 사람은 언제 어디에서나 새로움이 없습니다. 새롭다고 생각하기에 새로운데, 새롭다고 생각할 수 있을 때에 비로소 하루가 즐겁습니다.


  즐거움은 남이 만들어 주지 않습니다. 즐거움은 늘 내가 스스로 만듭니다. 꽃을 바라보며 즐거운 사람은 바로 나입니다. 스스로 꽃을 바라보지 않으면 꽃빛도 꽃내음도 알 길이 없어요. 밥을 먹으며 배부른 사람은 바로 나예요. 스스로 밥을 지어서 스스로 밥술을 뜰 때에 즐겁고 배부릅니다. 남이 내 밥을 먹어 준다 하더라도 내 배가 부를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내 하루는 내가 스스로 엽니다. 날마다 똑같이 지겨운 일을 한다고 여긴다면 언제나 지겨울 뿐이에요. 그런데, 참말 지겨울 수 있으니, 지겹다면 이 굴레를 씻고 떨쳐서 일어날 수 있어야 합니다. 굴레는 남이 벗겨 주지 않아요. 내가 스스로 벗어야 합니다. 왜나하면, 남이 벗겨 주는 굴레는 언제라도 다시 뒤집어쓰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종살이에서 벗어나야 홀로서요. 남이 종 문서를 찢어 없애더라도 내가 씩씩하게 일어서지 않으면 내 삶은 늘 종살이 그대로입니다.



.. 유치원에 갔다 왔는데 갑자기 시끄러운 거야. 엄마는 혀를 끌끌 차며 말했어. “자동차 소리에 굴착기 소리까지 동네를 아주 흔들어 놓는구나. 진짜 이사를 가든지 해야지, 원……. 아이고 시끄러워!” ..  (5쪽)




  도시에 나무가 없습니다. 아니, 나무가 있기는 있으나 나무다운 나무가 없습니다. 길거리에서 자라는 자동차 배기가스 때문에 끙끙 앓습니다. 도시에서는 자꾸자꾸 재개발을 해대니, 제법 자랐다 싶은 나무라 하더라도 그만 뭉텅뭉텅 잘리고 맙니다. 쉰 해쯤 우람하게 자란 나무를 고이 옮겨심고 나서 재개발을 하는 건축업자는 아직 한국에 없지 싶어요. 다들 돈으로 파헤치고, 돈으로 새 나무를 사다 심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도시는 돈으로 굴러간다고 할 만합니다. 숲과 들을 밀어 도시를 짓잖아요? 그러니 도시에는 숲도 들도 없어요. 풀과 나무가 없습니다. 이렇게 도시를 만들고 나면, 도시사람 스스로 숨이 막혀요. 괴롭지요. 아이를 낳아 보셔요. 아이들도 고달픕니다. 숲이 없는 도시에서 아이들은 숨이 막힙니다. 들이 없는 도시에서 아이들은 놀 데가 없습니다.


  이리하여, 도시에서는 다시 돈을 들여 공원을 짓습니다. 그런데, 공원은 자연스러운 숲이 아닙니다. 풀과 나무가 싱그러이 자라는 숲이 아니라, 그럴듯하게 보이는 조형물입니다. 풀과 나무를 이리저리 자르고 깎고 다듬어서 제 빛을 빼앗습니다.



.. “나무를 심어서 가로수 길을 만들면 어때요? 공기도 맑아지고, 소음도 줄여 준다고 하던데.” ..  (6쪽)




  김순한 님이 글을 쓰고 정승희 님이 그림을 그린 《푸릇파릇 가로수를 심어 봐》(대교복스주니어,2010)를 읽습니다. 이 그림책에서 흐르는 이야기가 참말 있었는지 잘 모르겠는데, 참말 이러한 일이 있었기를 바라요. 아이들 몸을 생각하고 어른들 삶자리를 헤아려, 어른과 아이가 슬기롭게 생각을 지으면서 도시 한복판에 나무를 심어 아름다운 숲길을 가꿀 수 있기를 바라요.


  도시에서 이루는 숲은 누군가 지어 주지 않습니다. 시장님이 지어 줄까요? 아파트 건축업자가 지어 줄까요? 아니에요. 아무도 지어 주지 않습니다. 환경부장관이나 교욱부장관도 숲을 지어 주지 않아요. 모두 돈만 생각할 뿐이에요.


  숲은 바로 우리가 스스로 가꿉니다. 우리가 스스로 나무를 한 그루씩 심으면서 차근차근 숲을 이룹니다. 처음에는 아주 조그마한 어린나무 한 그루일 테지만, 한 해가 지나고 두 해가 흐르면서, 천천히 숲바람이 붑니다. 어느새 나무그늘이 우거집니다.



.. 엄마랑 장을 보러 나왔다가 가로수 그늘 아래서 잠깐 쉬어 가기로 했어. “자동차 소리가 덜 시끄러워요.” “그래, 가로수 잎사귀들이 소움을 빨아들이는 모양이야.” 바람 한 점 불어와 얼굴을 시원하게 해 주고 가네 ..  (25쪽)




  나무가 있어야 집을 짓습니다. 나무가 있어야 불을 땝니다. 나무가 있어야 살림살이를 짓고, 나무가 있어야 푸른 바람을 마십니다. 생각해 보셔요. 나무 한 그루 없는 곳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나무가 없이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나요?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시멘트땅에서 무엇을 얻어 밥을 먹을 수 있나요?


  도시이든 시골이든 숲이 우거질 때에 비로소 삶이 환하게 거듭납니다. 도시와 시골 모두 나무가 곳곳에서 씩씩하게 자랄 때에, 우리 삶터가 아름답습니다. 나무가 없는 곳은 메마릅니다. 나무가 없으니 사람들 마음이 딱딱해지거나 갑갑해집니다.


  나무를 잊을 때에 사랑을 잊고, 나무를 생각할 때에 사랑을 새로 그립니다. 나무를 잃을 때에 삶을 잃고, 나무를 헤아릴 때에 삶을 새로 그립니다.



..우리 동네에 가로수와 작은 숲이 늘어났어. 가로수는 새와 곤충 친구들을 불러들였지. 누구나 가로수 길을 사랑하게 되었어.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바뀌는 아름다운 모습을 도시에서도 느낄 수 있게 되었단다 ..  (31쪽)



  나무 한 그루는 언제나 숲입니다. 나무 한 그루가 있으면, 이 한 그루에서 씨앗을 떨구어 새로운 나무가 자랄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나무 한 그루이지만, 백 해가 지나고 즈믄 해가 지나면 어느새 넓고 깊게 짙푸른 숲으로 거듭납니다.


  한 사람이 언제나 온누리입니다. 한 사람이 아름다운 생각을 마음속에 품어서 지을 적에 이 땅에 아름다운 사랑이 피어납니다. 더 큰 사랑이나 더 작은 사랑은 따로 없습니다. 모든 사랑은 오롯이 사랑입니다. 따스하고 포근하면서 보드랍습니다. 즐거우며 기쁘고 착합니다.


  나무가 자라기에 아이들은 나무를 탑니다. 나무가 춤을 추기에 아이들은 나무 곁에 서서 바람 따라 나무와 함께 춤을 춥니다. 나무가 높이높이 솟기에 아이들은 나무를 우러르면서 나무와 같이 넓고 아늑한 품을 가슴에 담을 수 있습니다. 어른들은 아이와 함께 나무 곁에 서서 하루를 노래하고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4347.9.27.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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