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돼지 웅진 세계그림책 8
헬렌 옥슨버리 글 그림, 김서정 옮김 / 웅진주니어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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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50



어디에서 무엇을 할까

― 행복한 돼지

 헬린 옥슨버리 글·그림

 김서정 옮김

 웅진닷컴 펴냄, 2001.10.25.



  아주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서 삽니다. 도시에서 살 만하기에 도시에서 살 수 있습니다만,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 스스로 ‘도시가 살 만하다’고 느낄는지 아리송합니다. 왜냐하면, 도시에서 온갖 사건과 사고가 끝없이 터질 뿐 아니라, 갖가지 아프거나 슬픈 일이 자꾸자꾸 불거지기 때문입니다. 아주 많은 사람이 모인 도시에서 사람들이 서로 돕거나 아끼는 모습을 보기보다는, 서로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모습을 더 자주 마주하지 싶어요.


  더군다나, 도시에는 깨끗한 물이나 바람이 없습니다. 도시에는 싱그러운 숲이나 들이 없습니다. 도시에는 조용한 이야기나 포근한 볕이 없습니다. 눈부신 달과 별이 도시에 없고, 아름다운 구름과 무지개가 도시에 없어요.


  풀벌레 노랫소리나 개구리 노래잔치가 도시에 없습니다. 나비춤이나 잠자리춤이 도시에 없습니다. 제비 날갯짓이나 박쥐 밤노래가 도시에 없어요. 그야말로 도시에는 기계문명과 물질문명만 가득합니다.



.. 뒹굴뒹굴 서늘한 진흙탕도 있고, 예쁜 꽃 가득한 들판도 있고, 꾸벅꾸벅 낮잠 잘 잔디밭에다, 수군수군 얘깃거리 넘쳐나는데 ..  (5쪽)





  도시에는 대통령이 있습니다. 도시에는 국회의원이 많습니다. 도시에는 똑똑하다는 사람이 잔뜩 있습니다. 출판사와 책방과 극장과 갖가지 쇼핑센터가 도시에 줄줄이 있습니다. 도시에는 의사와 변호사가 많고, 도시에는 공무원도 교사도 교수도 많아요. 도시에는 인문학이 있으며, 도시에는 문화강좌와 대학교가 많습니다.


  그런데, 도시가 크면 클수록 군대도 큽니다. 도시가 크면 클수록 경찰이 늘어납니다. 도시가 크면 클수록 공장과 발전소가 커지고, 도시가 크면 클수록 고속도로와 시외버스가 늘어요.


  무슨 일을 해야 하기에 도시에는 이토록 많은 사람이 몰려야 할까요. 무슨 일이 보람이 있기에 도시에는 이다지 많은 사람이 북적거려야 할까요. 사람이 많으니 돈이 될 일도 많은 셈인가요. 돈이 될 일이 많으면 ‘살아가는 즐거움’이 큰가요. 돈이 될 만한 일을 붙잡아 사랑이나 꿈을 한껏 키울 수 있는가요.




.. 나가라고 소리치던 은행장은 상자를 보자 약삭빠른 여우처럼 눈을 반짝였어요. 브릭스가 진귀한 보물이 든 상자를 열자 은행장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죠 ..  (13쪽)

.


  헬린 옥슨버리 님이 빚은 그림책 《행복한 돼지》(웅진닷컴,2001)를 읽습니다. 이 그림책에는 돼지 두 마리가 나옵니다. 시골자락에서 숲을 누리면서 노니는 돼지인데, 이 돼지 두 마리는 시골살이가 아늑한 줄 알면서도 즐겁다고는 여기지 않습니다. 시골살이가 홀가분한 줄 알면서도 재미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시골 돼지 두 마리는 시골살이를 썩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루 빨리 도시로 떠나고 싶습니다.


  돼지 두 마리는 도시에 가고 싶지만, 도시로 가려면 있어야 할 돈이 없습니다. 돈이 없으니 손가락을 쪽쪽 빨면서 ‘어떻게 하면 돈이 생길까’ 하는 꿈을 꿉니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을 보면서도 돈 생각이요, 푸른 들과 싱그러운 바람을 쐬면서도 돈 노래입니다.


  오직 돈과 도시만 바라던 돼지 두 마리한테 어느 날 돈이 찾아옵니다. 참말 돼지 두 마리는 어마어마하다 싶을 큰 돈을 손에 쥡니다. 이제 뜻대로 도시에서 살 수 있겠구나 여기면서 시골을 박차고 떠납니다. 이제부터 멋진 도시살이가 펼쳐지리라 여기면서 잔뜩 멋을 부리고 값비싼 옷과 자동차와 집과 기계문명을 장만합니다.




.. 브릭스가 문을 열어 보니, 세상에, 이게 웬일! 새 요리 도구들도 덩달아 말썽인 거예요. 베르타는 훌쩍훌쩍, “정말 끔찍한 날이에요! 하루 종일 일하느라 놀 틈이 없었어요!” ..  (26∼27쪽)



  어린이와 함께 읽는 그림책 《행복한 돼지》는 어떻게 끝날까요? 시골을 떠나 도시에서 신나게 살아가는 돼지 이야기로 마무리를 지을까요? 시골을 떠나 도시로 간 ‘부자 돼지’가 다시 시골을 그리면서 도시를 박차고 떠나는 이야기로 마무리를 지을까요?


  아이들한테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즐거울까 궁금합니다. 아이들은 어떤 이야기를 들으면서 꿈과 사랑을 키울 만할까 궁금합니다.


  돈을 많이 벌도록 이끌면 아이들이 즐거울까요. 이름을 널리 떨치도록 가르치면 아이들이 아름다울까요. 권력을 거머쥐도록 부추기면 아이들이 사랑스러울까요.


  그림책 《행복한 돼지》를 장만해서 아이한테 읽힐 어버이는 아마 거의 모두 도시에서 살아가리라 봅니다. 시골에서 살며 이 그림책을 장만해서 아이한테 읽힐 어버이는 거의 없으리라 봅니다. 이 그림책을 읽은 아이들은 무엇을 느낄까요? 도시에서 태어나 자라는 도시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시골살이’와 ‘도시살이’가 무엇이라고 느낄까요? 시골을 겪은 일이 없고, 시골을 제대로 본 일이 없으며, 도시에서도 학교와 학원과 집 울타리에 갇힌 채 시험공부만 하는 도시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어떤 마음밥으로 삼을 만할까요? 우리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 사람이며, 아이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 사람으로 자랄까요? 4347.10.2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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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와 염소 새끼 우리시 그림책 15
권정생 시, 김병하 그림 / 창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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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49



사랑과 평화는 놀이터에서

― 강아지와 염소 새끼

 권정생 글

 김병하 그림

 창비 펴냄, 2014.9.26.



  우리 집에 셋째 아이가 찾아오겠구나 싶어,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한테는 곧 새로운 놀이동무요 짝꿍이 생기겠다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셋째 아이는 달을 채우지 않습니다. 두 달 만에 다른 곳으로 떠납니다.


  핏덩어리를 무화과나무 곁에 묻은 뒤 이틀째 되던 날, 두 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면소재지로 마실을 가서 작은 케익을 하나 장만합니다. 네 살 둘째 아이는 자전거수레에서 새근새근 잠듭니다. 일곱 살 첫째 아이는 샛자전거에서 씩씩하게 집으로 돌아옵니다.


  집에 닿아 둘째 아이는 잠자리에 누여 낮잠을 재우고, 첫째 아이한테는 이른 저녁밥을 차려서 먹입니다. 그러고 나서 나는 몸을 씻습니다. 이윽고 첫째 아이는 밥그릇을 싹싹 비우는데, 이즈음 둘째 아이가 잠에서 깹니다. 둘째 아이한테도 밥을 차려 줍니다. 둘째 아이가 마지막 숟가락을 비운 모습을 보고는 케익을 꺼냅니다. 초를 하나만 세웁니다. 첫째 아이가 묻습니다. “누구 생일이야?” 누구 생일일까? 하나만 세운 촛불을 잘 바라보렴. 그러면, 우리 곁에 왔다가 살그마니 떠난 셋째 아이, 너희 동생이 보일 테니까.




.. “염소야 염소야 나랑 노자야.” ..  (2쪽)



  이튿날 아침, 미역국을 끓이고 밥을 차립니다. 핏기저귀를 빨고, 아이들 옷가지와 곁님 옷가지를 빨래합니다. 늦가을을 앞두고 햇볕이 따사로운 전남 고흥입니다. 다른 고장은 어떤 날씨일까요. 겨울이 곧 찾아올 듯한 매서운 추위일까요. 이곳 고흥 시골자락은 나락이 한결 굵고 야무지게 여물라는 햇볕이 따사로이 내리쬡니다.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는 서로 사이좋게 놀다가 툭탁거리다가 사이좋게 놀고는 또 툭탁거립니다. 첫째 아이가 마당으로 내려가서 똥을 눕니다. 둘째 아이는 누나가 똥을 누는 모습을 보더니 저도 똥을 누고 싶습니다. 첫째 아이 밑을 씻기고 오줌그릇을 비우니, 이내 둘째 아이도 오줌그릇에 앉아서 똥을 눕니다.


  아침을 배불리 먹고, 수박까지 먹은 두 아이는 시원스레 똥을 누었으니 뱃속이 개운하겠지요. 배가 부르면서 개운한 두 아이는 이제 다툼 없이 사이좋게 놉니다.





.. 살짝꽁 꾀보쟁이 강아지 날름 비키지 ..  (13쪽)



  그림책 《강아지와 염소 새끼》(창비,2014)를 읽습니다. 권정생 님이 쓴 시에 김병하 님이 그림을 그립니다. 권정생 님이 ‘가녀리며 착한 두 아이’, 강아지와 새끼 염소를 빌어 사이좋게 노는 삶을 동시로 그렸습니다. 이러한 동시를 김병하 님이 포근한 붓끝으로 살가이 이야기잔치를 벌입니다.



.. “엄마야! 강아진 귀를 오므리고 깨갱 깽 달아났다. 염소 새끼도 눈이 뗑굴 하늘을 쳐다봤다 ..  (32∼33쪽)





  정치와 사회와 문화가 다른 남녘과 북녘이지만, 두 나라는 한겨레이면서 이웃이요 동무입니다. 서로 군인이 총칼과 탱크와 미사일을 겨누며 맞서지만, 총칼을 손에 쥐어야 하는 젊은 사내는 모두 착한 아이들입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아름다운 손길로 서로 아끼고 사랑한 씨앗으로 태어난 착한 아이들입니다.


  한국과 일본도, 한국과 중국도, 한국과 러시아도, 한국과 미국도, 서로 아름다운 이웃이면서 동무입니다. 우리는 모두 지구별 이웃이면서 한집 살붙이입니다. 다투어야 할 일이 없고, 싸워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전쟁무기나 핵무기를 만들어서 ‘거짓스러운 평화’를 내세울 일이 없습니다. 전쟁무기나 핵무기를 만드느라 돈과 품을 들이지 말고, 푸르게 숲을 가꾸면서 아름답게 마을을 돌볼 노릇입니다.


  학교를 더 크게 세워야 하지 않습니다. 도시에서 온갖 공공기관이나 건물을 자꾸 올려야 하지 않습니다. 서로 이웃이 되면 넉넉합니다. 서로 동무로 지내면 즐겁습니다.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사이가 되면 노래가 피어납니다.


  대통령도 여느 마을사람이고, 시장과 군수도 여느 마을사람일 때에 정치가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교사가 이웃 아재요, 학교란 곳은 마을 놀이터이면서 쉼터이고 책터이자 만남터이고 이야기터일 때에 문화와 교육이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사랑과 평화는 하나입니다. 아이들이 즐겁게 노는 곳에서 사랑이 싹틉니다. 아이들이 개구지게 뛰놀 수 있는 곳에서 평화가 자랍니다. 바로 오늘 이곳에서 우리 모두 어깨동무를 하면서 웃고 노래할 수 있기를 바라요. 강아지와 새끼 염소처럼, 남녘과 북녘이 하나되는 동무로 활짝 웃으면서, 아이와 어른이 서로 돌보고 아끼면서, 노래잔치 꽃잔치 이야기잔치 함께 누리기를 바라요. 4347.10.2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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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도서관 국민서관 그림동화 161
가즈노 고하라 글.그림, 이수란 옮김 / 국민서관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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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48



도서관은 서로 즐겁게 노는 곳

― 한밤의 도서관

 가즈노 고하라 글·그림

 이수란 옮김

 국민서관 펴냄, 2014.8.26.



  도서관은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도서관은 즐겁게 노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책을 읽으면서 즐겁게 놀고, 누군가는 책으로 가득한 곳에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즐겁게 노는 곳이 도서관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누군가는 도서관 건물 둘레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어요.


  도서관은 책만 있는 곳이 아니라, 도서관으로 세운 곳으로 들어서는 길이 숲으로 우거지는 데여야지 싶습니다. 모든 책은 숲에서 온 줄 깨닫고, 도서관은 책만 있는 데가 아닌, 책이 태어나도록 이끈 나무와 풀이 함께 어우러진 곳으로 가꾸어야지 싶어요.



.. 도서관에는 꼬마 사서와 세 마리의 올빼미들이 함께 일하고 있었지요 ..  (4쪽)




  한국 사회에서 도서관은 ‘시험공부를 하는 곳’이거나 ‘책을 읽는 곳’이거나 ‘자료를 찾는 곳’에서 그칩니다. ‘즐겁게 노는 곳’이 되는 도서관은 아예 없거나 거의 없습니다. 뛰거나 달릴 수 있는 도서관이 없어요.


  아이들은 왜 뛰거나 달리고 싶을까요? 아이들은 뛰거나 달리면서 놀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하루 내내 뛰거나 달리면서 놀아도 새롭게 힘이 솟기 때문입니다.


  이 아이들을 다그쳐서 입을 다물거나 얌전히 있으라 할 수 없어요. 아이들은 신나게 뛰놀고 나서 땀을 식힐 적에 비로소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개구지게 뛰놀고 나서 다리를 쉴 적에 비로소 책을 손에 쥘 만합니다.



.. “읽고 있는 책이 너무 슬퍼요. 그래서 더 이상 읽을 수가 없어요.” 늑대 소녀가 울먹거리며 말했어요. “울지 마세요.” 꼬마 사서는 늑대 소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방으로 갔어요 ..  (15쪽)





  가즈노 고하라 님이 빚은 그림책 《한밤의 도서관》(국민서관,2014)을 읽습니다. 이 그림책은 어린이가 혼자서 꾸리는 ‘한밤 도서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밤 열 시부터 이튿날 새벽 다섯 시까지 문을 여는 도서관이라고 해요.


  아이는 밤 열 시부터 새벽 다섯 시까지 잠을 안 자면서 도서관지기를 할 수 있을까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신나게 뛰놀 아이가 밤에 잠을 안 자면서 도서관을 열 수 있을까요?


  그러나, 그림책에 나오는 어린이는 아주 맑은 얼굴과 몸짓으로 도서관을 꾸립니다. 책을 가지런히 놓고, 도서관 손님을 받습니다. ‘한밤 도서관’으로 찾아오는 손님은 모두 숲동무입니다. 숲에서 지내는 수많은 이웃들이 도서관으로 찾아옵니다.


  ‘한밤 도서관’에서는 모두 이웃이요 동무이자 손님입니다. 여우도 거북도 똑같은 이웃이요 동무입니다. 다람쥐와 올빼미도 서로 이웃이고 동무이면서 손님이에요.


  아이는 꿈나라에서 ‘도서관지기’가 되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는 참말 스스로 도서관을 꾸려서 밤에 살그마니 문을 열 수 있습니다. 아이가 한밤 도서관을 꾸리는 줄 아이 어머니나 아버지는 모를 수 있어요. 마을사람도 이웃집도 모를 수 있습니다.


  아이는 숲동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주고받습니다. 아이가 들려주는 말을 숲동무가 알아듣습니다. 숲동무가 들려주는 말을 아이가 알아듣습니다. 아이는 밤새 숲동무한테 책을 빌려 주다가, 도서관 문을 닫을 새벽 다섯 시 즈음에는 도서관지기 노릇을 함께 맡은 올빼미를 옆에 앉히고는 그림책을 읽어 줍니다. 올빼미 세 마리는 도서관지기 어린이가 읽는 그림책을 가만히 들으면서 콜콜 잠듭니다.




.. 바로 올빼미들이 잠들기 전에 꼬마 사서가 읽어 주는 재미난 동화책이지요 ..  (25쪽)



  도서관은 즐겁게 노는 곳입니다. 도서관은 서로 즐겁게 놀면서 꿈을 키우는 곳입니다. 마음으로 놀고, 사랑으로 놉니다. 빙그레 웃으면서 놀고, 함께 노래를 부르면서 놉니다.


  도서관에서는 입을 다물어야 할까요? 아니에요. 도서관에서는 마음을 열면서 책을 만나면 됩니다. 도서관에서는 다소곳하게 걸어다녀야 할까요? 아니에요. 도서관에서는 씩씩하게 걷고 어깨를 활짝 펴고는 우리 마음밭에 심을 씨앗이 될 어여쁜 이야기를 찾아서 읽으면 됩니다. 4347.10.2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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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 되풀이해선 안 될 비극, 그림으로 보는 히로시마 이야기
나스 마사모토 지음, 니시무라 시게오 그림, 이용성 옮김 / 사계절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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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아이와 어른 모두한테 '과학 지식'만 알려주는 노릇을 할 수 없다고 느낀다. 그래서, 사계절 출판사에서 10년 전에 한국말로 옮긴 이 그림책에는 '별 1점'을 준다.


..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47



침략·학살·성노예·수탈·왜곡

― 히로시마, 되풀이해선 안 될 비극

 나스 마사모토 글

 니시무라 시게오 그림

 이용성 옮김

 사계절 펴냄, 2004.4.9.



  전쟁이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땅을 넓히려는 싸움이 전쟁일까요? 못마땅하거나 괘씸한 이웃나라를 짓밟거나 짓이겨서 물리치는 싸움이 전쟁일까요? 바보스럽거나 엉뚱한 정치를 일삼는 옆나라를 무너뜨려서 꼭둑각시 우두머리를 세우려는 싸움이 전쟁일까요?


  모두 아닙니다. 전쟁은 그저 침략입니다. 전쟁은 그저 쳐들어가는 짓입니다. 전쟁은 그저 학살입니다. 전쟁은 그저 죽이고 다시 죽이며 또 죽이는 짓입니다. 전쟁은 그저 성노예입니다. 전쟁은 그저 여자를 괴롭히고 노리개로 삼는 짓입니다. 전쟁은 그저 수탈입니다. 전쟁은 그저 이웃나라 자원과 사람을 가로채거나 종으로 삼아 마구 부리는 짓입니다. 전쟁은 그저 왜곡입니다. 전쟁은 그저 역사를 뒤틀고 사회와 문화를 뒤틀면서 사람들 마음을 온통 비꼬거나 일그러뜨리는 짓입니다.



.. 1800년대 후반 무렵, 히로시마는 상업과 교육, 정치의 중심 도시가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군사 기지로도 개발되었지요. 그리하여 1941년, 히로시마의 인구는 약 41만에 이르렀습니다 … 1894년부터 1895년까지 청나라와 전쟁을 하여 타이완을 식민지로 만들었습니다. 1904년부터 1905년까지는 러일전쟁을 일으켰고, 그 결과 조선을 식민지로 삼았습니다. 또 1931년에는 중국 동북 지역을 점령하고 ‘만주국’이라는 꼭두각시 정권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1937년, 마침내 중국과 전면전을 시작했습니다. 중국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중국 민중들은 일본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거세게 저항했습니다. 어디를 가든 일본 군대는 힘겨운 싸움을 벌였습니다 ..  (4∼5, 6쪽)





  일본은 아시아 여러 나라로 쳐들어갔습니다. 일본은 아시아 여러 나라를 짓밟았습니다. 일본은 아시아 여러 나라 여자를 ‘성 노리개(성노예)’로 삼았습니다. 일본은 아시아 여러 나라 자원을 마구 빼앗고 짓밟았을 뿐 아니라, 아시아 여러 나라 사람들을 종처럼 부렸습니다. 일본은 아시아 여러 나라 역사와 정치와 문화를 깡그리 짓밟으면서 뒤틀었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미국이 떨어뜨린 원자폭탄 두 발을 맞고 흰 깃발을 들었어요. 미국이 원자폭탄을 떨어뜨리기 앞서까지는 싸우고 죽이고 또 싸우다가 다시 죽는 짓만 되풀이했습니다. 이동안 ‘식민지 나라 사람들’은 군인으로 끌려가거나 성노예가 되거나 시골에서 거둔 곡식을 모조리 일본 군대에 빼앗기면서 괴로웠어요.


  대만이든 한국이든 아시아 어느 나라이든, 제 나라 고향에 있어도 괴롭습니다. 애써 거둔 곡식을 몽땅 빼앗으니까요. 친일부역자가 제 나라 고향에서 벌이는 짓으로도 괴롭습니다. 그렇다고 일본으로 가거나 다른 나라로 간들 수월하지 않습니다. 일본으로 끌려가든 일본에 먹고살려는 뜻으로 건너가든 온갖 따돌림과 푸대접과 해코지에 시달리면서 고단합니다.



.. 전쟁 전의 히로시마를 아는 사람들은 누구나 이곳이 아름다운 도시였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친절하고 태평스러웠지요 … 이 선언은 일본에게 당장 아무런 조건 없이 항복하고 왕실 호위 부대의 무장을 해제하며, 점령지에서 물러나고 민주주의 정치 제도를 도입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여기에는 또 일본이 항복하지 않을 경우, 얄타 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소련이 일본에 대해 전쟁을 선포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항복할 경우 일왕의 지위가 낮아질 것을 우려하여 이 요구를 무시했습니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끝까지 싸울 것을 명령했습니다 ..  (8, 20쪽)






  일본은 이녁이 저지른 전쟁을 놓고 이웃나라한테 제대로 고개를 숙이면서 뉘우치거나 배상을 한 적이 없습니다. 일본은 정치나 사회나 문화나 교육이나 역사 어느 대목에서도 이웃나라한테 참답게 고개를 숙이면서 뉘우치거나 잘못을 바로잡으려고 애쓴 적이 없습니다.


  뜻있고 생각있는 착한 ‘여느 수수한 일본사람’만 제대로 고개를 숙이면서 뉘우칩니다. 일본 정부뿐 아니라, 일본 지식인도 ‘스스로 흐트린 실타래’를 제대로 풀거나 맺으면서 아름답거나 슬기로운 길을 걸으려고 좀처럼 마음을 쏟지 않아요.


  이런 흐름이 그대로 이어지던 어느 날, 그림책 《히로시마, 되풀이해선 안 될 비극》(사계절 펴냄,2004)이 나옵니다. 일본에서는 1995년에 처음 나오고, 한국에서는 2004년에 나옵니다. 나스 마사모토 님이 글을 쓰고, 니시무라 시게오 님이 그림을 그렸다고 하는데, 이 그림책은 한국에서 ‘과학기술부 인증 우수과학도서 2004’로 뽑히기도 합니다.


  그림책 《히로시마, 되풀이해선 안 될 비극》은 ‘원자폭탄이란 무엇인가?’를 다룹니다. ‘히로시마에서 일어난 슬픔’은 이야기를 푸는 끈일 뿐 알맹이가 아닙니다. 이 그림책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일을 발판으로 삼아’서, 원자폭탄을 누가 어떻게 만들었고, 원자폭탄은 힘이 얼마나 세며, 원자폭탄을 떨어뜨리기까지 어떤 나라 어떤 사람들이 어떤 모임을 해서 어떤 말을 나눈 뒤 어디에 어떻게 떨어뜨리자 했는가를 차근차근 무척 꼼꼼하게 그림을 곁들여서 보여줍니다. 과학 자료를 바탕으로 ‘원자폭탄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전쟁무기인가?’를 밝히는 만큼, 한국 정부에서 이 그림책 ‘우수과학도서’로 뽑을 만합니다.





.. 1945년 8월 6일 아침에 히로시마에는 대략 35만 명쯤이 있었던 것으로 짐작됩니다. 하지만 폭격 뒤에 많은 사람들이 바깥에서 히로시마로 들어왔기 때문에 방사능에 오염된 사람들의 수는 이보다 훨씬 많습니다 … 히로시마 밖의 많은 사람들도 검은 비를 맞고 방사능 낙진에 오염되었습니다. 이렇게 피해를 입은 외부 사람들은 10만 명에 이르렀습니다 ..  (48쪽)



  그림책 《히로시마, 되풀이해선 안 될 비극》을 펼치면 과학 자료를 넉넉히 살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과학 자료를 넉넉히 살필 수 있는 만큼, 역사 자료는 좀처럼 살필 수 없고, 일본이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같은 자료도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어디를 가든 일본 군대는 힘겨운 싸움을 벌였습니다(6쪽)”라든지 “일본은 항복할 경우 일왕의 지위가 낮아질 것을 우려하여 이 요구를 무시했습니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끝까지 싸울 것을 명령했습니다(20쪽)”와 같은 이야기만 자꾸 나옵니다.


  일본은 전쟁을 일으켜서 무슨 짓을 저질렀을까요? 아쉽지만, 이 그림책을 보아서는 알 수 없습니다. 게다가 일본은 왜 전쟁을 일으키려 했을까요? 안타깝지만, 이 그림책을 보아서는 알 수 없습니다. 한국과 중국과 아시아와 미국은 왜 ‘일본에 맞서 싸우려’ 했을까요? 슬프지만, 이 그림책을 보아서는 알 수 없습니다.


  일본이 전쟁을 일으킨 까닭뿐 아니라, 전쟁을 일으켜서 이웃나라를 식민지로 삼아서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같은 이야기는 하나도 안 건드리는 《히로시마, 되풀이해선 안 될 비극》입니다. 이 그림책은 ‘일본은 원자폭탄을 맞은 지구에 딱 하나 있는 나라’라고 하는 말만 자꾸 되풀이합니다. 일본이 맞은 원자폭탄은 아주 무시무시하며, 이 무시무시한 피해가 오늘날까지 이어진다는 말만 끝없이 되풀이합니다.  






.. 히로시마는 인구 백만이 넘는 거대한 도시로 거듭났습니다. 하지만 도시가 아무리 변해도, 언젠가 이 도시의 하늘에서 원자폭탄이 터졌다는 사실은 달라질 수 없습니다. 이 엄연한 사실은, 모든 원폭 피해자들이 세상을 떠난 뒤라 해도,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  (64∼65쪽)



  일본 히로시마가 ‘전쟁이 터지기 앞서는 아주 평화로운 고장이었고 사람들도 착했다(8쪽)’고 합니다. 그러나, 일본 히로시마뿐 아니라, 일본 곳곳에서는 한국 징용자나 이민자를 아주 그악스럽게 깔보거나 짓밟았습니다. 중국 징용자나 이민자도 아주 끔찍하게 깔보거나 짓밟은 일본입니다. 더욱이, 한국과 여러 아시아 나라 여자를 성노예로 함부로 부렸고, 생체실험을 했으며, 끔찍한 학살과 수탈을 일삼았습니다.


  일본은 ‘원자폭탄을 맞은 피해자’입니다. 그렇지만, 일본은 ‘전쟁을 일으키고 여러 나라를 식민지로 삼으면서 짓밟은 가해자’입니다. 원자폭탄을 맞은 일을 안타까이 여기지 말자는 뜻이 아니라, 일본이 원자폭탄을 맞기까지 어떤 짓을 했는지 제대로 바라보고 돌아보면서 뉘우칠 수 있어야, 이 그림책이 비로소 빛이 나리라 생각합니다.


  한편, 일본은 ‘원폭피해자 치료와 보상’에서 ‘일본사람’만 치료하거나 보상을 할 뿐, ‘식민지 조선’에서 원폭피해를 받은 사람을 안 치료하거나 보상을 안 했습니다. 이 그림책은 이 대목도 안 건드립니다.


  ‘과학 지식 그림책’ 한 권을 놓고서 ‘역사와 삶과 사회를 제대로 바라보도록’ 바라기는 어려울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과학 지식만 바라보면서 삶과 사회와 역사를 모두 등돌린다면, 우리 아이들은 무엇을 얻거나 배울까요? 이 그림책은 한국 어린이한테뿐 아니라 일본 어린이한테도 ‘메마르거나 차가운 과학 지식’만 보여주는구나 싶습니다. 한국 어린이뿐 아니라 일본 어린이도 제 나라 역사를 제대로 바라보면서 알아야 합니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땅따먹기’를 하듯이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이웃나라를 짓밟거나 괴롭히려고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군국주의와 제국주의가 얼마나 무서운가 하는 이야기를 이 그림책은 조금도 안 건드립니다. 군국주의와 제국주의가 낳은 전쟁이요 원자폭탄일 텐데, 가장 고갱이가 될 대목은 통째로 빠뜨린 채 ‘원자폭탄 과학 지식’만 길게 늘어뜨리는 이러한 그림책을 왜 한국에서 애써 번역해야 했는지 좀 아리송하기도 합니다.


  이 그림책이 지구평화로 나아가는 길에 밑거름이 될 수 있을까요? 이 ‘과학 지식 그림책’이 지구평화와 세계평화를 보살피는 길에 밑돌이 될 수 있을까요? 일본 스스로 아무것도 뉘우치지 않고 돌아보지 못하면서, ‘피해자 주장’만 하는 이 그림책은 한국과 일본 두 나라한테 어떤 징검다리가 될는지, 도무지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4347.10.2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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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뿔소 한 마리 싸게 사세요! 생각하는 숲 5
셸 실버스타인 지음,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45



생각하며 자라는 어린이

― 코뿔소 한 마리 싸게 사세요

 쉘 실버스타인 글·그림

 지혜연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2001.1.30.



  아이들은 언제나 무엇이든 스스로 지으면서 놉니다. 어떤 아이라도 마음으로 온갖 이야기를 스스로 지으면서 놉니다. 아무것도 짓지 못하는 아이가 있다면, 이 아이는 어버이한테 무엇인가 얽매였거나, 집 둘레에서 이 아이를 억누르는 무엇이 있다는 뜻입니다.


  아이는 나뭇가지 하나로 무엇이든 짓습니다. 아이는 손가락 하나를 놀리면서 무엇이든 짓습니다. 아이는 말 한 마디로 무엇이든 짓습니다.


  그러니까,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른이라면 아이들이 생각힘을 키우도록 북돋울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를 보살피거나 가르치려는 어른이라면 아이들이 씩씩하게 생각하고 사랑하도록 이끌 수 있어야 합니다.



.. 코뿔소 한 마리 싸게 사지 않을래요? 싸게 파는 코뿔소가 한 마리 있어요. 팔랑이는 두 귀에 엉금엉금 걷는 네 발, 반갑다고 살랑대는 꼬리가 그만이에요 ..  (3쪽)





  생각하지 못하는 아이는 슬픕니다. 생각이 막힌 아이는 괴롭습니다. 생각을 열지 못하는 아이는 고단합니다.


  장난감을 많이 갖추어야 잘 놀지 않습니다. 즐거워야 잘 놉니다. 여러 학원을 뛰어야 잘 놀지 않습니다. 홀가분해야 잘 놉니다. 학교를 다녀야 동무를 사귀면서 잘 놀지 않습니다. 어버이부터 아이한테 사랑을 물려주어야 잘 놉니다.


  너무 많은 어른들은 아이한테 ‘사회를 알려준다’면서 학교에 넣습니다. 이는 참 잘못된 짓입니다. 우리가 있는 곳은 어느 곳이든 사회입니다. 도시이기에 사회가 아니고, 학교이기에 사회가 아닙니다. 우리가 사는 집은 어디나 사회입니다. 시골도 사회요 조그마한 마을도 사회입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사회에 있으니, ‘사회 때문에’ 아이를 학교에 넣는다고 여긴다면 큰 잘못입니다.



..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엄마가 때리려고 하면 코뿔소가 말려 줄 수도 있답니다 ..  (28쪽)





  아이를 학교에 넣을 생각이라면, 아이가 무엇을 배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학교는 배우러 가는 곳입니다. 사회를 겪으려고 가는 곳이 아닙니다. 어버이도 교사도 생각을 잘못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에서 괴롭습니다. 왜냐하면, 학교에 온 아이들은 서로 아끼고 사랑하면서 즐겁게 노는 하루를 누려야 합니다. 즐겁게 놀면서 스스로 생각을 지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학교는 무슨 짓을 하는가요? 우리 사회에서 학교는 입시지옥과 시험공부 아니고는 아무것도 안 합니다. 학교에서 사랑을 가르치는 일이 없고, 학교에서 사랑을 나누거나 보여주는 일도 없습니다. 교사 가운데 학교에서 아이한테 참사랑을 들려주거나 알려주거나 보여주는 사람은 몇이나 있는지요? 교과서 수업이 아닌 사랑나눔을 헤아리는 어른은 몇이나 있는지요?



.. 고함을 쳐도 가만히 있어요. 아마 모두들 코뿔소에게 홀딱 반할 거예요 ..  (52∼54쪽)



  쉘 실버스타인 님이 빚은 그림책 《코뿔소 한 마리 싸게 사세요》(시공주니어,2001)를 읽습니다. 코뿔소를 왜 사야 하는지, 또는 왜 싸게 사야 하는지 알 턱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냥 코뿔소이고 그냥 싸게 살 뿐입니다. 왜 그러느냐 하면, 그예 놀이이기 때문입니다. 놀이요 삶이며 웃음이고 노래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놀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저를 낳은 어버이를 비롯해서 둘레 어른들이 함께 놀기를 바랍니다. 돈벌이에 그만 매이고, 텔레비전은 제발 끄고, 책은 좀 덮고, 자가용에서는 부디 내려서, 아이들과 손을 맞잡고 춤을 추면서 놀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코뿔소를 싸게 사라고 살며시 말을 겁니다. 어른들은 그저 ‘돈으로 뭔가를 사’려는 생각뿐이고, 게다가 ‘돈도 많으면서 더 싸게 사’려는 마음뿐이니까요.


  이제, 모든 실마리를 풉니다. 어른들은 아이처럼 돈을 벌어서 쓸 노릇입니다. 어른들은 아이처럼 생각을 짓고 삶을 가꿀 노릇입니다. 어른들은 아이처럼 놀이하듯이 일을 할 노릇입니다.


  손을 뻗어서 나무를 쓰다듬어요. 손을 내밀어 풀잎을 어루만져요. 그리고, 이 손으로 아이들 볼을 살살 문지르다가 까르르 웃고 달려요. 4347.10.1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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