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집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이달의 책 상수리 그림책방 5
김선진 글.그림 / 상수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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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05


《나의 작은 집》

 김선진

 상수리

 2016.8.17.



  2011년부터 고흥에서 살며 순천으로 책집마실을 다닙니다. 2017년 봄무렵까지는 순천에서 갈 만한 책집은 헌책집 〈형설서점〉 하나였습니다. 바야흐로 2017년에 순천에 마을책집이 하나둘 들어섰어요. 〈책방 심다〉에 〈도그책방〉에 〈골목책방 서성이다〉가 있는데, 이 가운데 〈도그책방〉을 맨 나중으로 찾아갔습니다. 이제 시골사람이 되노라니 도시에서 시내버스 타기가 만만하지 않더군요. 순천 ‘그림책 도서관’ 곁을 엉금엉금 헤매며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조그마한 책집이 참 아늑했습니다. 이곳을 찾아오는 분들도 널따란 책집이 아닌 시골집 바깥마루나 작은 칸살 같은 자리를 포근히 누리겠구나 생각합니다. 《나의 작은 집》은 커다란 집이 아닌 자그만 집이 하루하루 흐르며 어떻게 달라지고, 마을살림은 또 어떻게 바뀌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어제 젊던 분이 오늘 늙고, 오늘 아기였던 넋이 모레 어른으로 우뚝 서요. 어제는 이러한 보금자리였으면 오늘은 이러한 가게이며 모레에는 다시금 새삼스레 옷을 갈아입지요. 한 사람이 눕는 자리는 넓어야 하지 않아요. 숲이며 숲정이가 드넓고 하늘이며 들이며 바다가 넓을 노릇이에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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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이들 사계절 그림책
조혜란 지음 / 사계절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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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06


《빨강이들》

 조혜란

 사계절

 2019.11.17.



  빨강옷을 즐기는 할머니가 많습니다. 빨강옷을 즐기는 아이도 많아요. 가만 보면 할머니나 아이 모두 빨강이건 노랑이건 풀빛이건 하양이건 까망이건 모두 좋아합니다. 싫어하거나 꺼릴 만한 빛깔은 없달까요. 그런데 학교에서 맞추는 옷을 보면 하나같이 틀에 박혀요. 왜 노란 학교옷은 찾아보기 어려울까요? 빨갛거나 푸르거나 파란 빛깔이 눈부신 학교옷을 맞추어도 아름답지 않을까요? 무엇보다도 학교옷을 따로 두기보다 모든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갖은 빛깔로 무지개가 되도록 이끌 적에 아름답겠지요. 《빨강이들》에 나오는 할머니는 ‘빨강순이’입니다. 할아버지 가운데 빨강돌이가 되는 분은 드문데요, 할아버지도 빨강돌이에 노랑돌이에 하양돌이가 된다면 우리 삶터가 사뭇 달라질 만하지 싶습니다. 대통령이나 시장·군수라든지, 여느 교사도 칙칙한 옷이 아닌 눈부신 옷을 걸치면 확 달라지겠지요. 에어컨은 끄고 창문을 활짝 열고서 노란 반바지에 민소매 차림으로 일하는 대통령이나 교사나 시장이 나올 수 있으면 얼마나 산뜻할까요. 가을빛을 옷에 담고, 가을내음을 마음에 담습니다. 겨울에 한결 붉은 찔레알처럼 그림책 빛결도 해사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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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베가 박물관을 만들었어요! 모두가 친구 27
오실드 칸스터드 욘센 글.그림, 황덕령 옮김 / 고래이야기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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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02


《쿠베가 박물관을 만들었어요!》

 오실드 칸스터드 욘센

 황덕령 옮김

 고래이야기

 2014.7.12.



  열세 살로 접어든 큰아이는 이제부터 수첩을 손수 엮겠다고 밝힙니다. 가게에서 사다가 쓰는 수첩보다는 손수 종이를 오리고 실로 꿰매는 수첩이 좋다고 말해요. 아무렴 손수 빚는 살림보다 즐겁거나 아름다운 길이 어디 있겠습니까. 큰아이 수첩은 며칠마다 새로 태어납니다. 쓸거리랑 그릴거리가 넘치니 어느새 큰아이 수첩은 빼곡하게 찹니다. 큰아이 수첩을 건사할 칸을 따로 마련해야겠구나 싶어요. 《쿠베가 박물관을 만들었어요!》는 쿠베란 아이가 좋아하는 여러 살림으로 ‘우리 집 박물관’을 꾸민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름이 어려운 ‘박물관’인데요, ‘박물’이란 “온갖 살림”을 뜻합니다. ‘관’은 “집”을 가리키지요. “온갖 살림을 모은 집”이 ‘박물관’인 셈입니다. 나라에서 세운 박물관을 보면 으레 임금님 살림투성이입니다. 여느 사람이 여느 마을이나 보금자리에서 누리거나 짓거나 나눈 살림이 박물관에는 거의 안 깃들어요. 이러면서 역사나 사회나 문화도 임금님을 둘러싼 길로 가르치거나 말하기 일쑤이지요. 자, 생각해 봐요. 우리 박물관에는 무엇을 놓고 함께 이야기할 적에 즐겁거나 아름다울까요? 참말로 박물관은 어떤 데일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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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꼬불꼬불 옛이야기 2
서정오 지음 / 보리 / 199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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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03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서정오 글

 한지희 그림

 보리

 1997.4.25.



  우리가 사는 이곳에서는 누구나 마음껏 말할 수 있을까요? 힘이나 이름이나 돈이 없는 사람이 하는 말이든, 힘이나 이름이나 돈이 있는 사람이 하는 말이든, 위아래를 가르지 않고서 담아내는 판이 있을까요? 몇몇 사람 목소리만 불거지는 나라는 아닐까요? 주먹힘이나 이름힘이나 돈힘을 거머쥔 이들 목소리만 외곬로 틀어대어 우리 귀를 길들이려는 판은 아닐까요? 옛날 옛적 임금님 으르렁이 사납게 몰아치던 때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느 목소리나 시골 목소리는 숨통을 못 트지는 않을까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는 임금님 말만 따라야 하던 지난날 모습을 그립니다. 여느 사람은 목소리를 낼 힘이 없던, 여느 사람은 스스로 하고픈 대로 할 수 없이 억눌리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옛이야기라고만 하기는 어려워요. 요즈음도 ‘있는 이’나 ‘거머쥔 이’ 목소리가 드세거든요. 더욱이 어린이 목소리는 어른 목소리에 눌리거나 밀리곤 합니다. 앞으로 이런 힘판을 누가 바꾸어 낼 만할까요. 너른 이야기판으로 나아가는 길은 언제 열 만할까요. 어깨동무하는 노래판을, 사랑스레 오가는 수다판을, 알뜰살뜰 살림을 여미는 놀이판을 언제쯤 지어낼 만할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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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심기 킨더랜드 픽처북스 14
신보름 지음 / 킨더랜드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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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04


《콩 심기》

 신보름

 킨더랜드

 2018.8.15.



  콩을 심어 콩을 거둡니다. 볍씨를 심어 벼를 거둡니다. 들깨를 뿌려 들깨를 거두고, 부추씨를 뿌려 부추를 거두어요. 우리가 심거나 뿌리는 씨는 우리가 일구어서 누리고 싶은 숨결입니다. 그래서 말이나 글에도 ‘씨’를 붙여서 말씨나 글씨라고 해요. 우리 마음에 심는 말씨로 오늘 하루가 새롭습니다. 또박또박 반듯반듯 그리는 글씨로 오늘 살림이 피어납니다. 《콩 심기》는 콩을 심는 살림을 조곤조곤 밝혀요. 우리가 디디는 땅마다 어떤 손길이 깃들어 어떤 살림이 자라나서 푸짐한가 하는 실마리를 풀어냅니다. 먼저 여기에 씨앗이 있어요. 갈무리한 씨콩이 있습니다. 씨콩을 흙에 묻는 손길이 있어요. 해님을 바라고 비님을 부르며 바람님을 반기는 눈길이 나란히 흘러요. 그리고 새랑 벌레가 찾아들며 지렁이가 땅밑에서 춤을 춥니다. 사람이 땅을 갈지 않아도 두더지가 땅밑에 있는 흙을 살살 건드려요. 들풀이 돋고 들풀이 피며 벌나비가 찾아와요. 콩꽃이 피면 벌나비에 개미에 바람에 따라 꽃가루가 퍼지고, 어느덧 콩알이 굵는 철이 다가옵니다. 우리는 다같이 흙을 지어요. 흙살림을 이루고, 흙노래를 부릅니다. 흙벗을 만나고, 흙빛을 먹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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