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어느 날
전미화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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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161


《그러던 어느 날》

 전미화

 문학동네

 2019.6.5.



  어버이 손가락 하나조차 움켜쥐기 어렵던 아기는 어느새 자라서 나뭇가지를 쥘 줄 알고, 이 나뭇가지를 입에 넣다가 흔들다가 던지더니, 곁에서 어른이 나뭇가지로 흙바닥에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뜹니다. 나뭇가지는 이제 붓이 됩니다. 나뭇가지로 땅을 살살 파서 씨앗을 심으니 날이 가고 달이 가는 사이에 부쩍부쩍 오르는 줄기에 잎에 꽃에 눈을 똥그랗게 뜹니다. 똥그란 눈에 더욱 동글동글 열매가 맺고, 아이는 이 삶을 좋아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은 아무것도 아닌 듯 지나갈 수 있던 일이 가득하던 하루가 어떻게 조금씩 달라지는가를 보여줍니다. 참으로 아무것도 아니니 아무것도 아닐 테지요. 그런데 아무것도 아니었기에 온몸이 파르르 찌르르 울리고, 한 걸음 두 걸음 새롭게 내딛고 보니 어느덧 확 달라진 모습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무엇을 할 적에 즐거울까요? 무엇을 하기에 기쁜가요? 어디에서 누구하고 살면 될까요? 마음이 맞는 짝은 어디에서 찾을 만할까요? 그러던 어느 날 아주 작은 씨앗을 마음에 심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주 조그마한 사랑을 보금자리에 심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스스로 눈을 뜨고 기지개를 켜고 나뭇가지를 살살 깎아 물감을 묻혀 그림을 그렸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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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기막히게 멋진 여행 - 2013년 책깃털상 수상작 뚝딱뚝딱 누리책 6
마티아스 더 레이우 지음 / 그림책공작소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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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157

《멋진, 기막히게 멋진 여행》
 마티스 더 레이우
 그림책공작소
 2016.2.25.


  별 하나가 터질 적에는 별을 이룬 몸이 아주 작은 조각으로 갈라지면서 곳곳으로 퍼집니다. 별조각은 저마다 다르면서 작은 빛알이 되어 다른 별에 깃들기도 하고, 가만히 우주에 떠다니기도 합니다. 이러다가 시나브로 하나둘 모여 새로운 별을 이루기도 해요. 가면서 오고, 오면서 가는 흐름입니다. 우리는 저곳이 궁금해서 찾아갑니다. 저곳에 머문 다음 이곳으로 옵니다. 이곳으로 돌아오려고 저곳에 가지는 않지만, 저곳에 들른 즐거운 기운을 품고서 이곳에 새로 뿌려놓고 싶습니다. 《멋진, 기막히게 멋진 여행》은 나들이를 다니는 즐거운 하루를 보여줍니다. 오늘 이곳이 사랑스럽고 아름답기에 ‘내가 머문 이곳처럼 사랑스럽거나 아름다울 다른 곳, 바로 저곳’으로 한 걸음을 내딛어 봅니다. 온누리 고루 돌아다니면서 다 다르게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숨결을 한껏 마시고 보면, ‘아, 이 고운 기운을 우리 보금자리로 가져가 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러면서 찬찬히 길을 거슬러 처음 자리로 옵니다. 무엇이 멋질까요? 이웃 마을이 멋질까요, 우리 마을이 멋질까요? 누가 멋질까요? 이웃사람이 멋질까요, 바로 우리 스스로 멋질까요? 아무래도 서로서로 멋지겠지요. 서로서로 사랑스럽고, 서로서로 아름다울 테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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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나무들이 보낸 편지
베르나데트 푸르키에 지음, 세실 감비니 그림, 권예리 옮김 / 바다는기다란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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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156


《수상한 나무들이 보낸 편지》

 베르나데트 푸르키에 글

 세실 감비니 그림

 권예리 옮김

 바다는기다란섬

 2018.8.31.



  나뭇가지에 참새가 둘 앉습니다. 곁에서 아이가 알려줍니다. 그래 둘이 앉았구나. 고개를 돌려 오른쪽을 보니 전깃줄에 앉았다가 앵두나무 둘레로 날아오르는 참새가 여럿입니다. 예닐곱쯤 되나 하고 세다가 참새가 지저귀는 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참새는 오늘 이 나무 저 나무로 옮겨앉으면서 무엇을 보고 느끼며 생각할까요? 참새가 들려주는 노래를 듣는 나무는 오늘 하루를 어떻게 맞이하거나 누리거나 즐길까요? 나무는 틀림없이 조용히 눈을 뜨면서 우리를 지켜보지 싶습니다. 나무는 밤낮으로 가만히 귀를 열면서 우리가 나누는 말을 듣지 싶습니다. 《수상한 나무들이 보낸 편지》를 재미나게 읽습니다. 알쏭달쏭한 나무가 나오고, 수수께끼 같은 나무가 나옵니다. 참말 이런 나무가 있을까 싶으면서, 어느 고장 어느 숲 어느 들녘에서 우리를 고이 기다리리라 하고 느낍니다. 다 다른 나무란 다 다른 사람 곁에서 즐겁게 어우러지고 싶은 숨결일 테니까요. 갖가지 나무란 갖가지 삶터마다 갖가지 이야기가 흐르는 보람을 누리려는 목숨일 테고요. 반짝반짝 눈부신 나무가 있습니다. 새콤달콤 열매를 베푸는 나무가 있고, 그저 서기만 해도 듬직한 나무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신나게 타고 올라 땀흘려 놀 적에 바람을 부르는 나무가 있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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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럼포의 왕 로보 - 세상을 바꾼 한 마리 늑대 이야기
윌리엄 그릴 글.그림, 박중서 옮김 / 찰리북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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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154


《커럼포의 왕 로보》

 윌리엄 그릴

 박중서 옮김

 찰리북

 2016.10.14.



  뒤꼍에서 해바라기를 하다가 사마귀가 파리 한 마리를 낚아채어 우걱우걱 씹어먹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사마귀가 사냥을 하는 모습이야 대수롭지 않습니다. 어렵잖이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사마귀 곁에 다른 파리가 꽤 많았어요. 잡아먹힌 파리는 사마귀 몸으로 들어가고, 둘레에 웅성대는 파리는 곁에 사마귀가 멀쩡히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아요. 사마귀는 파리 몇 마리이면 배가 넉넉히 부를는지 모르고, 더는 사냥을 안 할는지 몰라요. 파리떼는 이를 알고서 ‘이제 (남은) 우리는 걱정없어’ 하고 여기는 눈치였습니다. 《커럼포의 왕 로보》를 읽으며 ‘시턴(또는 시튼)’이 늑대하고 어떻게 마음을 나누었는가를 되새깁니다. 사람들이 로보란 이름으로 부르던 늑대를 만나기 앞서까지 ‘흔한 사냥꾼’이던 시턴(또는 시튼)이라는데, 로보라는 늑대하고 마주한 뒤부터 사냥꾼이란 이름을 내려놓고서 ‘사람을 사랑하고 이웃을 똑같이 사랑하는 사람’으로 거듭난 셈이로구나 싶습니다. 어쩌면 늑대 로보는 시턴(또는 시튼)한테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온몸으로 알려주고 온몸으로 일깨웠지 싶어요. 오늘 우리는 시턴(또는 시튼)처럼 거듭나거나 깨어날 수 있을까요? 늑대는 없더라도 나무 한 그루하고 풀벌레 한 마리를 마주하면서.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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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의 그림자 철학하는 아이 14
크리스티앙 브뤼엘 지음, 안 보즐렉 그림, 박재연 옮김 / 이마주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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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155


《줄리의 그림자》

 크리스티앙 브뤼엘 글

 안 보즐렉 그림

 박재연 옮김

 이마주

 2019.7.15.



  아이한테 들려주는 말은 바로 우리가 스스로 마음한테 들려주는 말이라고 느낍니다. 아이를 상냥하게 보듬는 한 마디란, 어버이인 우리 마음을 상냥하게 보듬습니다. 아이를 차갑게 꾸짖는 두 마디란, 어른인 우리 마음을 차갑게 꾸짖습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말은 고스란히 우리한테 돌아옵니다. 아이더러 ‘사회 규칙을 잘 지키라’고 이야기할 적마다 어버이인 우리부터 사회 규칙을 따릅니다. 아이한테 ‘즐겁게 놀고 신나게 놀자’ 하고 노래할 때마다 어른인 우리부터 즐겁게 놀고 일하며 신나게 놀고 일하는 하루를 짓습니다. 《줄리의 그림자》에 나오는 줄리네 어머니하고 아버지는 어릴 적을 어떻게 보냈을까요? 두 분은 하루도 안 놀고서 보냈을까요? 두 분은 하루 가운데 고작 한나절도 놀지 못한 채 학교에 다니고 교과서만 펼치고 시험공부에만 마음을 사로잡혀서 보냈을까요? 아니면, 학교도 교과서도 시험공부도 다 못마땅해서 신나게 뛰노는 꿈을 꾸고 싶었으나, 정작 이 꿈은 피우지 못한 채 쳇바퀴처럼 사회 규칙만 잘 따르고 딱딱하며 재미없는 어버이나 어른이란 자리에 이르렀을까요? 가시내다움도 사내다움도 부질없습니다. 우리는 사람다움 하나이면 되고, 사랑다움에 숲다움에 슬기다움에 노래다움이면 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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