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알 비룡소의 그림동화 94
엘사 베스코브 글 그림, 김상열 옮김 / 비룡소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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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14


《이상한 알》

 엘사 베스코브 

 김상열 옮김

 비룡소

 2003.3.21.



  저는 고추를 못 먹습니다. 고추가 국에 들어가면 재채기가 끊이지 않습니다. 이러면서 고추장은 용케 먹어요. 고추장에는 고춧가루 말고 다른 여러 가지가 들어가면서 기운을 눅이기 때문일까요. 이와 달리 초피가루는 제법 먹고, 초피양념이 들어간 밥도 대수롭지 않습니다. 아마 어떤 분은 초피를 싫어하거나 몸에서 안 받을 수 있어요. 곰곰이 보면 새롭기에 신나게 받아들여서 밥살림으로 녹이는 분이 있고, 새로운 것마다 몸에서 받지 않아 고단한 분이 있습니다. 우리 몸은 대단하지요. 다 다른 몸이면서 다 다른 길입니다. 《이상한 알》을 읽으면서 여러 생각이 갈마들었어요. 무엇이든 낯설거나 두렵게 받아들일 수 있고, 새로우며 신나게 맞아들일 수 있어요. 입을 대 보지 않고도 꺼릴 만하고, 입을 대 보면서 겉보기랑 다른 속맛을 헤아릴 수 있어요. 푸나무가 맺는 열매도, 짐승이나 벌레가 깨어나는 바탕도 ‘알’이에요. 속이 꽉 차서 ‘알차다’이고, 야무지며 즐겁게 가꾸기에 ‘알뜰하다’요, 더도 덜도 않고 좋아 ‘알맞다’입니다. 우리는 어떤 알인 숨결로 태어났나요? 우리는 어떤 알로 밥살림을 짓나요? 알 하나를 둘러싸고 숲이 북적거립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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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려요 졸려요 아기 사자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지음, 이향순 옮김, 일라 사진 / 북뱅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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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40


《졸려요 졸려요 아기 사자》

 이일라(일라 Ylla) 사진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글

 이향순 옮김

 북뱅크

 2009.10.30.



  잠들지 않으면 하루를 더 길게 누릴 만할까요? 잠들기 때문에 하루가 더 길지는 않을까요? 잠든 때에는 몸을 고이 쉬면서 마음으로 먼먼 새나라에 놀러가지는 않을까요? 잠든 몸을 떠난 우리 넋이 새나라에 나아가서 신나게 놀거나 재미나게 찧고 빻기에 새근새근 자는 얼굴이 빙글빙글 웃음빛이 되지는 않을까요? 《졸려요 졸려요 아기 사자》는 사진으로 이야기를 엮습니다. 어린 짐승하고 마음으로 사귀면서 사진을 찍은 이일라(일라 Ylla)라는 분이 있어요. 모든 짐승한테도 마음이 있고, 느낌이 있으며, 생각이 있는 줄을, 사진으로 찰칵 하고 담아낸 분이랍니다. 억지로 예쁘게 꾸민 낯빛이나 몸짓이 아니에요. 사람을 비롯한 모든 목숨붙이는 저마다 다르면서 아름답게 빛나는 넋이라는 대목을 상냥하게 밝혀 준답니다. 곯아떨어져 어버이 품에 안긴 아기가 사랑스럽습니다. 잘 먹고 잘 놀고서 곯아떨어진 새끼 사자도 사랑스럽습니다. 낮에는 해님을 보고 쑥쑥 자라다가 밤에는 별님을 보며 고요히 잠든 풀이며 나무도 사랑스러워요. 우리 모두 빛을 드러내요. 뛰놀며 웃는 낮빛이, 가만히 잠들며 마음으로 나들이를 다니면서 짓는 밤빛이.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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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아저씨와 벤치 크레용 그림책 27
스즈키 마모루 그림, 다케시다 후미꼬 글, 사과나무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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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44


《공원 아저씨와 벤치》

 다케시다 후미코 글

 스즈키 마모루 그림

 사과나무 옮김

 크레용하우스

 2001.7.10.



  시골에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농약이나 비료를 담은 비닐자루뿐 아니라 세제를 담은 플라스틱까지 한꺼번에 모아서 태우곤 합니다. 군청에서 비닐·플라스틱·호일 들을 마을 어귀에 모아 놓으면 가져가겠다고 하는데 좀처럼 안 달라집니다. 큰고장에 마실을 가 보면 쓰레기를 모으는 자리가 깨끗한 데를 거의 못 봅니다. 쓰레기자루에 안 담고 내놓는 사람도이 많구나 싶지만, 지나가며 아무 쓰레기나 아무렇게나 던지는 사람이 많아요. 기차를 기다리는 맞이칸에서 커피를 쏟고는 조용히 달아나는 사람을 여럿 보았습니다. ‘버리는 손’이기만 할 적에는 ‘치우는 손’을 등돌려 버릴까요? 치우는 손인 분은 모두 우리 이웃이요 동무이며, 우리 스스로일 수 있는걸요. 《공원 아저씨와 벤치》를 한 쪽 두 쪽 펴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마을쉼터를 정갈히 다스리는 아저씨는 차근차근 즐겁게 치우고 쓸고 닦고 갈무리를 합니다. 누가 놓고 간 책이나 살림을 보면 “이를 어쩌나?” 하고 걱정합니다. 문득 돌아보니 어릴 적부터 어머니를 따라다니며 ‘쓸고 닦는 일꾼’을 보면 얌전히 “고맙습니다” 하고 절을 했더군요. 아름다운 깨끗님이자 살림님이거든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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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새는 왜?
김대규 지음 / 이야기꽃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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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33


《저어새는 왜?》

 김대규

 이야기꽃

 2018.11.30.



  고흥군청은 입으로 “하늘이 내린 땅”이란 이름을 내세워 고흥이 매우 깨끗하며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몸으로는 “개발 안 된 곳을 막삽질로 밀어붙이는 짓”을 끝없이 벌입니다. 고흥은 밤에 별 보기에 훌륭하고, 낮에 하늘 보기에 대단하지만, 그 아름다운 하늘을 건사할 길을 안 헤아리는 막짓이 끊이지 않아 반딧불이랑 제비가 부쩍 줄었고 하늘이 차츰 뿌연 빛깔로 됩니다. 서울 하늘에 대면 어마어마하게 깨끗하나, 제가 고흥에 처음 깃든 2011년에 우리 마을에 찾아온 제비가 쉰 마리가 넘었습니다만, 지난해에는 네 마리였어요. 새가 살기 힘들면 사람도 살기 벅찬 줄을 잊더군요. 《저어새는 왜?》는 인천 바닷가에서 마주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저어새는 왜 그 막다른 쓰레기터에 둥지를 틀까요? 저어새로서는 아스라이 먼 옛날부터 그곳이 보금터였거든요. 영종섬·용유섬을 메워 공항으로 때려짓기 앞서, 인천 갯벌에 찾아든 철새가 엄청났는데, 이를 떠올릴 분이 남았을까요? 다들 ‘사람 먼저·돈 먼저’를 외치더군요. 이제 ‘숲이랑·사랑으로’로 돌아설 수 있을까요? ‘옛날 인천 갯벌’ 모습도 그림책에 담으면 어떠했을까 싶어 아쉬웠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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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방참방 비 오는 날 키다리 그림책 25
모로 카오리 그림, 후시카 에츠코 글, 이은정 옮김, 우시로 요시아키 구성 / 키다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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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241


《참방참방 비오는 날》

 후시카 에츠코 글

 모로 카오리 그림

 이은정 옮김

 키다리

 2019.9.26.



  비가 오는 날에는 비를 맞으면서 놀았어요. 바람이 부는 날에는 바람을 맞으면서 놀았고요. 햇볕이 쨍쨍한 날에는 햇볕에 구슬땀을 흘리며 놀았고, 벼락이 와장창 내려치는 날에는 덜덜 떨면서도 밖에서 번쩍불을 보고 싶었어요. 이러다가 어머니가 우산을 챙겨 주시면 ‘내 우산’을 뽐내고 싶어서 가랑비가 내리는데에도, 비가 아직 안 뿌리는데에도 일부러 우산을 펴고서 걷고 싶습니다. 여느 때에는 그냥 비를 맞고 놀았다면, 우산을 손에 쥘 수 있던 날은 우산을 빙글빙글 돌리고 우산 쥐고 웅덩이를 폴짝폴짝 뛰어넘으며 논 셈이랄까요. 《참방참방 비오는 날》은 알록이랑 달록이가 비가 오는 날 문득 만납니다. 다 다른 아이들은 다 다른 빛깔로 눈부십니다. 무지개가 따로 없네 싶은데, 어느 때부터 모든 아이가 똑같은 빛깔이 되어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아하, 비놀이가 재미나서 온몸을 빗물에 적셨군요. 손에는 우산을 들었지만 웅덩이에서 참방거리고, 진흙물도 튀기니 다 다른 아이들이 다 같은 빛이 되겠지요. 어머니 아버지가 이 꼴을 보면 호통을 칠는지 모르지만 아이들은 웃습니다. 서로서로 바라보며 웃고, 더 개구지게 뛰놀면서 피어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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