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네 빵집
가코 사토시 글 그림, 아기장수의 날개 옮김 / 고슴도치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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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74



함께 짓는 밥

― 까마귀네 빵집

 가코 사토시 글·그림

 아기장수의 날개 옮김

 고슴도치 펴냄, 2002.11.20.



  어머니는 요리사가 아닙니다. 아버지도 요리사가 아닙니다. 어머니는 언제나 어머니이고, 아버지는 언제나 아버지입니다. 밥집을 차려서 밥장사를 하더라도 어머니와 아버지는 요리사가 아닙니다. 가게에서는 일꾼이되, 집에서는 늘 사랑스러운 어버이입니다. 어버이가 아이한테 차려 주는 밥은 ‘요리사로서 맛을 뽐내는 밥’이 아니라, ‘어버이로서 사랑을 담는 밥’입니다. 아이는 어버이가 사랑을 담아서 나누어 주는 밥을 먹으면서 몸과 마음이 부쩍 자랍니다. 사랑을 먹으면서 사랑을 누리고, 사랑을 받으면서 사랑을 키웁니다.



.. 까마귀네 빵집에 아주 작고 귀여운 아기 새 네 마리가 태어났어. 그런데 이 아기 까마귀들의 색깔이 까맣지가 않고 저마다 달랐지 뭐야. 하지만 아저씨와 아줌마는 싱글벙글 기뻐하며 네 마리 아기 까마귀에게 이름을 지어 주었어 ..  (4쪽)





  아이를 낳은 어버이도 예전에는 아이였습니다. 어버이가 아이한테 사랑을 물려줄 수 있는 까닭은 지난날 제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물려받았기 때문입니다. 사랑을 받을 적에 따사로운 삶이 되는 줄 몸과 마음으로 깊이 느꼈으니, 이 사랑을 아이한테 물려줍니다.


  때로는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제대로 못 받았을 수 있습니다. 이때에는, 그러니까 사랑을 제대로 못 받고 자란 어른일 때에는, 사랑을 못 받은 아쉬움을 곰곰이 돌아보면서, ‘내가 못 받았으니 우리 아이들한테도 안 준다’는 생각이 아니라, ‘내가 못 받은 사랑까지 더해서 우리 아이들한테 더 너그럽고 따사로이 사랑을 새로 짓자’는 생각이 됩니다.


  나한테 사랑을 제대로 베풀지 못한 어버이라면, 그분 스스로 ‘사랑을 주기 싫어서 안 주었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모두 그럴 만한 까닭이 있었을 테지요. 다치거나 아파서 미처 사랑에 마음을 기울이지 못했을 테지요.



.. “초콜릿과 레몬이는 언제나 이상하게 생긴 빵만 먹는다니까!” “그래, 이 빵은 세상에서 우리 아빠 말고는 아무도 구울 수 없는 귀한 빵이야. 얼마나 맛있는데!” ..  (10쪽)





  가코 사토시 님이 빚은 그림책 《까마귀네 빵집》(고슴도치,2002)을 읽습니다. 《까마귀네 빵집》에 나오는 어미 까마귀는 아이를 넷 낳습니다. 네 아이는 ‘까만 까마귀’가 아닙니다. 다 다른 몸빛으로 태어난 아이입니다. 까마귀한테서 어떻게 ‘까만 몸빛’ 아닌 ‘노란 몸빛’이나 ‘하얀 몸빛’인 아이가 태어날 수 있을까요? 그렇지만, 까마귀이기 때문에 늘 까만 몸빛이어야 할 까닭도 없어요. 까마귀라면 다 똑같이 까마귀일 뿐입니다.


  사람은 모두 사람입니다. 사람 아닌 사람은 없습니다. 빨강머리이든 노랑머리이든 까망머리이든 다 똑같은 사람입니다. 사랑을 받아서 태어나고, 사랑을 받으면서 자라며, 사랑을 나누면서 어깨동무를 합니다.


  어린 까마귀는 언제나 사랑을 받습니다. 어미 까마귀는 언제나 사랑을 나누어 줍니다. 갓난쟁이 까마귀를 보살피느라 바쁜 탓에 어미 까마귀가 꾸리는 빵집은 여러모로 어수선하고 어설프기도 하지만, 둘레 이웃은 이들을 가만히 지켜봅니다. 사랑받고 자란 어미 까마귀는 조금씩 철이 들고, 어느덧 어버이 일손을 거들 수 있습니다. 어버이 둘이서만 애쓰던 빵집에 네 아이가 힘을 보태면서, 이제 ‘까마귀네 빵집’은 새로운 보금자리로 거듭납니다.



.. 까마귀네 빵집 식구들은 모두 모여 낑낑대며 밀가루를 반죽했어. 그러고는 둥글둥글 납작납작 빵 모양을 냈지 ..  (13쪽)



  아이들은 어버이를 곁에서 지켜봅니다. 아이들은 어버이와 함께 삶을 짓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어떤 직업을 찾겠다는 뜻이 아니라, 어버이와 함께 제 보금자리를 가꾸면서 삶을 누리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솜씨 좋은 일꾼이 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어버이처럼 둘레에 사랑을 나누어 주는 아름다운 숨결이 되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은 직업교육이나 직업훈련을 받아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사랑을 받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전문가나 기술자가 되어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면 넉넉합니다. 서로 돕고 아낄 줄 아는 따사로운 마음을 다스려야 할 아이들입니다.


  함께 짓는 밥이고, 함께 나누는 밥이며, 함께 먹는 밥입니다. 바람을 함께 마십니다. 별빛과 햇볕을 함께 받습니다. 싱그러이 흐르는 냇물에 함께 멱을 감고, 함께 냇물을 길어 마시며, 이 냇물은 들과 숲을 골고루 적십니다.


  그림책 《까마귀네 빵집》은 ‘온갖 빵을 먹음직스레 잘 굽는 빵집’ 이야기를 다루지 않습니다.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이 되어 사랑스럽게 보금자리를 가꾸는 이야기를 가만히 보여줍니다. 4348.1.31.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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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와 루이 - 개정판
리비 글래슨 지음, 장미란 옮김, 프레야 블랙우드 그림 / 은나팔(현암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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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73



네가 나를 부를 적에

― 에이미와 루이

 리비 글레슨 글

 프레야 블랙우드 그림

 장미란 옮김

 다다북스 펴냄, 2007.3.3.



  잘 자던 아이가 갑자기 벌떡 일어납니다. 무슨 소리를 들었을까요? 아이는 틀림없이 무슨 소리를 듣고는 벌떡 일어납니다. 아마 누군가 저를 부른 듯합니다. 잠결에 들은 살가우면서 반가운 소리는 잠을 한달음에 지웁니다. 나도 아이들 사이에서 잘 자다가 벌떡 일어납니다. 어떤 소리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반가운 멧새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고, 풀벌레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달이나 별이 부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예전에는 갓난쟁이가 밤오줌을 누는 소리를 듣고 잠을 깼습니다. 또는, 갓난쟁이가 ‘아 쉬 마렵네’ 하고 마음속으로 읊는 소리를 마음으로 듣고 벌떡 일어나서 아이 귀에 대고 “쉬 할래?” 하고 소근거리면 아이는 “응.” 하고 가볍게 대꾸하고는 두 팔을 벌려 안아 달라 합니다. 그러면 이 아이를 안아서 오줌그릇에 앉히면 홀가분하게 쉬를 하고 다시 팔을 벌리지요.



.. 에이미와 루이는 하늘만큼 높이 탑들을 쌓았어요. 깊은 구덩이를 파서 곰 인형들을 묻기도 했어요. 구름이 만들어 내는 마법의 동물들도 같이 구경했어요 … 에이미가 찰흙을 가지고 놀고 있으면, 루이는 방 한구석에서 변장을 하고 있다가 방 저쪽에 있는 에이미를 불렀어요. 에이미가 부르는 것과 똑같이요 ..  (2, 6쪽)





  그림책 《에이미와 루이》(다다북스,2007)를 읽습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두 아이 ‘에이미’와 ‘루이’는 소꿉동무입니다. 두 아이는 날마다 즐겁게 어울리고, 언제나 기쁘게 놉니다. 두 아이는 스스로 놀이를 짓습니다. 두 아이는 스스로 노래를 부릅니다. 두 아이는 스스로 웃고 떠들면서 하루를 아름답게 누립니다.


  그런데, 두 아이 가운데 한 아이네 어버이가 보금자리를 옮깁니다. 땅을 파고 하늘을 보며 숲내음을 맡을 수 있던 마을을 떠나, 멀디먼 지구 맞은편 큰도시로 갑니다.


  조용한 시골마을에 남은 아이는 놀이동무가 사라져서 놀 기운이 없습니다. 시끌벅적하면서 놀이터조차 없는 곳에서 살아야 하는 아이도 놀이동무가 없으니 놀 기운이 없습니다. 두 아이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 그러던 어느 날 에이미네 식구들이 멀리멀리 이사를 가게 되었어요. 지구 반대편으로요 ..  (11∼12쪽)




  도시로 가든 다른 마을로 가든, 어버이는 어버이대로 까닭이 있어서 보금자리를 옮깁니다. 어버이는 어버이대로 살림을 꾸려야 하니, 새로운 터로 옮겨서 지내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버이 자리에 선 사람은 ‘어버이가 할 일’만 생각하느라 ‘아이가 누릴 놀이’는 그만 잊지 않나요? ‘어버이가 할 일’이 대수로운 만큼 ‘아이가 누릴 놀이’가 대수로운 줄 잊지 않나요?


  어버이한테는 ‘할 일’이 있고, 아이한테는 ‘누릴 놀이’가 있습니다. 아이는 놀면서 자라야 합니다. 가까이에 놀이동무가 있으면 두 아이나 여러 아이는 신나게 뛰놀아야 합니다. 가까이에 놀이동무가 없으면 어버이는 아이한테 즐거우면서 살가운 놀이동무로 지낼 수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아이는 놀면서 크고, 놀면서 배우며, 놀면서 사랑과 꿈을 키우는 삶이니까요.



.. 에이미가 사는 곳은 구덩이를 팔 땅도 없고, 탑을 쌓을 곳도 없고, 구름은 늘 비만 뿌려댔어요. 에이미는 밤에도 낮에도 루이를 생각했어요 ..  (17쪽)




  그림책에 나오는 두 놀이동무는 그만 헤어집니다. 두 놀이동무는 아직 글을 모르지 싶습니다. 글이라도 알면 편지라도 주고받을 텐데요. 그런데, 두 놀이동무네 어버이는 ‘놀이동무가 헤어져 서운하며 기운이 빠지는 하루’를 제대로 못 느끼지 싶습니다. 하루아침에 갑작스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두 아이를 따사로이 바라볼 줄 아는 어버이는 없구나 싶습니다.


  더군다나, 두 아이네 어버이는 ‘헤어진 놀이동무’를 그리는 아이들 마음을 도무지 못 읽습니다.


  아이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아이는 하루 내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아이는 학교에 가서 시험공부를 해야 하나요. 아이는 그저 시험공부를 잘 받아서 대학교에도 가고 돈 잘 버는 회사에 들어가야 하나요. 아이가 어릴 적에 놀이를 모르면서 놀지도 못하는 채 보내야 하나요.



.. 루이가 아빠한테 물었어요. “에이미를 아주 크게 부르면 에이미가 들을 수 있을까요?” 아빠는 고개를 저었어요. “에이미는 지구 반대편에 있단다. 에이미가 아침에 일어나면, 너는 밤이라서 자고 있어.” 루이가 할머니한테 물었어요. “세상에서 가장 큰 소리로 에이미를 부르면 에이미가 들을 수 있을까요?” 할머니가 말했어요. “그럴지도 모르지. 한번 불러 보렴.” ..  (18∼19쪽)




  시골마을에 사는 ‘루이’는 외로우면서 쓸쓸하지만, 곁에 할머니가 있습니다. 할머니는 루이가 묻는 말에 고개를 끄덕여 줍니다. 그래요. 아이가 무엇을 하고 싶어 한다면, 아이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지켜보아야지요. 기운을 북돋아서, 아이가 스스로 일어서도록 도와야지요.


  루이는 크디큰 소리로 외칩니다. 놀이동무를 그리는 마음을 하늘에 띄워서 날립니다. 루이가 외친 크디큰 소리는 구름이 되고 바람이 됩니다. 루이 마음을 담은 구름과 바람은 훨훨 날아 ‘에이미’한테 갑니다. 루이가 마음을 구름과 바람에 담아 띄운 때는 한낮이지만, 이때에는 에이미가 한참 잡니다. 두 아이가 지내는 나라는 낮과 밤이 다르거든요.


  에이미는 밤에 잠을 자면서 루이가 부르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립고 그리운 소리를 듣습니다. 루이는 마음을 띄워 보내면서 비로소 기운을 차립니다. 에이미는 마음을 받으면서 새롭게 기운이 납니다. 두 아이는 아주 먼 곳에 떨어져 지낸다고 할는지 모르지만, 마음은 언제나 함께 있습니다. 마음이 언제나 함께 있으니, 두 아이는 늘 가슴속에 사랑과 꿈을 키울 만합니다.


  이제 두 아이는 한 가지를 새롭게 배웁니다. 그동안 두 아이는 함께 붙어서 놀며 ‘보금자리에서 누리는 기쁜 놀이’를 배웠으면, 오늘부터는 ‘언제 어디에서나 늘 마음이 함께 있는 줄 깨닫는 즐거운 삶’을 배웁니다. 4348.1.1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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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1-15 08:23   좋아요 0 | URL
아..네가.불러서..어린날..자다..그렇게 문밖으로 불려나간 거였네...멀리서도 불렀구나..너.

숲노래 2015-01-16 05:31   좋아요 0 | URL
모두들 마음으로 부르는 소리를 듣지 싶어요
 
보물찾기는 힘들어 웅진 세계그림책 78
다루이시 마코 그림, 카도노 에이코 글, 김난주 옮김 / 웅진주니어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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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71



어버이와 함께 지내고 싶은 아이

― 보물찾기는 힘들어

 카도노 에이코 글

 다루이시 마코 그림

 김난주 옮김

 웅진주니어 펴냄, 2005.3.14



  그림책 《보물찾기는 힘들어》(웅진주니어,2005)를 읽습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어머니는 할머니 병문안을 간다고 합니다. 이때에 아이는 혼자 집을 보라고 합니다. 어머니 혼자 병원에 다녀오실 듯합니다. 어머니가 아이를 데리고 할머니한테 가면 할머니가 한결 기뻐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림책 줄거리를 보면 아이는 할머니한테 함께 가겠노라 말하지 않고, 어머니도 아이한테 할머니한테 함께 가자고 묻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할머니를 돌보러 가는 길이라서 어머니가 혼자 가시려는 듯싶습니다. 그렇지만, 어머니가 아이를 데리고 함께 간다면, 늙거나 힘들거나 아픈 할머니를 어머니가 어떻게 돌보는지 곁에서 지켜볼 수 있습니다. 이제 고작 유치원을 다니는 아이라 하더라도 얼마든지 심부름을 할 수 있습니다. 심부름을 못하더라도 말동무가 될 수 있고,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며, 할머니로서도 아이가 짓는 웃음을 볼 수 있어서 즐겁습니다.



.. “준호야, 할머니 병문안 다녀올 테니까 집 좀 보고 있어, 응.” “또야, 나 싫어.” 준호는 입이 툭 튀어나왔어요. “참, 보물찾기하면서 기다리고 있으면 되겠다. 엄마가 아주 좋은 거 숨겨 놓을게.” ..  (2쪽)




  아이는 대단한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아이는 늘 어버이와 함께 누리는 삶을 바랍니다. 함께 밥을 먹기를 바랍니다. 함께 잠들기를 바랍니다. 함께 놀기를 바랍니다. 함께 배우고, 함께 책을 읽으며, 함께 그림을 그리기를 바랍니다.


  어버이가 아이하고 함께 안 하고 자꾸 학교에만 맡겨 버릇하면, 아이는 천천히 집하고 멀어지지요. 어버이가 아이와 함께 삶을 누리지 않으면,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아무것도 물려받지 못해요.


  아이는 학교에서 지식을 배울 목숨이 아닙니다. 아이는 삶을 아름답게 밝히는 슬기를 배울 목숨입니다. 아이는 더 높은 학교를 다니다가, 돈을 더 잘 버는 회사에 들어갈 사람이 아닙니다. 아이는 사랑을 물려받아서 꿈을 키울 사람입니다.



.. 준호가 뒤돌아보자 집은 텅 비어 있고, 빗소리밖에 들리지 않았어요. 준호는 계단을 올라가 살며시 2층의 방문을 열었어요. 방을 휘 돌아보니 이불장이 조금 열려 있고, 이불 사이에 가느다란 꼬리가 늘어져 있었어요 ..  (6쪽)





  카도노 에이코 님이 글을 쓰고, 다루이시 마코 님이 그림을 넣은 《보물찾기는 힘들어》를 가만히 읽습니다. 어머니는 아이가 혼자 집을 보도록 하되, 집에서 보물찾기를 하도록 이끕니다. 아마 다른 날에는 아이와 함께 마실을 갔을 테지요. 아이는 어머니 없이 혼자 집을 보면서 씩씩하게 놀기도 할 테지요. 둘은 서로 믿으리라 생각합니다. 둘은 서로 아끼고 사랑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집안에서 보물찾기를 하고, 혼자 씩씩하게 집을 본 아이한테 멋진 선물을 마련해서 돌아오는 어머니입니다.


  아무튼, 아이한테는 장난감도 멋진 선물이지만, 비가 오는 날 함께 손을 잡고 우산을 쓰면서 다니는 마실도 멋진 선물입니다. 비가 오는 날에 빗노래를 함께 부르면서 할머니한테 찾아가는 일도 멋진 선물입니다. 비가 오는 날에 어머니가 예전에 겪은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어도 멋진 선물이 됩니다.


  다시 말하자면, 어머니와 아이가 함께 누리는 삶은 언제나 멋진 선물입니다. 어머니뿐 아니라, 아버지와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아이와 함께 누리는 삶이란 늘 멋진 선물이지요.



.. “쳇, 이제 보물찾기 안 할 거야.” 준호는 골이 나서 방바닥에 벌렁 누웠어요. 그런데 서랍장 위, 모자 상자에 꼬리가 보였어요 ..  (26쪽)



  아이 눈빛을 읽습니다. 함께 놀고 싶어 하는 아이 눈빛을 읽습니다. 아이 눈망울을 읽습니다. 함께 노래하고 싶어 하는 아이 눈망울을 읽습니다. 아이 눈동자를 읽습니다. 함께 춤추면서 뛰놀고 싶어 하는 아이 눈동자를 읽습니다.


  노는 아이가 예쁘고, 노는 아이와 함께 놀 줄 아는 어른이 아름답습니다. 노는 아이가 사랑스럽고, 노는 아이와 함께 놀 줄 아는 어른이 믿음직합니다. 보물찾기도 재미있고, 숨바꼭질도 즐겁습니다. 윷놀이도 재미있고, 소꿉놀이도 즐겁습니다. 종이 한 장을 접어도 재미있고, 그림을 살살 그려도 즐겁습니다. 무엇이든 함께 하면 재미있으면서 즐겁습니다. 풀을 뜯어도, 설거지를 해도 언제나 재미있으면서 즐거운 하루입니다. 재봉틀이 있고 과자를 손수 구워서 주는 삶이 가만히 드러나는 그림책이 따사롭습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는 어머니가 손수 깁고 짓는 옷과 가방을 받아서 쓰리라 생각합니다. 4348.1.13.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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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전하는 편지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71
안소니 프랑크 지음, 티파니 비키 그림, 최순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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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70



편지로 마음을 주고받아요

― 행복을 전하는 편지

 안소니 프랑크 글

 티파니 비키 그림

 최순희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2006.6.30.



  누군가 나를 해코지하려고 편지를 보내면, 이 편지를 열면서 마음이 쓸쓸하거나 무겁습니다. 누군가 나를 북돋우려고 편지를 보내면, 이 편지를 읽으면서 마음이 가볍거나 즐겁습니다. 누군가 내 동무와 이웃을 괴롭히려고 글을 쓰면, 이 글을 읽다가 마음이 아프거나 괴롭습니다. 누군가 내 동무와 이웃을 사랑하려고 글을 쓰면, 이 글을 읽는 내내 마음이 설레거나 사랑스럽습니다.



.. 아침으로 우유 한 숟갈과 어제 마시다 남은 식은 차를 마셨어요. 그러고는 생각했지요. ‘할 일이 없는 건 아냐. 같이 할 사람이 없을 뿐이지. 요즘엔 친구들도 통 찾아오질 않아. 누구하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정말 심심해.’ ..  (4쪽)




  웃음은 늘 웃음을 낳습니다. 웃음은 늘 웃음을 부릅니다. 웃음은 늘 웃음을 심습니다. 그리고, 미움은 늘 미움을 낳습니다. 미움은 늘 미움을 부릅니다. 미움은 늘 미움을 심습니다.


  나이가 퍽 어린 사람들이 입에 거친 말을 달고 노는 모습을 곧잘 봅니다. 열서너 살이나 열예닐곱 살일 뿐인데, 입에 몹시 거친 아이들이 있습니다. 거친 말은 어디에서 듣거나 배웠을까요? 바로 어른들이 거친 말을 쓰니까 듣거나 배웠을 테지요. 그런데 아이들이 거친 말을 왜 쓸까요? 마음이 거칠어졌기 때문일 테지요. 아이들은 왜 마음이 거칠어졌을까요? 둘레에서 어른들이 집과 마을과 학교와 사회 모두 거칠게 내팽개치거나 망가뜨렸기 때문일 테지요.


  아이들은 거친 집이나 마을이나 학교나 사회에서도 맑거나 착한 마음을 건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아이들은 아이들 스스로 지켜야 합니다. 다만, 어린 아이들더러 ‘모든 일을 너희가 스스로 해야지!’ 하고 윽박지를 수 없어요. 아직 어린 아이들은 어른한테서 보살핌을 받을 숨결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아이들이 거친 말을 쓴다면, 이는 모조리 어른 탓으로 돌려서 어른이 뉘우쳐야 하고, 어른이 먼저 스스로 바뀌어야 할 일입니다.



.. 들쥐는 편지를 다시 한 번 읽어 보았어요. 그리고 한 글자 한 글자, 열 번을 더 읽어 보았어요. “정말 고마운 편지네! 하지만 누가 보낸 건지 정말 모르겠는걸.” ..  (6쪽)





  안소니 프랑크 님이 글을 쓰고, 티파니 비키 님이 그림을 그린 《행복을 전하는 편지》(시공주니어,2006)를 읽습니다. 이 그림책에는 들쥐가 나오고, 들쥐를 둘러싼 여러 동무와 이웃이 나옵니다. 들쥐는 어느 날부터 까닭 없이 슬프고 고단하며 힘겹습니다. 왜 그러한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다만, 어느 날부터 들쥐는 스스로 밥을 제대로 챙기지 않고, 스스로 몸을 가꾸지 않으며, 집도 이냥저냥 어수선합니다.


  이날이나 저날이나 늘 똑같이 쳇바퀴를 돌듯이 쓸쓸하며 무거운 날인데, 어느 날 노란빛깔 종이에 적힌 예쁜 편지를 받아요. 난데없이 찾아온 편지를 읽은 들쥐는 갑자기 기운이 솟아 낯을 씻고 몸을 추스르면서 바깥마실을 가기로 합니다.



.. 점심을 먹고 들쥐는 또다시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마음은 행복하기 그지없었지요. 자기를 특별하다고 생각한 친구가 누구일까 하도 오랫동안 생각하다 보니, 정말로 자기가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들쥐는 이제 박쥐를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  (17쪽)




  누가 들쥐한테 편지를 썼을까요? 누가 들쥐한테 편지를 부쳤을까요? 왜 들쥐한테 편지를 띄웠을까요? 왜 들쥐한테 편지를 건넸을까요?


  어느 한 가지도 알 길이 없습니다. 그저 한 가지만 알 수 있습니다. 즐거움을 그득 담은 편지를 받은 들쥐한테 즐거운 마음이 솟았습니다. 그리고, 즐거움을 그득 담은 편지를 쓴 누군가도 마음속에 즐거움이 그득 솟았을 테지요.



.. “이 편지를 누가 보냈는지 알아내는 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 누가 보냈든, 나는 이 편지를 받을 자격이 없어. 난 누구에게도 참다운 친구가 되지 못했으니까. 좋아, 내일부턴 달라질 테야!” ..  (21쪽)



  보는 사람이 있건 없건 꽃이 피고 집니다. 먹는 사람이 있건 없건 온갖 나물과 열매가 숲에서 돋고 맺다가 집니다. 보는 사람이 있으면 한결 고운 꽃이 될 테지만, 보는 사람이 없어도 꽃은 언제나 곱습니다. 먹는 사람이 있으면 더욱 싱그러운 나물이나 열매가 될 테지만, 먹는 사람이 없어도 나물이나 열매는 숲을 곱다라니 빛냅니다.


  내 아름다운 삶을 누가 들여다보니까 내 삶을 가꾸지 않습니다. 나 스스로 즐겁게 살고 싶기에 내 하루를 가꿉니다. 내 기쁜 웃음과 노래를 누가 쳐다보니까 웃거나 노래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웃음을 길어올리고 스스로 노래를 자아냅니다.


  내 노래는 네 노래입니다. 네 웃음은 내 웃음입니다. 함께 노래하고 함께 웃어요. 같이 춤추고 같이 꿈꾸어요.


  편지로 마음을 주고받습니다. 편지 한 장 짤막하게 쓰더라도, 사랑과 꿈을 담아서 주고받습니다. 편지로 마음을 나눕니다. 편지 한 장 단출하게 쓰더라도, 이야기와 삶을 담아서 나눕니다. 4348.1.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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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나와봐 한림 아기사랑 0.1.2 11
하야시 아키코 지음, 엄기원 옮김 / 한림출판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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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69



종이 한 장으로

― 어서 나와 봐

 하야시 아키코 글·그림

 엄기원 옮김

 한림출판사 펴냄, 2003.6.30.



  종이 한 장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연필로 그림을 그립니다. 가장 사랑하는 한 가지를 골라서 찬찬히 그림을 그립니다. 종이 한 장에 그린 가장 사랑스러운 그림은 나한테 가장 사랑스러운 님한테 선물로 줍니다.


  종이 한 장에 글을 씁니다. 연필로 글을 씁니다. 가장 사랑하는 이야기를 한 가지 살펴서 천천히 글을 씁니다. 종이 한 장에 쓴 가장 사랑스러운 글은 나한테 가장 사랑스러운 님한테 편지로 띄웁니다.


  종이 한 장을 오려서 인형을 만들 수 있습니다. 종이 한 장을 곱게 오리고 물을 들여서 보꾹에 매달 수 있습니다. 종이 한 장을 책상맡에 놓아 늘 바라볼 수 있습니다.


  종이 한 장은 숲에서 찾아옵니다. 숲에서 아름드리로 우거진 나무가 제 살결과 살점을 내놓아 우리한테 베푼 종이입니다. 어느 종이를 손에 쥐더라도 깊디깊은 숲에서 자라던 푸른 내음을 맡을 만합니다. 어느 종이를 손에 들어 펼치더라도 오랜 나날 햇볕을 먹고 바람을 마시던 삶을 읽을 만합니다.




.. 요즘 인생의 처음부터 끝까지 넓게 바라보는 듯한 마음이 들 때가 가끔 있습니다. 그럴 때는 이 세상 전체, 모든 행위의 신기함을 느끼며 감동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 새로이 사람으로 갓 태어난 아기에게는 진심으로 “잘 왔어요.”라고 말하고 싶은 심정이 됩니다. 아기의 새롭고 티없이 맑고 새로운 눈을 바라볼 때면 나 자신도 다시 새로운 눈으로 새롭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마치 처음으로 손님을 맞았을 때 손님의 눈이 되어 제 방을 둘러보듯이 ..



  하야시 아키코 님이 빚은 그림책 《어서 나와 봐》(한림출판사,2003)를 읽습니다. 하야시 아키코 님은 이녁한테 찾아오는 첫 손님을 그리면서 종이를 오렸다고 합니다. 하얗게 맑은 숨결로 곱다라니 찾아오는 손님한테 선물을 하고 싶어서 살살 종이를 오려서 이야기를 엮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아기하고 놀려고 그림책을 짓습니다. 아기하고 사랑스레 얼크러지려고 종이 한 장으로 삶을 짓습니다. 아기하고 즐겁게 노래하고 춤추고 싶으니 종이 한 장을 빌어 숱한 꿈을 짓습니다.





.. 저는 색종이를 아주 좋아합니다. 그래서 첫 손님을 대접하려고 색종이로 그림책을 만들었습니다. 갖가지 색의 예쁜 색종이가 아무렇게나 겹쳐 있는 것만으로도 무척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



  그림책 《어서 나와 봐》에 나오는 이야기는 누구나 지을 수 있습니다. 가위로 이렇게 오리라느니 저렇게 자르라느니 하고 알려주지 않아도 됩니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대로 어려서 실을 꿰어 보꾹에 매달아도 되고, 그냥 가위로 오려서 갖고 놀아도 됩니다. 책살피로 쓸 수 있을 테며, 책상맡에 얹어서 물끄러미 바라볼 수 있어요.


  고운 종이 한 장을 오린 어버이 손길을 따숩게 느낍니다. 종이 한 장이 되도록 몸을 내놓은 나무 한 그루 마음결을 살가이 느낍니다. 나무 한 그루가 자란 숲을 푸르게 느낍니다. 숲이 우거질 수 있는 아름다운 지구별을 느낍니다.


  그림책 한 권을 읽으면서 지구를 생각하고, 종이 한 장을 만지면서 숲을 헤아리며, 우리 집 아이들을 쓰다듬으면서 사랑을 그립니다. 4348.1.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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