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끓이는 생일 미역국 - 고은정 선생님에게 배우는 어린이 생활 요리 철수와영희 그림책 9
고은정 지음, 안경자 그림 / 철수와영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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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01


《내가 끓이는 생일 미역국》

 고은정 글

 안경자 그림

 철수와영희

 2020.1.20.



  저는 스무 살이 되던 해부터 늘 손수 밥을 차려서 먹었는데, 혼자 먹을 밥뿐 아니라, 신문사지국에서 함께 신문을 돌리는 형하고 지국장님이 먹을 밥까지 차렸습니다. 사내란 몸을 입고 태어났어도 어릴 적부터 밥이나 국은 으레 다 익혔기에 그럭저럭 하면서 둘레에서 가르쳐 주는 손길을 찬찬히 받아들였습니다. 두 아이를 맞이한 뒤로도 매한가지입니다. 두 손이 지은 밥살림이 훌륭했다고는 여기지 않으나 대견했다고, 앞으로 아이들이 물려받을 밥차림은 얼마나 새로우면서 아름다우려나 하고 어림하곤 합니다. 그런데 밥이란 차리거나 짓는 손 못지않게 수저를 들어 먹는 손이 대수롭습니다. 짓는 사랑은 받는 사랑하고 만나야 빛나요. 차리는 기쁨은 누리는 보람하고 마주해야 반짝입니다. 《내가 끓이는 생일 미역국》을 아이들하고 읽으며 얘기했어요. “이 그림책에는 우리집 미역국 차림맛은 없네. 그렇지만 아버지가 종이에 적어 놓았으니, 우리 미역국은 어느새 너희 손으로 넘어갔고, 너희는 새맛을 더해 볼 수 있단다.” 무, 마늘, 새우젓으로 국물을 내고, 때로는 버섯이나 배추를 곁들입니다. 바다맛이 바람을 품은 흙맛을 만나며 노래하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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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 사람 Dear 그림책
김성라 지음 / 사계절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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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32


《귤 사람》

 김성라

 사계절

 2020.1.2.



  지난해 늦가을에 우리 집 유자를 따서 헹군 다음에 조각조각 썰어 차로 담갔습니다. 얼추 석 달이 넘었으니 큰 유리병을 열기로 합니다. 봄에 담근 매실은 얼추 여섯 달을 두고서 열었기에 유자차도 그만큼 두려다가 ‘이백 날이라면 한결 나을 테지만 백 날이어도 훌륭하지’ 하고 여기면서 누리기로 했어요. 해랑 비랑 바람에다가 우리 집 까무잡잡한 흙, 여기에 아이들 노래, 온갖 새가 들려주는 노래, 또 풀벌레하고 개구리 노래잔치를 누린 유자나무는 엄청난 열매를 베풀었더군요. 차로 끓여서 씹어먹고, 좀 남으면 찌개에 넣어 더 말끔하고 시원하게 누립니다. 《귤 사람》을 펼치다가 생각합니다. 아가씨 아닌 아줌마가 바라보는 귤나무로 그릴 수 있다면, 아니 귤나무 가지랑 잎이랑 꽃이랑 알을 맨손으로 어루만지고, 귤나무 곁에서 귤나무랑 나란히 해바라기를 하고 비바람을 쐬고, 귤나무가 뿌리를 박은 땅바닥에서 자라나는 풀잎을, 이 풀잎을 보금자리 삼는 풀벌레랑 살가이 사귀는 마음을 붓끝으로 옮긴다면, 이야기도 결도 달랐겠지요. 출판사에서는 ‘Dear 그림책’이란 이름을 붙이는군요. ‘Dear’일는지 모르나 ‘사랑’이나 ‘살림’은 아니네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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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아, 사랑해! - 감수성을 깨워 주는 자연그림책
줄리 폴리아노 지음, 줄리 모스태드 그림, 최현빈 옮김 / 찰리북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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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31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아, 사랑해!》

 줄리 폴리아노 글

 줄리 모스태드 그림

 최현빈 옮김

 찰리북

 2017.3.31.



  1월이 저물고 2월로 갓 넘어선 어느 날 무당벌레를 보았습니다. 우리 집 뒤꼍 풀밭을 고물고물 기어가더군요. 한참 바라보았어요. “네가 이 날씨에 깨어나서 돌아다니는 까닭이 있을 테지? 넌 참 씩씩하구나!” 겨우내 우리 집 섬돌에서 낮잠을 자던 마을고양이는 2월 첫무렵인 요즈막에 앵두나무 옆 풀밭에 널브러져서 낮잠을 즐깁니다. 바야흐로 풀밭이 따뜻한 철이 코앞입니다. 이러다가 4월이 지나고 5월 무렵이면 나무그늘을 찾아 낮잠을 누리려 하겠지요. 우리 집 어린이는 오늘 ‘우리 집 처마 밑으로 돌아올 제비’를 그렸고, 우리 집 옻나무 곁에 핀 제비꽃 여러 송이를 같이 보았습니다. 하루하루 새록새록 눈부십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아, 사랑해!》는 봄부터 봄까지 한 해가 흐르는 동안 우리 곁에 찾아드는 날씨를 얼마나 사랑스레 품을 만한가를 짤막짤막 노래처럼 들려줍니다. 마당을 누린다면, 숲정이를 돌본다면, 바다를 안는다면, 들을 달린다면, 냇물이랑 논다면, 새랑 속삭인다면, 풀벌레를 손바닥에 올린다면, 하늘하고 달리기를 하다가, 별빛하고 춤춘다면, 우리는 한 해 내내 신나게 춤추는 늘꽃으로 살아갈 테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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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 물구나무 그림책 71 파랑새 그림책 71
송창일 지음, 이승은.허헌선 인형, 이상혁 사진 / 파랑새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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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30


《눈사람》

 이승은·허헌선 인형

 이상혁 사진

 송차일 글

 파랑새

 2008.7.10.



  모든 이야기에는 삶이 바탕으로 흐릅니다. 엉성하다 싶은 이야기도, 탄탄하다 싶은 이야기도, 하나같이 삶을 밑바닥에 깔아요. 엉성하게 그치는 그림책이라면 삶부터 틀에 박힌 모습으로 그리다가 가벼운 손재주를 덧입혀 그럴싸하게 보이려고 치레합니다. 탄탄하게 빛나는 그림책이라면 어느 삶이든 마음을 틔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가볍게 날갯짓을 하듯이 꿈꾸는 사랑으로 가만히 어루만집니다. 아름그림책일 적에는 꾸미지도 치레하지도 않아요. 있는 그대로 빛날 뿐 아니라, 수수한 삶을 그리면서 생각날개가 춤추고, 웃음하고 눈물이 따사로이 얼크러집니다. 《눈사람》을 곧잘 다시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작은 자리에서 작은 눈짓을 작은 손길로 담아내는 이야기가 오히려 솜꽃처럼 확 피어나면서 포근하게 번집니다. 여느 보금자리 이야기가 알록달록 무지개가 되어 서로서로 잇는구나 싶습니다. 해가 갈수록 눈송이를 만나기 어렵습니다만, 하늘눈이 잎눈이며 꽃눈으로 옮겨서 반짝여요. 하늘빛은 두 눈망울로 옮겨서 초롱초롱 눈빛으로 거듭나요. 내리는 눈이기에, 터지는 눈이기에, 바라보는 눈이기에, 온누리는 활짝활짝 깨어나서 손을 잡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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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슬머리 아이 파랑새 그림책 78
김영희 글.그림 / 파랑새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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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29


《곱슬머리 아이》

 김영희

 파랑새

 2009.3.18.



  온누리 어린이는 사랑을 받아 태어납니다. 가없는 사랑도 받고, 넉넉한 사랑도 받으며, 가멸찬 사랑이나 흐드러진 사랑도 받아요. 따사로운 사랑도 받고, 슬픈 사랑도 받으며, 아픈 사랑도 받지요. 다 다른 모습으로 저마다 새롭게 사랑을 받아서 태어나는 아이는, 또 모두 다른 길을 차근차근 걸으면서 이 땅에 이야기꽃을 심습니다. 《곱슬머리 아이》에 나오는 아이는 곱슬머리 때문에 마을에서 놀림을 받는대요. 마을 아이들은 ‘저희랑 다르게 생긴 아이’를 짓궂게 놀린다는군요. 이때에 곱슬머리 아이는 스스로 다른 눈이 되어 어깨를 펼 만해요. “어라, 너희는 곱슬머리가 없구나? 이 곱슬한 머리가 얼마나 멋진 줄 모르네?” 하고요. 어느 아이는 곱슬하지 않은 머리가 있어서 스스로 마음에 든다면, 어느 아이는 곱슬한 머리가 있어서 스스로 마음에 들 만해요. 키가 크면 큰 대로, 키가 작으면 작은 대로, 얼굴이 둥그스름하면 둥그스름한 대로, 얼굴이 네모나면 네모난 대로, 참말로 다 다르면서 빛나는 모습이에요. 우리가 모두 똑같은 얼굴에 키에 몸에 옷차림에 밥버릇에 말씨라면, 매우 따분하며 틀에 박힌 굴레 아닐까요? 저도 살짝 곱슬머리랍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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