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랑 함께 산다



  아이가 나한테 안깁니다. 내가 아이를 안습니다. 나는 어릴 적에 우리 어머니나 아버지를 안은 일을 거의 한 번도 떠올리지 못합니다. 우리 형을 안은 일이라든지, 우리 형이 나를 안아 준 일도 거의 한 번조차 떠올리지 못합니다. 그러나 오늘 나는 어버이(아버지) 자리에 있으면서 우리 아이들을 날마다 수없이 안습니다. 아이들도 나한테 수없이 안깁니다.


  나는 너랑 함께 삽니다. 너는 나랑 함께 삽니다. 미우나 좋으나 함께 사는 사이가 아닙니다. 사랑을 물려주고 물려받을 사이입니다. 사랑을 가르치고 배울 사이입니다. 얘야, 네 걸음걸이가 얼마나 이쁜지 아나? 네 아버지나 어머니도 너희만 할 적에 너희처럼 뛰놀면서 까르르거리다가 자빠지다가 엎어지다가 깨지다가 얼마나 씩씩하고 똘똘하고 야무지게 뒹굴었는지 아나?


  사랑받았다는 느낌을 마음에 새기지 못했다고 여기면서 아이를 사랑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사랑받았다는 느낌을 마음에 새기면서도 아이를 사랑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랑받았다는 느낌이 있든 없든 오늘 나 스스로 새롭게 사랑을 지으면서 웃음이랑 노래를 짓는 하루를 지을 수 있습니다. 2016.6.24.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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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깨



  아이들을 보살피는 짐은 어깨를 무겁게 하면서도 마음을 홀가분하게 하지 싶습니다. 아이들을 보살피려고 온몸에 힘이 솟도록 북돋우고, 아이들을 보살피는 동안 어느새 마음이 씩씩하면서 튼튼하게 자라나는구나 싶습니다. 몸이 고단할수록 마음이 넉넉하고, 몸이 지칠수록 마음이 짙푸릅니다. 날마다 새삼스레 자라는 마음이기에 어버이는 저마다 즐거우면서 슬기롭게 새로운 숨결로 거듭날 만하지 싶습니다. 2016.6.23.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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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져도 다시 일어나기를



  밤이 되어 곯아떨어져도 아침이 되면 새롭게 기운을 내어 일어날 수 있기를 빕니다. 밤이 되어 그야말로 나자빠져도 아침에는 언제나 새삼스레 기운을 내어 기지개를 켜고 하루를 열 수 있기를 꿈꿉니다. 마늘을 하나하나 까면서 서두르지 않습니다. 어차피 다 깔 마늘이요 어차피 저녁에 담글 오이김치이니 하고 여깁니다. 저녁에 풀을 쑤고 양념을 버무리기까지 마치고는 내가 나한테 참 잘했어요 하고 얘기해 줍니다. 아무렴 아이들하고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걸요. 쓰러져도 얼마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는걸요. 2016.6.20.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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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손이 가는 곳



  밥을 지어서 밥상을 차립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맨 먼저 손이 가는 데가 다릅니다. 나도 아이들하고 다릅니다. 우리는 저마다 가장 먹고 싶은 밥에 눈길을 보내고 손길을 뻗습니다. 무엇을 먹든 마음으로 사랑하는 숨결이 되자 하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가장 좋아할 만한 밥을 맨 먼저 먹어도, 가장 덜 좋아할 만한 밥을 맨 나중 먹어도, 모두 사랑스러운 꿈이 깃든 숨결이라는 대목을 생각합니다. 2016.6.17.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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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짓는 놀이



  놀이는 어디에서 태어날까 하고 가만히 살펴보면 으레 손에서 태어납니다. 자그마한 손짓에서 놀이가 태어나고, 수수한 손놀림에서 놀이가 자라납니다. 다만 이 손은 대단한 놀이를 지어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대단한 놀이를 바라지 않습니다. 따스한 손길로 짓는 재미난 놀이를 바랍니다. 즐거운 손길로 이루는 기쁜 놀이를 바라요. 가만히 생각을 기울여서 차근차근 이 손으로 놀이를 지으면 아이랑 어른은 언제나 함께 노래할 만하리라 느낍니다. 2016.6.15.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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