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11


《밀리의 특별한 모자》

 기타무라 사토시 글·그림

 문주선 옮김

 베틀북

 2009.4.15.



  아름답구나 싶은 이야기는 자꾸자꾸 듣고 싶습니다. 사랑스럽네 싶은 이야기는 다시다시 하고 싶습니다. 즐겁게 피어나는 이야기는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2016년에 《밀리의 판타스틱 모자》란 이름으로 새로 나온 《밀리의 특별한 모자》란 그림책이 있습니다. 한자말 ‘특별한’을 영어 ‘판타스틱’으로 바꾸었는데, 우리말 ‘놀라운’이나 ‘새로운’이나 ‘멋진’이나 ‘아름다운’이나 ‘사랑스러운’을 헤아려서 붙이면 좋았을 텐데 싶어요. 어린이 밀리는 돈이 아닌 따뜻한 마음으로 꽃갓(꽃모자) 하나를 갓집 아저씨한테서 사요. 갓집 아저씨는 어린이가 내미는 마음을 마음으로 읽고는 마음으로만 보고 느끼며 만지며 누리는 꽃갓을 즐겁고 멋지면서 사랑스레 건넵니다. 아이들하고 숱하게 되읽으며 낡고 닳은 그림책이라 새로 한 자락을 장만하기까지 했어요. 이토록 마음읽기랑 꿈읽기랑 사랑읽기를 아름다이 담아낸 그림책은 왜 판이 끊어져야 했나 하고 한참 알쏭했는데, 곱게 알아본 다른 출판사가 있어서 무척 반가웠어요. 속으로 품는 숨결이 빛난다면 비록 한동안 새책집에서 자취를 감추어도 한결 씩씩하게 태어나지 싶습니다. 꿈을 꾸어야겠지요. 마음에 그려야겠지요. 오직 사랑으로 바라보면서 돌보는 손길이어야겠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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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16


《위로의 정원, 숨》

 휘리 글·그림

 숲속여우비

 2016.9.30.



  1988년에 《한국에서 온 막내둥이 웅》이란 책이 나왔습니다. 판이 끊긴 이 책을 헌책집에서 찾아내어 읽고는 몹시 애틋했습니다. 여태 이 나라에서 쉬쉬하는 아기팔이(해외입양)를 다루는데, 말도 삶도 낯선 곳에서 아이가 얼마나 괴로운가뿐 아니라 아이를 받아들인 스위스 어버이도 얼마나 벅찼는가를 사랑으로 풀어냈어요. 2009년 어느 날 《엄마가 사랑해》란 이름으로 이 책이 새로 나옵니다. 이름을 새로 붙인 책을 펴낸 혼출판사 ‘숲속여우비’는 2016년에 마지막 책을 선보이고 조용히 자취를 감추어요. 작은일꾼 땀이 깃든 아홉 자락은 새빛을 볼 날이 있겠지요? ㅅㄴㄹ


《엄마가 사랑해》(도리스 클링엔베르그/유혜자 옮김, 2009)

《라니아가 떠나던 날》(카롤 잘베르그·엘로디 발랑드라/하정희 옮김, 2009)

《우리 안에 돼지》(조슬린 포르셰·크리스틴 트리봉도/배영란 옮김, 숲속여우비, 2010)

《성의 패러독스》(수전 핑커/하정희 옮김, 2011)

《여기, 뉴욕》(E.B.화이트/권상미 옮김, 2014)

《책빛숲, 아벨서점과 배다리 헌책방거리》(최종규, 2014)

《하우스 박사와 철학하기》(데이비드 골드블랫·헨리 제이코비·제니퍼 맥마혼/신현승 옮김, 2014)

《유럽 골목 여행》(서향 엮음,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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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14


《서점을 둘러싼 희망》

 문희언

 여름의숲

 2017.4.10.



  책이란 무엇일까 하고 자꾸자꾸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책을 둘러싼 새길을 걷더군요. 아하 그렇구나 하고 깨닫고는 숲을 생각해 봅니다. 아침저녁으로 한 해 내내 숲을 생각하며 열 스물 서른 마흔이란 해를 걸으며 생각하니 숲이랑 하늘이랑 별을 엮는 실마리가 문득 비칩니다. 그래 그렇구나 하고 헤아리면서 사람을, 어린이를, 어른을, 말을, 글을, 살림을 하나하나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요즈막에는 ‘책이란 사람하고 사람을 이야기로 잇는 길’이로구나 하고 느꼈어요. ‘숲이란 숨결하고 숨결을 풀꽃나무로 맺는 바람’이로구나 하고 느껴요. 줄거리만 담아서 될 책이 아닌, 삶·슬기·사랑·숲·숨결을 글·그림·사진·만화라는 틀로 알맞고 새롭게 담으니 이야기가 피어나서 어느새 책이 되네 하고 생각합니다. 《서점을 둘러싼 희망》은 144쪽으로 가볍게 태어났다가, 가볍게 자취를 감춥니다. ‘책을 담은 집’인 책집으로 우리가 먼저 거듭나고, 거듭난 우리 힘이랑 슬기를 모아 마을이 거듭나고, 즐거이 가꾼 마을이 모여 푸른별이 거듭나고, 푸른별이 통째로 따사롭게 거듭나면서 온별누리가 거듭나는 길이 이 나라에 있을 만할까 하고 돌아봅니다. 어쩌면 진작 있었을 수 있고, 아니면 이제부터 땀흘려 지을 수 있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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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06


《성적이 좋아지고 참사람 되는 길 1》

 와다 시게마사(和田重正) 글

 유응렬 엮음

 대범사

 1965.4.10.



  배움터 아닌 학교이기에 ‘점수’를 매기고 ‘성적’으로 가릅니다. 배우는 터전에서는 점수를 안 가리고 성적을 안 따져요. 호미질·낫질·삽질을 점수로 매기거나 성적으로 갈라야 하지 않아요. 아기한테 젖을 물리고 오줌기저귀를 삶아서 널 적에 점수나 성적을 봐야 하지 않아요. 풀꽃씨를 받아 푸르게 우거진 풀숲을 가꾸는 길에 점수나 성적은 덧없어요. 누구나 배우는 길이라면 모든 사람이 스스로 솜씨를 키울 때까지 찬찬히 지켜보고 도와요. 몇몇만 뽑아서 으뜸을 내세우려 하니 ‘점수·성적·학교·졸업장’으로 잇달으면서 위아래가 생겨요. 《성적이 좋아지고 참사람 되는 길 1》는 1965년에 나옵니다. 그맘때에도 “성적이 좋아지는 길”에 목을 맨 사람이 많았군요. 더구나 그런 책을 일본말에서 옮겼어요. ‘참사람’하고 ‘성적’이 나란할 수 있을까요? 참사람으로 살면서 성적을 눈여겨볼 일이 있나요? 우리 스스로 아직 참사람이 아니거나 아예 참사람을 안 바란 터라 성적에 눈빛이 흐리지 않는가요? 배움터일 적에는 한 사람도 안 내칩니다. 삶터일 적에는 한 사람도 안 괴롭힙니다. 사랑터일 적에는 한 사람도 안 따돌립니다. 숲터일 적에는 누구나 싱그럽게 노래합니다. ‘셈값’을 내려놓아지 싶어요. 참길을 같이 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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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02


《暴政12年 第一輯 景武臺의 秘密》

 김석영 글

 평진문화사

 1960.5.30.



  우두머리랑 벼슬아치가 선 뒤부터 사람들이 느긋하거나 아늑하거나 즐겁게 살아가는 숨통을 튼 적이 있나 하고 돌아보면, 글쎄 아예 없지 싶습니다. 지난날 조선·고려·발해·고구려·백제·신라·가야·부여·마한·진한·변한·옛조선 같은 이름일 적에 하루라도 조용히 발뻗고 쉴 겨를이 있었나 하고 되새기면, 아무래도 참 없었네 싶어요. 일제강점기에 들어서고, 남북이 갈리고, 피튀기며 싸우고, 군홧발로 억누른 뒤에는, 돈벌이랑 고장다툼에 대학바라기로 어수선합니다. 《暴政12年 第一輯 景武臺의 秘密》은 남녘·북녘으로 갈린 자리에 남녘 첫 우두머리가 얼마나 마구잡이였는가를 밝히려는 책꾸러미 가운데 첫걸음입니다. 1948년부터 1960년까지 바람 잘 날이 없던 나날이라면, 드디어 ‘마구쟁이 우두머리’를 몰아낸 다음은 어땠을까요? ‘나라가 없으면 어떻게 사느냐?’고 묻는 분이 있습니다만, 마을은 우두머리 힘으로 굴러가지 않아요. 우두머리가 있어야 풀꽃나무가 자라지 않습니다. 벼슬아치가 있어야 잠자리나 벌나비나 새가 날지 않습니다. 흙살림꾼이 등허리가 휠수록 농협은 되레 돈이 흘러넘칩니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만나 사랑이 피어날 적에 아이를 낳고, 보금자리가 태어납니다. 사랑일 때에만 삶이에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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