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18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김우중 글

 김영사

 1989.8.10./1995.2.20. 134쇄



  바깥에서 누구를 만나면 으레 저한테 여러 가지 묻습니다. 궁금하기에 묻거나, 안 궁금하지만 말치레로 물을 테지요. 예전에 어떤 일을 하다가 이 깊은 시골에서 사느냐고 묻기에 주섬주섬 발자취를 더듬어서 들려주면 흠칫 놀라는 분이 많습니다. 제가 걸어온 길이 놀랄 만한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스스로 즐겁고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러워 보람있게 살 만한 값어치랑 뜻이 있는 길을 찾아서 여러 일을 맡았을 뿐입니다. “아니, 그런 일을 한 분이 왜 이런 시골에 묻혀서 살아요?” “아니, 그런 일을 했기에 시골 아닌 숲자락에 즐거이 파묻혀서 다음 일거리를 살펴서 하면 즐겁지 않아요?” “그래도, 시골에서 썩기 아까운데?” “그러니까, 시골을 가꾸는 숲빛으로 밝히면 사랑스러울 텐데요?”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엄청나게 팔렸다고 합니다. 이제는 헌책집에서 그냥 내다버리는 책 가운데 하나인데, 팔림새가 궁금하여 헌책집을 한참 뒤진 끝에 134벌을 찍은 판을 찾았습니다. 온누리는 틀림없이 넓고 할 일은 많아요. 그렇다면 이 나라나 터전은 모두한테 고루 길을 틔워 주면서 기쁘게 꿈을 펼칠 만한 아름자리일까요? 어떤가요? 돈·이름·힘으로 돈·이름·힘을 먹는 곳이 아닌, 아름나라로 탈바꿈하기를 빌 뿐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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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120


《헌책방에서 보낸 1년》

 최종규 글·사진

 그물코

 2006.3.15.



  2004년에 첫 책 《모든 책은 헌책이다》를 써냈습니다. 이 나라뿐 아니라 이웃나라 모든 헌책집지기한테 바치려고 썼어요. 어제책하고 오늘책하고 모레책을 잇는 징검다리가 되어 준 손길책집이 더없이 고맙다는 뜻에서 넙죽 절을 하려는 마음을 적고 싶었어요. 알아보는 이 없이 사라진 숱한 책집이며, 어느새 조용히 떠난 여러 책집이며, 앞으로 태어날 새로운 책집이며, 책을 곱게 마음에 품고서 이웃을 마주하려는 따사로운 손길이 참말 아름답다고 노래하고 싶었습니다. 이제 마을책집이 곳곳에서 참하게 태어나는데요, 2006년 언저리는 이곳저곳에서 마을책집이 더는 못 버티고 두 손을 들던 무렵입니다. 신문·방송은 온통 ‘닫고 사라지는 책집’ 이야기를 쏟아냈습니다. 닫는 가게는 책집뿐 아닌데, 힘들면 어느 가게이든 닫기 마련인데, 마을책집·헌책집을 너무 얕잡아본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2005년 한 해 동안 헌책집을 다닌 이야기를 그러모아 891쪽짜리 《헌책방에서 보낸 1년》을 써냈습니다. 이 책에는 ‘전국 헌책방 목록’을 붙였습니다. 이 ‘전국 헌책방 목록’이 바탕이 되어 ‘서울 책방 지도’가 태어났지요. 그저 다리품으로 나라 곳곳을 누볐고, 언제나 손품으로 마음밥이 될 아름책을 읽으면서 하루하루 살아나갔습니다. ㅅㄴㄹ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8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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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15


《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

 이소이 요시미쓰 글

 홍성민 옮김

 펄북스

 2015.9.15.



  진주라는 고장에 〈진주문고〉가 있고, 이곳은 ‘펄북스’란 출판사를 열어서 꾸립니다. 한자말은 ‘眞珠’요, 영어는 ‘pearl’인데, 우리말로는 ‘구슬·구슬꽃’이나 ‘바다구슬·조개구슬’일 테지요. 너덧 해 만에 자취를 감춘 책이 된 《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입니다만, 마을 곳곳에 조그맣게 가꾸는 책터가 책숲으로 피어나면서 책밭으로 퍼지는 길을 살뜰히 담아내었다고 여겨요. 멋부리거나 자랑하려고 “마을책터가 온누리를 바꾼다” 하고 말하지 않습니다. 참말로 이와 같아요. ‘더 빨리·더 많이·더 크게’가 아닌 ‘즐겁게·곱게·착하게’로 나아갈 적에 온누리가 달라져요. ‘신나게·놀이로·사랑하며’ 일하고 책 하나를 나누는 길을 연다면, 집집마다 마을마다 새롭게 이야기가 피어나면서 우리 푸른별이 더없이 환한 숨결로 거듭날 만합니다. 도서관이란 집을 우람하게 지어야 하지 않습니다. 사서자격증을 갖춘 일꾼이 많아야 하지 않습니다. 골목집을 도서관으로 삼을 만하고, 마을가게를 마을책터로 돌보면 돼요. 마을 어린이·아줌마·아저씨·할머니·할아버지가 책사랑이가 되어 도란도란 이야기를 지피면 여기는 아름숲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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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12


《소꿉》

 편해문 글·사진

 고래가그랬어

 2009.7.1.



  갈수록 ‘그냥 사진책’은 자리를 잃지 싶습니다. 누구나 사진을 찍고 어디에서나 사진을 담는 삶으로 퍼지면서, 사진밭은 ‘외곬 예술’로 기울기까지 하는구나 싶어요. 사진길을 걷던 적잖은 분은 여태 ‘사진은 예술인가 아닌가?’를 놓고 온갖 말을 쏟아내었습니다. 삶자리에서 수수하면서 즐겁게 찍고 나누는 사진은 마치 사진이 아니기라도 한듯 밀쳐내고, 뭔가 이리 꾸미고 저리 만들면서 ‘알쏭달쏭한(형이상학)’ 빛만지기 놀이가 되어야 비로소 사진이라고 여기기도 합니다. 이 나라 문학비평은 갖은 일본 한자말에 번역 말씨에 영어까지 범벅말이기 일쑤인데, 사진비평은 가장 끔찍하다 싶도록 범범말입니다. 삶을 등진 비평이요, 살림길을 등돌린 예술 사진으로 치달아요. 《소꿉》은 범벅잔치인 사진밭에서 이슬꽃처럼 태어난 사진책입니다. 이 나라에서는 자취를 감춘 어린이 놀이인 ‘소꿉’을 아시아 여러 나라를 돌며 같이 즐기면서 신바람으로 담아냈어요. 문득 돌아보면 아직 이 나라에 소꿉놀이가 마을 빈터나 들판마다 춤출 적에 소꿉을 사진으로 찍는 어른이 없다시피 했지요. 곁살림을 담기에 글입니다. 곁삶을 찍기에 사진입니다. 삶이 책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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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17


《왜 이제 오셨소》

 너머 글·그림

 심다

 2019.10.26.



  출판사를 안 거치고서 책을 내는 분이 늡니다. 애써 지은 책을 굳이 국립중앙도서관에 안 넣는 곳이 늘어납니다. 이러한 책을 ‘독립출판물’이라고도 합니다만, 저는 ‘혼책’이나 ‘손지음책’이라는 이름으로 가리켜요. 샛장수(도매상)하고 누리책집(인터넷서점)을 등지겠다는 혼책이요, 그때그때 스스로 즐거운 길을 살피며 손수 짓겠다는 손지음책입니다. 혼자 짓는 책에 따로 출판사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돼요. 손수 지어 선보이는 책에 재미나게 출판사 이름을 붙일 만합니다. 그리고 조촐하게 마을책집을 가꾸면서 알맞춤하게 혼책을 내놓을 수 있어요. 《왜 이제 오셨소》는 전남 순천에 뿌리를 내린 마을책집 〈책방 심다〉에서 펴낸 손지음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할머니를 마주하는 삶을 그리고, 할머니 마음을 읽으려는 눈빛을 들려줍니다. 이 혼책을 천천히 읽으면서 ‘집집마다 할머니 할아버지 이야기를 이렇게 수수하게 담아서 나누면 좋겠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이 손지음책을 차분히 돌아보면서 ‘우리가 저마다 무엇을 사랑하고 꿈꾸는가를 이처럼 스스럼없이 펼치며 노래하면 좋겠네’ 싶어요. “왜 이제?”라기보다는 “이제부터!”예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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