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1.11.8.

숨은책 566


《the bible story in the bible words 1 the Story of Genesis》

 Adele Bildersee 엮음

 the Union of American Hebrew Congregations

 1924.



  나누려는 마음이기에 책을 쓰거나 읽는다고 느껴요. 여태까지 느끼고 보고 배워서 마음으로 추스른 삶이라는 이야기를 기꺼이 들려주고 싶어서 책을 쓰고, 여태까지 우리 나름대로 살아낸 나날을 새삼스레 이웃 눈길로 돌아보면서 새록새록 배우고 싶어서 읽는구나 싶습니다. 스스로 지어서 여민 책을 건네기도 하지만, 스스로 읽고서 마음에 든 책을 내밀기도 합니다. 《the bible story in the bible words 1 the Story of Genesis》는 “PRESENTED to”란 종이를 안쪽에 붙여서 1925년 언저리에 베푼 책입니다. 1925년에 오가던 손길을 헤아려 봅니다. 어느 곳에서는 가르치고 배우는 손길이 따사로이 흘렀고, 어느 곳에서는 가로채거나 가로막힌 손이 맞물렸습니다. 나누려는 마음이 바탕에 흐르기에 이야기가 오간다면, 억누르거나 짓밟으려는 생각이 불거지면 책이고 이야기이고 뭣이고 없습니다. 슬기롭게 배우고 어질게 펴기를 바라는 뜻으로 글을 쓰고 책을 여민다면, 싸우거나 넘보거나 괴롭히거나 빼앗는 손길은 없으리라 생각해요. 밝게 사랑이라는 마음빛을 가꾸지 않기에 “이웃나라로 쳐들어가자 목소리를 담는 책”을 쓰며 윽박일 테고, 맑게 사랑이라는 마음결을 돌보기에 “이웃하고 어깨동무하는 길을 찾는 책”을 쓰며 부드러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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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1.10.25.

숨은책 562


《增補 內鮮書簡文範》

 大山 壽 엮음

 三中堂書店

 1944.2.28.



  일본바라기(친일부역)를 하던 이들 발자취는 1945년 뒤로 감쪽같이 사라졌을까요, 감추었을까요? 알면서 모르는 척했을까요, 없는 듯이 눈가림이었을까요? ‘반민특위’가 있었으나 잘못값을 치른 이는 없다시피 합니다. 돈바치·이름바치·글바치는 저마다 요모조모 빠져나갔을 뿐 아니라, 따르는 이(추종자·제자)를 잔뜩 키워서 감싸거나 치켜세웠어요. ‘大山 壽’라는 사람이 쓰고 엮었다는 《增補 內鮮書簡文範》은 ‘내선일체 글쓰기’를 알려줍니다. 어떻게 글을 쓰거나 말을 해야 일본 우두머리를 섬기는 매무새인지 들려주고, 일본스러운 몸차림을 차근차근 알려줍니다. ‘大山 壽’은 “국경의 밤”이란 노래를 쓴 김동환(1901∼1958)이란 사람이 고친 이름(창씨개명)이요, ‘三中堂書店’은 서재수(徐載壽)라는 사람이 1931년에 열고, 뒷날 ‘삼중당’으로 알려진 곳입니다. ‘京城府鐘路區寬勳町一二三番地’에 있었다는 그곳에서 어떤 책을 냈는지, 또 이곳에서 1945년 뒤에 어떤 책으로 돈을 벌었는지 안 궁금해요. 다만, 글꾼 몇몇뿐 아니라, 글을 책으로 묶은 숱한 책마을 일꾼도 일본바라기를 함께했고 돈·이름·힘을 함께 누렸습니다. 이들 가운데 잘잘못을 환히 밝히거나 뉘우친 사람이 몇쯤 있었는지도 그닥 궁금하진 않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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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1.10.25.

숨은책 561


《現行朝鮮語法》

 鄭國采 글

 宮田一志 펴냄

 宮田大光堂 1926.12.25.



  1917년에 한힌샘 님이 편 ‘한글모죽보기’를 550사람 즈음 들었고, 이때 함께 들은 정국채 씨는 1926년에 《現行朝鮮語法》을 일본글로 써내는데, “전라남도 광주 금계1리 133번지”에 살면서 썼고, “光州 弓町六五番地”에 있는, 일본사람이 꾸리는 출판사에서 펴냅니다. 책 앞자락에는 조선총독부 학무국장(李軫鎬)이 ‘訓民八週丙寅’란 글씨를, 전라남도지사(石鎭衡)가 ‘言海指針’란 글씨를 남겨요. 첫머리는 조선총독부 ‘視學官’이라는 현헌(玄櫶)이라는 사람이 쓰는데, 이때 ‘시학관’은 오늘날 ‘교육감’입니다. 현헌 씨는 경성고등보통학교·경성여자고등보통학교 교유(敎諭)를 하다가 1921년부터 조선총독부 시학관을 맡는데, 이이 아들 현영섭(창씨개명 天野道夫아마노 미치오)은 “내선일체를 위해선 조선말을 완전히 없애버려야 한다”고 외쳤다지요. 어떤 이는 홀로서기(독립)를 꿈꾸며 한글을 익히고, 어떤 이는 일본바라기(친일부역·내선일체)를 꾀하려고 조선글을 일본사람한테 가르칩니다. 그나저나 《現行朝鮮語法》은 ‘カケハシ書店’에서 팔린 자국이 있어요. “山口市 下立小路(혼슈 야마구치시 오리타테에おりたてえ)”에 있던 작은 책집이라는데, 조선사람이 사서 읽었습니다. 글 하나를 놓고 다 다른 삶과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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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1.10.23.

숨은책 557


《物質觀の歷史, 化學史の中心として》

 スヴェドベリ-

 田中 實 옮김

 白水社

 1941.1.17.첫./1952.12.25.넉벌.



  열린책숲(공공도서관)에서 새책을 들일 적에 마을책집한테 맡기곤 합니다. 서로 이바지하는 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들인 책을 열 해·스무 해 뒤에는, 또 서른 해·마흔 해 뒤에는 어떻게 할까요? ‘도서관·십진분류법’을 비롯해서 온갖 말씨는 일본사람이 한자로 지었습니다. ‘수서(收書)’도 일본 한자말 가운데 하나예요. 책을 들이거나 맞추거나 차리는 일이라면 우리말로 ‘책들임·책맞춤·책차림’으로 옮길 만합니다. 책을 가를 적에는 ‘책가름·책갈래’로 옮길 만하고요. 《物質觀の歷史, 化學史の中心として》는 “국민대학교 도서관”에 “1961.6.13. 8314” 같은 글씨가 적힌 채 들어왔다가 2020년 무렵 버린 책입니다. 빌린이가 아무도 없이 예순 해를 살다가 책숲(도서관)을 떠나야 했는데, 문득 살피니, “外國圖書, 株式會社 文耕書林. 서울 忠武路 八口. 電話 2.8855番. 賣上카-드 No.3575 ¥280”라 적힌 쪽종이가 그대로 있습니다. 국민대 도서관에서 이 쪽종이를 떼어냈다면 1961년에 어느 마을책집에서 책을 사들였는지 안 남았을 테지만, 이 쪽종이가 남아서 서울 충무로에 있던 〈문경서림〉 자취를 읽고, 책들임 흐름을 살핍니다. 줄거리뿐 아니라 손자취로 함께 읽는 책입니다. 모든 자취에는 우리 삶이 깃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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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1.10.23.

숨은책 560


이 좋은 세상에

 김남주 글

 한길사

 1992.3.25.



  푸른배움터 여섯 해(1988∼1993년)를 돌아보면, 길잡이(교사)는 가위를 챙기고 다니며 머리카락을 재서 잘랐습니다. 이들은 한 손에 몽둥이를 쥐고 다니며 팼습니다. 총칼로 짓밟은 일본이 다스리는 나라도 아닌데 “조선놈은 맞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배움터에서 몽둥이는 사라졌을까요? 얼핏 사라진 듯 보이지만 참말 사라졌을까요? 작대기·골프채·야구방망이는 치웠어도 셈겨룸(시험)이라는 숨은 몽둥이는 고스란합니다. 1992년에 《이 좋은 세상에》가 나왔다지만, 나온 줄 몰랐습니다. 1994년 2월에 김남주 님이 숨을 거두었다지만, 이때에도 몰랐습니다. “이 좋은 세상에”라는 이름을 붙여 노래를 부른 넋을 돌아봅니다. 1990년대에서 서른 해가 지난 2020년대는 “얼마나 좋은 나라”일까 하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홀가분히 목소리를 낼 수 있나 하고 살피면 아닌 듯합니다. 누구나 꿈을 키우고 사랑을 속삭이는가 하고 헤아리면 아닌 듯합니다. ‘우주개발’을 한다며 전남 고흥 끝자락 나로섬에서 펑펑 쏘아대지만, 정작 고흥 같은 시골은 빠르게 늙고 어린이·젊은이는 빠르게 떠납니다. 제주 헌책집 〈동림당〉에서 김남주 님 손글이 깃든 책을 만났어요. 살살 쓰다듬습니다. 어린이한테 아름다운 나라로 가는 길을 그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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