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시렁 119


《김현희의 하느님》

 조갑제·정호승 글

 고시계

 1990.8.1.



  조갑제 씨는 처음부터 ‘조선일보·월간조선·극우’하고 한몸이지 않았습니다. ‘뿌리깊은 나무’에서 책을 냈으며, 《고문과 조작의 기술자들》 같은 책도 냈습니다. 다만 ‘조선일보’ 글밥을 먹자 휙 돌아섰을 뿐입니다. 이 조갑제 씨하고 꽤 오래 일하면서 〈월간조선〉 차장으로 있던 시인이 정호승 씨입니다. 1982년에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뽑히고부터 1991년까지 일했다지요. 전두환·노태우로 이어온 총칼수렁(군사독재) 한복판에서 배부르게 살았더군요. 어느 곳에 머물었든 대수롭지 않아요. 조갑제·정호승 둘이 낸 《김현희의 하느님》이란 책을 꽁꽁 숨기려 하더라도 이미 쓰고 펴낸 책이 사라질 턱이 없어요. ‘1980∼90’년대라는 총칼나라 한복판에서 ‘조선일보 기자’라는 이름쪽으로 글밥을 먹은 밑힘으로 이녁 이름을 드날리면서 무엇이 기쁨이고 사랑이고 슬픔이고 꿈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조갑제 씨랑 함께 일한 나날’이 창피해서 숨겨야 한다면, 처음부터 함께 일할 까닭이 없었을 테지요. ‘왼오른 없이 글은 그저 글일 뿐’이라고 여긴다면 떳떳이 ‘전두환·노태우 총칼나라 한복판에서 조선일보 기자 노릇’을 했던 일부터 글로 쓰면 되고요. 달콤하게 겉을 꾸민들 달빛이 되지 않습니다. 글에 한자를 유난히 쓰는 버릇도 조선일보스럽습니다. 정일권 씨도 이 책을 읽었네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처음에는 조갑제 단독으로 일본말로 냈다가

정호승이 글을 붙여 한글판을 새로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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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숲노래 숨은책 2023.4.3.

헌책읽기 10 두 민족의 접점에서



  안 읽히거나 사라지는 책에는 안 읽히거나 사라지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지은이가 잘 쓰지 못 해서 안 읽히거나 사라지기도 하지만, 우리 스스로 눈먼 종살이를 하는 탓에 스스로 안 알아보거나 못 알아볼 뿐 아니라, 허물벗기나 날개돋이를 아예 생각조차 안 하는 탓이 대단히 큽니다. 《두 민족의 접점에서》는 일본에서는 제법 읽힌 책이고, 한글판이 가까스로 태어난 책이되, 고침판이 한 벌 나오기는 했으나 까맣게 잊힙니다. 글님은 예나 이제나 꾸준히 한·일(일·한) 두 나라 사이를 마음으로 잇는 징검다리라는 길을 천천히 가꿉니다. 노래님 이상은 씨는 글님이 도와준 손길에 힘입어 새길을 걸을 수 있었다지요. 잊혀진 헌책을 2022년에 문득 장만했고, 곰곰이 읽고서 열여섯 살 큰아이하고 함께 읽었습니다. 이 책이 갓 태어난 1989년부터 2023년에 이르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도무지 안 바뀌는 굴레를 엿보면서, 두 나라뿐 아니라 ‘두 나라에 깃든 사람들과 벼슬꾼과 먹물꾼’ 사이에 무엇이 있는지 돌아봅니다. 1961년에 태어난 글님은 두 이름을 품습니다. 하나는 ‘강신자’요, 둘은 ‘쿄 노부코’입니다. 글님은 으레 한자 ‘姜信子’로 적으면서 ‘강신자’ 아닌 ‘쿄 노부코’로 읽는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으면서 두 나라와 두 살림과 두 마음을 하나로 어우르면서 사랑이라는 빛길을 걸어가려는 뜻이라고 여길 만합니다. 한글·한말을 익히려고 무던히 애쓰셨다는데, 적잖은 한글책을 일본글로 옮기기도 했습니다. 요즈음은 ‘자이니치’라는 일본 말소리를 쓰는 분이 많고, 남녘에서는 ‘재일교포’라 하고 북녘에서는 ‘재일조선인’이라 합니다. 일본에서 살아가는 한겨레라면 ‘일본한겨레’라 하면 될 텐데요. ‘중국한겨레·일본한겨레·한국한겨레·미국한겨레’처럼 쓰면 되리라 봅니다. 뿌리를 내린 터전이 다르되, 이 푸른별에서 이루려는 뜻은 다툼질 아닌 어깨동무라면 ‘한겨레’를 넘어 ‘한사람·한사랑’으로 바라보면 될 테고요.



《두 민족의 접점에서》(강신자/송일준 옮김, 밝은글, 1989.10.10.)



대학을 1년간 더 다녔다. 소위 ‘취직차별’이 원인이다. 최초로 나 자신에게 심각한 문제로 ‘차별’이 대두된 것이다. 아직 젊고, 일본에서 살아갈 일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나에게 한국 국적을 갖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회사에서 거부되었다는 사실이 생사를 가름하는 문제로 다가왔다. (18쪽)


조선반도에 왠지 모르게 친근감을 갖고 한글공부를 하고 있던 그 사람조차도 이 정도였다. 그렇다면 한국과 재일한국인에게 특별한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뭘 알고 있겠는가. (27쪽)


“소중히 여겨 주어야 할 것이야.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혹시 친척들 사이에서 이 아이가 고통스런 입장에 서게 될지도 몰라. 자네밖에 없어. 그런 때에 딸아이를 지켜줄 사람은. 철저하게 지켜주어야 해.” 조용하게 천천히 그의 눈을 응시하면서 말씀하셨다. (31쪽)


“하지만 우리들은 일본인, 한국인을 말하기 전에 같은 인간 아닌가요?” 내 물음에 차별철폐운동을 하고 있는 40세 정도의 남성은 대답했다. “넌 너무 어수룩해. 그런 건 현실도피의 말에 지나지 않아. 우리들은 인간이기 이전에 조선인이다.” (37쪽)


시어머니는 참으로 평범한 일본 여인. 줄곧 사회생활을 하고 계신 분으로서 집에 틀어박혀 있는 가정주부보다 시야는 넓을지도 모른다. 매일 신문을 읽고 있어서 사회에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재일한국인의 지문날인거부를 눈여겨본 적도 없고 그 의미도 알 바 아니다. 원래 재일한국인을 본 적도 없는데다 말을 해본 적도 없다. 그런데 갑자기 참으로 미지의, 아들과 결혼할 여자로서 ‘나’라는 재일한국인이 나타난 것이다. (43쪽)


“왜 우리 집에서는 하나마츠리를 안 해, 엄마?” “우리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그런 습관이 없단다.” 참 시시하다고 생각하면서 언니들과 셋이서 손으로 히나사마를 만들었다 … 어린 마음에 ‘이건 손해잖아’ 하는 느낌이 들었다. 한편으론 한국인 어린이를 위한 즐거운 행사도 틀림없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경험한 일이 없었다. (55쪽)


아버지가 무뚝뚝하게 대답하셨다. “선생은 안 돼. 공무원도 안 되고 보통 회사 같은 데도 안 되는 거야. 기술이라도 지니지 못하면 살아갈 수 없어.” 냉정하게 설명해 주셨다. (61쪽)


이것으로 세 번째의 실수였다. 밖에 나갈 때는 외국인등록증을 잊지 말 것. 이것은 재일한국·조선인에게는 상식이다. (102쪽)


일본인도 아니고 한국인도 아니다. 그 두 개의 마이너스도 서로 곱셈을 하면 플러스가 된다. ‘민족’과 같은 딱딱한 의식이 아니라 ‘재일한국인다움’ 같은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149쪽)


아버지는 가와사끼고를 나와 쥬오대학 법학부를 졸업했다. 법조인이 되려는 꿈을 갖고 계셨다. 그러나 한국인에게는 사법시험을 치를 자격이 없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일본 기업에서 재일한국·조선인을 고용하려는 곳은 없었다. (156쪽)


미싱기름 냄새가 나는 작업장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미싱을 돌리던 어머니, 손톱이 기름에 까맣게 물든 채 반제품을 나르고 차를 운전하시던 아버지. (161쪽)


“저는 한국 국적입니다만, 입사 때 무슨 지장이 있을까요?” “지금까지 한국 국적을 가진 분이 입사한 예는 없읍니다. 귀화한 분은 있읍니다. 다만 전례가 없을 뿐 들어올 수 없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176쪽)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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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숲노래 숨은책 2023.4.3.

헌책읽기 9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1998년 무렵, 둘레에서 신영복 님 책을 읽으라고 하기에 문득 집었다가 놀랐습니다. ‘한자말’ 아닌 ‘한문’이 그득하더군요. 《엽서》(너른마당, 1993)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햇빛출판사, 1988)도 영 손이 안 갔습니다. 이분 책을 찾아 주기를 바란 이웃이 많아 커다란 《엽서》이든 처음 나온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든 헌책집에서 찾아 주기는 하되 여러모로 껄끄러웠습니다. 책을 찾아서 건네며 늘 여쭈었어요. “이분 글이 뭐가 좋나요?” “응? 글이 안 좋아?” “이분 글을 누가 읽을 수 있나요?” “왜? 글이 어려워?” “잘 보셔요. 아무리 뜻이 좋다고 해도 먹물붙이가 아니면 읽을 수 없는 이런 글을 어떻게 좋다고 여길 수 있을까요? 아무리 줄거리가 좋다고 한들 이런 낡은 한문결을 그대로 종이에 찍어도 되나요?” “그건 좀 그러네. 그 대목은 생각해 보지 못 했네.” 얼추 스무 해 만에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다시 펼치지만, ‘천수고 불감불국(天雖高 不敢不局)’이라느니 ‘막견어은 막현어미(莫見於隱 莫顯於微)’라느니 ‘일우(一隅)’나 ‘필신기독(必愼其獨)’이나 ‘모필 서간문(毛筆書簡文)’이라느니, 누가 읽으라고 쓴 글인지 모르겠습니다. 중국스럽고 일본스러운 낡은 말씨를 안 버린다면, 이 나라 이 땅 이 터 이 마을을 새롭게 가꾸면서 어린이한테 물려주는 길을 어질거나 슬기롭거나 참하거나 아름답게 일구지 못 하겠다고 느낍니다. 더구나 ‘구정·설’이란 낱말을 나란히 쓰면서 ‘민속의 날’이란 이름을 나무라는 대목은 좀 어이없습니다. ‘민속의 날’이라는 이름을 내세우던 노태우만 겨레얼이 빠진 짓일까요? ‘신정·구정’이라는 뜬금없는 한자말이야말로 겨레얼이 빠진 먹물잔치 아닐까요? 책이름에 깃든 ‘-으로부터의 + 사색’은 그냥 일본말입니다. 우리말이 아닙니다. 우리말 ‘생각’을 쓸 생각이나 엄두나 마음이나 빛이나 넋이나 얼을 틔우지 않는다면, 아무리 뜻만 좋은 글을 쓰더라도 스스로 굴레(감옥)에 갇히고 이웃도 가두는 셈입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신영복, 햇빛출판사, 1988.9.1.첫/1993.6.1.중판1쇄)



천수고 불감불국(天雖高 不敢不局), 하늘이 비록 높아도 머리룰 숙이지 않을 수 없으며, 막견어은 막현어미(莫見於隱 莫顯於微), 아무리 육중한 벽으로 위요(圍繞)된 자리라 하더라도 더 높은 시점에 오르고 더 긴 세월이 흐르면 그도 일식(日食)처럼 만인이 보고 있는 자리인 것을…… 저에게 주어진 이 작은 일우(一隅)가 비록 사면이 벽에 의하여 밀폐됨으로써 얻어진 공간이지만, 저는 부단한 성찰과 자기부정(自己否定)의 노력으로 이 닫힌 공간을 무한히 열리는 공간으로 만들어 감으로써 벽을 침묵의 교사로 삼으려 합니다. 필신기독(必愼其獨), 혼자일수록 더 어려운 생각이 듭니다. (227쪽/1977.10.15.)


그뿐만 아니라 어머님께서 전에 써보내 주시던 모필 서간문(毛筆書簡文)의 서체는 지금도 제가 쓰고 있는 한글 서체의 모법(母法)이 되어, 궁체(宮體)와는 사뭇 다른 서민들의 훈훈한 체취를 더해 주고 있읍니다. 어머님은 붓글씨에 있어서도 저의 스승인 셈입니다. (280쪽/1983.9.21.)


오늘은 구정입니다. 달력은 29일 밑에다 ‘민속의 날’이라 적어 놓아서 설이란 이름에 담기어 오던 민중적 정서와 얼이 빠져버리고 어딘가 박제(剝製)가 된 듯 메마른 느낌을 금치 못하게 합니다. (296쪽/1987.1.29.)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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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674


《公害의 政治經濟學》

 都留重人 글

 이필렬·조홍섭 옮김

 풀빛

 1983.8.20.



  2005년 11월 19일, 헌책집지기님은 “젊은 사람들은 세로쓰기를 잘 안 봐. 가로쓰기만 보지. 그런데 최 선생은 젊은 사람 같지 않아. 세로쓰기도 한자 책도 잘 사서 읽으시네.” “읽을 책을 읽을 뿐인걸요.” “그래, 읽을 책을 읽어야지. 그런데 읽을 책이 뭘까? 요새 책이 하도 안 나가서 걱정이네. 아무리 좋은 책이라 해도 겉에 한자가 적힌 책은 건드리지를 않아.” “속에는 한자를 한 마디도 안 쓰더라도 굳이 책이름에 한자를 적는 분이 많아요. 안타까운 노릇이지만, 물갈이를 하는 셈이지 싶어요. 책은 아까워도 이제는 이렇게 한자로 글자랑을 하는 먹물은 사라져야지요. 한자를 안 쓰더라도 부러 어렵게 쓰는 사람이 아직 많은데, 그런 글도 사라져야겠고요.” “그렇지. 책은 누구나 읽을 수 있어야지. 그런데 좋은 책을 알아보는 눈이 너무 사라져서 장사가 안 되니 힘드네.” 성균관대학교 도서관에 머물다가 버려진 《公害의 政治經濟學》을 헌책으로 찾아서 읽었습니다. 몸글에는 한글로 ‘공해’나 ‘정치경제’로 적는데, 책이름은 굳이 ‘公害·政治經濟學’처럼 한자로 밝혔습니다. 누구나 읽을 글이려면 적어도 한글일 노릇이요, 무늬만 한글이지 않도록 가다듬을 일입니다. 껍데기도 마음도 글도 푸르게 삶으로 거듭나야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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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685


《우리 학교 도서관》

 김경일 글

 김태우 그림

 동구문화사

 1969.5.25.



  배움책숲(학교도서관)이 없는 어린날을 보냈습니다만, 배움책숲이 없어서 서운하거나 섭섭하지 않았습니다. 어린배움터(국민학교)를 인천에서 다니던 1982∼87년뿐 아니라 푸른배움터를 다니던 1988∼93년에도 ‘도서관 = 입시공부방’일 뿐 ‘책을 읽고 나누고 누리는 숲’이지 않았습니다. ‘도서관’ 아닌 ‘도서실’이란 이름인 칸조차 없던 초·중·고등학교를 보냈는데, 고을책숲(시립도서관)이 엉터리인 줄 알았기에 언제나 책집에 가서 책을 읽었어요. 1969년에 나온 《우리 학교 도서관》을 순천에 있는 헌책집에서 보고는 놀랐어요. 이 책은 줄거리도 그림도 일본책을 훔쳤습니다만, 배움책숲 이야기를 찬찬히 들려줄 뿐 아니라, 전남 ‘광양서국민학교’에 깃들던 책이고, 제법 빌려읽힌 자국이 남습니다. “책숲을 말하는 책”은 ‘책이란 무엇인가’부터 ‘책이라는 종이꾸러미를 만지거나 다루는 길’에 ‘책을 가려내는 눈길’하고 ‘책을 읽고서 어떻게 삶을 가꾸는가’ 하는 얼거리를 짚을 수 있어야겠지요. 배움책숲이 없더라도 책빛을 들려주고 책넋을 알리고 책밭을 가꾸는 손길을 이야기할 수 있다면, 저마다 스스로 삶빛·삶넋·삶밭을 일구는 어진 매무새로 피어나리라 봅니다. 숲에서 온 책이듯, 숲을 배우고 짓는 삶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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