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3.5.14.

숨은책 823


《지구인을 지켜라》

 러셀 글

 편집부 옮김

 소년생활사

 1977.11.15.



  모두 100자락인 ‘소년생활 칼라북스’ 가운데 아흔여섯째인 《지구인을 지켜라》입니다. 1970∼80년대에 잔뜩 나온 이런 꾸러미는 여러 곳에서 조금씩 다르게 선보이는데 ‘옮긴이’ 이름은 없고, 펴냄터 무늬·판짜임은 일본판을 흉내냈고, 줄거리를 베끼거나 훔치면서 우리나라 이야기책을 몇 가지 끼워맞췄습니다. 저는 1982년에 어린배움터(국민학교)에 들어가면서 글붓집(문방구)을 날마다 드나들었고, 이때 이런 꾸러미를 처음 보았습니다. 여덟 살에 글씨를 익히고 혼자 책을 읽을 수 있은 뒤로 글붓집에서 그림종이(도화지)·글붓(연필)·지우개 들을 사면서 멍하니 바라보는데 글붓집 아저씨나 아주머니가 물어봐요, “왜? 사고 싶어?” “아. 그렇지만 100자락을 다 살 돈은 없어요.” “하나만 사도 돼.” “네? 그래요?” 어머니는 저한테 날마다 120원을 주었습니다. 집이랑 배움터를 오가는 길삯(차비)이에요. 늘 걸어다니면서 120원을 아꼈고, 책 한 자락 값이 모이면 두근두근하면서 하나씩 샀습니다. 지난날 어린이는 ‘배움터 앞 글붓집’에서 꿈이랑 이야기를 천천히 사모읍니다. 걸어다니며 다릿심이 붙고, 며칠 걸으면 책 하나가 생깁니다. 책으로 읽으며 ‘이런 앞날이 있을까?’ 궁금했는데 참말로 새날이 왔습니다.


“학교 앞 문방구나 전국 유명서점에서 판매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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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3.5.14.

숨은책 822


《테레비전, 그 作用에서 受像까지》

 J.벤딕·R.벤딕 글

 윤상해 옮김

 음향문화연구회·신문관

 1962.3.30.



  우리 아버지나 이웃 아저씨는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을 맞추어 집에 보임틀(텔레비전)을 들이려고 무던히 애썼습니다. 나라에서는 큰 놀이판(스포츠)을 자랑해야 한다면서 작은 살림집끼리 어깨를 맞댄 골목마을을 하루아침에 난데없이 밀었고, 커다란 가림담(차단벽)을 세워 큰길에서 안 보이도록 했어요. 《테레비전, 그 作用에서 受像까지》는 ‘우리나라 방송국’이 열고서 온날(100일)이 되는 때를 기려서 나옵니다. 1962년이라면 보임틀을 생각조차 못 하던 사람들이 훨씬 많고, 집전화조차 들이기 힘들었어요. 손으로 짓고, 몸으로 일하고, 다리로 걷고, 눈으로 마주보고, 살갗으로 느끼는 살림인 나날입니다. ‘지음머리(인공지능·AI)’ 같은 말은 우스개로 여겼어요. 2020년대에 태어난 아이는 1940년대에 태어난 아이가 꿈조차 못 꾸던 모습을 스스럼없이 만납니다. 앞으로 2300년에 태어날 아이는 어떤 새길을 스스럼없이 만날까요? 1962년에는 ‘보임틀을 풀이하는 책’이 따로 나와도 몰라보는 사람이 수두룩했으나 2023년에는 ‘지음머리를 풀이하는 책이 굳이 없어’도 스스럼없이 알아보거나 알아차릴 텐데, 2300년 즈음에는 새길을 새롭게 밝히는 이야기를 새삼스레 새기는 아름누리일 수 있기를 빕니다.


ㅅㄴㄹ


우리나라에 텔레비죤이 들어온것은 8년전의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손으로된 분격적인 텔레비죤방송을 보고 들을 수 있게 된것은 인제 겨우 백날밖에 되지 않읍니다. 오늘날에 있어서는 텔레비죤은 이미 우리 국민생활의 필수품으로 등장하고 있는것이지만 아직도 우리네의 살림이 생활과학에 밝지 못한지라 일반적으로 텔레비죤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깊지 못한터에 이번에 ‘음영문화연구회’ 동지들의 수고로 ‘벤딕크’ 씨의 자미있는 그림과 알기쉬운 풀이로 엮어진 이책을 부드러운 우리말로 옮겨서 까다로운 것으로 생각되기 쉬운 텔레비죤 이야기를 힘들이지않고 알아볼수있게 해준것은 매우 유익하고 보람있는 일이라고 아니할수 없읍니다. 그 수고를 치하하며 이책이 널리 읽혀져서 우리 텔레비죤의 시청자는 물론 국민전체가 생활과학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기를 마음 깊이 바라면서 감히 일독을 권하는 바입니다. 1962년 4월, 텔레비죤방송국 개국 100일을 기념하는날에, 서울텔레비죤방송국 국장 황기오 (책머리에)


또한 텔레비젼은 군사상으로도 중요한 존재입니다. 무인비행기, 유도탄에 텔레비전·카메라를 장치하면, 모니터로 감시하여 유도할 수도 있읍니다 … 언젠가는 텔레비젼을 부리어 물건을 사들이기도 하며, 친구를 방문하며, 학교에 다닌다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텔레비젼은 우리들의 오늘의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한 부분이 되게 되었읍니다. (62쪽/未來의 텔레비 : 그밖의 텔레비전에 대하여)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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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숨은책 2023.4.24.

숨은책 667


《국민정신무장독본 2 민주주의의 참된 모습》

 오천석 글

 현대교육총서출판사

 1968.6.15.



  《노란 손수건》이나 《스승》이란 책으로도 알려진 오천석(1901∼1987) 님인데, ‘문교부장관’이나 ‘멕시코·과타말라 외 7개국 겸임대사’를 맡기도 했고, ‘대한교육연합회’ 회장과 ‘중앙교육위원회’ 의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이른바 ‘민주주의·민족중흥’을 앞장서서 외친 발자국이라 할 테고, 이분이 남겼되 알려지지 않은 ‘국민정신무장독본’ 석 자락이 있습니다. 《1 이것이 공산주의다》하고 《2 민주주의의 참된 모습》하고 《3 아름다운 조국》으로 아우르는 꾸러미로, 총칼을 앞세워 온나라를 집어삼키고 짓누른 박정희 둘레에서 사람들을 길들이는 데에 누구보다 크게 목소리를 냈고, ‘도덕 교육’ 틀을 톡톡히 세웠다고 할 만합니다. 이분은 ‘북녘 김일성’만 독재자라고 꾸짖으면서 ‘남녘 박정희’는 ‘민주주의를 펴는 훌륭한 어른’으로 그립니다. 남녘에는 ‘언론·선거 자유’에 ‘협동·공동체’가 있다고 얘기하는데요, 남·북녘 어느 곳에 ‘참답게 열린 아름길’이 있었는지 알쏭달쏭합니다. 북녘뿐 아니라 남녘도 붓(언론·창작)이 부러지기 일쑤요, ‘민주·자유·평화·평등·통일·인권’을 말글로 밝힌 사람들은 숱하게 붙잡혀 목이 잘리거나 손발이 묶이고 일자리를 빼앗겼습니다. 그때 스승이 있었다구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이런 놈을

어떻게 페스탈로치 이름에 견줄 수 있는가?

참으로 나라도 학문도 썩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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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숨은책 2023.4.24.

숨은책 633


《若さに贈る》

 松下幸之助 글

 講談社

 1966.4.15.첫/1977.5.16.28벌



  1980년뿐 아니라 1985년에도 종이 한 자락을 함부로 쓰는 이웃을 못 봤습니다. 1990년을 넘고 1995년을 지나자 종이 한 뭉치조차 쉽게 버리는 이웃을 보았고, 2000년을 지나고 2020년을 지나니, 종이란 아주 안 대수롭습니다. 우리가 종이 한 자락이나 한 뭉치를 느긋이 누린 지 얼마 안 된 줄 얼마나 느낄 수 있을까요? 《若さに贈る》는 일본에서 1966년에 처음 나왔고, 1977년 가을에 부산 어느 책집에서 팔린 뒤, 2023년 봄에 부산 보수동 책골목 〈대영서점〉 한켠에 놓입니다. 1977년 10월 19일에 다 읽은 분은 ‘하재구 도서’라 이름을 남기고 느낌글을 또박또박 적습니다. 이제는 이슬로 돌아가셨을 수 있구나 하고 느끼다가, 1985년 7월 21일에 부산 덕천동 ‘화명종합시장’ 기스락에 새롭게 연 ‘유경미용실’ 알림종이를 봅니다. 곁에 둔 책에 느낌글을 살뜰히 남긴 분은 지난날 알림종이 한 자락을 고이 여겨 앞뒤로 온갖 생각과 일과 이야기를 적어 놓습니다. 이제 와 돌아보면, 1985년에 알림종이 5000자락을 집집마다 걸어다니며 글집(편지함)에 넣으면 틈새일삯(알바비) 5000원을 받았습니다. 다리가 꽤 뻑적지근하던 틈새일이 아스라합니다.


청춘이란 마음의 젊음으로 언제나 육체와는 관계없이 자기몸속에 간직할수있다는 마쯔시아 교오노스께 씨의 “젊음에 보낸다”라는 책을 아주 감명깊게 읽어내렸다. 모든일에 목숨을 걸고 정력적으로, 적극적으로하고 그리고 책임을 목숨을 걸고 완수하라는 교훈은 뜻깊었다. 그리고 인생을 살아가는데에 지력과 체력과 정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독서를 하루에 50페이지씩 하고 있었으나 이제부터는 하루에 20페이지씩 하기로 마음먹었다. 1977.10.19.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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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3.4.19.

숨은책 811


《담배 한 개비 1∼3》

 노진수 글

 허영만 그림

 향지서

 1987.10.30.



  오늘날에는 ‘글쓴이·그린이·찍은이’를 또렷하게 밝힙니다. ‘꾸민이·엮은이·옮긴이’도 뚜렷하게 밝혀요. 그러나 지난날에는 책을 함께 짓거나 엮거나 꾸민 일꾼 이름을 제대로 안 드러냈습니다. 이웃나라 책을 숱하게 몰래 훔쳐서 펴내기도 했고, 지음삯(저작권료)을 제대로 치르지 않기도 했으며, 어느 지은이 이름만 내세우느라 정작 함께 땀바친 사람들을 가려 놓았습니다. 1987년에 나온 《담배 한 개비》를 보면 ‘허영만 글·그림’으로 적는데, ‘노진수 글·허영만 그림’로 적어야 올바릅니다. 그렇지만 지난날에는 누가 밑글을 썼는지 숨기곤 했습니다. 마치 혼자 다 이루거나 해내었다고 자랑하거나 내세운 셈입니다. 일본에서 내놓는 그림꽃(만화)을 보면 도움이(어시스턴트) 이름까지 낱낱이 밝히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그 대목까지 나아가지 못 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보고 느끼고 읽고 새기는 삶일까요? 열매를 일구기까지 함께 땀값을 바친 사람들 손길을 얼마나 헤아리는 눈길일까요? 일하는 사람 누구나 제몫을 누릴 적에 아름다운 터전입니다. 함께 일한 이웃하고 동무한테 참으로 고맙다는 마음이라면, 짓고 엮고 펴낸 일꾼 이름을 찬찬히 적고 밝히면서, 이 여러 숨빛으로 책 한 자락을 노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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