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1.11.8.

숨은책 568


《속담 가집》

 신태영 엮음

 수문사

 1959.3.21.



  “삶을 짓고 살림을 가꾸며 사랑을 나누는 숨결로 숲을 품는 사람들이 쓰는 말”을 놓고서, 숱한 글쟁이는 한자를 붙인 ‘속담·속언·속어’에 ‘상말(常-)’이란 이름으로 가리켰어요. 푸른배움터에 들어가니 ‘속(俗)·상(常)’ 같은 한자를 붙일 적에는 “점잖지 못하”거나 “낮은자리 사람들”이란 뜻이라고 가르칩니다. 지난날에는 글을 알거나 쓰는 이들이 임금 곁에서 ‘높은자리’를 차지했고, 글을 모르거나 안 쓰는 이들은 흙을 가꾸고 풀꽃나무를 아끼며 아이를 낳아 사랑으로 돌보았어요. 수수한 사람을 이웃으로 안 여기고 깔보거나 깎아내리려는 뜻으로 ‘속담·상말’ 같은 이름을 지었더군요. 《속담 가집》은 찬밥에 뒷전이던 우리말을 새롭게 읽어서 나누자는 뜻으로 여민 조그마한 말꾸러미(사전)입니다. ‘ㄱ(가)’을 엮고서 ‘ㄴ(나)’부터 ‘ㅎ(하)’까지 엮겠노라 한 작은 펴냄터는 뜻을 이루었을까요? 아직 《속담 나집》이나 《속담 하집》을 못 찾았고, 이런 책을 아는 분도 못 보았습니다. 글쟁이는 한자로 엮은 ‘사자성어·고사성어’를 오래도록 드높였어요. 그런데 한자말은 옆나라 삶입니다. 우리는 우리 삶에서 여민 ‘삶말’을 처음부터 새롭게 일구며 사랑할 노릇이라고 생각해요. 살림말·사랑말·숲말도…….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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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1.11.8.

숨은책 564


《국어 4-1》

 문교부 엮음

 국정교과서주식회사

 1984.3.1.



  어릴 적에 ‘우리말’이 아닌 ‘국어’를 배웠습니다. 우리말이란 뭘까요? “스스로 생각을 새롭게 가꾸어 빛내도록 북돋우는 가장 쉽고 즐거운 살림말로, 이곳에서는 누구나 ‘우리’라는 마음으로 쓰는 말”이라고 해야 어울리지 않을까요? “한 나라의 국민이 쓰는 말”이라고 못박는 국립국어원 풀이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총칼로 짓밟으면서 ‘國語 = 日本語’란 이름으로 가르치던 틀 그대로이지 싶어요. 어린배움터를 다니며 쓰던 《국어 4-1》 같은 배움책(교과서)은 여섯 달마다 배움터에 도로 내야 했습니다. 이 배움책은 나중에 헌책집에서 새삼스레 만났습니다. 요즈음 배움책하고 대면 투박한데, 되도록 쉽게 적으려 한 티가 나되, ‘국민교육헌장’하고 ‘무궁화’를 맨앞에 넣는 얼개처럼 ‘나라사랑’을 힘주어 밝혀요. 이제 와 돌아보면 지난날 나라에서 내세운 ‘나라사랑’은 ‘사랑’이 아닌 ‘따라지·허수아비’가 되도록 길들인 굴레입니다. 허울만 ‘사랑’이라 붙인들 사랑이 되지 않아요. 그런데 온나라 어린이는 이름조차 ‘우리말’이 아닌 ‘국어’를 예나 이제나 그대로 배우는 쳇바퀴입니다. 우리나라 어린이는 언제쯤 ‘국어’ 아닌 ‘우리말’을 신나게 노래하면서 배우고 나누며 뛰놀 수 있을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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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1.11.8.

숨은책 567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바스콘셀로스 글

 편집부 엮음

 글수레

 1988.4.30.



  이제는 지난날처럼 이웃나라 책을 몰래 펴내는 일이 확 줄었습니다만, 지난날에는 이웃나라 책을 제대로 밝히거나 옮기지 않기 일쑤였습니다. 이웃나라 글님은 이녁 책이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줄 모르기도 하고, 글삯을 못 받곤 했어요.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는 온갖 곳에서 갖은 판으로 몰래 내놓던 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글님은 이런 줄 까맣게 몰랐을 테지요. “편집부 엮음”이나 “편집부 옮김”은 하나같이 몰래 옮기거나 베낀 판이었습니다. 1988년에 ‘글수레’에서 펴낸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는 글(줄거리)뿐 아니라 겉그림(표지)까지 훔칩니다. 이 책 겉에는 파란 웃옷에 빨간 바지를 입은 노란머리 아이가 나오는데, 팻 허친스 님이 1971년에 선보인 《TITCH》 그림입니다. 그림책 《TITCH》는 1997년에 비로소 우리말로 나옵니다. 그런데 1988년에 이 그림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그즈음 《TITCH》 그림책을 슬쩍 펴낸 곳이 있거나, 그림이 이쁘다면서 슬쩍 훔쳐서 쓴 곳이 있을는지 모릅니다. 아름다운 글이나 그림이라면 아름답게 일하는 손으로 옮기거나 엮을 뿐 아니라, 글님·그림님한테 일삯을 아름답게 건네야지 싶어요. 지은이 땀방울을 모르는 척하면서 “좋은책이라 널리 읽히려고 했다”고 핑계를 댈 수 없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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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1.11.8.

숨은책 566


《the bible story in the bible words 1 the Story of Genesis》

 Adele Bildersee 엮음

 the Union of American Hebrew Congregations

 1924.



  나누려는 마음이기에 책을 쓰거나 읽는다고 느껴요. 여태까지 느끼고 보고 배워서 마음으로 추스른 삶이라는 이야기를 기꺼이 들려주고 싶어서 책을 쓰고, 여태까지 우리 나름대로 살아낸 나날을 새삼스레 이웃 눈길로 돌아보면서 새록새록 배우고 싶어서 읽는구나 싶습니다. 스스로 지어서 여민 책을 건네기도 하지만, 스스로 읽고서 마음에 든 책을 내밀기도 합니다. 《the bible story in the bible words 1 the Story of Genesis》는 “PRESENTED to”란 종이를 안쪽에 붙여서 1925년 언저리에 베푼 책입니다. 1925년에 오가던 손길을 헤아려 봅니다. 어느 곳에서는 가르치고 배우는 손길이 따사로이 흘렀고, 어느 곳에서는 가로채거나 가로막힌 손이 맞물렸습니다. 나누려는 마음이 바탕에 흐르기에 이야기가 오간다면, 억누르거나 짓밟으려는 생각이 불거지면 책이고 이야기이고 뭣이고 없습니다. 슬기롭게 배우고 어질게 펴기를 바라는 뜻으로 글을 쓰고 책을 여민다면, 싸우거나 넘보거나 괴롭히거나 빼앗는 손길은 없으리라 생각해요. 밝게 사랑이라는 마음빛을 가꾸지 않기에 “이웃나라로 쳐들어가자 목소리를 담는 책”을 쓰며 윽박일 테고, 맑게 사랑이라는 마음결을 돌보기에 “이웃하고 어깨동무하는 길을 찾는 책”을 쓰며 부드러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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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1.10.25.

숨은책 562


《增補 內鮮書簡文範》

 大山 壽 엮음

 三中堂書店

 1944.2.28.



  일본바라기(친일부역)를 하던 이들 발자취는 1945년 뒤로 감쪽같이 사라졌을까요, 감추었을까요? 알면서 모르는 척했을까요, 없는 듯이 눈가림이었을까요? ‘반민특위’가 있었으나 잘못값을 치른 이는 없다시피 합니다. 돈바치·이름바치·글바치는 저마다 요모조모 빠져나갔을 뿐 아니라, 따르는 이(추종자·제자)를 잔뜩 키워서 감싸거나 치켜세웠어요. ‘大山 壽’라는 사람이 쓰고 엮었다는 《增補 內鮮書簡文範》은 ‘내선일체 글쓰기’를 알려줍니다. 어떻게 글을 쓰거나 말을 해야 일본 우두머리를 섬기는 매무새인지 들려주고, 일본스러운 몸차림을 차근차근 알려줍니다. ‘大山 壽’은 “국경의 밤”이란 노래를 쓴 김동환(1901∼1958)이란 사람이 고친 이름(창씨개명)이요, ‘三中堂書店’은 서재수(徐載壽)라는 사람이 1931년에 열고, 뒷날 ‘삼중당’으로 알려진 곳입니다. ‘京城府鐘路區寬勳町一二三番地’에 있었다는 그곳에서 어떤 책을 냈는지, 또 이곳에서 1945년 뒤에 어떤 책으로 돈을 벌었는지 안 궁금해요. 다만, 글꾼 몇몇뿐 아니라, 글을 책으로 묶은 숱한 책마을 일꾼도 일본바라기를 함께했고 돈·이름·힘을 함께 누렸습니다. 이들 가운데 잘잘못을 환히 밝히거나 뉘우친 사람이 몇쯤 있었는지도 그닥 궁금하진 않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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