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터 벤야민,『기술적 복제시대의 예술작품』, 심철민 옮김, 도서출판 b, 2017(4).
심철민 선생님께
1
번역문을 읽다 보니, 선생님께서 단어를 선택하는 ‘방식’이 눈에 보입니다.
2
한마디로, ‘과잉’의 방식입니다.
3
세 군데,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4
① 인류의 자기 소외는 자기 자신의 파멸을 최고의 미적 향유로서 체험하는 그런 극점에 도달했다.(101쪽)
독일어 원문: Ihre Selbstentfremdung hat jenen Grad erreicht, der sie ihre eigene Vernichtung als ästhetischen Genuß ersten Ranges erleben läßt.
원문을 보면, ‘그런 극점’이 아니라 ‘그런 정도’입니다.
극점(極點)이라면 아마, jenen höchsten Grad로 쓰지 않을까요.
5
② 예술작품에서 받는 감명은 특수한 종류의 것이다. 예술작품에 의해 우리 내부에 일어나는 감동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보다 고도의 기준이 필요하다.(39쪽)
독일어 원문: [...] der Eindruck, den sie machen, ist besonnenerer Art, und was durch sie in uns erregt wird, bedarf noch eines höheren Prüfsteins[.]
여기서, Eindruck은 ‘마음의 움직임’과 상관없는 그냥 인상(印象)입니다. ‘was erregt wird’도 일어나는 ‘감동’이 아니라 ‘일어나는 것’입니다.
6
③ 현대인의 급증하는 프로레타리아화와 대중의 광범한 형성은 동일한 사태의 두 측면이다.(96쪽)
Die zunehmende Proletarisierung der heutigen Menschen und die zunehmende Formierung von Massen sind zwei Seiten eines und desselben Geschehens.
역시, zunehmend는 ‘급증(急增)하는’이 아니라 ‘점증(漸增)하는’입니다.
7
독일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라고 할 때 sachlich라는 표현을 잘 쓰는 것,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선생님께서 좀 더 sachlich한 번역을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박진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