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의 소리 8 (라가와 마리모) 학산문화사 펴냄, 2014.12.25.



  노래를 하고 싶다면 노래를 해야 한다. 누구 노래인가 하면, 내 노래를 해야 한다. 춤을 추고 싶다면 춤을 추어야 한다. 누구 춤인가 하면, 내 춤을 추어야 한다. 글을 쓰고 싶다면 글을 써야 한다. 누구 글인가 하면, 내 글을 써야 한다. 다른 사람을 흉내내거나 따르는 노래나 춤이나 글이 아니라, 오직 내 숨결을 담아서 오직 내 사랑을 이웃과 나누려고 하는 노래나 춤이나 글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만화책 《순백의 소리》에 나오는 아이는 ‘할아버지한테서 물려받은 소리’와 ‘아이 스스로 길어올리는 소리’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소리를 찾으려고, 소리를 들려주는 숨결이 되려고, 소리를 들려주는 삶을 밝히는 숨결을 사랑하려고, 차근차근 한길을 내딛는다. 이 길에서는 학교는 대수롭지 않다. 왜냐하면, 학교에서는 노래도 숨결도 삶도 사랑도 이야기하지 않으니까. 아이는 오직 제 넋을 가꾸거나 살찌우는 길을 찾고 싶다. 이 길에 함께 설 수 있으면 동무가 되고, 이 길을 헤아리지 못한다면 동무가 되지 못한다. 4348.1.6.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한 줄 책읽기)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순백의 소리 8
라가와 마리모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4년 12월
4,800원 → 4,320원(10%할인) / 마일리지 240원(5% 적립)
2015년 01월 06일에 저장
품절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꽃밥 먹자 143. 2015.1.2. 숟가락에 하나씩



  누나가 숟가락에 하나씩 얹는 모습을 본 산들보라는 저도 젓가락과 숟가락을 잘 놀린다고 하면서 하나씩 척척 얹는다. 옳지, 옳지, 옳지, 그런데 너무 수북하지 않을까. 먹고 또 얹으면 안 될까. 아무튼, 멋지구나, 밥돌아. ㅎㄲㅅㄱ


(최종규 . 20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자전거가 휘청휘청



  여덟 살로 접어드는 큰아이가 샛자전거에서 발판을 구르면 힘을 제법 잘 받는다. 이제는 큰아이 다리힘이 크게 보탬이 되어 세 식구 자전거마실이 퍽 수월하다. 큰아이가 뒤를 돌아보면서 동생하고 수다를 떨며 놀 적에는 자전거가 휘청휘청 흔들린다. 앞으로 큰아이가 아홉 살이 되고 열 살이 되면 혼자 따로 두발자전거를 탈 테지. 언제쯤일까. 앞으로 언제쯤 큰아이는 자전거 홀로서기를 할까. 큰아이가 홀로서기를 한다면 작은아이는 수레에서 벗어나 샛자전거 자리를 물려받을 테지. 4348.1.6.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댓글(4)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하늘바람 2015-01-06 14:01   좋아요 0 | URL
영화한장면 같아요

파란놀 2015-01-06 23:59   좋아요 0 | URL
삶은 날마다 영화와 같구나 싶어요~

수이 2015-01-06 15:55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님 닮았을 거 같아요_ ^^

파란놀 2015-01-06 23:59   좋아요 0 | URL
아이는 아이답게 멋있게 크리라 생각해요~
 

우리집배움자리 3. 학교 잘 다녀올게요



  큰아이는 학교에 보낼 뜻도 없고, 큰아이 스스로도 학교에 갈 뜻이 없다. 서류로 이 일을 꾸미자니 여러모로 번거롭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의무교육만 외치기 때문에 ‘학교 안 다닐 자유나 권리’가 아예 없다. 집에서 지내면서 삶을 배우고 사랑을 누릴 자유나 권리가 없다고 해야겠다. 그러나 이제껏 퍽 많은 이들이 이녁 아이를 입시지옥 의무교육에 집어넣지 않았다. 오십 분 앉히고 십 분 움직이도록 하는 꽉 막힌 틀이 아닌, 몇 가지 교과서 지식만 머리에 집어넣는 틀이 아닌, 시멘트 교실에 가두어 하루 내내 보내도록 하는 틀이 아닌, 홀가분하면서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삶을 배우도록 하는 길을 아이한테 보여준 어버이가 퍽 많다. 오늘 아침에 일찌감치 일어나서 학교에 갈 짐을 챙긴다. 면소재지 초등학교 예비소집일에 맞추어 ‘우리 집 아이’는 ‘학교에 안 보냅니다’ 하는 뜻으로 서류를 쓰러 가는 길이다. 마을 어귀를 지나가는 군내버스를 타려고 하는데 버스가 안 온다.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가서 자전거를 탄다. 바람이 모질게 분다. 한참 자전거를 달리는데, 샛자전거에 앉은 큰아이가 한 마디 한다. 바람소리에 묻혀 잘 안 들리지만, “아버지, 바람이, 벼리, 학교 잘 다녀오라고 해요.” 하고 말한다. 그래, 잘 다녀와야지. 너한테는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학교 문턱에 발을 디디는 날이란다. 아니, 서류 때문에 한 번 더 학교 문턱을 밟아야 할는지 모르지만. 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우리 집 학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학교 가는 날



  큰아이를 데리고 학교에 간다. ‘입학 유예 서류’를 쓰러 간다. 엊저녁부터 아침이 되도록 곰곰이 생각한다. 즐겁게 잘 다녀오자. 서류 한 장 쓰는 일이니 홀가분하면서 차분하게 쓰자. 비는 멎었으나 바람이 분다. 자전거를 몰고 다녀올까 하고 살피다가, 마침 읍내에서 마을을 거쳐 면소재지로 가는 버스가 아침 여덟 시 이십 분에 지나간다. 이 버스를 타야겠네. 집으로 돌아올 적에는 큰아이하고 천천히 걸으면 될 테지. 기쁘게 마실을 하자. 작은아이는 저를 안 데려간다고 서운하게 생각할 테니까, 작은아이 작은 선물도 하나 마련하자. 4348.1.6.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