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3] 삼월꽃

 


  별꽃이랑 코딱지나물꽃이랑 봄까지꽃은 이월을 밝히는 눈부신 꽃입니다. 앉은뱅이 봄꽃 세 가지는 마당이며 논둑이며 들판을 덮습니다. 냉이꽃이랑 꽃다지꽃이랑 꽃마리꽃도 앉은뱅이 봄꽃 둘레에서 나란히 앉아서 한들한들 어깨동무합니다. 숲속에서는 할미꽃이랑 복수초랑 현호색이 곱게 고개를 내밉니다. 삼월로 접어들 무렵에는 진달래가 하나둘 기지개를 켜고, 때이른 유채꽃과 갓꽃이 피는 한편, 닥나무꽃이랑 매화나무꽃이랑 수유나무꽃이 해맑게 흐드러집니다. 삼월에 피어나며 눈부신 꽃을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동백나무꽃은 삼월꽃일까요, 이월꽃일까요. 제비꽃도 삼월에 방긋방긋 고개를 내미니 삼월꽃이라 할 테지요. 사월에는 사월을 빛내는 하얀 딸기꽃이 피고, 딸기꽃에 앞서 앵두꽃이 곱습니다. 요즈음은 앵두꽃이나 딸기꽃을 누리는 사람은 드물고 으레 벚꽃만 누리는데, 달마다 이 꽃 저 꽃 즐기면서 꽃한테 이름 하나 새롭게 붙여 봅니다. 너희는 삼월꽃이로구나, 너희는 이월에도 피고 사월에도 피니 삼월꽃이면서 이월꽃이요 사월꽃이로구나, 너희는 사월에 흐드러지지만 삼월부터 피어나니 사월꽃이면서 삼월꽃이로구나, ……. 봄꽃이고 봄맞이꽃이며 삼월꽃입니다. 봄내음꽃이고 봄바람꽃이며 봄빛꽃입니다. 4347.3.2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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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선물 받기

 


  월요일 새벽부터 금요일 저녁까지 시골집을 비웠다. 월요일 새벽 다섯 시 반에 시골집을 떠난 뒤, 금요일 저녁 아홉 시가 넘어서야 시골집으로 돌아온다. 바지런히 청소를 하고 몸을 씻은 뒤 몇 점 빨래를 한다. 그동안 집으로 온 소포꾸러미를 살핀다. 아이들이 먼저 상자를 끌러 여기저기로 흩어 놓았다. 책과 함께 스티커라든지 과자를 꾸려 보내 주신 분들이 있다. 시골집을 비운 닷새 동안 이웃 세 분이 책선물을 보내 주었다. 이 선물꾸러미는 언제 닿았을까. 이 선물꾸러미는 이웃님이 언제 보내 주었을까.


  밤이 늦어 불을 끄고 아이들을 재운다. 새로 밝은 아침에 아이들한테 새밥을 지어서 먹이려고 부엌일로 부산하다. 마당으로 내려가서 매화꽃 흐드러진 모습은 사진으로 찍으면서, 선물받은 책은 미처 사진으로 못 찍는다. 밥이 끓고 국이 끓는다. 무를 썰고 당근을 썬다. 아이들한테 밥을 차려서 먹인 뒤 선물받은 책을 돌아보자고 생각한다.


  밥을 푸고 국을 뜬다. 밥상에 한 가지씩 차곡차곡 놓는다. 미리 삶아서 식힌 달걀을 한 알씩 내놓는다. 아이들이 달걀껍질 벗기는 모습을 보고는 그릇 하나 들고 마당으로 내려온다. 옆밭에 마을고양이 세 마리가 나란히 앉아서 해바라기를 한다. 마을고양이 옆에 쪼그려앉아서 갈퀴덩굴과 갓잎과 유채잎을 뜯는다. 고양이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풀을 다 뜯고 장미 잎망울을 들여다본다. 동백꽃 빨간 꽃봉오리를 들여다본다. 시골바람을 살풋 쐬고는 부엌으로 들어가 봄풀을 헹구어 송송 썬 뒤 하얀 접시에 담아 밥상에 올린다.


  책꾸러미를 선물로 보내는 마음은 어떤 빛일까 그려 본다. 동백꽃 붉은 빛깔과 같을까. 곧 터질 장미꽃 잎망울 같은 무늬일까. 매화꽃에 이어 터지려는 복숭아꽃과 같은 결일까. 유채잎이나 갓잎처럼 짙푸른 봄내음일까. 한창 밥을 차리는데 우체국 아재가 부른다. 또 누군가한테서 책선물이 왔다. 나도 이웃님한테 책을 선물로 곧잘 보내는데, 이주에는 오로지 선물로만 네 차례 받네. 토요일과 일요일 지나 월요일이 찾아오면 나도 이것저것 꾸려서 선물꾸러미를 부쳐야겠다. 4347.3.2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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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서재 이웃 보슬비 님과 순오기

책선물

즐겁게 잘 받았어요.

이따가 재미난 사진을 따로 더 올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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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4-03-22 23:25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님 마실다녀오셔서 잘 받으셨는지 궁금했었는데, 잘 받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즐겁게 읽어주세요.~

숲노래 2014-03-22 23:42   좋아요 0 | URL
이번 마실은 길동무이자 길잡이 구실을 하느라, 여러모로 기운을 많이 쓰다 보니, 아직 다리에 힘이 돌지 않아요 ^^;; 그럭저럭 괜찮구나 하고 생각했지만, 몸이 많이 무겁다 싶어 이 글을 쓰고 낮에 드러누웠더니 도무지 못 일어나겠더라구요 @.@

너른 바다를 노래하는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일요일에 기운을 더 추슬러야겠어요~ 고맙다는 인사를 새롭게 더 올립니다~
 
깜장꽃 - 김환영 동시집
김환영 지음 / 창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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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사랑하는 시 23

 


살아가며 노래하다
― 깜장꽃
 김환영 글
 창비 펴냄, 2010.11.25.

 


  닷새 동안 바깥마실을 한 뒤 고흥 시골집으로 돌아옵니다. 시외버스가 서울을 떠날 적부터 들뜹니다. 이제 우리 집으로 가는구나 하고 느끼면서 즐겁습니다.


  서울을 떠나는 시외버스는 아파트하고 차츰 멀어집니다. 서울을 벗어난 시외버스는 아파트가 안 보이는 시골로 접어듭니다. 서울은 넓고 커다랗기에 한참 달려도 아파트와 건물이 끊이지 않기 일쑤이지만, 시골에서 서울로 가는 버스는 매캐한 바람을 쐬고 서울에서 시골로 가는 버스는 싱그러운 바람을 먹습니다.


  서울과 멀어질수록 조용합니다. 서울과 떨어질수록 나무가 춤을 추고, 나무마다 새와 벌레가 깃들어 노래합니다. 서울에서는 사람들이 노래하지 않습니다. 서울에서는 기계가 소리를 내고, 텔레비전과 손전화 기계가 노래와 비슷한 소리를 냅니다.


  시골에서는 사람들이 노래할까요? 예전에는 시골에서 사람들이 노래했어요. 오늘날에는 시골에서 노래하는 사람이 드물어요. 오늘날 시골에서 노래를 할 만한 사람은 다들 도시로 떠났고, 시골에 남은 이들은 텔레비전 연속극을 들여다봅니다. 그리고, 경운기와 짐차 소리에 길들면서 스스로 노래를 부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시골에는 노래가 흐릅니다. 경운기가 지나가고 난 뒤 고즈넉한 노래가 흐릅니다. 멧새와 풀벌레가 노래를 부릅니다. 개구리와 제비가 노래를 부릅니다. 시골사람이 스스로 노래를 잊었어도, 시골들과 시골숲에 사이좋게 노래를 부릅니다.


.. 집으로 들어오는 / 흙길 한가운데 / 질경이들이 새파랗다 ..  (질경이 도로)


  해 떨어진 깜깜한 저녁에 느즈막하게 시골집으로 들어섭니다. 고흥도 시골이지만, 우리 집은 고흥읍에서 한참 더 들어갑니다. 고흥읍에서 멀어지면서 창밖으로 별빛을 느낍니다. 군내버스에서건 택시에서건 별빛이 흐르는 밤하늘을 누리는 시골자락입니다. 택시를 얻어서 타건 군내버스를 잡아서 타건 풀벌레와 나무가 들려주는 노래를 듣는 시골마을입니다.


  우리 집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기지개를 켭니다. 맨 먼저, 문가 장미나무한테 인사합니다. 장미나무 곁 동백나무한테 인사합니다. 동백나무 곁 후박나무한테 인사합니다. 뒤꼍에 밤에도 하얗게 빛나는 매화나무한테 인사합니다. 흐드러진 매화꽃은 밤에 새삼스레 빛납니다. 옆밭 복숭아나무한테 인사하고, 우리 집 마당을 밝히는 풀한테 인사합니다. 잘 다녀왔습니다. 우리 이튿날 아침에 함께 놀아요.


  살며시 풀잎을 쓰다듬습니다. 가만히 나뭇가지를 어루만집니다. 밤새 포근한 기운이 집안에 감돕니다. 새로운 새벽과 아침에 멧새가 우리 집으로 찾아들어 노래를 들려줍니다. 마을고양이 몇 마리가 우리 집 옆밭에 앉아 해바라기를 합니다. 마을고양이 한 마리가 우리 집 마당 한쪽 쑥밭에 앉아 해바라기를 합니다. 얘, 쑥밭에는 앉지 마렴. 우리 식구들 먹는 쑥이잖니.


.. 어둔 하늘 아래 / 어둔 산 // 어둔 산 아래 / 검은 숲 ..  (불빛)


  꽃을 바라보고 싶은 사람은 꽃을 바라봅니다. 꽃을 바라보는 사람은 꽃을 이야기합니다. 꽃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꽃내음이 풍기는 노래를 부릅니다.


  씨앗을 심고 싶은 사람은 씨앗을 심습니다. 씨앗을 심는 사람은 흙을 어루만집니다. 흙을 어루만지는 사람은 흙내음이 풍기는 손길로 밥을 짓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싶은 사람은 자전거를 탑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두 다리를 믿습니다. 두 다리를 믿는 사람은 자전거를 타듯이 씩씩하게 숲길을 걷고 멧길을 넘습니다.


  텔레비전을 바라보고 싶으면 텔레비전을 바라봅니다. 할인매장에 가고 싶으면 할인매장에 갑니다. 자가용을 몰고 싶으면 자가용을 몹니다. 그러니까, 평화를 바라는 사람은 평화롭게 살아요. 사랑을 나누고 싶은 사람은 언제 어디에서나 사랑을 나누지요. 돈을 바라기에 돈과 얽힌 삶을 누리고, 삼월에 삼월꽃을 꿈꾸지 않으니 삼월이 되든 사월이 되든 오월이 되든 꽃이 어디에 얼마나 피었는가를 깨닫지 못합니다.


.. 비가 와요 / 단비가 내려요 ..  (병아리 열두 마리)


  우리 시골집 곳곳에 온갖 봄꽃이 핍니다. 아이들은 꽃을 밟기도 하고 꽃을 꺾기도 하며 꽃내음을 맡기도 합니다. 아이들과 꽃은 서로 동무입니다. 놀이동무이고 삶동무입니다.


  꽃은 풀줄기가 내놓는 선물입니다. 풀줄기는 꽃이라는 선물을 내놓으면서 씨앗이라는 꿈을 톡톡 터뜨립니다. 풀씨는 바람과 빗물을 따라 곳곳에 퍼집니다. 사람이 애써 씨앗을 심어야 푸성귀를 거둘 수 있지 않습니다. 사람이 먹는 풀은 무나 배추만이 아니에요. 질경이와 씀바귀도 사람이 먹어요. 꽃만 보는 유채가 아니라 줄기와 잎사귀와 꽃술까지 아삭아삭 먹는 풀밥입니다.


  김환영 님 동시집 《깜장꽃》(창비,2010)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바깥마실 마치고 고흥집으로 돌아오는 시외버스에서 읽으며 생각합니다. 김환영 님은 도시를 벗어나 시골로 들어서며 살아가던 어느 날 시가 저절로 터져나왔다고 해요. 온갖 이야기가 샘솟고, 갖은 노래가 피어났다고 합니다.


  아주 마땅합니다. 누구라도 시골에서 살아가면 노래를 부릅니다. 풀노래를 부르고 꽃노래를 불러요. 하늘노래와 냇물노래와 숲노래를 부르지요. 그러면, 도시에서 살면? 서울이나 부산에서 살면? 도시내기는 노래를 부를까요, 안 부를까요?


  서울내기도 노래를 부릅니다. 서울내기는 서울노래를 부릅니다. 시골내기는 시골노래를 불러요. 인천내기는 인천노래를 부르고, 강릉내기는 강릉노래를 부릅니다. 저마다 제 삶자락에서 노래를 불러요. 이 노래가 더 사랑스럽거나 저 노래가 더 얄딱구리하지 않습니다. 이 노래가 더 좋거나 저 노래가 더 얄궂지 않습니다.


  우리 삶은 언제나 노래입니다. 슬프면 슬픈 노래요 기쁘면 기쁜 노래입니다. 고단하면 고단한 노래요 웃으면 웃는 노래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김환영 님은 언제나 노래를 불렀습니다. 시골로 갔기에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언제나 노래를 불렀는데 그동안 스스로 노래인 줄 못 느꼈을 뿐이에요. 이제서야 조금 느긋한 마음과 몸가짐이 되어 노래를 들여다보는 셈이로구나 싶습니다.


  우리는 모두 노래를 부르며 살아갑니다. 우리는 모두 노래를 부르듯이 밥을 지어서 먹습니다. 우리는 모두 노래와 함께 이야기꽃을 피우고 들꽃을 사랑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노래하는 넋이요, 노래로 삶을 짓는 숨결입니다. 4347.3.2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동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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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째 이래쓰까. 2008년에 1부가 나오고 나서 곧바로 2부가 나올 듯하더니, 2014년이 되어서야 2부가 나오는데, 3부와 4부까지 나란히 나오면서 마무리를 짓네. 진즉에 2부랑 3부도 선보이고서 4부를 예쁘게 마무리지었음 을매나 좋아쓰까. 그래도 여섯 해만에 2부랑 3부랑 4부까지 다 나오니 반갑네. 못 나올 줄 알던 만화가 한꺼번에 모조리 나와서 끝을 맺으니 기쁘네. 예쁘게 아이를 낳아서 돌본 삶을 예쁘게 들려주는 예쁜 만화책 《내 어머니 이야기》를 그린 김은성 님과 이 만화책을 펴낸 새만화책 출판사 모두한테 고맙다고 인사를 올리고 싶다. 4347.3.2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3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내 어머니 이야기 2부
김은성 글.그림 / 새만화책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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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 이야기 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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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을 볼 수 없는 여린 몸으로 태어난 아이가 무럭무럭 자란다. 아버지는 사고로 일찍 죽고, 어머니가 홀로 여린 아이를 돌보며 살아간다. 어머니도 씩씩하게, 아이도 튼튼하게 살아가려고 함께 도우며 힘쓴다. 어머니는 아이한테 아름다운 바람을 알려주고 싶다. 어머니 손이 아닌 아이 손으로 아이가 스스로 싱그러운 바람맛을 누리기를 바란다. 그래서, 어머니는 가슴이 아파도 가만히 지켜본다. 앞을 볼 수 없는 아이가 스스로 두발자전거로 운동장을 달릴 수 있을 때까지 지켜보기만 한다. 아이도 끝까지 참고 견디면서 드디어 두발자전거를 달린다. 살아서 숨쉬는 목숨인 줄 느끼고, 살아서 사랑하는 숨결인 줄 배운다. 4347.3.2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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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내가 자전거를 탔어요!- 시각 장애아 미유키의 자전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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