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에서 내놓는 1인잡지 <이야기밭>

오늘 스물한 권 부치면서 쓴 쪽글 가운데

몇몇 사진으로 남긴다.

 

모두들 즐겁게 받아서 즐겁게 읽으며

하루하루 즐겁게 일구시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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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4-12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사랑과 정성으로 담뿍 담긴, 쪽글은 큰 기쁨이지요.*^^*

숲노래 2013-04-12 11:43   좋아요 0 | URL
쪽글 써서 넣느라 한 통 부치는 데에 품과 겨를 많이 들지만,
보낼 때에도 저부터 스스로 즐거워요~
 
 전출처 : 하루살이님의 "4월 8일-게으른 농부는 꿈이련가"

 

아무쪼록 무엇이든 즐겁게 배우시기를 빌어요.
즐겁지 않으면 배울 수 없답니다.

 

저는 귀농학교나 귀촌자료 같은 것 하나도 본 적 없지만,
네 식구 즐겁게 시골(전남 고흥)에서 씩씩하게 살아가요.

 

'게으른'이라 말씀하시지만,
시골에서는 '게으름'이 아니라,
'내 삶에 맞게'일 뿐이에요.

 

마을 다른 어르신들 시간 흐름에 맞출 수 없는
'내 삶'이 있거든요.

 

시골에서 '게으르게' 살겠다는 뜻이 아니라,
시골에서 귀여운 딸아이랑 '즐겁게' 살겠다는 뜻이라고 느껴요.

 

그러니까,
천천히 즐겁게 아름답게,
이렇게 세 가지라고 느껴요,

덧붙이자면,
사랑스럽게 해맑게 씩씩하게,
이런 게 있겠지요.

 

다른 귀농일기에 '야생화' 사진 하나 있던데,
그 풀꽃은 야생화 아닌 그냥 풀꽃이고,
'봄나물'이랍니다.

꽃송이까지 다 먹어도 돼요.
나중에 한 번 냠냠 먹어 보셔요.
꽃송이와 줄기와 잎사귀가
내 몸으로 스며들며
아름다운 숨결로 다시 태어나는구나 싶어요.

 

시골에 땅만 있으면,
또 땅이 없어도,
봄부터 가을까지 안 굶어요 ^^;;;
들풀(들나물)만 먹어도
반찬 걱정 할 일이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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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네는 ‘작은’ 것만 쓰나

 


  열아홉 살에 처음 글쓰기를 했고, 이제 서른아홉 살을 살아간다. 열아홉 살에 처음 하던 글쓰기를 돌이켜보면, 늘 ‘큰’ 것을 좇았다. 스물다섯 살 될 무렵, 내 삶을 따스하게 바라보아 주는 어느 분이 ‘큰’ 것은 내려놓으라고 넌지시 이야기해 준다. 며칠 아니 사흘 아니 이틀 아니 꼭 하루 생각했다. “왜요? 큰 것을 말해야지요?” 하는 목소리 나오려다가 하루 사이에 조용히 수그러들었다.


  서른 살에 모든 신문을 끊는다. 서른 살부터 아무 신문도 읽지 않는다. 이제 서른 살쯤 되고서야 비로소 ‘작은’ 것을 참말 작게 글쓰기로 담는 눈길을 조금 연다.


  곰곰이 돌아보면, 내가 글쓰기를 열아홉 살에 할 수 있던 까닭은, 내 둘레에 있던 ‘큰’ 것 가운데 텔레비전을 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열아홉 살부터 텔레비전을 안 보았기에 글쓰기를 할 수 있었다. 스물다섯 살에 ㅈㅈㄷ신문을 모두 끊으며, 시나브로 내 삶길에서 붙잡을 글쓰기를 헤아릴 수 있었다. 서른 살에 다른 모든 신문 아낌없이 끊으며, 작은 것을 쓰는 삶길 바라볼 수 있었다. 다만, 바라보기는 하되, 아직 사랑하지는 못했다.


  서른네 살 무렵, 큰 것을 살짝 건드리다가 그만 살림 쫄딱 무너질 뻔했다. 서른아홉 살 된 오늘, 나는 맨 처음부터 작은 것 아니고서는 글쓰기를 할 수 없던 사람이었구나 하고 깨닫는다. 작은 것 쓰는 사람이 되려고, 지난 스무 해를 살았을까. 이제부터 작은 것 조곤조곤 쓰는 길 신나게 걷자며 지난 스무 해 있었을까.


  날마다 작은 것 사랑하며 작은 것 노래하고 작은 것 이야기하는 글을 쓰는데, 틈틈이 나더러 작은 것 이제는 그만 쓰고 큰 것 쓰라 하는 사람 있다. 나쁜 뜻 아닌 참 좋은 뜻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느낀다. 그런데, 나는 작은 것이 참 좋다. 나한테는 작은 것이 꼭 걸맞는다. 작은 것을 말해도 얼마든지 큰 것을 빗댈 수 있기도 하고, 작은 것을 말하면서 지구별 이웃하고 사귈 수 있다. 작은 것을 말하면서 어느 결에 먼먼 옛날 옛적 내 한아비를 떠올리기도 한다. 작은 것을 말하던 어느 날, 아하 하면서 내 어머니 어린 나날을 그리고 내 어머니 나와 형을 낳아 돌보던 모습을 되새긴다.


  큰 것을 쓰면서도 내 어머니와 내 아버지 젊은 나날이나 어린 나날 헤아려 볼 수 있을까. 큰 것을 쓰다가도 우리 형 어린 나날이나 우리 옆지기 어린 나날 돌아볼 수 있을까. 아무렴, 하려면 할 수 있으리라. 큰 것을 쓰는 동안 우리 아이들하고 싱그럽게 웃으며 놀 수 있겠지. 아무렴, 하고프면 할 수 있을 테지.


  큰 신문사에서 기자를 할 수 있었고, 큰 신문사에서 큰 이름과 큰 돈과 큰 힘 거머쥘 수 있었다. 시골자락 시골사람으로 지내는 오늘 되돌아보면, 큰 신문사와 큰 기자와 큰 글쟁이 안 된 대목이 바로 내 오늘 일구는 사랑스러운 밑거름 되었다고 느낀다. 큰 글을 썼다면, 글을 쓰다가도 아이들 오줌기저귀를 간다든지 똥바지 갈아입히고 손빨래 한다든지, 하루 두 끼니 밥 차리느라 글쓰기 젖힌다든지, 아이들과 놀고 시골도서관 꾸리면서 헐레벌떡 하루하루 눈알 핑핑 돌아가는 나날 보낼 수 없었으리라. 큰 글을 썼다면, 자전거마실 누리며 두 아이 자전거수레와 샛자전거에 태우며 봄들 여름숲 가을메 겨울시골 즐기지 못했으리라. 큰 글을 썼다면, 우리 옆지기는 나랑 두 아이 시골집에 두고 스무 날 남짓 혼자 미국까지 공부하러 다녀오지 못했겠지. 큰 글을 썼다면, 그야말로 반쪽이조차 아닌 반반쪽이나 반반반쪽이마냥 서울에 남아 시골자락 숲지기 삶은 하나도 헤아리지 못하는 문자중독자 되었으리라 느낀다.


  작은 글 보듬으며 달빛 누린다. 작은 글 어루만지며 풀잎노래 듣는다. 작은 글 쓰다듬으며 제비똥 바라본다. 작은 글 얼싸안으며 쑥 뜯으며 쑥국 끓인다. 우리 아버지 오랜 글동무이자 동시와 동화 꾸준히 쓰는 고향동네 어르신이 몇 해 앞서 막걸리 한 사발 나한테 따라 주며 들려준 말, “왜 자네는 작은 것만 쓰나?” 하는 물음에 오늘이 되어서야 비로소 이야기 한 자락 들려줄 수 있네. 4346.4.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글쓰기 삶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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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4-12 10:54   좋아요 0 | URL
'작은 것이 아름답다'.-*^^*

숲노래 2013-04-12 11:42   좋아요 0 | URL
'살아가는 이야기(일상)'는 작은 것이라서
삶 이야기를 쓰면
'문학이 안 된다'고들 말하더라고요.
그래... 그러면 저는 문학은 안 하겠다고 했어요......
 

책꽂이 깊이

 


  책꽂이는 깊다. 책을 꽂으니, 책꽂이는 깊다. 책꽂이는 깊다. 책 하나마다 사람들 오랜 삶과 꿈과 사랑이 깃들기에, 책꽂이는 깊다. 책꽂이는 깊다. 손을 뻗어 책 하나 쥐면, 책마다 내 눈길 틔우고 내 마음 열어젖히는 이야기 쏟아지니, 참말 책꽂이는 깊다.


  책방에 서면, 맨 먼저 책방 일꾼한테 꾸벅 고개를 숙인다. 책방에 서면, 다음으로 책꽂이 앞에서 꾸벅 고개를 숙인다. 책방에 서면, 책꽂이마다 가득한 책을 손으로 쥐면서 꾸벅 고개를 숙인다.


  고개를 숙이며 비로소 헌책방 나들이를 한다. 골마루와 책방이 좁아서 고개를 숙이지는 않는다. 고개를 숙이며 비로소 헌책방 책꽂이를 만진다. 밑바닥부터 천장까지 책이 빼곡할 뿐 아니라 책탑 잔뜩 쌓였기에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고개를 숙이며 비로소 책을 읽는다.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책을 읽자면 외려 목아지 아프고 책 든 손 저리기 때문이 아니다.


  고개를 숙이니 헌책방이 보이고, 고개를 숙이니 책꽂이가 환하게 보이며, 고개를 숙이니 책마다 서린 아름다운 사랑이 해맑게 보인다. 4346.4.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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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 손문상이 그리는 21세기 대한민국 속살
손문상 지음 / 우리교육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232

 


내 살가운 이웃을
― 얼굴
 손문상 글·그림
 우리교육 펴냄,2005.8.25./12000원

 


  손문상 님이 사람들 ‘얼굴’을 그려 어느 매체에 실은 뒤, 이 그림을 그러모아 낸 만화책이랄지 그림책이랄지, 《얼굴》(우리교육,2005)이라는 책을 읽다가 문득문득, 강우근 님이 쓴 글과 그린 그림이 떠오릅니다. 강우근 님은 서울에서 지내며 꽃 그림을 그렸어도 장미나 튤립 같은 꽃이 아닌, 조그맣고 씩씩한 들꽃 그림을 그렸어요. 강우근 님은 이녁 곁에 있는 가장 가깝고 살가운 풀과 꽃을 바라보았어요.


  손문상 님 얼굴그림에도 들꽃 같은 사람들 모습이 더 자주 나왔으면 하고 헤아려 봅니다. 다만, 매화꽃 같은, 배꽃 같은, 모과꽃 같은, 동백꽃 같은, 배롱꽃 같은, 수선화 같은, 함박꽃 같은, 이런저런 아름다운 사람들 얼굴그림도 그릴 만해요. 이를테면 지율 스님 얼굴그림은 함박꽃 같다고 할까요.


  사진을 놓고 얼굴그림 그리기보다는, 손문상 님 살아가는 마을에서 이웃집 아재를 곧바로 종이 펼쳐서 그리면서 막걸리 한 잔 나누면 이야기 사뭇 달라졌으리라 생각해요. 옆집 아지매하고 국수 한 그릇 함께 말아먹으며 종이 펼쳐서 그림 그렸으면 이야기 또 달라졌으리라 생각해요.


  이야기란,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떤 얼굴을 그리더라도 샘솟아요. 꼭, 김대중 전두환 같은 사람들 얼굴을 그려야 이야기를 빚을 수 있지 않아요. 골목이나 학교 운동장에서 야구를 하는 동네 어린이를 그리면서도 임수혁 같은 사람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요.


  삶을 누리면서 사랑을 꽃피우는 얼굴그림으로 살포시 거듭난다면 즐거우리라 생각해요. 가까운 곁을 바라봐요. 손문상 님 곁에서 살가이 웃는 살붙이를 바라봐요. 언론에 높이 이름 오르내리는 사람들 바라보아도 이런저런 이야기 나올 텐데, 손문상 님 지내는 마을 중학교 가시내 바라보며 그림을 담아도 효순이와 미선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답니다.


  더 낮게 내려오라는 소리는 아니에요. 바로 내 곁을 바라보자는 소리예요. 내 곁부터 바라보며, 이웃이 누구인가를 느끼자는 소리예요. 4346.4.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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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4-12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김호석님의 얼굴 그림이 참, 좋아요.^^
문득 저는 무슨 꽃같은 얼굴일까, 생각해보니..'쥐똥나무꽃'아닐까? ^^
작지만 보이지 않는 향기가 지나가는 이들의 코를 적시는..^^;;;
음 오늘은 사랑하는 이들과 나의 얼굴은 무슨 꽃을 닮았나, 즐겁게 생각해봐야 겠네요. 감사합니다, 함께살기님!

숲노래 2013-04-12 11:43   좋아요 0 | URL
콩배나무 꽃도 좋아요.
곧 콩배나무 꽃 보여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