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24. 네 눈에 예쁜 돌이 하나씩



  골짜기에 나들이를 갑니다. 두 아이는 함께 놀다가도 저마다 새로운 놀이를 찾아서 따로 놉니다. 작은아이는 문득 바위를 타고 앉아서 냇바닥에 있는 돌을 하나씩 줍습니다. 그런데, 돌을 주우면서 이 돌은 뭐고 저 돌은 뭐라고 중얼거립니다. 아이 곁으로 다가가서 귀를 기울입니다. 작은아이는 골짜기 바닥에 있는 돌을 두고 자동차요 비행기요 하면서 놉니다. 한손으로는 틀림없이 돌을 쥐면서 놀지만, 마음으로는 새롭게 바라보면서 노는 셈입니다. 나는 무엇을 보면서 사진을 찍을까요? 시골아이 뒷모습을 찍는 셈일까요, 아니면 꿈나래를 펴는 마음과 몸짓을 찍는 셈일까요? 4348.7.29.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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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23. 다듬은 파랑 주름진 손


  파 한 뿌리도 시골에서 태어납니다. 아주 조그마한 씨앗에서 파가 자라고, 잘 자란 파는 시골지기가 손으로 하나하나 끊고 다듬어야 비로소 저잣거리에 나옵니다. 파를 뽑는 기계가 없으며, 파를 다듬는 기계가 없습니다. 시골지기는 흙을 만지고 주무르면서 파 한 뿌리를 얻고, 이렇게 얻은 파를 찬찬히 손질하면서 도시사람이 즐겁게 먹을 수 있도록 내놓아 줍니다. 다듬은 뿌리하고 줄기는 흙으로 돌아가서 다시 파를 비롯한 남새가 잘 자라도록 거름이 됩니다. 흙빛으로 주름진 손끝에서 짙푸르면서 새하얀 삶이 사랑스럽게 샘솟습니다. 4348.7.29.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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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노래 삶노래 93. 아침을 연다



새벽마다 우리 집에

휘파람새 검은등지빠귀 찾아와

어서 일어나렴

함께 놀자

고즈넉하며 우렁차게 부른다.


햇살이 차츰 퍼지고

햇볕이 따뜻하다.


풀잎마다 이슬이 앉았구나.

나무는 간밤에 무슨 꿈 꾸었나.

곁에 다가가서 귀를 기울인다.


물 한 잔 마시고

기지개 켜며

아침을 연다.



2015.6.19.쇠.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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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22. 시골에서 타는 버스



  시골에서는 버스 바닥에 흔히 앉습니다. 할배는 웬만해서는 바닥에 안 앉지만 할매는 으레 바닥에 앉습니다. 상자나 짐을 깔고 앉기도 하지만, 맨바닥에 그냥 앉곤 합니다. 시골버스에서 자리가 없는 일은 드물지만, 장날에는 빈자리가 없기 마련이라, 누구나 털썩털썩 앉습니다. 그리고, 시골에서는 초등학생도 중학생도 고등학생도 동무들하고 깔깔깔 노래하면서 바닥에 앉아서 갑니다. 그야말로 놀듯이 버스를 타고, 버스에서 이야기가 흐르며, 서로서로 아끼는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들길을 시원스레 달립니다. 4348.7.25.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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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26] 함께 하는 나날



  너하고 마주보는 이곳에서

  나하고 빙그레 웃으니

  오늘 하루 참말 기뻐.



  어머니 자리에 서는 이들은 으레 아이하고 온 하루를 보내기 마련이라서, ‘아이와 함께하는 나날’을 되돌아봅니다. 아버지 자리에 서는 이들은 으레 바깥일에 바빠서 아이하고 눈 마주하기도 힘들어서, ‘아이와 함께하는 나날’을 미처 돌아보지도 못하는 채 너무 빠르게 내달리기만 하지 싶습니다. 그런데, 요즈음은 어머니 자리에 서더라도 너무 바쁘고 바깥일이 많아서 아이하고 얼굴을 못 보는 날을 보내기도 합니다. ‘함께 하는 나날’이란 언제 어디에서나 하늘에서 내린 선물인데, 이 선물을 못 누리는 어버이가 참으로 많습니다. 4348.7.22.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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