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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25] 사회제도



  너랑 내가 함께 짓는

  사랑스러운 살림으로

  곱게 보금자리



  사회제도 때문에 혼인을 해야 하지 않습니다. 집안이 좋다든지 돈 걱정을 안 해도 되어 혼인을 해야 하지 않습니다. 집안을 따져서 혼인을 하면, 집안 걱정은 안 하겠지만 다른 걱정이 찾아옵니다. 돈 걱정을 안 해도 되도록 혼인을 하면, 돈 걱정은 안 할 테지만 다른 걱정이 있습니다. 어떤 삶이 즐거울까요? 어떤 삶에서 사랑이 샘솟을까요? 어떤 삶에서 노래가 흐르며 웃음꽃이 피어날까요? 사회제도나 사회의식을 따지면 따질수록, 삶하고 사랑이 모두 멀어지거나 잊혀집니다. 4348.7.16.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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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9. 물끄러미 바라보는 그림



  가위질을 하고 싶어서 종이만 보았다 하면 오리는 작은아이는, 그림놀이를 즐기는 누나 옆에 엎드려서 그림 두 점을 그립니다. 방바닥에는 작은아이가 갖고 놀다가 그대로 둔 장난감이 하나씩 늘어나고, 종잇조각이 널브러지며, 마무리로 그림 두 점을 놓습니다. “잘 그렸다. 아버지 보여주면 좋아할 거야.” 큰아이가 작은아이한테 ‘다 들리는 귓속말’을 합니다. “아버지, 자, 다 그렸어. 한번 봐 봐.” 작은아이가 빚은 그림에서 흐르는 이야기를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바알갛고 새까만 빛으로 하나씩 테두리를 북북 매기면서 힘껏 새겨넣은 이야기를 읽습니다. 4348.7.14.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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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5-07-15 14:28   좋아요 0 | URL
아버지, 라는 호칭이 정겹네요. 큰 애 한창 말 배울 때 `아부지`라 부르게 했던 기억도 나고요.

숲노래 2015-07-15 17:0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아부지`라고 해도 재미있어요.
아부지 어무니
아바이 어무이
~~
 


사진노래 18. 오늘 이곳에서 내 사진



  사진 한 장을 잘 찍든 못 찍든 대수롭지 않을 줄 느끼기 쉬울 수 있고,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제 막 한글을 익히는 아이가 글씨를 잘 쓰든 못 쓰든 대수롭지 않은 줄 안다면, 사진찍기도 이와 비슷하구나 하고 알아차립니다. 즐겁게 글놀이를 하다 보면 어느새 글쓰기가 재미있고, 글씨도 정갈하게 거듭납니다. 즐겁게 살림을 꾸리면서 사진을 찍다 보면 어느새 사진찍기가 재미있으며, 내 사진 한 장에 싱그러우면서 맑은 기운이 흐릅니다. 빨래를 널면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오늘 이곳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등허리를 톡톡 두들기면서 펴다가 하늘숨을 마시며 웃습니다. 4348.7.14.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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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7-17 07:58   좋아요 0 | URL
저 이 사진 참 맘에 드네요. 여백을 살리신 것도 좋고, 정지된 화면이지만 빨래감의 움직임이 느껴지고요. 그 움직임때문에 보는 사람 마음도 펄럭이는 것 같은 효과를 주는 것도 좋아요.

숲노래 2015-07-17 08:32   좋아요 0 | URL
작은아이가 아직 기저귀를 대던 무렵 사진인데,
지난달에 전라도닷컴에 빨래 이야기를 쓰고 사진을 보내 주며
옛 사진을 뒤적이다가 문득 새롭게 보았어요.

이 사진을 찍을 적에,
바지랑대도, 구름도, 하늘도, 전깃줄도,
마당에 있는 후박나무도
참 잘 어울리네 하고 느껴서,
마당에 드러누워서 찍었어요~ ^^
 

한글노래 삶노래 91. 유월꽃



치자꽃 활짝 피었어

보았니?


마삭줄꽃이 울타리에 주루룩 돋네

보았어?


하늘타리꽃이 나풀거리는구나

보았지?


밤꽃내음 가득한 마을에

올망졸망 새하얀

유월꽃이 가만가만

바람 따라 빛난다.



2015.6.19.쇠.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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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7. 비 오는 날 파를 끊기


  여덟 살 아이도 부엌칼을 쓰고 싶습니다. 아직 여덟 살 아이한테 부엌칼을 손에 쥐도록 하지 않으나, 가끔 작은 칼을 건넵니다. 마당에서 파를 뜯거나 자를 적에 여덟 살 아이한테 심부름을 맡기면서 한 줌 훑어 보라고 말합니다. 비 오는 날 파를 끊으려고 마당을 빙 도는 큰아이를 보고는 다섯 살 동생이 “나도! 나도!” 하고 외칩니다. 여덟 살 큰아이는 동생더러 “너는 아직 안 돼.” 하고 말합니다. “나도 하고 싶은데.” 하고 말하는 동생한테 “그럼 너는 우산 좀 씌워 줄래?” 하고 말합니다. 작은아이는 누나한테 우산을 받쳐 주면서 칼놀림을 살펴봅니다. 4348.7.11.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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