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242] 학교에서



  사랑받으려고 여기에 태어나고

  사랑하려고 마을에서 지내고

  사랑을 심으려고 어깨동무



  아이들은 ‘학생’이 되려고 태어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받으려고 바로 이곳에서 태어납니다. 아이들은 교과서 지식만 배우려고 학교에 다니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어른한테서 삶과 사랑을 배우려고 학교에 다닙니다. 학교는 바로 마을에 있고, 학교 한 군데만 배우는 곳이 아니라 학교를 둘러싼 마을이 통째로 배우는 터전입니다. 사회에서는 이 대목을 소홀히 여깁니다. 집에서도 이 대목을 미처 못 깨닫기 일쑤입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사랑을 받고 배우고 누리고 나누면서, 이 사랑을 꿈이라는 씨앗으로 새롭게 심으려고 태어났습니다. 4348.9.25.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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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노래 삶노래 97. 잠자리야



큰비랑 큰바람 몰아쳐

모과나무는 굵은 열매 달린

굵다란 가지가 찢어졌고

감잎 우수수 떨어지고

풋감 와그르 구르는데


나비랑 잠자리

너희는

어디서 비바람을 그었니?


비 그치고 바람 멎어

오늘은 참 시원하고 상큼해


잠자리야,

이리 와서

나랑 같이 놀자.



2015.7.13.달.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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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41] 놀러 가는 길



  배우러 가는 길은

  새롭게 가는 길이라

  언제나 놀러 가는 길



  학교가 아름답다면 학교로 가는 길에 누구나 웃고 노래하면서 춤출 수 있습니다. 학교가 아름답지 않다면 학교로 가는 길에 누구나 잔뜩 찡그리고 어두운 낯빛이 되어 한숨을 쉬거나 짜증을 내거나 골을 부릴 테지요. 학교가 아름답다면 이곳에서 날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배울 테고, 새로운 이야기를 배우는 동안 삶이 얼마나 사랑스러운가를 느껴요. 놀러 가듯이 웃을 수 있는 길이어야 배웁니다. 나들이를 가듯이 노래할 수 있는 길이어야 가르칩니다. 어깨동무를 하며 기쁨이 샘솟는 길일 때에 비로소 ‘배움길’입니다. 4348.9.24.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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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56. 저 구름이야



  함께 들길을 달리면서 구름을 바라봅니다. 나는 나대로 구름이 어떤 모습인가 하고 읽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구름이 어떤 무늬인가 하고 읽습니다. “저기 봐! 저기. 토끼 구름이야!” “저 구름은 고양이 같아!” 들바람을 마십니다. 푸른 빛깔이 차츰 빠지면서 노란 빛깔이 천천히 물드는 들에서 흐르는 바람을 마십니다. 하늘바람을 마십니다. 새파란 바탕에 하얀 구름이 저마다 다르면서 새로운 그림으로 흐르는 바람을 마십니다. 함께 들길에 서면 들을 이야기할 수 있고, 함께 하늘을 보면 하늘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함께 마주하는 대로 우리 이야기가 되고, 함께 껴안는 대로 우리 삶이 됩니다. 4348.9.23.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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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55. 수박 한 조각이랑



  한창 무덥던 여름에 수박 한 통을 읍내에서 장만해서 낑낑거리며 집으로 들고 왔습니다. 올여름에 아이들한테 수박을 몇 번 못 먹여서 미안하다고 느끼지만, 아이들은 그리 대수롭지 않게 생각합니다. 올여름에는 여름 내내 집에서 얼음과자를 만들어서 먹었거든요. 후박나무 그늘이 드리우는 마당에 빨간 접이책상이랑 걸상을 놓습니다. 네모난 받침접시에 수박을 썰어서 올립니다. 수박 한 조각을 집기 앞서 이 멋지고 예쁘며 고마운 수박으로 우리 몸을 아름답게 가꿀 수 있기를 바라는 노래를 부릅니다. 아버지가 수박 노래를 부르는 사이 작은아이는 수박 속살에 살짝 손을 댑니다. 어서 먹고 싶지? 그래, 얼른 먹자. 4348.9.23.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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