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244] 손바닥으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

  손바닥으로 새 길을 닦는다

  손바닥을 서로 맞잡아 따스하다



  손바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세 가지뿐이 아니라고 느낍니다. 손바닥으로 누군가를 찰싹 하고 때릴 수 있고, 손바닥에 가랑잎을 얹을 수 있고, 손바닥으로 밥을 지을 수 있고, 손바닥으로 낫을 쥐어 나락을 벨 수 있고, 손바닥을 흔들어 바람하고 사귈 수 있고, 손바닥을 저어 헤엄을 칠 수 있고, 손바닥에 연필을 놓아 그림을 그리려 할 수 있고 ……. 우리 손은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습니다. 4348.9.29.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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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58. 바지랑대 세우는 아이



  바지랑대 세우기는 어른이 혼자 해도 되지만, 아이한테 맡길 수 있습니다. 어른이 혼자 하면 ‘일’이고, 아이가 스스로 하면 ‘놀이’이며, 어른이 아이한테 맡기면 ‘심부름’입니다. 누가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하는 몸짓’이 사뭇 다르게 흐릅니다. 억지로 해야 하는 일이면 고단하고, 짜증을 내며 시키는 심부름이라면 툴툴거릴 테지만, 신나게 하는 놀이라면 재미있으면서 기쁩니다. 그리고, 스스로 노래하며 하는 일이라면 살림을 올망졸망 가꾸는 새로운 웃음이 피어납니다. 사진 한 장을 찍는 자리는 언제나 ‘웃음마당’, 곧 웃음이 피어나는 마당입니다. 4348.9.28.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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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43] 죽음 없는 삶



  이 몸에 깃드는 숨결은

  마음을 짓고

  슬기로운 이야기를 꿈꾸네



  곰곰이 보면, 사람한테는 ‘죽음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몸은 스러져도 마음이 남아서 고이 흐르고, 수많은 책마다 ‘슬기로운 이야기’가 언제까지나 살아서 흐르니까요. 죽음은 바로 우리 스스로 죽음을 생각하기 때문에 태어나고, 삶도 우리 스스로 삶을 생각하기 때문에 흐르며, 이야기도 우리 스스로 생각하기 때문에 지을 수 있습니다. 4348.9.28.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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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57. 너희 키로는 안 보일까


  우리 집 무화과를 따려고 아이들하고 우리 집 무화과나무 앞에 선다. 그런데 아이들은 무화과나무가 어느 나무인지 알아보기는 하지만, 무화과알이 어디에 어떻게 맺혔는지 알아차리지 못한다. 아이들 키높이로는 너무 높은가? 아이들은 아직 고개를 확 젖히고 높다란 가지를 올려다보기는 어려울까? “무화과 어디 있어? 안 보여!” “보일 텐데. 잘 살펴봐.” “그래도 안 보여.” “그러면 고개를 들어 봐.” “고개를? 음, 아, 저기 있다! 그런데 너무 멀어. 손이 안 닿아.” 손이 안 닿도록 머니까 그곳에 무화과알이 맺히는지 처음부터 생각을 못 할 수 있겠네. 아버지가 무등을 태우면 너희 손도 닿고 무화과알도 잘 보이려나. 4348.9.26.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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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꽃 잔치



솔방울처럼 동그스름하게

꽃송이 터뜨린 솔꽃 밭에

네발나비 두 마리

이쪽저쪽으로 앉는다.


팔랑나비 여러 마리

여기저기 앉다가

네발나비 앉은 하얀 솔꽃에

함께 앉는다.


너 참 곱네

너도 참 고운걸


네발나비와 팔랑나비는

솔꽃가루 함께 나ㅜ면서

나락 익는 내음

담뿍 실린

구월바람 함께 마신다.



2015.9.11.쇠.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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