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터



우리 마을 빨래터는

우리 놀이터야


할머니 할아버지는 이제

이곳에서 빨래하지는 않아


그래서 물이끼도 자주 끼는데

보름마다 막대수세미 들고서

물이끼를 석석 긁어내면

어느새 맑은 물 가득한

물놀이터로 바뀌지


찰방찰방 뛰고 드러눕고 뒹굴며

새파란 하늘 올려다봐



2016.7.25.달.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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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심부름



어떤 심부름 하면 돼?

말해 봐

다 해 줄게


― 그러면

저기 파란 물병에

물 받아서

마당에 햇볕 잘 드는

자리에 내놓아 주련?


알았어

여기 두 병 비었네

내가 다 할 수 있어

기다려 봐



2016.7.10.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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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노래 삶노래 112. 그냥



언제나 모두 같아


그냥 안 하니

그냥 안 돼


그냥 하니

그냥 돼


재거나 따지지 말고

먼저 그냥 해 봐

걱정도 두려움도 털고

그냥 웃으면서 하자


느긋하며 따사롭고

넉넉하며 재미있어



2016.12.8.나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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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59. 들딸기돌이



  사진이 태어나는 곳은 바로 늘 오늘 이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먼 나라가 아니요, 대단한 다큐멘터리 주제가 아니며, 두멧자락 시골이나 패션화보나 모델이 아니라고 느껴요. 내가 사는 곳에서 사진이 태어나고, 내가 사랑하는 곳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그러니 다큐사진을 찍더라도 ‘남이 사는 곳’이 아닌 ‘내가 사는 곳’을 찍으면 되고, 패션사진이나 모델사진을 찍더라도 ‘남이 멋지게 보는 사람’이 아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찍으면 돼요. 작품을 빚을 생각을 하지 말고, 늘 살림을 즐겁게 짓는 바로 오늘 내 보금자리에서 사진기를 손에 쥐면 누구나 새로우면서 아름다운 사진 한 장 찍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6.12.23.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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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352] 느긋한 삶



  바삐 밥을 짓다가 태우지

  바삐 달리다가 넘어지지

  살짝 숨을 돌리고 생각해 봐



  느긋하지 않을 적에는 어떤 일을 하더라도 ‘안 느긋한’ 모습이 드러나지 싶어요. 바쁘기 때문에 바쁜 티가 어느 자리에나 깃들지 싶어요. 느긋하기 때문에 느긋하게 밥을 맛나게 짓고, 느긋하게 글을 쓰며, 느긋하게 이야기를 나누어요. 바쁘기 때문에 이웃을 살필 겨를이 없고, 바쁜 탓에 책 한 권 읽을 짬이 없으며, 바쁜 나머지 서로 둘러앉아 살림을 가꿀 마음을 못 내고 말아요. 2016.12.22.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넋/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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