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발표 2023.12.17.해.



모든 소리에는 뜻이 있잖니? 뜻이 없이 퍼지는 소리란 없어. 돌이 구르든, 바람이 불거나 물결이 일든,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든, 다 뜻이 있는 소리야. 시내나 골짜기나 샘에서 흐르는 물에도 늘 다르게 뜻이 퍼져. 누구는 모든 소리에 늘 다르게 감도는 뜻을 읽지. 아니, 처음에는 누구나 소리뜻을 읽었다면, 어느덧 소리뜻을 다들 못 읽거나 안 읽더라. 개미가 오가는 소리, 새가 날갯짓하는 소리, 사람마다 발자국에 묻어나는 소리, 이 모두에도 뜻이 있어. 그런데 소리뜻을 비롯해서, 빛깔뜻이나 무늬뜻이나 모습뜻 ……을 못 읽거나 안 읽는구나 싶을 즈음부터 ‘말’이 깨어났지. 소리나 몸짓에 드러나는 마음을 잊거나 놓치다 보니, 말을 안 할 수 없지. 말이 깨어난 처음부터 한동안, 다들 마음을 잘 알고 느꼈어. 이러다 어느 때부터 “마음을 담은 소리인 말”이 아닌 “꾸미는 말”이나 ‘거짓말’을 짓더라. 이리하여 ‘그림’과 ‘글’이 태어나는데, 너희는 말·글·그림에 너희 마음을 고스란히 안 담는 버릇을 이어가더군. 거짓말·눈속임글·꾸밈그림이 얼마나 많니? 참을 밝히려는 ‘발표’는 얼마나 있을까? 말을 한다면서 ‘말’이라 않고 ‘언어’라고 허울을 씌우는데, 무엇을 들려주겠다는 소리일까? “마음을 속이거나 감춘다”든지 “참하고 동떨어진 줄거리에 사로잡히”라는 뜻으로 온갖 ‘발표’를 하지는 않니? 모든 ‘발표’는 내세움·앞세움·줄세움이더구나. ‘말’이라면 나란히 서서 마음을 나눌 수 있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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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성과 2023.12.16.흙.



누가 알아주어야 한다면, 남이 어떻게 여기는가 보느라, 스스로 되새길 겨를이 없어. 스스로 되새기려는 눈짓과 몸짓이라면, 늘 제 나름대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면서 천천히 무르익는단다. 감나무는 스스로 감알을 맺어. 딸기풀은 스스로 딸기알을 맺어. 누가 보라면서 꽃을 피우거나 알이 영글지 않아. 겨우내 곰곰이 잠들어 꿈을 그리고는, 봄에 잎을 틔우고 꽃을 내놓으려 하지. 어느 풀꽃은 이른봄부터 움직여. 어느 나무는 한여름부터 움직이지. 다른 풀꽃나무보다 빨라야 할 까닭이 없어. 남보다 곱거나 크거나 많아야 하지 않아. 늘 철빛을 읽고 헤아려서 늘 새롭게 살아가는 풀과 나무야. 사람은 어떻게 눈을 뜰까? 다른 사람이 뭘 어떻게 하는지 얼마나 알아야 할까? 보여줄 보람이 아닌, 봄빛으로 물들고 여름빛으로 자라서 가을빛으로 가꾸는 보람이야. 잘 보이려고 하니까 겉치레를 쓴단다. 제 숨빛을 보고 돌보고 가꾸니까 알차고 아름다워. 내세우기에 닳아서 허물어져. 앞세우기에 갑갑하고 숨막혀. 너희가 쓰는 말을 살펴보겠니? ‘하늘’이나 ‘별’이나 ‘사람’ 같은 낱말을 누가 어떤 마음으로 지었을까? 아마 누가 지은 말인지는 모르겠지. 그러나 ‘하늘’이나 ‘별’이나 ‘사람’ 같은 낱말을 떠올릴 적마다 스스로 마음이 빛나지? 억지로 밀거나 구태여 꾸미려고 하지 마. 네가 무엇을 하거나 이루든 속으로 품으렴. 옷자락에 붙이거나 높이 치켜들지 마. 치렁치렁 늘어뜨려 자랑하는 보람이라면 참으로 자질구레하고 변변찮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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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코머거리 2023.12.15.쇠.



코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기가 어려울 적에는 냄새를 맡을 겨를이 없어. 코숨을 누릴 수 있을 때부터 냄새를 받아들이고 보고 느껴서 안단다. 귀가 아프다면 새노래·벌레노래·개구리노래·바람노래를 누릴 겨를이 없어. 눈이 아프다면 빛·빛깔·빛살을 즐길 겨를이 없고. 그런데 코나 귀나 눈이 아플 적에는 다른 곳을 느낀단다. 코머거리이기에 코앓이가 없는 사람은 못 겪고 못 보는 곳을 바라보고 알아본단다. 귀머거리이기에 귀앓이가 없는 사람은 못 겪고 못 보는 곳을 마주하고 맞아들인단다. 장님이기에 장님 아닌 사람은 못 겪고 못 보는 곳을 받아들이고 알아가지. 몸으로 바람을 담아야 살아서 움직여. 마음으로 생각을 심어야 사랑하면서 살아가. 그런데 코가 먹느라 바람길이 자꾸 막히거나 걸린다면 몸이 어떨까? 아프거나 앓겠지. 아프거나 앓으면 다른 사람들처럼 움직이거나 살 수 없어. 그래서 다른 누구도 알 길이 없는 너머를 보고서 배운단다. 장님을 그려 보겠니? 너희는 ‘눈’으로만 본다고 여기기 일쑤인데, 손가락도 머리카락도 둘레를 봐. 살갗도 다리도 둘레를 봐. 무엇보다도 ‘넋’이라는 빛은 ‘눈을 감아야’ 본단다. 너희는 안 아픈 코로 숨을 실컷 마실는지 모르지만, 막상 ‘바람’이 어떻게 숨을 이루고 몸을 움직이는지 통 못 알아채거나 모를 수 있어. 너희는 장님이 아니라서 눈으로 그림도 빛깔도 글도 잔뜩 볼는지 모르지만, 껍데기로 감싹 속내가 어떤 빛이고 마음인지 영 못 알아보거나 잘못 볼 수 있어. 책에 적힌 글씨를 어떻게 읽니? 소리로 퍼지는 말을 어떻게 듣니? 겉훑기를 끝내렴. 속보기를 하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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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미쳐가는 2023.12.14.나무.



닿고 싶으나 닿지 않으니 ‘미쳐’간다고 해. 닿고 싶은 마음이 자라다가 닳고 말아서 펑 터지기에 ‘미친다’고 여길 만해. 어느 곳 하나만 바라보려는 마음이기도 할 테고, 어느 곳 하나부터 매듭을 짓고 싶으니 ‘미치는’ 길이겠지. 꼭 어느 하나를 이루거나 일구어야 한다고 여기면 갑갑할 수 있어. 너는 “열매를 이루려”는 뜻이 아닌, “꿈씨앗을 심고서 살아가는 길을 걸어가려”고 오늘 여기에 있거든. 그러니까 열매에 매달리거나 터질 수 있고, 열매가 없다고 여겨 스스로 터지기도 해. 열매를 얻자는 길이 아닌, 해바람비를 두루 품는 길을 스스럼없이 걷다가 시나브로 열매가 된단다. 열매만 쳐다보기에 미쳐가고, 삶이라는 길에서 살림을 하기에 ‘닿는·미치는·잇는’ 하루를 누려. 열매라는 길이 ‘끝’이라고 여긴다면, 열매가 나올 적에 끝날 테지. 길을 여는 하루를 살면, ‘꽃’을 피우면서 가만히 시들고 씨앗을 남기고서, 새로 거듭나는 몸으로 이어가. 열매를 얻고서 끝이라면 미쳐가겠지? 넋이 나가버려. 열매가 아닌 ‘삶길’을 바라보며 걸어가니, 끝이 처음이요 꽃이 씨앗인 줄 알아차리면서 빛난단다. 오늘날 왜 숱한 사람들이 미쳐가겠니? 왜 태어났는지 모르고, 하루하루 바쁘게 보내다가 나이가 들수록 어쩐지 끝이 나는구나 싶으니, 얼마나 캄캄하고 무서울까. 끝을 맺으려고 태어나지 않아. ‘살아가려’고 태어난단다. 살아가려면 살림을 할 노릇이고, 살림을 하려면 사랑을 할 일이야. 사랑을 하려면 왜 스스로 ‘사람’인지 알아야겠지. ‘미칠’ 듯하다면, ‘밑’으로 가렴. 그저 밑바닥으로 나아가서 고즈넉히 누워서 쉬고서 일어나렴.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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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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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지평선 2023.12.13.물.



하늘을 보며 살아가던 사람은 ‘하늘’이라는 말을 지었어. 마음을 나누고 느끼고 일구며 살아온 사람은 ‘마음’이라는 말을 지었어. 비를 보고 마시며 살던 사람은 ‘비’라는 말을 지었어. 바다를 품고 생각하며 살았으니 ‘바다’라는 말을 지었어. 사람이 서는 자리를 살피면서 ‘사이’를 짓고, 사이좋게 가지 않을 적에 ‘싸우다’를 짓지. 누구나 하루를 보내지만, “삶을 누린다”고 하기는 어려워. 그저 흘러가거나 지나가는 때라면 쳇바퀴일 뿐이야. ‘삶(사는 하루·길·날)’이라는 말로 나타내려면, 몸으로 겪고 느끼면서 마음으로 담는 이야기가 늘 새롭게 샘솟아서 스스로 살피고 ‘말’을 짓거든. 네가 보고 듣고 느끼는 대로 ‘네 말’을 그리거나 빚거나 짓거나 엮지 않는다면, 넌 네 하루를 살지 않았다는 뜻이야. 모든 말이란 모든 삶이야. 그래서 삶이 없는 사람은 ‘삶짓기·말짓기·마음짓기’가 없기에 ‘살림짓기·사랑짓기·꿈짓기’가 없어. 삶이라 여길 수 있을 적에 살림이 있어. 말로 그릴 수 있을 적에 사랑을 일으켜. 마음에 담을 적에 꿈을 헤아리고 나아가지. 들끝이 하늘하고 맞닿는 들금(지평선)을 보니? 들금을 보는 사람은, 들하고 하늘이 어우러지는 길을 천천히 품으면서 풀어내는 씨앗을 심어. 물금(수평선)을 보는 사람은, 물·바다랑 하늘이 함께하는 살림을 가만히 노래하면서 노는 씨앗을 묻어. 하늘은 땅에 깃들고, 땅은 하늘로 뻗어. 하늘은 땅에 깃들면서 사람과 숱한 숨결로 스미고, 새삼스레 땅에 풀꽃나무에 고요히 물들면서 환하게 피어난단다. ‘금’은 ‘끝’을 알리면서 ‘꽃’처럼 새로 나아가는 첫길을 그려서 보이는 곳을 보여준단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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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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