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채찍 2022.10.17.달.



채찍을 휘두르면 깜짝 놀라고 아파서 갑자기 기운을 내거나 빨리 해내는 듯 보일 테지. 그런데 ‘맞아서(채찍에든 주먹에든 발길에든 회초리에든)’ 무언가 할 적에는 ‘기운’이 죽어가면서 ‘악’에 받친단다. ‘악’을 쓸 적에는 얼핏 ‘힘’을 크거나 세게 낸다고 느낄 만해. 그런데 자꾸 ‘악’을 쓰도록 채찍을 휘두르면 ‘기운’이 줄고 사라지다가 그만 “악!” 소리를 내면서 풀썩 쓰러져서 다시 일어나지 못 한단다. 넋을 잃고서 쓰러진 누구를 얼른 깨우려고 가볍게 ‘찰싹’ 쳐 줄 수 있을는지 몰라. 그러나 네가 ‘찰싹질’이 아니라, 마음으로 빛살을 흩뿌리면서 부르면 “넋을 잃고서 쓰러진 몸”에 기운이 샘솟아서 눈을 번쩍 뜬단다. 언제 어디에서나 그렇단다. 채찍은 살리지 않아. “살려주는 척”할 뿐인 채찍질이야. 넌 “살리는 척”인 채찍으로 기운을 죽이는 수렁에 잠기고 싶니? 넌 “살리는 길”인 사랑으로 기운이 샘솟는 삶을 짓고 싶니? 하나는 ‘척’이고, 다른 하나는 ‘길’이야. “척을 하기”로 빠져도 네가 고르는 셈이고, “길을 가기”를 누려도 네가 고르는 셈이야. 생각을 하렴. 길들어 고분고분 따라가지는 마. 너한테는 네 삶이 있잖니. 생각을 하기에 스스로 빛나. 생각하지 않으니 스스로 죽어. 네 둘레를 보면, “생각하지 않는 죽은몸”이 꽤 있을 수 있는데, “생각없이 죽은몸”이 무엇을 하든 그쪽을 쳐다보지 마. “생각하는 마음으로 빛나는 네 길”을 스스로 봐. 네가 너를 보아주기에 너는 늘 무엇이든 지어서 누리거든.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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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주무르다 2022.10.16.해.



몸 어느 곳이 뭉치거나 쑤시거나 아프다면, 스스로 몸에 빛이 흐르도록 생각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뜻이야. 네 몸은 언제나 네 손길을 기다린단다. 네가 마음에 심는 생각대로 움직이는 몸이야. 네가 어질거나 슬기롭거나 참하게 생각하면서 마음을 쓰면, 네 몸은 기쁘게 움직이지. 네가 어리석거나 멍청하거나 엉성하게 마음을 굴리면, 이때에는 아무 생각이 없는 굴레인데, 네 몸은 처지거나 힘을 잃거나 사납게 뒹굴지. 네가 할 일이란, “네 몸이 네 마음에 즐거운 빛으로 반짝이는 기운이 돌도록 생각을 짓기”라고 할 수 있어. 뭉친 곳을 가만히 눌러 봐. 쑤신 곳에 고요히 손을 대 봐. 아픈 곳을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햇빛을 띄워 봐. “네 사랑이 샘솟는 마음”으로 손가락을 놀리면서 스스로 몸을 주무르면 모든 부스러기랑 티끌이 감쪽같이 사라진단다. 손바닥만 대어도 낫고, 손가락만 짚어도 낫지. 그저 바라보아도 낫고, 눈을 감고서 마음으로 주무르거나 어루만져도 나아. ‘힘’이란 몸에서 피어나면서 하얗다면, ‘기운’이란 마음에서 자라나면서 환해. 힘을 몸밖으로 빼내면 몸이 주저앉을 텐데, 마음은 기운으로 보내고 또 보내어도 마르지 않는단다. 아무리 멀리 있어도 보내고 받고 나누고 누리는 ‘마음빛’인 ‘기운’이야. 천천히 주물러 보렴. 너 스스로 힘샘·기운샘을 알아차릴 테니까. 느긋이 주물러 주렴. 네가 스스로 달래 주기에, 아플 수도 지칠 수도 죽을 수도 없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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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미리미리 2022.10.15.흙.



살짝 손을 쓰면 웬만한 일을 다 이루지. 손을 많이 써야 일을 이루지는 않아. 네가 먼저 마음을 짓고서, 네가 가거나 하거나 만나려는 쪽으로 마음을 틔운 다음에, 두 마음을 가볍게 이으면 돼. 두 곳이 하나인 마음으로 맞닿으면, 어디로 가든 무엇을 하든 누구를 만나든 차근차근 이룬단다. 네가 어쩐지 네 뜻을 이루지 못 한다거나 막힌다거나 걸리적거린다거나 어렵다면, “두 곳에 둘이면서 하나인 마음”을 아직 안 짓고 안 띄우고서 섣불리 나섰다고 할 수 있어. 마음을 미리 짓고, 마음을 미리 띄우렴. 네가 짓고 띄운 마음 사이를 고요히 바라보면서 생각을 그리렴. 하나하나 보고서 느끼고 받아들이면 언제나 다 네 숨결로 스민단다. 몸을 감도는 바람을 먼저 마셔야, 네 몸에 숨기운이 흐르겠지. 별을 바라보려고 먼저 고개를 들어야, 별이 너를 알아채고서 빛줄기를 뿌리겠지. 손을 먼저 내밀어야 네 손에 빗물이 고이겠지. 서둘러 달려나가면 그르치기 좋아. 보고 느껴서 받아들이도록 미리 마음을 움직이면 언제 어디에서나 네 뜻을 그대로 이루지. 그저 하나씩 해. 손을 가볍게 써. 어깨힘을 빼. 옆에서 들려오는 말이 “사랑을 담은 마음”이라면 기꺼이 듣고, “사랑을 안 담은 마음”으로 시끌벅적한 말이라면 스스럼없이 흘려보내렴. 오늘 아침놀을 보았니? 오늘 저녁놀을 보니? 보았으면 떠올리고, 안 보거나 못 보았으면 이튿날 보렴.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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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뭘 봐? 2022.10.21.쇠



나무 곁에 서서 뭘 봐? 나무를 보니? 저 건너에서 떠드는 소리에 마음을 쓰니? 나비 곁에 앉아서 뭘 봐? 나비를 보니? 네 둘레에서 왁자지껄한 사람들한테 마음을 빼앗기니? 별이 쏟아지는 마당에 서서 뭘 봐? 미리내를 보니? 옆집 불빛을 보거나 마을 앞을 지나가는 부릉이를 보니? 늘 스스로 보렴. 네가 뭘 보는지 생각하렴. 네 눈길·발길·손길·마음길이 어디로 가는지 보렴. 네가 그린 꿈길·살림길·노래길·사랑길을 늘 새롭게 되새기니? 네 모든 ‘하루길’을 잊은 채 다른 곳을 쳐다보거나 구경하느라 바쁘니? 너는 문득 무엇이든 볼 수 있어. 네가 눈을 두는 곳을 마음이 담을 수 있고, 네 눈길이 닿는 모든 곳에 네 숨길을 흩뿌리면서 “사랑이라는 마음씨”를 심을 수 있어. 새가 열매를 누리고 누는 똥은 ‘씨앗심기’란다. 네가 걸어다니면서 흩뿌리는 눈길과, 네가 말을 하면서 흩뿌리는 마음과, 네가 살아가면서 흩뿌리는 생각을, “새가 열매를 누리고서 남기는 씨앗심기”처럼, 늘 뭔가 심을 테지. 넌 뭘 보고 뭘 하고 뭘 심니? 넌 네 하루를 누리고서 네 오늘이라는 자리에 뭘 새기니? 잿빛집(아파트)을 올리는 소리, 놀이터에서 들리는 소리, 지나가는 사람들 말소리, 나무에 앉은 딱새 노랫소리, 바람이 풀잎을 살랑이는 소리, 네 가슴이 뛰고 피와 숨이 흐르는 소리, 네 몸을 둘러싸고서 빛발이 흐르는 소리, 이런 여러 소리 사이에서 무엇에 마음을 기울여? 넌 뭘 보는 하루이니?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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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감나무 2022.10.20.나무



올해에 너희 집 감나무 두 그루에 열매가 주렁주렁 맺었지. 놀랄 만하지 않아? 너희는 감나무한테 ‘거름’을 따로 안 주는 가장 나은 길을 의젓하게 갔어. 그저 너희 감나무가 튼튼히 서기를 바랐지. 무엇보다 너희 감나무가 선 땅을 오롯이 너희 것(소유지)으로 삼고서 첫 해를 났지. 자, 알아두렴. 나무도 풀도 벌나비도 개구리도 다 알아. 그동안 너희 뒤꼍이 너희 것(땅)으로 넘어오지 않아 이도 저도 아니었잖아. 이제 아주 너희 땅이 된 만큼 그곳을 누구도 건드리거나 넘볼 수 없어. 감나무는 이 삶결을 다 보고 느끼고 알기에 느긋하면서 넉넉히 자라지. 지붕 너머로 오른 가지를 너희가 날마다 바라볼 뿐 아니라 온갖 새가 날아앉아서 노래하고 벌레를 잡지. 나무는 나무 혼자서 자라지 않아. 사랑이란 숨결을 눈빛으로 베푸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새롭게 노래하는 새가 있어야 하고, 꽃가루받이를 해주면서 잎을 얻어먹는 풀벌레하고 애벌레가 있어야 해. 풀벌레나 여러 짐승 주검이 흙으로 돌아가려 할 적에 돕는 지렁이나 쥐며느리나 개미도 있어야 하지. 모두들 다르면서 하나인 마음으로 나무 곁에 있기에, 나무 한 그루는 우람하게 자라면서 잎·꽃·열매·씨앗을 내놓고서 푸른빛(피톤치드)을 뿜는단다. 언제나 하루를 사랑하면서 웃음·춤·노래·이야기로 가꾸기를 바라. 나무는 사랑눈으로 돌아보면 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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