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가싯길 : 왜 어렵고 힘든 길을 가느냐고 묻는 분이 많다. 그러나 어렵거나 힘든 길을 굳이 골라서 가지 않는다. 가려는 길이니 그곳으로 갈 뿐이고, 가싯길이건 자갈길이건 헤치면 된다. 한참 돌아야 하니까 안 갈 까닭이 없다. 고개를 오르고 바다를 갈라야 하니 미룰 까닭이 없다. 이틀을 걸어야 하기에 안 가지 않는다. 열 해쯤 뚜벅뚜벅 걸어야 하기에 안 갈 일이 없다. 스스로 모든 하루를 새롭게 배우는구나 하고 여기니까 걸어가는 길이다. 배우지 않는다면 어느 지름길로도 안 간다. 난 빨리 갈 마음이 없다. 난 앞서갈 마음이나 뒤돌아갈 마음도 없다. 그저 배움길을 살림길로 삼아서 새길을 낸다는 마음으로 숲길을 거닐면서 사랑길을 찾는 마음길을 벼리고 말길을 가다듬고 글길을 여미면서 사람길을 누릴 뿐. 1999.2.8.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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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무뚝뚝 2022.8.6.흙.



무뚝뚝한 사람은 차갑다고 하지. 차가운 사람은 좀처럼 웃는 일이 없어. 재미있다거나 기쁜 일이 있더라도 웃음을 안 보이는데, 무뚝뚝하거나 차가운 기운이 마음에 가득한 나머지 ‘즐거움’도 ‘기쁨’도 ‘보람’도 ‘노래’도 ‘춤’도 ‘이야기’도 그이한테는 싹트지 않는다는 뜻이란다. 이리하여 무뚝뚝하거나 차가운 이한테는 “사랑이 스스로 피어나거나 자라거나 빛나지 않는다”고 말할 만해. 더 살피면, 무뚝뚝하거나 차가운 사람한테는 ‘눈물·웃음’을 거의 못 보거나 아예 못 봐. 아니, 아예 못 본다고 해야겠지. 이들한테는 ‘기쁨’ 못지않게 ‘슬픔’이 깃들지 못하고, ‘즐거움’ 못지않게 ‘아픔’이 스미지 못해. 둘레에도 스스로도 마음을 꽉 닫아건 모습이야. 삶을 삶으로 여겨서 날마다 새롭게 가꾸거나 짓는 길하고 등졌다고 할 만해. 보렴! 무뚝뚝하거나 차가운 사람은 노래도 안 부르고 춤도 안 춰. 아기를 안을 줄 모르고, 우는 아기를 달랠 줄 몰라. 신나게 놀거나 소꿉을 할 마음조차 없어. 스스로 가두어 버리지. 숨통을 조여 버리지. 아무런 생각이 흐르지 못하도록 누르고 말아서, 싱그러이 피어나는 꽃을 하나도 안 알아보고 만단다. 이렇게 마음이 굳으면, 몸을 움직이더라도 ‘죽은 사람’하고 비슷해. 무뚝뚝함·차가움이란 살림을 떠난 죽음이야. 웃고, 울고, 노래하고, 춤추고, 말하고, 놀라고, 반기고, 슬퍼하고, 아파하다가, 시나브로 밝게 틔우는 빛살인 사랑으로 스스로 감쌀 수 있기를 바라. 너희는 차갑게 식거나 굳어버리는 ‘주검’이 아닌, 따뜻하고 아늑하게 뛰고 달리고 춤추는 ‘삶빛’이기를 바라. 풀꽃나무를 만져 봐. 따뜻하지 않니? 풀벌레도 개구리도 따뜻하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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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서울로 2022.8.7.해.



서울이란 유난하지. 풀꽃나무가 자랄 곳을 온통 잿빛더미로 누르고 막는데, 이럴수록 사람들이 많이 몰려. 더구나 아주 큰 서울 곁에는 ‘서울바라기·서울따라지’ 같은 곳이 자꾸 생기고, 시골까지 서울을 닮으려고 하더구나. 사람들이 잔뜩 모이는 곳에는 ‘돈’하고 “돈벌이가 될 일거리”가 많다고 하지. 그러니까 참으로 많은 사람들은 ‘돈·돈벌이’에 달려들어 마치 똥에 들러붙는 파리 같지 않아? 파리는 어느새 똥을 다 먹어서 말끔하게 치워내. 파리가 있기에 이 별은 깨끗하지. 그런데 사람들은 뭘까? ‘돈·돈벌이’에 달라붙는 사람들은 ‘돈·돈벌이’를 늘리려고 자꾸 잿빛더미를 늘리지. 숲에서는 돈이 나오지 않아. 숲에서는 사랑이 나와. 그렇기에 “사랑이 나오는 숲”을 끝없이 망가뜨리거나 허물거나 없애려 하지. 나무를 그저 돈으로 여겨 자꾸 베어내어 팔아야 사람들이 눈이 멀거든. 이러면서 서울에 ‘공원 만들기’를 하는데, ‘공원’은 ‘숲’이 아니야. 숲에는 농약·비료가 없고 정원사·조경사가 없어. 공원은 잿빛더미를 닮고서 ‘숲시늉’을 하는 돈벌이만 있어. 이러다 보니 “공원에 길들”에서 숲을 꺼리거나 두려워하기까지 해. 서울사람은 서울에 눌러붙으려고 돈을 붙잡지. 시골사람은 서울에 끼고 싶어서 돈을 노리지. 이렇게 서울도 시골도 나란히 망가지는 길로 간단다. 그러면 서울(도시)을 없애면 될까? 아니야. 서울은 내버려두렴. 아무리 잿더미라 하더라도 풀씨·꽃씨·나무씨는 ‘열 해’쯤이면 모두 녹여서 숲빛으로 바꾸어낸단다. 너희는 너희 삶터를 ‘보금자리숲’으로 가꿀 노릇이야. 풀꽃나무가 우거지면 ‘숲’이고, 이곳에 사람이 깃들면 ‘보금자리숲(가원家園)’이란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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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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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채찍 2022.10.17.달.



채찍을 휘두르면 깜짝 놀라고 아파서 갑자기 기운을 내거나 빨리 해내는 듯 보일 테지. 그런데 ‘맞아서(채찍에든 주먹에든 발길에든 회초리에든)’ 무언가 할 적에는 ‘기운’이 죽어가면서 ‘악’에 받친단다. ‘악’을 쓸 적에는 얼핏 ‘힘’을 크거나 세게 낸다고 느낄 만해. 그런데 자꾸 ‘악’을 쓰도록 채찍을 휘두르면 ‘기운’이 줄고 사라지다가 그만 “악!” 소리를 내면서 풀썩 쓰러져서 다시 일어나지 못 한단다. 넋을 잃고서 쓰러진 누구를 얼른 깨우려고 가볍게 ‘찰싹’ 쳐 줄 수 있을는지 몰라. 그러나 네가 ‘찰싹질’이 아니라, 마음으로 빛살을 흩뿌리면서 부르면 “넋을 잃고서 쓰러진 몸”에 기운이 샘솟아서 눈을 번쩍 뜬단다. 언제 어디에서나 그렇단다. 채찍은 살리지 않아. “살려주는 척”할 뿐인 채찍질이야. 넌 “살리는 척”인 채찍으로 기운을 죽이는 수렁에 잠기고 싶니? 넌 “살리는 길”인 사랑으로 기운이 샘솟는 삶을 짓고 싶니? 하나는 ‘척’이고, 다른 하나는 ‘길’이야. “척을 하기”로 빠져도 네가 고르는 셈이고, “길을 가기”를 누려도 네가 고르는 셈이야. 생각을 하렴. 길들어 고분고분 따라가지는 마. 너한테는 네 삶이 있잖니. 생각을 하기에 스스로 빛나. 생각하지 않으니 스스로 죽어. 네 둘레를 보면, “생각하지 않는 죽은몸”이 꽤 있을 수 있는데, “생각없이 죽은몸”이 무엇을 하든 그쪽을 쳐다보지 마. “생각하는 마음으로 빛나는 네 길”을 스스로 봐. 네가 너를 보아주기에 너는 늘 무엇이든 지어서 누리거든.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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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주무르다 2022.10.16.해.



몸 어느 곳이 뭉치거나 쑤시거나 아프다면, 스스로 몸에 빛이 흐르도록 생각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뜻이야. 네 몸은 언제나 네 손길을 기다린단다. 네가 마음에 심는 생각대로 움직이는 몸이야. 네가 어질거나 슬기롭거나 참하게 생각하면서 마음을 쓰면, 네 몸은 기쁘게 움직이지. 네가 어리석거나 멍청하거나 엉성하게 마음을 굴리면, 이때에는 아무 생각이 없는 굴레인데, 네 몸은 처지거나 힘을 잃거나 사납게 뒹굴지. 네가 할 일이란, “네 몸이 네 마음에 즐거운 빛으로 반짝이는 기운이 돌도록 생각을 짓기”라고 할 수 있어. 뭉친 곳을 가만히 눌러 봐. 쑤신 곳에 고요히 손을 대 봐. 아픈 곳을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햇빛을 띄워 봐. “네 사랑이 샘솟는 마음”으로 손가락을 놀리면서 스스로 몸을 주무르면 모든 부스러기랑 티끌이 감쪽같이 사라진단다. 손바닥만 대어도 낫고, 손가락만 짚어도 낫지. 그저 바라보아도 낫고, 눈을 감고서 마음으로 주무르거나 어루만져도 나아. ‘힘’이란 몸에서 피어나면서 하얗다면, ‘기운’이란 마음에서 자라나면서 환해. 힘을 몸밖으로 빼내면 몸이 주저앉을 텐데, 마음은 기운으로 보내고 또 보내어도 마르지 않는단다. 아무리 멀리 있어도 보내고 받고 나누고 누리는 ‘마음빛’인 ‘기운’이야. 천천히 주물러 보렴. 너 스스로 힘샘·기운샘을 알아차릴 테니까. 느긋이 주물러 주렴. 네가 스스로 달래 주기에, 아플 수도 지칠 수도 죽을 수도 없어.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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