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41. 슈풍키 슈풍키



  ‘슈풍키(선풍기)’가 돌아갑니다. 다섯 살 어린이한테는 아직 ‘슈풍키’입니다. 여덟 살 누나가 “슈풍키가 아니고 선풍기야.” 하고 알려주어도 다섯 살 어린이는 그저 ‘슈풍키’입니다. 슈풍키에 바람개비를 대고 돌립니다. 마당에서 달리지 않아도 입으로 바람을 일으키지 않아도, 바람개비는 슈풍키가 신나게 돌려 줍니다. 글씨를 읽을 줄 몰라도 어느 단추를 누르면 켜거나 끄는지를 알기에 놀이돌이는 아침부터 슈풍키 놀이를 하면서 신이 납니다. 나는 신나는 아이 옆에 가만히 서서 아침부터 재미난 노래와 이야기를 누립니다. 4348.8.23.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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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35] 편지 쓰기



  너한테 날아가는 마음

  한 줄이면 돼

  늘 사랑이니.



  편지를 쓰는 까닭은 내가 너를 아끼는 마음을 보내고 싶기 때문이라고 느낍니다. 편지를 주고받는 까닭은 너와 나 사이에 흐르는 사랑을 늘 새롭게 북돋우고 싶기 때문이라고 느낍니다. 종이 한 장을 정갈하게 간수해서 또박또박 쓰든, 빈 종이가 없어서 아무 데에 흘려서 쓰든, 마음으로 읽고 쓰며 나누는 이야기가 따스하게 흐르는 편지입니다. 4348.8.22.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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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40. 자전거를 보는 자전거



  삶을 삶 그대로 바라볼 때에 삶이 됩니다. 삶을 삶 그대로 바라보아 온 하루가 참말 삶다운 삶이라면, 언제나 사랑스러운 말이 흐르고 사랑스러운 생각이 피어나며 사랑스러운 꿈이 자랍니다. 두 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마실을 가는 길에 이웃마을 할배가 타는 ‘들일 가는 자전거’를 만납니다. 나는 자전거에 타면서 다른 자전거를 바라봅니다. 옆구리에 삽 한 자루를 낀 ‘시골자전거’ 또는 ‘들자전거’를 봅니다. 내가 달리는 자전거도 ‘시골자전거’일 텐데, 여기에 ‘아이자전거’라는 이름을 새롭게 붙일 만합니다. 아이들하고 어디라도 달릴 수 있으면서 함께 노래하고 웃는 자전거인 ‘아이자전거’입니다. 4348.8.22.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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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39. 춤추는 글씨



  다섯 살 작은아이가 그리는 글씨가 춤을 춥니다. 함께 글씨놀이를 하다가 하하 웃음이 나옵니다. “잘 그리네. 잘 쓰네. 거 봐, 이렇게 잘 쓸 줄 아네.” 하고 말하면서 웃는다. 다섯 살 작은아이도 빙그레 웃으면서 “자 봐! 다 썼어!” 하고 외칩니다. 작은아이 글씨가 왜 춤을 추는가 하고 생각해 보면, 스스로 춤추면서 노니까 글씨가 춤을 추지 싶습니다. 나중에 이 아이가 자라서 글씨를 반듯반듯 쓴다면, 그때에는 걸음걸이가 반듯반듯 야무지면서 멋지기 때문일 테지요. 오늘은 그저 춤추듯이 뛰놀고 싶은 마음이니 그야말로 넓직하게 춤을 추는 글씨를 그립니다. 4348.8.21.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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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34] 백 해



  한 해를 살아 한 해를 노래하고

  백 해를 살아 백 해를 노래하니

  나무 곁에서 천 해 노래를 듣네



  더 오래 살기에 더 긴 이야기가 흐른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더 많은 일을 겪었기에 더 슬기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한 해를 살거나 백 해를 살거나, 스스로 온 삶을 기쁨으로 바라보면서 노래할 수 있을 때에 비로소 슬기로운 사랑이 자라리라 느낍니다. 숲에서 천 해를 살고, 마을을 천 해 동안 지키며, 이윽고 집을 받치는 기둥이 되어 다시 천 해를 사는 나무 곁에 서면서, 나무가 부르는 노래에 가만히 귀를 기울입니다. 4348.8.20.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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