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바람


나무는
제가 자란 숨결로
우리 곁에서
새로운 모습 되어
함께 산다.

집으로
책으로
종이로
책걸상으로
연필로
나룻배로
수저로

그리고
싱그러운 바람
한 줄기로.


2015.9.11.쇠.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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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49. 고요한 책읽기



  문득 온 집안이 조용합니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가 싶도록 조용해서 궁금합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우리 집에는 놀이순이와 놀이돌이가 있는 터라, 새벽부터 저녁까지 아주 짧은 동안조차 조용할 겨를이 없기 때문입니다. ‘노는 어린이’ 둘은 그야말로 온갖 놀이를 다 하면서 떠들고 웃고 다투고 뒹굴고 뛰고 달립니다. 그런데 이런 놀이둥이가 아뭇소리 없이 조용할 때가 있으니, 잠이 들 때하고 책을 손에 쥘 때입니다. 아이들이 잠이 들면 참으로 조용하네 싶고, 아이들이 책을 보면 조용한 기운하고는 사뭇 다른, 여러모로 고요하면서 온 우주가 깨어나는 듯한 느낌입니다. 이야기에 빠져들어 책하고 한마음이 된 고요한 아이들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4348.9.10.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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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5-09-10 08:32   좋아요 0 | URL
책을 읽느라 열중하는 아이들의 뒷모습은 항상 예쁩니다^^

숲노래 2015-09-10 10:54   좋아요 0 | URL
참으로 재미난 선물과도 같은
아리따운 모습이로구나 싶어요
 


사진노래 48. 나락꽃이랑



  석 달 동안 분홍 꽃송이가 찬찬히 터지면서 꽃내음을 퍼뜨리는 배롱나무가 있다면, 이른새벽에 피어서 아침에 지는 나락꽃이 있습니다. 봄이면 벚꽃잔치라든지 매화꽃잔치를 하는 곳이 많은데, 나락꽃잔치를 하는 곳은 없습니다. 나락꽃은 벚꽃이나 매화꽃이나 장미꽃처럼 큼직하고 알록달록한 꽃이 아니기에 꽃잔치를 안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늘 먹는 밥이 되어 주는 쌀알이 ‘나락’일 적에 ‘꽃’이 피는 줄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으리라 느낍니다. 나락꽃은 오직 시골사람만 흐뭇하게 바라보는 꽃이라고 할 만합니다. 우리 집 논이 아니어도 나락꽃은 반갑습니다. 골골샅샅 모든 나락꽃이 고요히 피고 지면서 들판이 차근차근 누렇게 익습니다. 4348.9.7.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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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47. 물결 뛰어넘기



  물결이 밀려듭니다. 놀이순이는 물결이 어떻게 밀려드는가를 가만히 살핀 뒤, 커다란 물결이 가까이 다가오면 껑충 뛰어오릅니다. 멋져, 훌륭해, 하고 외쳐 줍니다. 놀이순이는 지치지 않고 다시 뛰어오르고 또 뛰어올라요. 다섯 살 동생은 누나처럼 뛰어오르지 못합니다. 그저 물결을 온몸으로 맞으면서 비틀거리면서 까르르 웃습니다. 아이들은 즐겁게 놀고, 나는 아이들 곁에서 즐겁게 놀듯이 사진을 찍습니다. 물결도 예쁜 몸짓도 하늘도 숲도 고이 어우러진 바닷가에서 우리 하루 이야기가 새롭게 자랍니다. 4348.9.6.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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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노래 삶노래 95. 비바람



비가 오며 땅이 젖는다

바람이 불며 풀이 눕는다


비가 멎으며 땅이 마른다

바람이 그치며 풀이 서네


범나비 애벌레는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초피나무 가지에 붙어서

아주 천천히 잎을 갉는다


나는 맨발로 마당에 나가

비를 맞는다

범나비 애벌레가 꼬물꼬물 기면서

아주 작은 입을 놀리는

몸짓을 들여다본다


이 비바람이 그치면

애벌레는 허물을 벗고

나비가 될까



2015.7.12.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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