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52. 빨래를 널 적에


  빨래를 널 적에 그림자가 생깁니다. 빨래 그림자 때문에 호박알이 덜 굵을까 싶어 빨랫대를 슬슬 옆으로 옮깁니다. 해가 움직이는 결에 맞추어 빨랫대가 움직입니다. 빨래를 널 적에 풀내음을 한껏 들이켭니다. 빨래는 햇볕을 먹고 바람을 마십니다. 여기에 풀내음과 꽃내음까지 고요히 받아들입니다. 마당에 빨래를 널기에 우리 곁님과 아이들 옷가지는 우리 집에 드리우는 모든 아름다운 숨결이 깃드는 옷을 새롭게 입을 수 있습니다. 빨래를 다 널고서 빨래 곁에 섭니다. 또 호박꽃과 호박알 곁에 앉습니다. 빨래랑 함께 해바라기를 하면서 따사로운 바람결을 즐겁게 맞이합니다. 4348.9.19.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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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노래 삶노래 96. 구멍



겨울에 튜브에 바람 넣고

콩콩 뛰며 놀았더니

퓌쉬식 바람 빠졌다

구멍이 났다


어머니한테 안 들키려고

옷장에 숨겼다

이러고서 까맣게 잊었다


여름이 되어

자전거 타고 골짜기에 간다

튜브를 챙겨 즐겁게 간다

아버지가 후우후우

바람을 넣는데 자꾸 피식피식 샌다


아, 지난겨울에 튜브에 구멍났지!

헤헤, 헐렁한 튜브 허리에 꿰고

그냥 논다



2015.7.15.나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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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51. 벽에 그림을 붙이자


  우리 집은 말 그대로 ‘우리 집’입니다. 삯집이 아닌 우리 집입니다. 도시에서는 한 번도 우리 집이지 못했지만, 시골에서는 우리 집을 누리기에, 이 집에서는 벽이고 바닥이고 온통 아이들 그림으로 가득합니다. 나도 곁님도 틈틈이 그림을 그려서 아이들하고 함께 그림을 붙입니다. 우리 꿈을 그림으로 그려서 붙입니다. 사랑스레 그린 그림을 붙입니다. 우리 그림을 우리가 늘 바라봅니다. 벽에 새 그림을 붙이자고 하니 두 아이는 서로 붙이겠다고 해서, 그림 두 점을 붙이기로 합니다. 즐겁지? 재미있지? 좋지? 여기는 우리 집이니까 우리 마음껏 논단다. 4348.9.15.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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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40] 마음을 닦자



  꿈을 심는 마음은

  온몸이 꿈길로 가도록

  차근차근 이끌지



  몸은 늘 마음이 시키는 대로 움직여요. 그러니, 마음을 내가 스스로 올바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해요. 몸이 움직이도록 이끌 일을 마음에 제대로 품지 않으면 몸은 늘 힘들면서 어떻게 해야 좋을는지 모르기 마련이에요. 그러니, 마음닦기란, 어떤 꿈을 마음에 품으면서 삶을 아름답게 가꾸려 하는가를 슬기롭게 깨닫는 길이에요. 4348.9.15.불.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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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50. 새가 쫀 무화과


  우리 집 나무한테서 얻는 열매는 꼭 제철에만 맛봅니다. 처음 열매를 얻고 마지막 열매를 얻을 때까지는 열매가 나무에 대롱대롱 달려서 날마다 천천히 익는 줄 알아채는데, 마지막 열매를 먹은 뒤 새로 한 해를 기다리기까지는 아이들이 이 열매를 까맣게 잊습니다. 그러고는 다시 제철에 제철 열매를 떠올리며 맛보고, 또 마지막 열매를 먹은 뒤에는 다시 한 해 동안 잊을 테지요. 아이들이 따먹기 앞서 새가 먼저 쪼아먹은 무화과를 땁니다. 멧새도 무화과알이 맛있는 줄 알고 쪼아먹을 테지요. 얘들아, 새가 쪼아먹는 열매치고 맛없는 열매란 없단다. 우리는 예쁜 새하고 열매를 나눠 먹는 아름다운 사이로 이 시골집에서 함께 살지. 4348.9.13.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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