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57. 너희 키로는 안 보일까


  우리 집 무화과를 따려고 아이들하고 우리 집 무화과나무 앞에 선다. 그런데 아이들은 무화과나무가 어느 나무인지 알아보기는 하지만, 무화과알이 어디에 어떻게 맺혔는지 알아차리지 못한다. 아이들 키높이로는 너무 높은가? 아이들은 아직 고개를 확 젖히고 높다란 가지를 올려다보기는 어려울까? “무화과 어디 있어? 안 보여!” “보일 텐데. 잘 살펴봐.” “그래도 안 보여.” “그러면 고개를 들어 봐.” “고개를? 음, 아, 저기 있다! 그런데 너무 멀어. 손이 안 닿아.” 손이 안 닿도록 머니까 그곳에 무화과알이 맺히는지 처음부터 생각을 못 할 수 있겠네. 아버지가 무등을 태우면 너희 손도 닿고 무화과알도 잘 보이려나. 4348.9.26.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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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꽃 잔치



솔방울처럼 동그스름하게

꽃송이 터뜨린 솔꽃 밭에

네발나비 두 마리

이쪽저쪽으로 앉는다.


팔랑나비 여러 마리

여기저기 앉다가

네발나비 앉은 하얀 솔꽃에

함께 앉는다.


너 참 곱네

너도 참 고운걸


네발나비와 팔랑나비는

솔꽃가루 함께 나ㅜ면서

나락 익는 내음

담뿍 실린

구월바람 함께 마신다.



2015.9.11.쇠.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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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42] 학교에서



  사랑받으려고 여기에 태어나고

  사랑하려고 마을에서 지내고

  사랑을 심으려고 어깨동무



  아이들은 ‘학생’이 되려고 태어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받으려고 바로 이곳에서 태어납니다. 아이들은 교과서 지식만 배우려고 학교에 다니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어른한테서 삶과 사랑을 배우려고 학교에 다닙니다. 학교는 바로 마을에 있고, 학교 한 군데만 배우는 곳이 아니라 학교를 둘러싼 마을이 통째로 배우는 터전입니다. 사회에서는 이 대목을 소홀히 여깁니다. 집에서도 이 대목을 미처 못 깨닫기 일쑤입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사랑을 받고 배우고 누리고 나누면서, 이 사랑을 꿈이라는 씨앗으로 새롭게 심으려고 태어났습니다. 4348.9.25.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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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노래 삶노래 97. 잠자리야



큰비랑 큰바람 몰아쳐

모과나무는 굵은 열매 달린

굵다란 가지가 찢어졌고

감잎 우수수 떨어지고

풋감 와그르 구르는데


나비랑 잠자리

너희는

어디서 비바람을 그었니?


비 그치고 바람 멎어

오늘은 참 시원하고 상큼해


잠자리야,

이리 와서

나랑 같이 놀자.



2015.7.13.달.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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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41] 놀러 가는 길



  배우러 가는 길은

  새롭게 가는 길이라

  언제나 놀러 가는 길



  학교가 아름답다면 학교로 가는 길에 누구나 웃고 노래하면서 춤출 수 있습니다. 학교가 아름답지 않다면 학교로 가는 길에 누구나 잔뜩 찡그리고 어두운 낯빛이 되어 한숨을 쉬거나 짜증을 내거나 골을 부릴 테지요. 학교가 아름답다면 이곳에서 날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배울 테고, 새로운 이야기를 배우는 동안 삶이 얼마나 사랑스러운가를 느껴요. 놀러 가듯이 웃을 수 있는 길이어야 배웁니다. 나들이를 가듯이 노래할 수 있는 길이어야 가르칩니다. 어깨동무를 하며 기쁨이 샘솟는 길일 때에 비로소 ‘배움길’입니다. 4348.9.24.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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