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그림놀이] 작은 그림에 (2013.7.19.)

 


  자그마한 종이 하나를 펼친다. 오늘도 누군가한테 선물할 그림을 그려 본다. 그림 선물이란 무엇일까. 내가 나한테 그려서 스스로 즐길 그림이 될 때에 비로소 다른 이웃한테 선물할 그림이 될 테지. 그러면, 내가 시골집에서 무엇을 누리는가 하고 돌아본다. 옳지. 범나비 깨어난 초피나무가 있네. 별 넷 파랗게 그린 다음, 초피잎을 그린다. 초피잎 밑에 노란 꽃송이 그린다. 여름꽃을 그리려 했는데 민들레꽃이 된다. 여름에 웬 민들레인가 싶지만, 민들레는 여름이나 가을에도 다시 꽃을 피울 수 있으니까, 슬쩍 넘어간다. 글씨를 넣고 해와 달을 그린 뒤, 바탕빛을 담고는 끝. 우리 집 벽에 붙이고 싶지만, 우리 집 벽에 붙이고 싶으니 선물하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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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7-21 10:43   좋아요 0 | URL
초피나무 열매같은, 파랗고 예쁜 별이 달려있는
깨끗하고 맑은 마음...고운 음악처럼 가득 담긴 그림이네요!
선물 받으신 분도, 함께살기님 마음처럼 기쁘고 즐거이 매일매일
맑고 즐겁게 바라보실 듯 해요.^^

숲노래 2013-07-21 19:00   좋아요 0 | URL
ㅋㅋ 이 그림을 누가 선물로 받을까 곰곰이 헤아려 봅니다 ^^;;
 

작은아이 하루앓이

 


  작은아이가 하루 앓았다. 아침부터 머리와 온몸이 뜨끈뜨끈하기에 더위를 많이 먹었는가 싶더니, 아니었다. 몸이 힘들어서 앓았구나. 아침부터 끙끙거리는 소리를 냈고, 열한 시 조금 넘어 잠이 들었고, 저녁에도 밥은 몇 술 안 뜨고 이내 곯아떨어졌다. 밤새 이불깃 여미다가 부채질을 하다가 보내니, 아침이 되어 뜨끈뜨끈한 기운이 사그라든다. 쑥쑥 크려고 아팠니. 무럭무럭 자라려고 아팠니. 4346.7.2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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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7-20 11:36   좋아요 0 | URL
보라가 아팠군요...ㅠ.ㅠ
순하고 착한 아기가 끙끙 앓았다니 함께살기님께서도
놀라시고 걱정 많이 하셨겠어요.
아이들은 한 번 앓고 나면 쑥쑥 크지요.
보라야! 오늘은 아프지 말고 일어나 밥도 맛있게 먹고 재밌게 놀아요! ^^

숲노래 2013-07-20 19:56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앓는 때 가끔 있어도
하루 잘 자고 나면
으레 말끔히 씻어내더라고요.

오늘도 참 개구지게 잘 놉니다 ^^
 

[시골살이 일기 17] 개구리와 모기
― 친환경농약이란

 


  농약을 치느라 논에서 개구리 사라지면, 시골집 텃밭과 꽃밭과 마당에서도 개구리가 살지 못합니다. 그러면, 집안 풀밭에서 산다는 모기들 잡아먹을 개구리가 없는 셈이니, 개구리 없어지면, 사람들은 모기약에 파리약에 온통 약범벅이 됩니다.


  논에서 개구리가 없어지면, 개구리만 없어지지 않습니다. 잠자리도 나란히 없어집니다. 잠자리도 모기와 파리를 즐겨 잡아먹는데, 잠자리가 나란히 없어지면 그야말로 모기약에 파리약으로 온 집안을 채울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제비도 깃들지 못해요. 제비가 깃들지 못하는 시골에서는 온갖 벌레가 날뛸 테지요. 온갖 벌레 잡아먹는 제비가 없으니, 사람들은 다시금 모기약이며 파리약이며 벌레약이며 뿌려대고 맙니다.


  우리 식구 살아가는 시골마을에 여러 날 항공방제 이루어졌습니다. 항공방제를 했다는 고흥군 농협에서는 친환경농약을 뿌렸다고 밝힙니다. 그런데, 친환경농약 때문에 개구리가 대단히 많이 죽었어요. 나비와 잠자리도 참으로 많이 죽었어요. 사람한테는 나쁘지 않다는 친환경농약이라고 밝히지만, 개구리와 나비와 잠자리가 죽는다면, 이러한 농약은 사람한테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개구리와 나비와 잠자리가 죽고 말아, 제비와 해오라기가 찾지 않는다면, 이러한 시골은 사람이 얼마나 살 만한 터가 될까요.


  개구리가 없으면 뱀이 먹이 찾기 어렵습니다. 뱀이 살기 어려우면, 뱀을 잡아먹을 소쩍새도 살기 어렵습니다. 벼멸구 잡겠다며 농약을 치면, 개구리뿐 아니라 수많은 목숨이 함께 죽습니다. 잠자리와 나비도 죽고, 미꾸라지가 죽습니다. 다슬기와 개똥벌레가 죽습니다. 게아재비와 물방개도 나란히 죽습니다. 아주 스스로 죽음을 부르는 셈입니다. 살자고 치는 농약이 아니라, 죽자고 치는 농약이에요.


  농약은 땅속으로 스밉니다. 농약 머금은 흙은 시름시름 앓습니다. 농약은 흙을 아프게 하면서 땅밑으로 흐르는 물로도 스밉니다. 사람들은 농약 기운 머금은 곡식과 열매와 푸성귀를 먹고 맙니다. 사람들은 농약 기운 스민 물을 마십니다. 여기에다가, 농약내음 물씬 나는 바람을 마셔야지요.


  ‘친환경’ 이름만 붙이면 될까요. 벼만 살리고 다른 목숨은 모조리 죽이는데 ‘친환경’이란 무엇일까요. 4346.7.1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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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3-07-19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땅속으로 스미는 농약, 끔찍합니다.

숲노래 2013-07-20 00:01   좋아요 0 | URL
도시에서는 자동차 배기가스,
시골에서는 농약,
바로 이 두 가지가
우리 삶을 옥죄는 참 크나큰 수렁입니다..
 

[당신은 어른입니까 27] 정치읽기
― 개혁이나 혁명을 어떻게 이루는가

 


  프랑스혁명을 다룬 책을 읽다가 자꾸 책을 덮습니다. 속이 메스껍기 때문입니다. 책에 나오는 이야기는 하나같이 ‘임금이 누군가를 죽이는’ 이야기라든지, 백성들이 들고 일어나서 ‘백성을 괴롭히던 사람을 붙잡아 죽이는’ 이야기로구나 싶습니다. 아주 쉽게 대단히 자주 ‘사람 머리를 칼로 잘라 창에 꽂고 흔들며 파리 시내를 돌아다니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이런 죽음수렁이 혁명일까요. 누가 누구를 죽여야 혁명이 이루어지나요. 이런저런 사람은 밥을 먹을 값어치 없으니 목아지를 뎅겅 잘라 죽이면서 손뼉치고 낄낄거리며 잔치를 벌여야 혁명인가요.


  평화나 평등이 이루어지지 않는 까닭은 몇몇 사람이 밥을 혼자 차지한 채 꽁꽁 숨기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도 ‘전두환·노태우 추징금’을 못 걷습니다. 참 놀라운 일이지요. 이 나라 여느 사람들이 카드빚 10만 원만 밀려도 신용불량자가 되고, 100만 원이 없어 압류를 쉽게 받기도 하는데, 돈 한 푼 없다고 하는 옛 대통령은 거들먹거리면서 잘 살아가요. 이들은 아무 거리낌이 없어요.


  무슨 소리인가 하면, 정치라 하는 얼거리가 있으니 바보스러운 일이 벌어집니다. 임금도 대통령도 굳이 있어야 할 까닭 없어요. 대표나 우두머리가 꼭 있어야 할 까닭 없어요. 평화와 평등을 바라는 사회에 어떻게 대표나 우두머리가 있겠어요. 모든 사람이 저마다 대표이면서 우두머리예요. 왜냐하면, 모든 사람은 저마다 딱 하나뿐인 목숨이면서, 저마다 아주 밝게 빛나는 숨결이에요.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뜻있고 값있는 빛인 터라, 누구나 대표이면서 우두머리입니다.


  잘 생각해 보셔요. 임금이나 대통령은 일을 하지 않아요. 일을 하는 척하지만, 정작 아무 일을 하지 않아요. 장관이나 벼슬아치도 일을 하지 않아요. 모두 일을 하는 척할 뿐입니다. 관리나 공무원 모두 일을 하지 않아요. 다들 일을 하는 척일 뿐이에요.


  일이란 무엇일까요? 돈을 버는 직업이 일인가요? 아닙니다. 밥과 옷과 집을 빚을 때에 비로소 일입니다. 돈을 벌어 밥과 옷과 집을 장만한다고 하지만, 돈이란 밥도 옷도 집도 아니에요. 돈은 돈일 뿐입니다.


  궁월이나 청와대나 국회의사당 짓느라 억수로 큰 돈이나 품이나 겨를을 들일 까닭이 없습니다. 임금은 임금 스스로 논밭을 일구어 이녁 밥을 얻어야 합니다. 대통령은 대통령 스스로 실을 잣고 베틀을 밟고 바느질을 해서 옷을 얻어야 합니다. 판사도 검사도 변호사도 세무사도 모두 스스로 땅을 일구고 실을 훑으며 나무를 만져야 합니다.


  정치가 무엇인지 생각할 노릇입니다. 정치란, 일을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일을 하는 사람들을 억누리는 권력기구입니다. 스스로 밥과 옷과 집을 짓지 않는 사람들이 정치를 한들, 사회나 나라를 올바로 세울 수 없습니다. 정치꾼은 밥을 어떻게 먹나요? 남이 해 주는 밥을 먹나요? 그러면, 정치꾼 몫만큼 누가 더 일을 해야 하지요? 정치꾼이 입는 옷은? 국회의원 같은 이들이 타는 자가용은 누가 일해서 굴리도록 하지요?


  세금을 어디에 쓰는가를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세금 가운데 아주 큰 몫은 군대를 거느리는 데에 쓰는데, 군대 거느리는 자리보다 ‘정치꾼과 공무원 품삯’ 치르는 데에 세금을 더 크게 씁니다. 다시 말하자면, 대통령이나 정치꾼이나 공무원을 모시려고 세금을 걷는 꼴입니다. 이들 품삯으로 세금이 어마어마하게 나가지요. 이들이 직업을 얻어 아침저녁으로 다니는 공공기관 건물을 짓느라 세금을 어마어마하게 쓰지요. 이들이 공공기관 건물에서 서류를 쓰고 컴퓨터를 만지며 낮에도 전기불 켜고 에어컨과 난방기 돌리느라 세금을 엄청나게 씁니다.


  어떤 정부기관이건 따로 있을 일이 없습니다. 어떤 공공기관이건 따로 세울 일이 없습니다. 어디에서나 조그맣게 마을이 이루어지면 됩니다. 마을마다 숲을 이루고 냇물이 흐르며 나무가 자라면 됩니다. 마을마다 오순도순 어울려 잔치를 벌이고 품앗이를 하면 됩니다.


  청와대 헐고 숲을 이루어야지요. 세무소와 법원 허물어 밭을 이루어야지요. 경복궁도 광화문도 굳이 문화재로 삼지 않아도 돼요. 들이 되고 냇물이 흐르도록 하면 돼요.


  씨를 뿌리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니 나라살림이 버겁습니다. 흙을 만지지 않는 사람이 지나치게 많으니 이 나라가 어지럽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시골에서 흙을 만져 풀과 열매와 곡식 돌보는 사람이 없다면, 정치이고 사회이고 문화이고 경제이고 과학이고 몽땅 무너집니다. 시골에서 흙을 만지는 사람들이 있기에 정치를 하느니 사회를 지키느니 문화를 닦느니 경제를 세우느니 과학을 밝히느니 교육을 하느니 하고 말합니다.


  가만히 헤아려 봐요. 스스로 흙을 만지며 조그맣게 이루는 마을살이가 바로 정치요 사회이며 문화이고 과학이면서 교육입니다. 메주를 띄우고 간장과 된장을 담그던 삶이 과학이자 문화이며 교육입니다. 논일 밭일 숲일 모두 교육이고 정치이며 사회입니다. 품앗이와 두레와 잔치가 바로 정치이자 문화이고 교육입니다.


  뜻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된대서 개혁이나 혁명이 이루어지지 않아요. 총칼을 들고 뒤집어엎어야 혁명이나 개혁이 되지 않아요. 서로서로 흙을 만질 때에 개혁도 되고 혁명도 되어요. 다 함께 스스로 가장 아름다운 보금자리 일구면서 숲을 누릴 적에 평화와 평등 이루어져요. 4346.7.1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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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그림 선물 (2013.7.15.)

 


  그림을 그린다. 선물할 생각으로 그린다. 입으로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손으로는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선물받을 사람한테 예쁜 이야기 흐를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림을 그린다. 우리 집 벽에 붙이려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지만, 이웃한테 선물을 하려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는구나 싶다. 우리 식구들 날마다 들여다볼 그림을 그리기도 하면서, 내 반가운 이웃들 언제나 돌아보면서 고운 빛 누릴 수 있기를 바라며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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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7-18 09:21   좋아요 0 | URL
우와~!!!
그림을 보는 순간, 마음이 마구마구 즐겁고 기쁘네요!^^
어쩜 이리 맑고 아름답고 즐거운 삶 이야기..모두 어울려 빛나고 예쁜 노래를 부를까요~?^^

숲노래 2013-07-18 10:28   좋아요 0 | URL
예쁜 책 만드는 출판사에
좋은 돈 많이 들어와
앞으로도 즐겁게 책 만들기를 바라는 마음을
그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