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작은아이 오줌바지

 


  작은아이가 어제오늘 앓으면서 잠을 잘 적마다 바지에 쉬를 눈다. 이제 작은아이는 낮기저귀도 밤기저귀도 다 뗄 무렵이다만, 몸이 아프고 보니 아이 스스로 오줌을 어찌하지 못하는구나 싶다. 낮잠을 자다가도 깔개를 흠뻑 적시고, 밤에는 여러 차례 깔개를 이곳저곳 적신다. 하는 수 없이 기저귀를 사타구니에 대는데, 한 시간 반에 한 차례씩 오줌을 눈다. 열두 시 사십오 분인데 기저귀와 바지 빨래가 벌써 석 장째 나온다. 이 밤 이 새벽 지나는 동안 오줌바지 두어 벌 더 나오려나. 아프니 아주 아기로 돌아가네. 아니, 고작 세 살인 작은아이인 만큼 앞으로 오래도록 아기라고 해야 맞으리라. 머잖아 네 기저귀 빨래는 아주 끝날 판이니 마지막으로 네 아버지한테 ‘아쉽게 보내는 기저귀 빨래’를 시키려는 뜻으로 받아들이마. 아침까지 네 벌이고 다섯 벌이고, 네가 누고픈 대로 오줌 누어라. 4346.7.24.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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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는 손

 


  내 손으로 아이들과 밥을 나눕니다. 밥을 나누는 손으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손으로 아이들과 꿈을 나눕니다. 꿈을 나누는 손으로 아이들과 사랑을 나눕니다. 함께 먹고 같이 누리고 서로 즐기면서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4346.7.23.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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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7-23 08:29   좋아요 0 | URL
나누어 주는 손과 공손하고 귀엽게 받는 손들이
빨간 들딸기,처럼 참 예쁩니다~!

숲노래 2013-07-23 11:57   좋아요 0 | URL
아이들은 손바닥에 놓이기 무섭게
덥석덥석
입으로 입으로...

새들이 먹이 받아 먹는 모습하고 같아요 ^^;;
 

[시골살이 일기 18] 푸른 숨결 마시는 하루
― 휴가와 여행

 


  풀이 돋으니 풀내음 맡습니다. 나무가 자라니 나무바람 마십니다. 삶터 곁에 공장이 있으면 공장 굴뚝에서 솟는 연기를 들이켜야 하고, 공장에서 물건 만드며 내다 버리는 쓰레기에 찌든 냄새를 맡아야 합니다. 삶터 가까이에 찻길 있어 자동차 끊임없이 지나다니면, 으레 자동차 배기가스를 먹어야 할 테지요.


  꾀꼬리 살아가는 시골에서 지내는 사람은 꾀꼬리 노래를 듣습니다. 도시 한복판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도시가 일으키는 소리를 듣습니다. 자동차 소리에 승강기 소리에 손전화로 떠드는 소리에 온갖 기계들 덜컹거리는 소리를 들어야 해요.


  물과 바람이 깨끗한 곳에 보금자리 마련하면 맑게 눈부신 하늘을 누립니다. 물도 바람도 깨끗하지 못한 곳에 보금자리 마련하면 맑은 하늘이나 밝은 구름이나 따순 햇볕을 못 누립니다.


  나날이 도시가 커집니다. 나날이 시골이 줄어듭니다. 사람들이 도시로 몰립니다. 사람들이 시골을 떠납니다. 도시에서는 집 한 채 방 한 칸 마련하기 무척 벅차다고 합니다. 시골에서는 빈 집과 빈 논밭이 자꾸 늘어납니다.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휴가를 떠나거나 여행을 나서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도시에서 지내는 이들은 으레 물이랑 바람이 맑은 곳을 찾아 길을 떠나요. 여느 때에는 못 누리던 맑은 물 마시고 싶다 하고, 여느 날에는 못 즐기던 시원한 바람 쐬고 싶다 해요.


  처음부터 맑은 물이랑 바람을 누린다면 가장 즐거우리라 생각해요. 처음부터 맑은 물하고 바람 누리는 데에 보금자리 마련하면 참으로 기쁘리라 생각해요. 왜냐하면, 맑은 물이랑 바람 누리는 데에 보금자리와 일터를 마련하면, 하루하루 언제나 ‘휴가’이면서 ‘여행’이 될 테니까요.


  아이들 손을 잡고 마을길 거닙니다. 푸른 숨결을 마십니다. 오늘도 어제도 모레도 글피도 한결같이 푸른 숨결 마십니다. 우리 시골살이는 날마다 휴가이면서 여행이고, 언제나 꿈이면서 사랑입니다. 4346.7.22.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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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7-22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새벽에 창문을 열면, 싱그러운 풀냄새..흙냄새가 물씬 들어와
정말 신선하니 좋습니다. ^^ 서울이라도 이곳은 산이 가까워 그나마 다행이예요~

예쁜 엄마와 예쁜 아이들!^^

숲노래 2013-07-22 16:30   좋아요 0 | URL
늘 좋은 냄새와 빛 누리면서
날마다 새롭고 즐거운 마음 되시기를 빌어요~~

잎싹 2013-07-23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골내음 많이 나는...사진이 참 풋풋하고 좋습니다.

숲노래 2013-07-23 05:54   좋아요 0 | URL
시골집이니 늘 시골내음 맡아요.
이 여름도 즐겁게 누리셔요~
 

큰아이는 동생과 달라

 


  작은아이에 이어 큰아이도 하루 앓는다. 작은아이는 왜 앓았을까? 어머니를 보고 싶은 마음에 앓았을까? 큰아이는 오늘 마을빨래터를 청소하면서 물놀이를 할 적에, 너무 일찍 옷을 다 벗고 놀다가 춥다고 느껴 앓는구나 싶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바다에서나 빨래터에서나 물놀이 할 적에는 옷을 벗기지 않는다. 옷을 다 입고 놀도록 한다. 바다나 빨래터나 모두 되게 찬물이기에, 한여름에 더운 날씨라 하더라도 곧 몸이 차가워지니 옷을 벗지 않도록 하는데, 오늘 큰아이는 덥다며 일찍 알몸이 되어 빨래터에서 놀았다.


  큰아이는 자꾸 춥다 말한다. 그러다가 또 덥다고 말한다. 몸이 아프니 추울 테고, 몸이 후끈후끈 달아오르니 덥겠지. 물도 아무것도 못 먹겠다 하고 그저 드러눕겠다고 한다. 어제 앓느라 아무것 못한 작은아이는 오늘 아주 말짱하게 뛰논다. 누나가 앓건 말건 누나더러 왜 안 놀고 드러눕느냐고 자꾸 붙잡는다.


  잘 자자. 잘 자고 일어나자. 한숨 폭 자고 일어나면 너희 모두 씩씩하게 클 테지. 키도 크고 몸도 크면서 마음도 크는 어린이가 될 테지. 아픔 훌훌 털어내고 새 하루 맞이할 수 있기를 빈다. 농약이 퍼부어도 살아남아 밤노래 들려주는 개구리들과 함께 너희 모두 즐겁게 이 시골에서 맑게 웃을 수 있기를 빈다. 4346.7.2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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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큰나무와 함께 (2013.7.19.)

 


  나무그늘 평상에서 아이들과 그림을 그리며 생각한다. 우리 시골집은 어떻게 즐거운 보금자리가 되는가. 음, 아무래도 이렇게 고운 그늘 드리우는 후박나무 있고, 온갖 풀이 돋으며, 나비와 벌이 찾아들고, 모기떼도 한쪽에 있고, 이럭저럭 함께 어우러져서 즐겁겠지. 별과 꽃이 쏟아지는 하늘을 먼저 그린다. 그런 다음 후박나무 줄기와 가지를 그린다. 차근차근 잎사귀를 넣는다. 사랑열매가 빗물처럼 떨어지는 줄기를 따라 무지개가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며 바탕빛을 넣고, 아래쪽에 글씨를 넣는다. 그림을 마무리지으며 가만히 돌아보니, 그림에 넣는 글씨는 바로 아이들 한글 가르치는 글이 되겠구나 싶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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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7-21 09:20   좋아요 0 | URL
그림을 올리고 보니, 날짜를 잘못 적었다.
7월 19일에 그린 그림인데, 종이에 7월 18일이라 적었네... @.@

appletreeje 2013-07-21 10:23   좋아요 0 | URL
그림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하나 하나 따라가며 보니까 더욱 즐겁습니다.^^
세번 째 그림에서 아~참 예쁘다! (별무리와 나무에 입히기 시작한 초록 나뭇잎들
노란 꽃들, 그리고 나비들의 예쁜 색깔에 감탄을.. )하다가
무지개 하늘에 달과 해, 무성한 나뭇잎들, 따스하고 폭신한 땅이 모두 하나가 된,
'나무가 서 있는 아름다운 보금자리' 그림에 절로 마음이 환해지네요~
좋은 그림 보면서, 참 행복한 아침입니다~.

숲노래 2013-07-21 18:59   좋아요 0 | URL
누구나 즐겁게 그림을 그리면서 놀면
참 아름다우리라 생각해요.

무슨 파니 무슨 기법이니 따질 까닭 없잖아요.
화가 되느니 만화가 되느니 예술가 되느니 하는 그림 아닌
우리 스스로 삶 즐기는 그림
다 함께 신나게 그리며
서로서로 선물하면 얼마아 예쁠까 싶어요~

Nussbaum 2013-07-21 15:04   좋아요 0 | URL
첫번째 그림에 빛이 들어오니 더 싱그러운 느낌이 듭니다.
그림 옆에 적어둔 ㅎㄲㅅㄱ 요건 "함께살기" 라는 단어를 말하는 것이겠지요? ㅎ

보고 있으니 밝고 명랑한 느낌이 듭니다.
잘 보고 갑니다. ^^

숲노래 2013-07-21 18:59   좋아요 0 | URL
일부러 그러지는 않았는데
후박나무 그늘에서 그리다 보니
나뭇잎 사이사이
예쁜 빛이 잘 들어오더라구요.

아주 고맙게
'사진'도 잘 찍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