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그림놀이] 자투리종이로 인형 (2014.8.25.)



  큰아이가 쓰고 남은 자투리종이를 그러모으다가 이 자투리에 그림을 그려서 인형으로 만들어도 되리라 생각한다. 자투리종이가 아주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조금만 둘러보아도 요즈음은 종이가 아주 넘친다. 곳곳에 안 쓰고 버리는 종이가 넘실거린다. 이 종이는 모두 어디에서 왔을까. 이 종이는 모두 어디로 갈까.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잘 먹겠습니다



  아이들은 “잘 먹겠습니다!” 하고 말하기도 하지만, 아무 말이 없기도 하다. 그야말로 배고픈 날에는 참말 아무 말도 없이 무척 빠르게 밥그릇을 삭삭 비운다. 잘 먹으라 말하지 않아도 된다. 깨끗이 먹으라 하지 않아도 된다. 배가 덜 고프거나 안 고플 적에는 수없이 잔소리를 해도 잘 안 먹지만, 참말 배고플 적에는 인사말을 하건 안 하건 씩씩하게 싹싹 석석 잘 먹는다. 그래, 너희들한테 밥을 차려서 줄 때란 언제나 배고플 때여야겠지? 기운차게 놀아서 힘이 다 빠질 무렵 밥을 먹어야 맛나게 먹겠지? 4347.8.2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아버지 그림놀이] 불타오른다 (2014.8.23.)



  내 마음속에 무엇이 있을까. 나는 내 마음을 어느 만큼 헤아리면서 지내는가.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는 길을 생각하면서 파란 거미줄을 그린다. 불타오르는 온갖 생각을 그린다. 차분한 넋과 흔들리는 생각은 서로 얼마나 다를까. 나뭇잎을 닮은 작은 촛불 하나가 어떻게 크게 타오르는 불길이 될까. 내가 걸어가려는 길을 크지도 작지도 않은 글씨로 적어 본다. 나는 내가 걸어가려는 길을 씩씩하게 걷되, 즐겁고 아늑하면서 사랑스레 돌볼 수 있어야겠다. 튼튼하며 착하고 아름답게 내 길을 걸어야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선물받은 옷만 자꾸자꾸



  사름벼리가 입는 치마는 모두 ‘선물받은 옷’이다. 아버지가 선물해 주고 어머니가 선물해 주며 이웃이 선물해 준 옷이다. 어느 옷이든 모두 선물받은 옷인데, 요즈막에 거의 한 가지 치마만 입으려 한다. 이제껏 ‘선물받은 옷’ 가운데 입기에 가장 나으면서 무늬가 가장 마음에 드는가 보다. 땀으로 젖은 옷을 저녁에 갈아입힌 뒤 빨아서 아침에 마르면, 이튿날 다시 이 치마만 입겠노라 한다. 사름벼리야, 다른 치마가 서운해 하지 않을까? 한 벌씩 돌아가며 날마다 갈아입어도 되지 않을까? 하기는, 더운 여름날이라 하루에 두세 차례 갈아입기도 하는데, 여러 가지 치마도 골고루 입지 않으련? 그러나 아이 스스로 가장 입고 싶은 치마를 입을밖에 없다. 4347.8.2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가장 멋진 도움이라면



  한국말사전을 새로 쓰는 일을 아버지를 두었기에, 아이들은 아버지하고 놀 겨를이 모자랄 때가 있다. 낱말풀이 하나를 새롭게 붙이고 보기글 쓰임새를 새롭게 달려고 할 적에 그야말로 온힘을 쏟아야 하니까, 한두 시간뿐 아니라 서너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여느 사람이 보기에는 ‘고작 낱말 하나 풀이하는 일’이지만, 낱말 하나를 제대로 바라보면서 올바로 다루어 슬기롭게 풀이하는 일에 여러 날이 걸리기 일쑤이다. 어느 낱말은 몇 해에 걸쳐 비로소 낱말풀이를 마무리짓기도 하니까, 제대로 잘 갈고닦는 한국말사전을 빚는 일이란 어찌 보면 하염없다고까지 할 수 있다.


  오늘도 아버지는 낱말뜻을 살피면서 풀이말과 보기글을 붙이면서 참 기나긴 하루를 보낸다. 두 아이는 저희끼리 잘 논다. 낱말풀이와 보기글을 새로 지으면서 기운이 쪼옥 빠지니, 오늘은 밥도 제대로 차리지 못한다. 기운이 너무 빠져서 한참 자리에 드러눕기까지 했다.


  기운을 차려서 함께 놀기를 기다려 주는 아이들이란 언제나 가장 멋진 도움이라고 느낀다. 늘 곁에서 노래를 부르고 웃으면서 이야기꽃을 피운다. 아이들은 사랑으로 어버이를 돕고, 어버이는 꿈으로 아이들을 키운다. 4347.8.2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