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 숲노래 사랑꽃 2023.1.6.

숲집놀이터 281. 책임



곁짐승(반려동물) 이야기가 글로도 책으로도 쏟아진다. 여러 글하고 책을 읽다 보면 으레 “동물과 함께 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평생 책임지겠다는 마음이에요( 《선생님, 반려동물과 함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40쪽).” 같은 줄거리가 흐른다. 이런 글을 읽으면 마음이 쿵 내려앉는다. 왜 ‘평생 책임’이 ‘가장 큰일’이라고 말할까? 어린이한테 너무 힘들고 짐스러운 말이 아닌가? 아이도 어른도 ‘목숨 맡기(생명 책임)’가 아닌 ‘목숨 사랑’을 들려주어야 알맞을 텐데? 곁짐승이건 곁풀꽃이건, 곁에 두는 짐승이나 풀꽃이기 앞서 숲에서 살아온 숨결인 줄 느끼고 제대로 바라보면서 사랑할 적에, 비로소 곁에서 돌보는 길을 곱게 찾아내리라 본다. 적잖은 사람들이 왜 곁짐승이나 곁풀꽃을 마구 다루거나 괴롭힐까? 사랑이라는 살림길을 누리거나 지은 적이 없는 탓 아닐까? 사랑으로 돌보지 않고 먹이만 잘 준들 ‘돌봄’일 수 없다. 오로지 사랑으로 함께살기를 하기에 ‘곁’이란 이름을 붙인다. 누구하고 살든, 누구랑 배움터를 다니든, 우리 마음에 씨앗으로 놓을 한 가지는 처음도 끝도 언제나 사랑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집놀이터 / 숲노래 사랑꽃 2022.12.31.

숲집놀이터 280. 매이다



집을 ‘짓’는다. 집에서 ‘지낸’다. ‘지그시’ 흐르는 하루를 집에서 누린다. 노래하고 하늘을 날아오르며 열매랑 꽃씨랑 꽃망울을 누리는 새가 알을 포근히 품으려고 여미는 곳을 둥지나 보금자리라 하는데, 사람이 사는 집이 둥지답거나 보금자리답다면 사랑이요, 둥지나 보금자리하고 멀다면 ‘짐’이다. 어느덧 너무 많은 아이들이 배움터(유치원·학교·학원)에 너무 오래 매인다. 너무 많은 어버이는 일터(회사)에 매인다. 아이도 어버이도 “어릴 적에 어버이한테서 사랑받아 자란 나날”을 누리거나 나눌 겨를이 없다시피 하면서, 다들 머리에 부스러기(지식)는 많이 쌓되, 사랑은 잊다가 잃지 싶다. 집배움하고 틀배움(제도권교육)이 너무 벌어졌을 뿐 아니라, 이제 집배움은 가뭇없이 사라졌다고 할 만하기에, 이 틈을 바꾸지 않으면, 스물을 넘어가는 젊은이가 삶과 살림과 사랑이라는 길을 놓치기 쉽다고 느낀다. 나라(정부)가 틀배움(제도권교육)에 마음을 써야 하기는 하되, 우리 스스로 집배움하고 마을배움하고 숲배움을 팽개치면서 일터에 지나치게 매인다면, 나라 앞날보다도 우리 보금자리 앞날이 시커멓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집놀이터 / 숲노래 사랑꽃 2022.12.24.

숲집놀이터 279. 너랑 나



아이를 언제 낳는가? 아이는 언제 태어나는가? 어버이 자리에서는 “언제 낳는가?”라면, 아이 자리에서는 “언제 태어나는가?”인데, 어버이로서는 바깥일도 집안일도 알맞게 가누면서 스스로 온하루를 오늘에 이바지하는 길을 새롭게 열어야 하는구나 싶을 무렵 아이를 낳는구나 싶다. 아이로서는 어버이가 스스로 기운내어 활짝 웃고 노래하고 춤추고 놀도록 북돋아야 하는구나 싶을 무렵 태어나는구나 싶다. 어버이하고 아이는 ‘하루(시간)’를 같이 보내려는 사이인 사람이다. 아이하고 어버이는 ‘오늘(시간)’을 함께 누리려는 사랑인 사람이다. 아이들이 붓을 쥐며 날마다 천천히 꿈을 짓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어버이로서 나도 새삼스레 기운을 내어 하루를 짓는 그림을 마음에 띄운다. 넌 종이에 담으렴. 난 마음에 담을게. 너도 마음에 꿈을 사랑으로 옮길 테지? 나도 종이에 꿈을 사랑으로 차곡차곡 여밀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삶읽기 2023.1.6.

수다꽃, 내멋대로 32 안 읽는 신문



  1988년에 태어난 〈한겨레신문〉이라지만, 푸름이로 살던 열넷∼열아홉(1988∼1993) 살에는 아예 몰랐고, 인천을 떠나 서울에서 열린배움터(대학교)를 다니던 1994년에 비로소 알았다. “이런 신문이 다 있네요?” 하고 윗내기한테 물었더니 “몰랐니? 그런데 〈한겨레〉도 이제 바뀌었어. 신문 같지 않아.” 하더라. “왜요? 그래도 읽고 배울 여러 가지가 있지 않아요?” “스포츠와 연예와 주식이 읽고 배울 이야기이니? 쓰레기이지!” 틀림없이 윗내기 말마따나 얄딱구리한 글이 제법 있되, 그래도 안 얄딱구리한 글도 많다고 여겼다. 이듬해인 1995년에 〈한겨레신문〉 이문·휘경 지국에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로 들어갔다. 막내인 내가 새벽일을 마치고 새벽밥을 끓여서 차리면, 지국장을 비롯한 언니들이 좁다란 칸(지하 살림방)에 둘러앉아 담배를 뻑뻑 태우면서 새뜸을 읽는데 “어떻게 〈한겨레〉조차 이 따위로밖에 못 쓰냐? 얘네(기자)들이 이렇게 쓰면, 신문값 걷으러 다니는 우리(배달부)가 사람들(독자)한테 욕을 먹잖아? 우리가 글을 쓰지 않고, 우리는 신문을 돌릴 뿐인데!” 새뜸나름이는 서로 새뜸을 돌려읽는다. 〈한겨레〉 지국은 〈한겨레〉만 돌려서는 굶기에, 으레 〈스포츠서울〉하고 〈서울신문〉을 같이 돌렸다. 조·중·동 새뜸나름이는 스포츠신문을 얻으려고 저희 새뜸하고 바꾸자고 늘 찾아온다. 저절로 ‘10대 일간지’를 새벽마다 모두 읽는 나날이었는데, 싸움터(군대)를 다녀온 뒤에도 날마다 열 가지 새뜸을 새벽마다 읽으며 헤아리노라면 ‘기자들은 참말로 책도 다른 새뜸도 안 읽고 스스로 배우려고 안 하는구나’ 싶더라. 2001년에 《보리 국어사전》을 짓는 엮음빛(편집장)으로 들어가서 일하자니 펴냄터 어른(대표)이 “우리가 의리 때문에 〈한겨레〉를 보기는 했는데, 이제 아무래도 끊어야 하지 않겠니?” 하고 얘기했다. 그래도 2003년까지 꿋꿋하게 받아서 읽다가 드디어 끊었다. 더는 보아줄 수 없다고 여겼다. 2023년 1월 6일에 ‘대장동 이재명 뒷돈’과 얽혀 〈한겨레〉 편집국 어느 기자가 6억 원을 낼름 받은 적이 있다는 일이 터져나온다. 〈한겨레〉 편집국 기자는 2019년에 덥석 받았다지. 언뜻 보면 그 한 가지가 이제서야 터진 셈이지만, 이 하나만 있다고 여긴다면 크게 놓치게 마련이다. 어디 이 일 하나뿐이겠는가. 터져나오지 않은 말썽하고 잘못이 그동안 얼마나 많았겠는가. 어느 분은 “그래도 조·중·동보다 낫지 않습니까?” 하고 감싸는 말을 한다만, 모든 말글은 ‘누가 누구보다 낫거나 나쁘다’고 가를 수 없다. 말썽은 티끌도 얼룩도 똑같이 말썽이다. 잘못은 100원을 먹든 100억을 먹든 똑같이 잘못이다. 옛말에 ‘바늘 도둑이 소 도둑이 된다’가 있다. 거짓말이 아닌 참말이다. ‘대장동 이재명 뒷돈’과 얽힌 6억 원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숱한 ‘바늘도둑’이 있었는가 하고 되새길 노릇이다. 벼슬자리(공무원)도, 길잡이(교사)도, 글바치(기자·작가·문인)도, 스스로 아름답게 일한 땀방울 값만큼 벌어서 알맞게 쓸 적에 비로소 그들 자리를 지킬 만하다. 도둑은 도둑질 값을 사슬터(감옥)에 들어가서 달게 받을 노릇이다. 훔침글(표절·도용)을 일삼은 글바치는 글밭에 아예 발을 못 들이도록 쫓아내야 한다. 바늘 도둑은 왜 소 도둑이 되는가? 그들 잘못값을 우리가 너무 이쁘게 봐준 탓이다. ‘훔침글꾼(표절작가)’은 모든 책을 책숲(도서관)·책집에서 다 뺄 노릇이고, 도둑놈은 모든 살림을 붙들(압류) 노릇이다. 나라가 나라답고 글이 글답고 사람이 사람다우려면, ‘사람은 안 미워하더라도, 잘못한 값은 톡톡히 치를’ 일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2003년부터 〈한겨레신문〉을 끊었다. 2023년은 이 새뜸을 끊은 지 어느새 20돌이다. 조·중·동도 기득권 신문이지만, 한겨레·경향·오마이도 똑같이 기득권 신문이 된 지 오래이다. 모든 신문은 ‘새뜸’이란 우리말 이름이 창피할 만큼 하나도 안 새롭고 고리타분하다. 2023년 1월 6일에 〈한겨레신문〉 편집국 기자가 예전(2019년)에 ‘대장동 검은돈’하고 얽혀 6억 원을 몰래 집어삼켰던 일이 불거졌다. 바늘 도둑은 소 도둑으로 가게 마련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어제책/숲노래 만화책 2023.1.5.

숨은책 760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1》

 미야자키 하야오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0.11.25.



  곧잘 지난일을 떠올립니다. 푸른배움터를 여섯 해 다닐 적에는 새벽 일찍 일어나서 캄캄길을 걸었고, 인천하고 서울을 전철로 오갈 적에는 집에서 떠나는 첫 버스를 타고 움직였습니다. 날마다 사람물결이 가득한 인천·서울길이나 수원·서울길이나 의정부·서울길은 그야말로 불수레(지옥철)예요. 그때 그 불구덩이를 견딘 힘은 오직 책 한 자락입니다. 밀리고 밟히고 눌리면서도 한 손에 책을 쥐는데, 아직 바람이(에어컨)가 없던 낡은 칸마다 미닫이를 열면 문득 나비가 팔랑거리며 들어와서 사람바다 위로 가볍게 날다가 다시 밖으로 나가더군요. 멍하니 보았어요.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서울에 일터·배움터를 두고 오가는 얼거리는 ‘얼른 서울에 들어가’거나 ‘얼른 부릉이(자가용)를 몰아야’ 한다고 일깨우는 셈일까요? 또는 서울굴레를 벗어나 조용히 시골로 옮기며 흙을 밟아야 한다는 뜻일까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1》를 처음 읽던 2000년에는 서울 한복판에서 책을 팔며 일했고(출판사 영업부), 일을 마치면 서울 곳곳 헌책집에 들러 철마다 다른 바람과 책빛을 쐬었습니다. 숲이 있기에 종이를 얻어 책을 짓는데, 숲이 있어서 서울은 먹고살며 굴러갈 수 있는데, 우리는 숲길을 잊은 채 아직도 총칼(전쟁무기)을 쥐는 수렁입니다.


ㅅㄴㄹ

#NausicaaOfTheValleyOfWind #風の谷のナウシカ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