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책은 헌책이다

헌책집을 바탕으로 삼되, 헌책집뿐 아니라 책과 책길과 책삶과 책넋과 책사랑과 책꿈과 책벗과 책지기와 책마을과 책노래와 책숨과 책꽃, 여기에 삶과 삶길과 삶넋과 삶사랑과 삶꿈과 삶벗과 삶지기와 삶노래와 삶꽃 들을 아울러서 엮는 이야기꾸러미를 하나 내기로 한다. 이 책에는 어떤 이름을 붙이면 좋을까? 우리 “헌책방 사랑누리” 이웃님한테 여쭈어 본다. 여러분이 참으로 멋스러운 이름을 알려준다. 이러다가 어느 분이 “모든 책은 헌책이다”라는 한마디를 들려준다. 어, 어, 어. 아주 놀라운 말이다. “맞네요, 아주 놀랍고 멋지네요, 제가 이 이름을 써도 될까요?” 하고 그 이웃님한테 여쭌다. 이웃님은 상냥하게 웃으며 대꾸한다. “호호호. 어머, 모르셨어요? 이 한마디는 바로 최종규 님이 쓴 글에 나오는 문장이에요. 호호호.” “네? 제가 이런 말을 글로 썼다고요? 아, 저 스스로 워낙 글을 많이 쓰니, 제가 쓰고도 제가 쓴 글인 줄 잊었네요. 아, 아, 하하하, 고맙습니다! 저를 새롭게 일깨워 주셨어요! 사랑해요!” 2004.2.4.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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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청

신안군에 마실하고서 깜짝 놀랐다. 군청이 으리으리하다. 진도군에 마실하고서, 구례군에 마실하고서 깜짝 놀랐다. 다들 군청이 큼직큼직하다. 고흥군에 살면서 새로 지은 고흥군청 건물을 보고 화들짝 놀란다. 이제껏 본 시골 군청 가운데 가장 우람하다. 고흥은 한국에서 가장 손꼽히는 ‘인구 감소 지역’으로 머잖아 군이 사라질 수 있을 만큼 아슬아슬하단다. 어린이도 젊은이도 아주 빠르게 줄어들었는데, 이제 늙은 할매하고 할배만 가득한데, 군청 건물은 으리으리하고, 군청 공무원은 1000이라는 숫자로 물결을 친다. 어디 고흥뿐이랴. 한국은 시골 지자체 몸집이 너무 크다. 시골 공무원이 너무나 많다. 2019.2.3.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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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들다

갑자기 구름이 몰려들더니 몇 분쯤 벼락에 소나기에 얼음비에 드센 바람까지 몰아친다. 어두컴컴한 하늘이 되어 온 들을 빗물로 적신 몇 분이 지나가자, 구름은 가뭇없이 사라지고, 멀리 뭉게구름 몇 보이더니, 무지개가 곱게 걸친다. 햇살이 눈부시다. 이런 날씨를 몸으로 처음 맞이한 아이들이 쉬잖고 떠든다. 오늘 코앞에서 지켜보고 겪은 이 하루를 엄청나게 나누고 싶은가 보네. 2019.3.15.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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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금지

‘주차금지’ 알림판이 버젓이 선 자리에 자동차를 세우는 사람이 많다. 꽤 많다. 이런 곳이 아니어도 아무 데나 자동차를 안 세우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사람들 거님길에까지 자동차를 아무렇게나 세우는 사람이 무척 많다. 한국이란 나라는 면허를 너무 쉽게 주지 않을까? 자동차를 아무 곳에나 세우는 사람이 있으면 벌금도 벌금이지만 바로 면허취소를 할 노릇 아닐까? 술 마시고 모는 사람도 바로 면허취소를 할 노릇이요, 골목에서 마구 내달리는 사람도 바로 면허취소를 할 노릇이요, 골목을 걷는 아이들 뒤에서 빵빵대는 사람도 바로 면허취소를 할 노릇이요, 찻길 가장자리를 얌전히 달리는 자전거를 한켠으로 밀어붙이는, 위협운전 하는 이도 바로 면허취소를 할 노릇이요 …… 한국은 운전면호 따기는 대단히 쉬우면서, 면허취소는 그리 잘 안 하는, 뭔가 뒤집어진 나라이지 싶다. 설마 한글 ‘주차금지’를 못 읽는 사람한테 면허를 주었을까? “차 대지 마시오”쯤으로 쉽게 적어야 비로소 읽고서 버릇을 고치려나? 1992.2.5.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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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끼

끔찍한 짓을 시키려고 하기에 미끼를 던진다. 보라, 낚시꾼이 무엇을 매달아서 물에 띄우는가. 미끼를 매단다. 먹이 아닌 미끼를 매달아 물에 띄우면, 물고기는 멋모르고 좋아서 덥석 물다가 아가리가 찢어지거나 목숨을 잃는다. 포스코는 고흥하고 해남에 핵발전소하고 화력발전소를 때려짓겠다고 하면서 ‘위험 위로금’을 2000억 원 준다고 했는데, 이 2000억 원이란 돈이 바로 미끼이다. 얼핏 목돈으로 보이지만, 고흥군만 해도 고흥에 있는 김 공장이 한 해 벌어들이는 돈이 2000억 원이라 했다. 김 하나로도 2000억이면, 굴에 바지락에 미역에 매생이에 쭈꾸미에 삼치에 갑오징어에 …… 얼마나 많은 바닷것이 있는가를 돌아보자. 미끼가 없어도 밥이 넉넉한 깨끗하며 아름다운 시골은 늘 넉넉하게 살아왔고 푸짐하게 살아갈 만하다. 미끼로 꼬이려고 하는 이는 하나같이 틀림없이 못된 짓을 감추면서 눈속임을 하려는 몹쓸 무리라고 느낀다. 그런데 고흥군수나 군청 벼슬아치는 미끼를 덥석 물려고 한다. 그 미끼를 어떻게 쓰려고? 고작 그 미끼로 고흥군을 통째로 말아먹으려고? 2011.12.1.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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