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모임' 소식지에 싣는 글. 원고지 8장으로 글을 줄여야 한대서 아예 새로운 글로 쓰다) 



 함께 읽는 책 1 - ‘환경책’은 어떻게 읽어야 좋을까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는지는 누가 따로 가르치거나 알릴 수 없습니다. 나 스스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에 따라 내가 읽고 싶은 책이 달라집니다. 내가 내 삶을 어떻게 일구느냐에 따라 내 손에 쥘 책이 바뀝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별을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지구별 사랑’이 담긴 책에 저절로 눈길이 갑니다. 돈을 조금 더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돈 잘 버는 이야기’가 담긴 책에 저절로 손이 갑니다. 지구자원과 전기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원자력발전소를 비롯한 모든 발전소 문제를 다룬’ 책이라든지 ‘다른 길로 전기 얻기’를 보여주는 책에 마음이 갑니다.

 널리 손꼽히는 《침묵의 숲》 같은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다지 손꼽히지 않으나 《수달 타카의 일생》을 읽을 수 있겠지요. 《예방접종 어떻게 믿습니까?》 같은 책을 찾아 읽으면서 예방접종과 얽힌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예방접종 어떻게 믿습니까?》 같은 책을 읽더라도 똑같이 예방접종을 놓는 분이 많습니다. 이 책을 읽지 않고도 예방접종을 안 놓는 분이 많습니다. 책 하나를 일구려고 숱한 사람이 숱한 땀을 쏟아서 열매를 맺지만, 이러한 이야기를 나 스스로 읽었어도 내 삶하고 걸맞지 않기 때문에 안 받아들이거나 못 받아들이곤 합니다. 따로 책을 읽지 않았으나, 내 몸이 느끼기 때문에 스스로 나서서 한결 옳으면서 더욱 바르며 아름다운 길을 걷는 사람이 있어요.

 실러 키칭거라는 서양사람이 쓴 《아기가 온다》는 아이를 낳으려는 분이라면 곁에 놓고 곰곰이 읽고 살피면 좋은 책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 책은 어느새 판이 끊어져 헌책방 아니고서는 찾아볼 길이 없습니다. 무슨무슨 소설책이 몹시 잘 팔리고, 어떠한 책은 해마다 만 권이니 십만 권이니 팔리는데, 내 몸을 헤아리거나 우리 아이들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담은 책은 사랑받지 못하기 일쑤입니다.

 스물세 권에 이르는 만화책 《우주소년 아톰》이 있습니다. 아톰 만화영화를 본 사람은 많을 테지만, 막상 아톰 만화책을 곰곰이 읽은 사람은 매우 적으리라 봅니다. 아톰 만화가 무슨 이야기를 다루며 어떤 줄거리인지 아는 분도 참 적으리라 봅니다. 《우주소년 아톰》을 그린 데즈카 오사무 님이 내놓은 《블랙잭》이라는 만화책에 깃든 넋과 사랑이 무엇인가를 받아들이며 곰삭일 분은 훨씬 적으리라 봅니다.

 흔히들 ‘환경책’이라는 이름을 붙여야 환경책이겠거니 여기지만, 참으로 환경책이라 할 환경책은 굳이 ‘환경책’ 이름표를 붙이지 않습니다. 내 삶과 내 터전과 내 사랑과 내 사람을 알뜰히 보살피거나 껴안으려는 넋이 깃들 때에 비로소 환경책입니다. 내가 하루하루 꾸리는 삶을 아름다이 돌보도록 돕는 길동무와 같은 책이 곧 환경책입니다. 4대강사업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담아도 환경책은 되겠지요. 권정생 님이 쓴 《우리들의 하느님》도 훌륭한 책이 되겠지요. 그러나 《우리들의 하느님》을 읽었으면서 자가용하고 헤어지지 않았다면, 이 책을 읽어서 어디에 쓸 사람이 될까 궁금합니다.

 책을 읽는다 할 때에는 내 삶을 읽으면서 내 삶이 차츰차츰 착하고 참다우며 아름다운 길을 걷도록 힘쓰겠다는 뜻이어야 합니다. 어느 책보다 환경책은 지식책일 수 없고, 삶책일 뿐입니다. (4344.3.25.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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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사진 이야기] 8. 부산 우리글방 2009.9.27. (2)


 책을 사는 손길이기에 누구나 아름답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책을 애써 사들이지만 잘 읽지 못한다면 그다지 아름다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떠한 책을 사서 읽는다 하더라도, 사랑하는 짝꿍이나 아이 손을 잡고 함께 책방마실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책을 잘 읽고 못 읽고를 떠나 참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나중에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서 제 어머니나 아버지가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에는,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된 제 어머니나 아버지 손을 잡거나 어깨동무를 하면서 책방마실을 할 수 있을까요. 제 어버이가 내 어린 나날 손을 잡고 책방마실을 해 주었듯이, 이제는 내 아이가 왼편에 서고 내가 오른편에 서면서 둘이 같이 내 할머니아 할아버지 손을 잡고 책방마실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헌책방 일꾼은 스무 해 마흔 해를 기다리면서 ‘어버이와 아이’가 함께 마실하는 나날을 맞이합니다. (4344.3.24.나무.ㅎㄲㅅㄱ)


- 2009.9.27. 부산 보수동 우리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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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사진 이야기] 7. 부산 우리글방 2009.9.26. (1)


 새책방 가운데 책방 한켠에서 차를 마시면서 다리쉼을 하도록 마련한 곳은 퍽 드뭅니다. 새책방 가운데 책시렁 한쪽에 걸상을 마련한 곳조차 몹시 드뭅니다. 헌책방이라면 어디에서나 차를 마시면서 책을 살필 수 있고, 바닥이든 작은 걸상에든 앉아서 다리쉼을 하며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나는 ‘새책방 마실을 하던 때에 나한테 자리에 앉아 다리쉼을 하라’고 하는 책방을 딱 두 군데 보았습니다. 하나는 서울 명륜동에 자리한 인문사회과학책방 〈풀무질〉이고, 다른 하나는 서울 혜화동에 자리한 인문책방 〈이음책방〉입니다. 이 두 곳을 뺀 어떠한 새책방에서고 걸상에 앉아 다리쉼을 하면서 책을 살피거나 읽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헌책방에서고 걸상에 앉든 계단에 앉든 바닥에 앉든 하면서 다리쉼을 할 수 있었습니다.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에 자리한 〈우리글방〉은 아예 ‘북카페’까지 열어 책손을 맞이합니다. (4344.3.24.나무.ㅎㄲㅅㄱ)


- 2009.9.26. 부산 보수동 우리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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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1-03-24 12:20   좋아요 0 | URL
어 부산 보수동 헌책방에 이처럼 지하로 내려가던 헌책방이 있었네요.제가 몇년전에 부산에 가서 보수동 헌책방 거리를 돌았을적에는 못 보았던것 같습니당^^

숲노래 2011-03-24 12:57   좋아요 0 | URL
요사이는 제 머리가 바보가 되어 년도는 제대로 떠올리지 못하는데, 보수동 <우리글방>이 북카페를 열고 지하와 1층이 이어지는 통로를 만든 때는 2008년이 아니었나 싶어요. 잘 찾아서 들어가지 않으면 이곳을 찾을 수 없답니다 ^^

카스피 2011-03-25 08:27   좋아요 0 | URL
그럼 못본게 당연하네요.제가 간 것이 2008년 이전이었으니까요^^

숲노래 2011-03-25 20:31   좋아요 0 | URL
이곳에 있는 책을 보는 데에만도 여러 날이 걸린답니다. 아니, 여러 날 걸리더라도 못 훑어요. 모두 세 층으로 이루어진 <우리글방>인데 하루에 한 층씩 본다 하더라도 조금밖에 못 훑고 말아요. 다른 곳은 다른 곳대로 오래도록 살펴야 하기도 하지만, <우리글방> 한 군데를 여러 날 돌아볼 마음을 품고서 찾아가도 참으로 즐거우리라 생각합니다.

저희 식구는 이곳에 가면 나흘쯤은 책을 돌아보면서 장만하곤 합니다 ^^;;;
 

 

[헌책방 사진 이야기] 6. 서울 정은서점 2009


 사람들은 헌책방 헌책은 어지러이 쌓여서 책 하나 찾아보기 퍽 힘들다고 말합니다. 헌책방 헌책은 틀림없이 쌓입니다. 책꽂이에 꽂을 만큼만 갖추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느 새책방이라면 오래도록 안 팔리는 책을 반품하겠지요. 새책방은 반품을 한대서 책방에 손해가 되는 일이 없으니까요. 헌책방은 모든 책을 헌책방 일꾼 돈을 치러 사들입니다. 헌책방에서 책을 버린다 하면, 당신이 사들인 책을 팔지 못해서 버리기 때문에 당신 돈을 버리는 셈입니다. 그러나, 사들인 책이 아깝기에 책을 못 버리거나 못 치우지 않습니다. 어떠한 책이든, 처음 사들이고 나서 며칠 만이거나 한두 달 만이거나 한두 해 사이에 팔리리라고는 생각하기 힘듭니다. 다만, 언젠가 좋은 때가 되면 좋은 임자가 나타나 좋은 값을 좋은 마음으로 치러 사들인 다음 좋은 손길로 읽어 좋은 열매를 맺으리라 생각합니다. 헌책방에는 책이 쌓이지 않고, 책이 책손을 기다립니다. (4344.3.24.나무.ㅎㄲㅅㄱ)


- 2009년. 서울 연세대 건너편 정은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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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길


 오늘 하루는 온갖 집일을 하느라 빨래를 저녁 일곱 시가 넘어서야 한다. 아직 살림집 물이 안 녹았기에 멧길을 따라 올라가는 이오덕학교에서 빨래를 한다. 빨래를 마치고 내려오는 길은 깜깜한 밤길. 깜깜한 시골 멧자락 밤길이니 별이 참 잘 보인다. 반짝반짝 수많은 별을 올려다보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밤에 쉬를 누러 마당으로 나와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면 이 많은 별이 우리 식구를 따사로이 지켜보면서 보듬는구나 싶다. 그런데 나는 애 아버지로 얼마나 잘 살아가려나. 이렇게 따사로이 지켜보면서 보듬는 별이 많은데, 고운 목숨 하나인 사람으로서 얼마나 사랑스러우며 아름다이 살아가는가. (4344.3.2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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