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014) 지고의 1


신의 마음과 자기 마음 사이에 종이 한 장의 틈도 없이 일체를 이루고, 지고의 행복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있는 이상, 내가 성취했다고 여기는 그 어떤 것도 보잘것없는 자기만족적 의미에 지나지 않았다

《서영은-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문학동네,2010) 35쪽


 지고(至高) : 더할 수 없이 높음


 지고의 행복이

→ 더할 수 없이 높은 행복이

→ 더할 나위 없이 높은 즐거움이

→ 더없이 즐거운 일이

→ 그지없이 즐거운 삶이

 …



  ‘지고’는 한국말이 아닙니다. 한국말은 “더할 수 없다”나 “더없다”입니다. 또는 “가없다”나 “끝없다”나 “그지없다” 같은 말을 쓸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한국말이 아닌 한자말로 이야기를 풀자면 “지고의 행복”이든 “지고의 이상”이든 “지고의 가치”이든 쓸 테고, 한국말로 이야기를 풀자면 “더없는 기쁨”이나 “더없는 꿈”이나 “더없는 값어치”으로 말머리를 열 테지요.


  “더할 수 없이 즐겁다”라 말하고 “더할 나위 없이 즐겁다”라 말하며 “더없이 즐겁다”라 말합니다. “참으로 즐겁다”라 말하고 “참말로 즐겁다”라 말하며 “아주 즐겁다”라 말해요.


  내 삶을 밝힐 수 있는 말을 내 입으로 꺼낼 때에 즐겁습니다. 내 넋을 북돋울 만한 말을 나 스스로 돌아보면서 나눌 때에 즐겁습니다. 내 꿈을 빛내는 말을 내 힘으로 보듬으면서 주고받을 때에 즐거워요.


 거룩한 즐거움

 아름다운 즐거움

 해맑은 즐거움


  아주 크다고 느끼는 즐거움이라 한다면 “아름다운 즐거움”이요 “거룩한 즐거움”이며 “해맑은 즐거움”입니다. “빛나는 즐거움”이고 “눈부신 즐거움”이며 “웃음 넘치는 즐거움”이에요.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누구나 맑고 밝게 말을 하면서 곱고 예쁘게 말넋을 아낄 수 있기를 빌고 또 빕니다. 4344.7.14.나무/4348.5.31.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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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마음과 내 마음 사이에 종이 한 장만 한 틈도 없이 하나를 이루고, 더없는 기쁨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이 이 땅에 있는 만큼, 내가 이루었다고 여기는 그 어떤 것도 보잘것없는 눈가림이었다


“신(神)의 마음과 자기(自己) 마음”은 “하느님 마음과 내 마음”으로 다듬고, “종이 한 장의 틈도 없이”는 “종이 한 장 틈도 없이”나 “종이 한 장만 한 틈도 없이”로 다듬으며, “일체(一體)를 이루고”는 “하나를 이루고”나 “하나가 되고”나 “한몸을 이루고”로 다듬습니다. ‘행복(幸福)’은 ‘기쁨’이나 ‘즐거움’으로 손보고, “알고 있는”은 “아는”으로 손보며, “이 세상(世上)에 있는 이상(以上)”은 “이 땅에 있는 만큼”이나 “이 땅에 있기에”로 손봅니다. ‘성취(成就)했다고’는 ‘이루었다고’로 손질하고, “자기만족적(自己滿足的) 의미(意味)에 지나지 않았다”는 “자기만족이었다”나 “겉치레였다”나 “눈가림이었다”로 손질해 봅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57) 지고의 2


훌륭한 식기를 알아볼 수 있는 심미안과 인간을 생각하는 마음이 어우러질 때 지고의 맛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지고의 맛이란 예술적인 생명을 의미할 것이다

《신한균,박영봉-로산진 평전》(아우라,2015) 128쪽


 지고의 맛

→ 훌륭한 맛

→ 아름다운 맛

→ 좋은 맛

→ 가장 훌륭한 맛

→ 가장 아름다운 맛

→ 가장 좋은 맛

 …



  더없이 높다고 할 만한 맛이라면 ‘훌륭한’ 맛입니다. 훌륭한 맛이라면 ‘아름다운’ 맛이나 ‘좋은’ 맛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앞에 꾸밈말을 넣어서 “가장 훌륭한”이나 “가장 아름다운”으로 적어도 됩니다. “가장 돋보이는 맛”이라든지 “가장 놀랄 만한 맛”이나 “가장 깊은 맛”이나 “가장 그윽한 맛”처럼 써도 잘 어울립니다. 4348.5.31.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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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그릇을 알아볼 수 있는 눈썰미와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어우러질 때에 훌륭한 맛이 나온다고 한다. 훌륭한 맛이란 아름다운 숨결을 뜻한다


‘식기(食器)’는 ‘그릇’이나 ‘밥그릇’으로 손보고, ‘심미안(審美眼)’은 ‘깊은 눈’이나 ‘눈썰미’나 ‘눈매’로 손보며 ‘인간(人間)’은 ‘사람’으로 손봅니다. “탄생(誕生)한다는 것이다”는 “나온다고 한다”로 손질하고, “예술적(藝術的)인 생명(生命)을 의미(意味)할 것이다”는 “예술 같은 숨결을 뜻한다”나 “아름다운 숨결을 뜻한다”로 손질해 줍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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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434) 항상 1


우리 새 담임 선생님은 이소베 선생님이라는 분이었읍니다. 선생님은 항상 빙긋빙긋 웃는 다정한 분이셨지요

《야마시타 다로오/박제윤 옮김-까마귀 도령》(문선사,1984) 18쪽


항상(恒常) : 언제나 변함없이


 항상 빙긋빙긋 웃는

→ 늘 빙긋빙긋 웃는

→ 노상 빙긋빙긋 웃는

→ 언제나 빙긋빙긋 웃는

 …



  한국말에는 ‘늘’도 있고 ‘언제나’도 있습니다. ‘한결같이’도 있고 ‘꾸준히’도 있습니다. ‘노상’도 있고 ‘줄곧’도 있습니다. ‘내내’도 있고 ‘내처’도 있어요.


 항상 웃는다 → 늘 웃는다

 항상 바쁘다 → 언제나 바쁘다

 항상 열심히 공부하는 → 한결같이 부지런히 공부하는


 ‘언제라도’를 써도 좋고, ‘어느 때라도’라 해도 좋습니다. ‘언제든’을 넣을 수 있으며, ‘어느 자리에서나’라 적을 수 있습니다. 4341.5.29.나무/4348.5.31.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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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새 담임 선생님은 이소베 선생님이라는 분이었습니다. 선생님은 늘 빙긋빙긋 웃는 따스한 분이셨지요


‘다정(多情)한’은 “정이 많은”을 뜻합니다. ‘情’은 “1. 느끼어 일어나는 마음 2. 사랑이나 친근감을 느끼는 마음”을 뜻해요. 그러니 “마음”을 한자로 옮기며 ‘情’이 되는 셈입니다. 이 대목에서는, ‘살가운’이나 ‘좋은’이나 ‘따뜻한’이나 ‘넉넉한’으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95) 항상 2


나도 파란 줄무늬 셔츠에 주황색 꽃무늬 바지를 입는 걸 가장 좋아하거든요. 어른들은 항상 그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얘기하지만요

《바버라 슈너부시/김수희 옮김-할머니의 꽃무늬 바지》(어린이작가정신,2008) 14쪽


 어른들은 항상

→ 어른들은 늘

→ 어른들은 으레

→ 어른들은 자꾸

 …



  어른들이 늘 어떤 말을 한다면, 어떤 말을 ‘자꾸’ 하는 셈입니다. 또 하고 거듭 하고 자꾸 하니까 ‘으레’ 어떤 말을 한다고 할 만하며, ‘흔히’ 어떤 말을 한다고 할 만합니다. 글흐름을 헤아려서 ‘툭하면’이나 ‘걸핏하면’ 같은 말을 넣을 수 있습니다. 느낌을 잘 살펴서 한국말로 알맞게 넣으면 됩니다. 4348.5.31.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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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파란 줄무늬 웃옷에 귤빛 꽃무늬 바지를 입을 때에 가장 좋아하거든요. 어른들은 으레 그 차림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얘기하지만요


‘셔츠(shirt)’는 ‘웃옷’으로 손질할 낱말입니다. ‘주황색(朱黃色)’은 ‘주황빛’이나 ‘귤빛’이나 ‘감빛’으로 손보고, “바지를 입는 걸”은 “바지 입기를”이나 “바지를 입으면”으로 손봅니다. ‘그게’는 ‘그 차림이’나 ‘그 모습이’나 ‘그 옷이’로 다듬어 줍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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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초롬한 빛깔말

 빛깔말 - 감색유니폼


굽 높은 구두가 안 어울릴 만큼 감색 유니폼의 가는 몸매나 얼굴이 고등학생처럼 앳되 보였다

《함광복-할아버지 연어를 따라오면 한국입니다》(eastward,2002) 101쪽


 감색 1 : 잘 익은 감 빛깔

 감색 2 (紺色) : 검푸른 남색

 남색(藍色) : 푸른빛을 띤 자주색



  영어 ‘유니폼(uniform)’을 한국말사전에서 찾아보면 “1. = 제복(制服) 2. 운동복”으로 풀이합니다. ‘제복’이라는 한자말에 나오는 ‘制’는 ‘제도·규제·강제·규제·제약·제어·절제’ 같은 데에서 쓰는 한자입니다. 어떤 틀을 갖추어 이를 따르도록 하려는 자리에서 씁니다. ‘服’은 한국말로 ‘옷’을 가리킵니다. 그러니, ‘제복’이란 “틀에 맞추어 입히는 옷”입니다.


  ‘제복’이라는 이름으로 틀에 맞추어 입히려는 옷은 언제 어떻게 나타났을까요? 이른바 ‘군인옷(군복)’이 제복입니다. 정치권력을 거머쥔 이들이 궁궐에서 갖추어 입는 옷도 제복입니다. 그러니까, 어떤 권력을 휘두르는 자리라든지, 사람들을 한 가지 틀에 옭매려는 자리에서 ‘제복’을 입힙니다. 감옥과 군대와 학교와 회사에서 흔히 제복을 입히려고 하는데, 다 다른 사람을 모두 똑같은 틀에 맞추려고 하는 마음이 ‘옷차림’으로 나타난다고 할 만합니다.


  그리고, ‘운동복’이란, 말 그대로 ‘운동옷’입니다. 운동을 할 적에 입는 옷이니 ‘운동옷’입니다. 일할 적에 입는 옷은 ‘일옷’입니다. 놀이를 하며 입는 옷은 ‘놀이옷’입니다. 한국말이 아닌 한자말을 쓴다면, ‘작업(作業)’을 하면서 ‘작업복’을 입겠지요.


 감색 유니폼

→ 1. 감빛 옷

→ 2. 쪽빛 옷


  이 보기글에 나오는 ‘감색 유니폼’은 어떤 빛깔을 가리킬까요? 잘 익은 감알 빛깔은 아니리라 느낍니다. 일본 한자말인 ‘紺色’을 가리키리라 느낍니다.


 곤색(kon[紺]色) → 감색


  일본사람은 ‘紺色’에서 ‘紺’을 ‘곤’으로 소리냅니다. 이 일본말은 한국에 무척 넓게 스며들어서 아직도 ‘곤색’을 말하는 사람이 대단히 많습니다. 한국말사전에서는 ‘곤색’이 아닌 ‘감색’으로 바로잡으라고 나오는데, ‘감색’으로 소리를 낸다고 하더라도 어떤 빛깔인지 또렷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아이들은 ‘감색’이라고 하면 “감알 빛깔”을 떠올릴 뿐, “검푸른 남색”을 떠올리지 못합니다.


 남색(藍色) : 푸른빛을 띤 자주색

 쪽빛 = 남빛

 남빛(藍-) : 짙은 푸른빛


  ‘남색’은 어떤 빛깔일까요? 한겨레는 먼 옛날부터 ‘쪽빛’을 말했습니다. 한국말사전에도 ‘쪽빛’이 나옵니다. 다만, 한국말사전은 “쪽빛 = 남빛”으로 풀이합니다. 다시 ‘남빛’을 찾아보면 ‘藍’이 바로 ‘남색’을 가리킬 적에 쓰는 한자입니다.


  ‘남빛’은 “짙은 푸른빛”이라 풀이하고, ‘남색’은 “푸른빛을 띤 자주색”이라 풀이하는 한국말사전입니다. ‘남빛’과 ‘남색’은 서로 다른 빛깔일까요? 아니면, 둘은 서로 같은 빛깔일까요? 아무래도 같은 빛깔이겠지요. 그러니까, “푸른빛을 띤 자주색”이든 “짙은 푸른빛”이든 모두 ‘쪽빛’이라는 한국말을 가리키는 빛깔 느낌인 셈입니다.


  우리는 ‘쪽빛’이라는 빛깔말을 쓰면 됩니다. 때때로 ‘가지빛’이나 ‘가지꽃빛’ 같은 빛깔말을 쓸 수 있습니다. ‘제비꽃빛’ 같은 빛깔말을 쓸 수도 있습니다. 눈을 환하게 뜨고 둘레를 찬찬히 살펴보면 온갖 빛깔이 곱게 펼쳐지는 모습을 기쁘게 마주할 수 있습니다. 4338.11.23.물/4348.5.30.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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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초롬한 빛깔말

 빛깔말 - 갈빛? 청빛?


동쪽의 산들은 동지를 기점으로 시든 갈빛에서 옅은 청빛으로 달라지더니만 이제 점점 푸른빛을 띠고 있다

《김용희-선이골 외딴집 일곱 식구 이야기》(샨티,2004) 39쪽


 갈색(褐色) : 검은빛을 띤 주홍색

 청색(靑色) = 파란색



  ‘갈색’이 아닌 ‘갈빛’이라 적고, ‘청색’이 아닌 ‘청빛’으로 적은 모습이 새삼스럽습니다. ‘色’이라는 한자를 꼭 써야 하지 않으니 이처럼 적은 대목은 반갑다고 할 만합니다. 그러나, 어떤 빛깔인가를 알자면 ‘갈’과 ‘청’을 제대로 풀어야 하는데, 이 대목은 그대로 두었으니 아쉽습니다. 다만, 보기글을 살피면 ‘갈빛(갈색)’이 어떤 빛깔인지 헤아려 볼 만합니다.


 동쪽 산은 시든 갈빛

 → 동쪽 숲(산)은 시든 잎빛


  동짓날까지 산은 “시든 갈빛”이었다고 합니다. ‘산빛’이라고 할 텐데, 멧골짜기에서 자라는 나무가 “시든 갈빛”이었다는 소리요, 이는 ‘나무 빛깔’이니까 ‘숲빛’이라 할 만하고, 한겨울 숲빛이라면, 잎이 마르거나 시든 빛깔이라 할 테고, 이는 “시는 잎빛”이요 “가랑잎 빛깔”이기도 하기에 “흙빛”입니다.


  ‘청빛’에서 ‘靑’은 “파랗다”를 뜻합니다. 한국말사전에서도 ‘청색 = 파란색’으로 풀이하는 만큼, ‘청빛’이 아니라 ‘파란빛’으로 적으면 됩니다. 보기글을 보아도 뒤쪽에 ‘푸른빛’이라고 적으니, 이 얼거리를 살핀다면, “누런빛·파란빛·푸른빛”처럼 차근차근 적으면 한결 잘 어울리고, 빛느낌도 잘 살아나리라 생각합니다. 4338.8.19.쇠/4348.5.30.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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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초롬한 빛깔말

 빛깔말 : 씨앗빛


씨앗은 빛나는 검은색이었고, 통통하면서도, 반달처럼 끝이 매끄러웠습니다. 매력적이군, 하고 청년 동구는 생각하였습니다. 여인의 몸도 아닌데, 과일의 씨앗을 보고 이런 느낌을 가지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김곰치-발바닥 내 발바닥》(녹색평론사,2005) 208쪽



  씨앗 한 톨이 흙에 드리워야 싹이 트고 뿌리가 내립니다. 천천히 줄기가 오르면 잎이 돋고 꽃이 핍니다. 꽃가루받이를 마친 꽃은 천천히 시들고 어느덧 씨앗을 맺으면서 열매가 여뭅니다.


  처음에는 아주 조그마한 씨앗 하나입니다. 이 씨앗 하나가 수없이 많은 씨앗을 낳고, 온갖 열매를 베풉니다. 씨앗은 열매마다 가득하고, 열매 한 알은 수많은 씨앗을 거느리면서 새롭게 깨어나기를 기다립니다.


 씨앗빛 . 씨빛

 능금씨앗빛 . 능금씨빛


  한국말사전에는 ‘씨앗빛’이나 ‘씨빛’이라는 낱말이 없습니다. 따로 이 같은 말을 쓰는 사람이 없어서 한국말사전에 이 낱말이 없다고 할 만하고, 국어학자나 식물학자도 한국말로 새로운 낱말을 지으려고 마음을 쓰지 않았다고 할 만합니다.


  능금씨나 배씨를 보면 까무잡잡합니다. 까만 씨앗인데, 반들반들 곱게 빛납니다. 감씨는 아주 짙은 흙빛이면서 반들반들 곱게 빛납니다.


  나팔꽃씨도 까맣고, 분꽃씨도 까맣습니다. 꽤 많은 씨앗이 까만 빛깔입니다. 그리고, 씨앗이 으레 까맣다고 하더라도 어떤 씨앗인가에 따라 ‘까만 결’이 저마다 다릅니다.


  까망을 가리키는 자리에서 ‘능금씨빛’이라든지 ‘배씨빛’이라든지 ‘나팔꽃씨빛’처럼 새로운 이름을 쓸 수 있습니다. 이런 빛깔말을 쓰면서 차츰 생각을 키워 보셔요. 이를테면 ‘포도씨빛’이라든지 ‘감씨빛’이라든지 ‘유채씨빛’이라든지 ‘수박씨빛’ 같은 빛깔말을 쓸 만합니다. 수박씨는 까맣기도 하지만 하얗기도 하니, ‘까만수박씨빛’하고 ‘하얀수박씨빛’ 같은 빛깔말이 더 나올 수 있습니다. 4338.9.5.달/4348.5.30.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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