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1088) 드리다 (감사드리다, 축하드리다, 인사드리다)


 선물 감사드려요

→ 선물 고마워요



  한자말 ‘감사(感謝)’는 “1. 고마움을 나타내는 인사 2. 고맙게 여김. 또는 그런 마음”을 뜻한다 하고, ‘감사하다’는 동사와 형용사로 씁니다. 말뜻을 살피면 한국말은 ‘고마움·고맙다’입니다. 영어는 ‘thank’이고, 한자말은 ‘感謝’이며, 한국말은 ‘고맙다’예요.


  ‘드리다’는 ‘주다’를 높이는 낱말입니다. “할머니 짐을 들어 주렴”을 “할머니 짐을 들어 드리렴”처럼 씁니다. “차려 주다”나 “선물을 주다” 같은 말투일 때에 ‘드리다’를 넣습니다. 그러니, 말꼴로 보자면 “감사 주다”나 “부탁 주다”나 “인사 주다”나 “사과 주다”나 “축하 주다”처럼 쓰지 않기 때문에, 이런 말씨에 ‘드리다’를 붙이는 말씨는 올바르지 않습니다. 다만, 오늘날에는 관용구로 ‘드리다’를 붙여서 쓸 뿐입니다.


  관용구는 ‘옳은 말씨’가 아니라 ‘널리 쓰는 말씨’입니다. 옳지 않아도 널리 쓰기에 관용구라고 합니다. 그러니, 관용구일 적에는 안 써야 한다고 할 수 없으나, 쓰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그저 쓸 뿐입니다. 그리고, 관용구이기에 굳이 써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2012년부터 ‘감사드리다’를 표준말로 받아들입니다. 관용구이지만 ‘널리 써서 굳어진 말씨’라고 여겨서 표준말로 삼은 셈입니다. 그러나, ‘감사’는 ‘내가 고맙게 느끼거나 여긴다’는 뜻이니, ‘감사’를 ‘드릴’ 수 없습니다. 말법에 어긋납니다. ‘감사하다’를 높이려면 ‘감사합니다’로 써야지요. ‘드리다’가 높이려는 뜻으로 쓰는 말씨이기에 ‘감사’나 ‘부탁’ 같은 한자말 뒤에 붙이는 관용구가 생겼으나, ‘높임’을 나타내려 했대서 ‘드리다’를 아무 데나 붙일 수 없습니다. 그리고, ‘감사’를 주거니 받거니 하려고 ‘감사드리다(감사주다)’처럼 말하지는 않을 테지요? 4348.6.30.불.ㅅㄴㄹ



여러 동료들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 여러 동료들한테도 고맙다

《앤디 그룬드버그·줄리아 스쿨리/강용석 옮김-윌리암 이글리스톤과 조엘 메이어뤼쯔》(해뜸,1986) 7쪽



※ 한문을 쓰던 조선 사회에서도 ‘감사’라는 한자말을 썼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문을 쓰던 얼마 안 되는 양반과 지식인만 이 한자말을 썼을 뿐, 한겨레를 이룬 거의 모든 사람은 ‘고맙다’라는 한국말을 썼어요. ‘감사’라는 한자말은 일제강점기부터 갑작스레 널리 퍼졌습니다. ‘감사하다’ 같은 말마디도 얼마든지 쓸 수 있습니다만, 한국사람이 먼 옛날부터 즐겁게 주고받던 ‘고맙다’라는 말마디가 있어요. 일제강점기부터 널리 퍼졌든 옛 지식인이 한문을 다루면서 썼든, 한겨레한테 오랜 말인 ‘고맙다’를 알뜰히 사랑한다면 ‘감사드리다’ 같은 엉뚱한 관용구는 생기지 않습니다.


  한국말은 ‘한자로 이루어진 말’이 아니라 ‘한국사람이 쓰는 말’입니다. 한국말을 올바로 바라보면서 생각한다면 ‘고맙다’라는 말마디를 알맞게 쓸 테고, ‘축하드리다·사과드리다·부탁드리다’는 ‘축하하다·사과하다·부탁하다’로 올바로 쓰리라 봅니다.


  ‘인사드리다’ 같은 말투는 ‘인사 올리다’로 고쳐써야 올바릅니다. 예부터 웃사람한테 인사나 말을 여쭐 적에는 ‘올리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인사 올리다”나 “말씀 올리다”처럼 씁니다.


  무엇보다도 말은 ‘틀로 짠 높임말’만 써야 높이려는 뜻을 나타내지 않습니다. 우리 마음이 ‘서로 아끼고 높이려는 숨결’일 때에 ‘여느 말(평상말)’을 쓰더라도 높이려는 뜻이 퍼집니다. ‘감사드리다’ 꼴처럼 ‘드리다’를 붙여야 높임말이지 않습니다. 서로 아끼고 높이려는 숨결을 담아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할 때에 참답게 높임말이 됩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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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1087) 것 같다


 배고픈 것 같아요

→ 배고픈 듯해요

→ 배고파요

 그런 것 같아요

→ 그런 듯해요

→ 그러해요



  국립국어원 누리집에 궁금한 이야기를 묻고 댓글을 받았습니다. 국립국어원 일꾼은 “‘지나치다’라는 의미를 고려했을 때에 긍정의 의미로 쓰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고 댓글을 남겨 줍니다. 나는 이 댓글을 “‘지나치다’라는 뜻을 헤아릴 때에 긍정 자리에 쓰기는 어렵습니다.”쯤으로 손질하고 싶습니다. 아무튼, 국립국어원 일꾼은 그곳 게시판에 궁금한 대목을 묻는 사람한테 으레 “것 같습니다” 같은 말투를 써요.


  국립국어원에서 낸 한국말사전을 보면 ‘같다’를 풀이하며 “추측, 불확실한 단정을 나타내는 말”로 쓴다고도 합니다. 어린이가 보는 한국말사전에서는 “‘-이라고 짐작되다’의 뜻으로 쓰이는 말”이라고 나옵니다.


 비가 올 것 같다

→ 비가 올 듯하다


  ‘어림’을 나타낸다고 하는 ‘같다’라지만 으레 “것 같다” 꼴입니다. ‘같다’만 쓰지 않습니다. 요즈음 들어 “좋은 것 같아요”처럼 말하는 사람이 많으나 “좋은 듯해요”나 “좋아요”처럼 말해야 올바릅니다. 사이에 ‘것’을 넣으면서 말하지 않습니다. 예부터 한국말에서는 어림을 나타내는 자리에 ‘듯’을 넣어서 “그런 듯하다” 꼴로 썼어요.


  “잘 모르는 것 같아요”처럼 말하는 사람도 흔히 봅니다. 참말 모르는지, 알겠다는 뜻인지 흐리멍덩한 말일 텐데, 이런 말투가 두루 퍼집니다. 에두르고 싶은 마음일 수 있지만, 이런 느낌은 “알쏭달쏭해요”나 “아리송해요”로 나타내야 알맞습니다. 4348.6.30.불.ㅅㄴㄹ




결코 오지 않을 것 같은 세상

→ 도무지 오지 않을 듯한 세상

《전쟁없는 세상 엮음-저항하는 평화》(오월의봄,2015) 99쪽


비도 그친 것 같으니 슬슬 가야겠어

→ 비도 그친 듯하니 슬슬 가야겠어

《오자와 마리/노미영 옮김-은빛 숟가락 8》(삼양출판사,2015) 58쪽


아무도 없는 것 같은데요

→ 아무도 없는 듯한데요

《오이시 마코토/햇살과 나무꾼 옮김-장화가 나빠》(논장,2005) 43쪽


그래도 맛은 최고라는 것 같던데

→ 그래도 맛은 아주 좋다던데

《세오 마이코/고향옥 옮김-도무라 반점의 형제들》(양철북,2011) 139쪽


나의 부모님한테 죄를 짓는 것 같아서

→ 우리 부모님한테 죄를 짓는구나 싶어서

《공선옥-사는 게 거짓말 같을 때》(당대,2005) 34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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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1086) 푸르다/파랗다 (푸른 하늘, 파란 들)


 푸른 하늘 은하수

→ 파란 하늘 은하수

→ 파란 하늘 미리내



  한국사람은 ‘푸르다’하고 ‘파랗다’를 제대로 갈라서 볼 수 없는 눈길일까요? 아니면, ‘푸르다’하고 ‘파랗다’를 섞어서 써도 될까요? 영어로 ‘green’을 ‘파랑’으로 옮기는 일은 없을 테고, ‘blue’를 ‘풀빛’으로 옮기는 일도 없으리라 봅니다. 너른 바다를 보면 파란 빛깔이 ‘쪽빛’이랑 닮았다고 여기는데, 바닷말이 잔뜩 끼는 날에는 바닷물 빛깔이 ‘푸르게’ 보입니다. “푸른 바다”가 되는 철이 따로 있습니다. 그러나, 너른 바다는 으레 ‘파랑’으로 가리키는 빛깔입니다. 〈미래 소년 코난〉이라는 만화영화에 나오는 “푸른 바다 저 멀리”는, 어느 때에는 “푸른 바다”일 수도 있으니 아예 틀린 말은 아니지만, “파란 바다 저 멀리”처럼 바로잡아야 알맞습니다.


  뻘이 있는 바다는 뻘흙빛이 섞여서 누렇게 보이기도 합니다. 이때에 바다는 “누런 바다”입니다. 바닷속에 무엇이 있느냐에 따라 물빛이 달라지는 셈입니다. 하늘도 노을이 질 적에는 “노란 하늘”이 되다가 “붉은 하늘”이 되다가 “보라 하늘”이 되기도 합니다. 언제나 한 가지 모습이나 빛깔로만 있지 않아요. 다만, 늘 이런저런 모습이나 빛깔로 바뀌더라도 ‘바탕빛’을 헤아릴 적에는 “파란 하늘”하고 “푸른 들”입니다.


[2015년,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푸르다 : 1. 맑은 가을 하늘이나 깊은 바다, 풀의 빛깔과 같이 밝고 선명하다 2. 곡식이나 열매 따위가 아직 덜 익은 상태에 있다

파랗다 : 1. 맑은 가을 하늘이나 깊은 바다, 새싹과 같이 밝고 선명하게 푸르다 2. 춥거나 겁에 질려 얼굴이나 입술 따위가 푸르께하다


[1940년, 문세영 조선어사전]

푸르다 : 1. 갠 하늘 빛 같다 2. 무성한 나무 잎의 빛과 같다

파랗다 : 진하게 푸르다


[1957년, 한글학회 큰사전]

푸르다 : 무지개의 다섯째 빛과 같다. 하늘빛이나 풀빛이나 쪽빛과 같다

파랗다 : 매우 푸르다


  세 가지 한국말사전을 보니, 1940년대나 1950년대에 ‘푸르다’하고 ‘파랗다’를 똑똑히 가르지 않습니다. ‘푸르다’를 “진하게 푸르다”나 “매우 푸르다”로 풀이하지만, 진하게 푸르거나 매우 푸른 모습은 ‘짙푸르다’로 적어야 올바릅니다. 파란 빛깔이 짙다면 ‘새파랗다’고 합니다. 게다가 무지개 빛깔을 헤아릴 적에 ‘빨주노초파남보’라 하니까, 다섯째 빛은 ‘파랑’이니, 1957년 《큰사전》은 ‘풀빛(푸르다)’을 엉뚱하게 풀이했다고까지 할 만합니다.


 파란 들

→ 푸른 들


  모든 말은 맨 처음에 숲(시골)에서 태어났기에 ‘푸르다’도 숲에서 바라본 빛깔을 나타냅니다. 요즈음에는 ‘푸르다’ 뜻풀이에 “곡식이나 열매가 덜 익은 모습”을 가리킨다고 덧붙이는데, ‘푸른’ 빛깔은 바로 ‘풀’ 빛깔이면서 ‘덜 익은 열매(알)’ 빛깔입니다. 그래서 ‘풋능금’이나 ‘풋감’이라 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나오듯이 ‘파랗다’는 “파랗게 질리다” 같은 자리에 씁니다. 핏기가 사라지면서 춥거나 아프거나 무섭다고 느끼는 ‘파랑’은 풀 빛깔하고 동떨어집니다.


  시골에서 들이랑 숲이랑 하늘이랑 냇물이랑 바다를 늘 마주하면서 살면, ‘푸르다’하고 ‘파랗다’를 헷갈려서 쓸 일이 없습니다. 들빛과 풀빛을 보면, 봄부터 ‘푸른’ 싹이 여리게 돋아서 여름에 짙게 우거지고, 가을에 누렇게 익거나 시들면서 겨우내 흙으로 돌아갑니다. 맑은 하늘이 파랗고, 싱그러운 냇물이 하늘빛을 담아서 파랗습니다. 이제라도 한겨레 빛깔말을 똑똑히 갈라서 제대로 쓸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4348.6.29.달.ㅅㄴㄹ



하늘이 푸른빛으로 보이는 이유는

→ 하늘이 파란빛으로 보이는 까닭은

《피터 에디/임지원 옮김-공기, 신비롭고 위험한》(반니,2015) 34쪽


※ 덜 익은 열매를 가라킬 적에는 ‘풋-(푸른)’을 붙입니다. ‘풋능금·풋사과·풋감·풋콩·풋고추’처럼 쓰는데, ‘풋김치·풋나물’처럼 쓰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람이 깊이 무르익지 못한 모습을 놓고도 ‘풋-’을 붙여서 ‘풋내기’라 하고, 아직 깊지 않은 모습을 나타내면서 ‘풋사랑’이나 ‘풋잠’처럼 쓰기도 합니다. 그러니, 글이나 노래가 여물지 않으면 ‘풋글·풋노래’처럼 쓸 수 있습니다. 사람한테는 ‘풋사람’이나 ‘풋기자’나 ‘풋학자’나 ‘풋가수’나 ‘풋작가’ 같은 이름을 재미나게 쓸 수 있어요.


  덜 익은 포도를 ‘청포도’라 하지만 ‘풋포도’로 고쳐야 올바릅니다. ‘靑’은 “푸를 청”으로 읽지만 ‘파랑’을 가리키는 자리에 쓰는 한자입니다. 덜 익은 포도는 ‘파란’ 빛깔이 아닌 ‘푸른’ 빛깔입니다. 덜 익었으나 덜 익은 맛도 즐기려는 뜻에서 ‘풋포도’를 먹습니다. 그런데, 다 익은 포도인데 푸른 빛깔일 수 있어요. “잘 익어서 푸른 빛깔인 포도”라면, 이때에는 ‘푸른포도’라 하면 됩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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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1085) 푸르른 (푸르르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 눈이 부시게 푸른 날은

→ 눈이 부시게 짙푸른 날은

→ 눈이 부시게 푸르디푸른 날은



  ‘푸르다’라는 낱말은 ‘푸른’처럼 적습니다. 그런데 글을 쓰는 이 가운데 ‘푸른’이 아닌 ‘푸르른’이라 쓴 사람이 있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 ‘푸르른’ 같은 글을 쓰지 않았으면, 또 이러한 글이 널리 퍼지지 않았으면, 오늘날처럼 ‘푸르른’ 같은 말투가 널리 퍼졌을는지 궁금합니다.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 솔아 솔아 푸른 솔아

→ 솔아 솔아 짙푸른 솔아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 저 들에 푸른 솔잎을 보라

→ 저 들에 짙푸른 솔잎을 보라


  글에서 나타난 ‘푸르른’은 모두 노랫말로 자리를 옮깁니다. 노래를 듣거나 부르는 이들은 ‘푸르른’을 아무렇지 않게 여깁니다. 다만, 모든 사람이 ‘푸르른’으로 말하지 않습니다. 꽤 많은 사람이 ‘푸르른’이라 하지만, 훨씬 많은 사람이 ‘푸른’이라고 씁니다.


  ‘푸르른’으로 적어야 노래하는 맛이 산다고도 할 테지만, 한국말에도 긴소리와 짧은소리가 있어요. 그래서 노래를 할 적에는 ‘푸르른’이 아닌 ‘푸르은’처럼 소리를 냅니다. “눈이 부시게 ‘푸르은’ 날은”이나 “솔아 솔아 ‘푸르은’ 솔아”나 “저 들에 ‘푸르은’ 솔잎을 보라”처럼 소리를 내야 올바릅니다. 다만, ‘푸르은’처럼 소리를 내더라도, 글로 적을 적에는 ‘푸른’입니다. 4348.6.29.달.ㅅㄴㄹ



거기는 푸르른 풀밭 … 그 개는 무리에서 벗어나 달리기 시작해. 푸르른 풀밭 위를 다리가 엉길 만큼

→ 거기는 푸른 풀밭 … 그 개는 무리에서 벗어나 달려. 푸른 풀밭을 다리가 엉길 만큼

《이토 히로미/노경아 옮김-오늘 하루》(보누스,2015) 54, 55쪽


하늘은 날마다 맑고 푸르러요

→ 하늘은 날마다 맑고 파라요

《오이시 마코토/햇살과나무꾼 옮김-장화가 나빠》(논장,2005) 50쪽


※ 하늘빛은 ‘푸른 빛깔’이 아닌 ‘파란 빛깔’입니다. ‘누르다’라는 낱말을 놓고 ‘누르르다’처럼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푸르다’라는 낱말만 놓고 자꾸 ‘푸르르다’처럼 잘못 쓰는 사람이 나타납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한국말은 빛깔말을 재미나게 살리면서 말맛이나 말멋을 키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붉다’를 놓고 ‘불그레하다’라든지 ‘불그스름하다’라든지 ‘불그죽죽하다’처럼 살짝살짝 느낌을 바꿉니다. ‘푸르르다’도 이런 얼거리로 보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푸르다’는 ‘푸르스름하다’나 ‘푸르죽죽하다’나 ‘푸르뎅뎅하다’처럼 말꼴을 바꿉니다. 말놀이를 하려고 ‘푸르르르하다’처럼 일부러 늘여서 쓰는 자리가 아니라면 ‘푸르다·푸른’으로 적고, ‘누르다·누른’으로 적어야 올바릅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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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1084) 지니다 6


 뜻을 지니지만

→ 뜻이지만

→ 뜻을 나타내지만

→ 뜻을 가리키지만



  낱말은 뜻을 ‘지니’지 않습니다. 사람이 입으로 읊는 말이나 손으로 쓰는 글은 ‘뜻을 지니’지 않습니다. 말은 그저 말이고, 글은 그예 글입니다. 말이나 글은 ‘물건을 소유’하지 않습니다.


  낱말은 뜻을 ‘나타내’거나 ‘가리킵’니다. 이 낱말은 이러한 뜻이라 하고, 저 낱말은 저러한 뜻이라 합니다. 뜻이 있어서 ‘뜻있는’ 말이 있고, 뜻이 깊어서 ‘뜻깊은’ 말이 있습니다. 한국말사전에는 ‘뜻없다’라는 낱말은 안 오르지만, 뜻이 없다고 한다면 ‘뜻없는’ 말이 있다고 하겠지요. 4348.6.28.해.ㅅㄴㄹ



흐트러진 것을 바로잡거나 바르게 한다는 뜻을 지니지만

→ 흐트러진 것을 바로잡거나 바르게 한다는 뜻이지만

《김정선-동사의 맛》(유유,2015) 26쪽


..



 우리 말도 익혀야지

 (1083) 의심의 여지없이


의심(疑心) : 확실히 알 수 없어서 믿지 못하는 마음

여지없다(餘地-) : 더 어찌할 나위가 없을 만큼 가차 없다. 또는 달리 어찌할 방법이나 가능성이 없다


 의심의 여지없이

→ 바로

→ 그러니까

→ 곧

→ 믿고 자시고 할 것 없이

→ 의심할 나위 없이



  한국말로는 “무엇‘의’ 무엇” 꼴로 말하지 않습니다. 이 글월에서는 ‘-의’가 아니라 ‘-할’을 붙여야 올바릅니다. 적어도 “의심할 여지없이”로 손보아야 합니다. 한 번 더 손보아서 “의심할 나위 없이”나 “의심할 것 없이”처럼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말투가 나타내려는 뜻이나 느낌을 헤아리면 ‘바로’나 ‘그러니까’나 ‘곧’으로 손볼 만합니다. 4348.6.28.해.ㅅㄴㄹ



무엇이 이 문명을 전복시켰던가? 의심의 여지없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야만스러운 전사들의 급습 때문이다

→ 무엇이 이 문명을 뒤집었던가? 바로 오늘날 우리가 아는 모질고 끔찍한 전사들이 갑자기 쳐들어왔기 때문이다

《듀보이스/황혜성 옮김-니그로》(삼천리,2013) 83쪽


※ ‘전복(顚覆)시켰던가’는 ‘뒤집었던가’나 ‘뒤집어엎었던가’로 손보고, “알고 있는”은 “아는”으로 손보며, ‘야만(野蠻)스러운’은 ‘모질고 끔찍한’으로 손봅니다. “전사들의 급습(急襲) 때문이다”는 “전사들이 갑자기 쳐들어왔기 때문이다”로 손질합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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