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미증유의


 미증유의 민족적 수난

→ 여태까지 이 겨레한테 없었던 수난

→ 이제껏 이 겨레한테 없던 괴로움

→ 이제까지 이 겨레가 겪은 적 없는 힘겨움

 역사 이래 미증유의 사건

→ 역사에 처음 있는 사건

→ 이제까지 역사에 없던 사건


  ‘미증유(未曾有)’는 “지금까지 한 번도 있어 본 적이 없음”을 뜻하는 한자말입니다. 이런 뜻을 나타내는 한자말을 쓸 수 있습니다만, “한 번도 없음”이나 “이제껏 없음”이나 “그동안 없음”처럼 쉽게 쓰면 한결 낫다고 느낍니다.


  한자말 ‘未曾有’를 풀면 “없다(未) + 일찍이(曾) + 있다(有)” 꼴입니다. 그런데, 한국말 짜임은 이와 다르지요. 한국말은 “일찍이(曾) 있지(有) 않았다(未)”처럼 씁니다. 한자말 풀이대로 살펴도 “일찍이 없다”처럼 쓰면 되고, “이제까지 없다”나 “여태까지 없다”로 쓸 만합니다.


 미증유의 파문을 일으키다

→ 끔찍한 파문을 일으키다

→ 터무니없는 물결을 일으키다

 육이오 동란이라는 만고 미증유의 대전란

→ 육이오 동란이라는 처음 겪은 큰 전란

→ 육이오 동란이라는 둘도 없는 큰 전란


  이제껏 없는 물결(파문)이라면 ‘끔찍한’ 물결이나 ‘엄청난’ 물결일 수 있습니다. ‘터무니없는’ 물결이나 ‘엉뚱한’ 물결도 될 수 있어요. 한국전쟁 같은 아픈 일은 “처음 겪은” 큰 전란이나 “둘도 없는” 큰 전란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4348.11.5.나무.ㅅㄴㄹ



미증유의 성장을 두고

→ 이제껏 없던 성장을 두고

→ 아직 없었던 성장을 두고

→ 놀라운 발돋움을 두고

→ 눈부신 발돋움을 두고

→ 대단한 발돋움을 두고

《마르타 쿠를랏/조영학 옮김-나쁜 감독, 김기덕 바이오그래피 1996-2009》(가쎄,2009) 14쪽


일본 역사상 미증유의 일이며

→ 일본 역사에서 이제껏 없던 일이며

→ 일본 역사에서 아직 없던 일이며

→ 일본 역사에서 보기 드문 일이며

→ 일본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일이며

《이로카와 다이키치/박진우 옮김-메이지의 문화》(삼천리,2015) 121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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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능하다能


 술수에 능하다 → 꾀바르다 / 꾀가 많다

 임기응변에 능하다 → 임기응변을 잘하다

 처세에 능하다 → 처세를 잘하다 / 처세가 훌륭하다

 화술이 능하다 → 말솜씨가 좋다 / 말을 잘하다

 사람 다루는 것이 능하다 → 사람 다루는 솜씨가 훌륭하다


  ‘능(能)하다’라는 외마디 한자말은 “서투르지 아니하고 익숙하다. 어떤 일 따위에 뛰어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익숙하다’나 ‘뛰어나다’를 한자말로 옮기면 ‘能’을 빌어서 쓰는 셈입니다.


  이를테면 “공부에 능하다”나 “운동에 능하다” 같은 말은 “공부를 잘하다”나 “운동을 잘하다”로 손질합니다. “신변잡기에 능하다”나 “변화에 능하다”는 “신변잡기가 좋다”나 “신변잡기가 훌륭하다”라든지 “잘 변화한다”나 “잘 바뀐다”로 손질할 만합니다. 4348.11.5.나무.ㅅㄴㄹ



시에 능했는데

→ 시를 잘 썼는데

→ 시를 훌륭하게 썼는데

《완서/박희병 옮김-베트남의 기이한 옛이야기》(돌베개,2000) 15쪽


장점을 본받는 데 능해야 한다고

→ 좋은 점을 본받는 데 뛰어나야 한다고

→ 좋은 점을 잘 본받아야 한다고

→ 좋은 대목을 넉넉히 본받아야 한다고

→ 좋은 구석을 아낌없이 본받아야 한다고

《구 원/김태성 옮김-반 처세론》(마티,2005) 15쪽


남 탓으로 돌리는 데 능한 사람

→ 남 탓으로 돌리는 데 재주 있는 사람

→ 남 탓으로 돌리는 데 솜씨 있는 사람

→ 남 탓으로 잘 돌리는 사람

《김규항-나는 왜 불온한가》(사계절,2005) 38쪽


악기 연주에 능했다

→ 악기 연주가 훌륭했다

→ 악기 연주를 잘했다

→ 악기를 잘 연주했다

→ 악기를 잘 다뤘다

→ 악기를 잘 켰다

《정운현-임종국 평전》(시대의창,2006) 69쪽


전투에 능한 사람은 군대에 입대시키고

→ 싸움을 잘하는 사람은 군대에 보내고

→ 싸움 솜씨가 좋은 사람은 군대에 넣고

《강창훈-세 나라는 늘 싸우기만 했을까?》(책과함께어린이,2013) 53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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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훈훈 薰薰


 훈훈한 공기 → 따스한 공기 / 따순 바람

 방 안이 훈훈하다 → 방 안이 따스하다

 훈훈한 늦봄의 생기 → 따스한 늦봄 기운

 훈훈한 미소 → 따뜻한 웃음

 사람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 사람들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훈훈(薰薰)하다’는 “1. 날씨나 온도가 견디기 좋을 만큼 덥다 2. 마음을 부드럽게 녹여 주는 따스함이 있다 3. 냄새가 서려 있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한국말로는 “알맞게 덥다”나 ‘따스하다’로 적으면 될 일입니다. 이야기 흐름을 살펴서 ‘따뜻하다’나 ‘뜨뜻하다’를 쓸 만하고, ‘포근하다’를 쓸 수 있습니다.


 아늑한 냄새가 집에는 언제나 훈훈하게 서려 있었다

→ 아늑한 냄새가 집에는 언제나 곱게 있었다


  ‘훈훈하다’는 “냄새가 서려 있다”를 뜻하기도 한답니다. 한국말사전을 보면 “(냄새가) 훈훈하게 서려 있다” 같은 보기글을 싣습니다. “서려 있다”를 뜻한다는 ‘훈훈하다’를 넣어서 “훈훈하게 서려 있다” 같은 보기글을 싣는데, 아주 엉터리 겹말입니다. “아늑한 냄새가 집에는 언제나 훈훈했다”라 고쳐쓰든지 “아늑한 냄새가 집에는 언제나 있었다”처럼 고쳐쓸 노릇입니다. 4348.11.4.물.ㅅㄴㄹ



내 가슴은 절로 훈훈해진다

→ 내 가슴은 절로 따뜻해진다

→ 내 가슴은 절로 따스해진다

《야마오 산세이/최성현 옮김-여기에 사는 즐거움》(도솔,2002) 109쪽


언뜻 보기엔 사이좋고 훈훈한 풍경이지만

→ 언뜻 보기엔 사이좋고 따스한 모습이지만

→ 언뜻 보기엔 사이좋고 포근한 모습이지만

《츠키코/서현아 옮김-그녀와 카메라와 그녀의 계절 3》(학산문화사,2015) 133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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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결에 물든 미국말

 다크 dark


  초콜릿은 으레 짙고 어두운 빛이기 일쑤인데 그야말로 새까만 초콜릿이 있어요. 이런 초콜릿을 가리켜 ‘다크’ 초콜릿이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초콜릿한테는 ‘까만’ 초콜릿이란 이름을 붙일 만해요. 눈 밑이 거무스름하게 바뀔 적에 영어로 ‘다크서클’이 낀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눈 밑이 까맣다”나 “눈 밑이 거무스름하다”처럼 말하면 됩니다. 따로 한 낱말을 지어 본다면 ‘검티’라든지 ‘깜티’처럼 말할 만해요.


  영어사전에서 ‘dark’를 찾아보면 “1 어두운, 캄캄한 2 거무스름한, (피부·눈·머리칼이) 검은, (색이) 진한 3 (뜻이) 애매한, 모호한 4 비밀의, 숨은, 일반에게 알려지지 않은, 알 수 없는 5 우둔한, 몽매한, 미개의, 오지의, 시골의 6 뱃속 검은, 음흉한, 흉악한 7 광명이 없는, 음울한 8 (얼굴빛 등이) 흐린, 우울한 9 (음성이) 흐린, 탁한 10 방송되지 않은”처럼 풀이합니다. 그러니, 영어가 아닌 한국말을 나누려 할 적에는 ‘어둡다’, ‘까맣다’, ‘검다’, ‘짙다’, ‘흐리다’, ‘숨다’, ‘깊다’ 같은 낱말을 찬찬히 살필 노릇입니다. 4348.11.3.불.ㅅㄴㄹ



강사를 2년쯤 하고 나니 다크허스키에

→ 강사를 두 해쯤 하고 나니 몹시 쉰 목소리에

→ 강사를 두 해쯤 하고 나니 아주 칼칼한 목소리에

→ 강사를 이태쯤 하고 나니 무척 거친 목소리에

→ 강사를 이태쯤 하고 나니 참말 새된 목소리에

→ 강사를 두 해쯤 하고 나니 퍽 텁텁한 목소리에

《윤진영-다시, 칸타빌레》(텍스트,2009) 32쪽


뭔가 엄청나게 다크한 이미지가 느껴지는데

→ 뭔가 엄청나게 어두운 그림이 느껴지는데

→ 뭔가 엄청난 어둠이 느껴지는데

→ 뭔가 엄청나게 어두운데

《모리모토 코즈에코/양여명 옮김-코우다이家 사람들 1》(삼양출판사,2015) 103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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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발발 勃發



 전쟁이 발발하다 → 전쟁이 터지다 / 전쟁이 일어나다

 화재가 발발하다 → 불이 나다 / 불이 일어나다

 대규모 파업이 발발했다 → 큰 파업이 일어나다 / 큰 파업이 나다

 동학란이 발발한 뒤 → 동학운동이 터져나온 뒤 / 동학운동이 일어난 뒤


  ‘발발(勃發)’은 “전쟁이나 큰 사건 따위가 갑자기 일어남”을 뜻한다고 합니다. 한국말로 풀어내자면 ‘일어남’이고, ‘일어나다’나 ‘나다’나 ‘터지다’나 ‘불거지다’나 ‘생기다’나 ‘터져나오다’ 같은 낱말로 적을 만합니다. 불이 났기에 “불이야!” 하고 외치지, “화재 발발!”처럼 외치지 않습니다. 한국말사전을 보면 “동학란이 발발한 뒤” 같은 보기글이 나오는데, ‘동학운동’이나 ‘동학혁명’으로 적어야 올바를 테고, 이러한 운동이나 혁명은 ‘터져나오다’나 ‘일어나다’라는 한국말로 나타내야 할 테지요. 4348.11.1.해.ㅅㄴㄹ



1차 세계대전 발발 후

→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뒤

→ 1차 세계대전이 터진 뒤

《하진희-샨티니케탄》(여름언덕,2004) 35쪽


1950년에 발발한 한국 전쟁으로

→ 1950년에 터진 한국 전쟁으로

→ 1950년에 일어난 한국 전쟁으로

《김영숙-땅에서 찾고 바다에서 건진 우리 역사》(책과함께어린이,2012) 105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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