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화초 花草


 화초가 가득한 뜰 → 꽃나무가 가득한 뜰

 화초가 만발하다 → 꽃나무가 활짝 피다

 화초에 물을 주다 → 꽃나무에 물을 주다


  ‘화초(花草)’는 “1. 꽃이 피는 풀과 나무 또는 꽃이 없더라도 관상용이 되는 모든 식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 ≒꽃나무·화훼(花卉) 2. 실용적이지 못하고 그 물건이 장식품이나 노리개에 지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한국말사전에서 ‘꽃나무’를 찾아보면 “1. 꽃이 피는 나무 2. = 화초”로 나오고, ‘화훼(花卉)’는 “= 화초”로 나옵니다. 이 말풀이를 살피면, 한국말로는 ‘꽃나무’라 하면 됩니다. 때에 따라서는 “꽃과 나무”라 할 수 있고, “꽃과 풀과 나무”라든지 “풀꽃”이라 할 수 있습니다. 4348.12.30.물.ㅅㄴㄹ



화초도 많이 기르고 있고

→ 꽃도 많이 기르고

→ 꽃나무도 많이 기르고

→ 꽃이며 나무며 많이 기르고

→ 꽃이랑 나무를 많이 기르고

《샘이 깊은 물》 153호(1997.7.) 175쪽


희망은 화초가 아니야

→ 희망은 풀꽃이 아니야

→ 꿈은 꽃나무가 아니야

→ 꿈은 꽃이 아니야

《조호진-소년원의 봄》(삼인,2015) 74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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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74] 걸어 봐



  같은 생김새나 말소리라 하더라도 뜻이나 느낌이 아주 다르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입으로 읊는 ‘말’하고 들판을 달리는 ‘말’은 생김새가 같지만 아주 다른 낱말이에요. 낮이 지나고 찾아오는 ‘밤’하고 나무에 맺는 열매인 ‘밤’은 생김새나 말소리가 같아도 아주 다른 낱말이고요. 이리하여 이런 여러 말을 섞어서 말놀이를 할 수 있습니다. “걸어 봐” 하고 읊는 말을 생각해 봐요. “걸어 봐” 하고 누군가 말한다면 무엇이 떠오를까요? 두 다리로 길을 걸어 보라는 뜻이 떠오르나요? 전화를 걸어 보라는 뜻이 떠오르나요? 모자를 옷걸이에 걸어 보라는 뜻이 떠오르나요? 싸움을 걸어 보라는 뜻이 떠오르나요? 다짐을 하려고 손가락을 걸어 보라는 뜻이 떠오르나요? 내기를 걸어 보거나 돈을 걸어 보라는 뜻이 떠오르나요? 문을 꼭 잠그려고 자물쇠를 걸어 보라는 뜻이 떠오르나요? 넘어지도록 다리를 걸어 보라는 뜻이 떠오르나요? 이야기를 걸어 보라는 뜻이 떠오를 만한가요? 밥을 끓이려고 솥을 걸어 보라는 뜻이 떠오를 수 있을까요? 말소리나 생김새는 같아도 뜻이 다른 말을 들려주는 놀이를 하면서 생각을 넓히거나 마음을 키울 수 있습니다. 4348.12.3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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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375 : 일과 사건



모든 걸 바꿔 놓을 만한 사건

→ 모든 걸 바꿔 놓을 만한 일


사건(事件) :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거나 주목을 받을 만한 뜻밖의 일



  ‘사건’이란 무엇일까요? “침몰 사건”이나 “역사 사건”이라고 하는 자리에서는 이 한자말을 쓸 만하지만 “배가 가라앉은 사건”이나 “역사에 남을 사건”이라고 하는 자리에서는 “배가 가라앉은 일”이나 “역사에 남을 일”처럼 쓸 만합니다. “사건이 터지다”나 “사건을 풀다”나 “사건이 생기다”는 “일이 터지다”나 “일을 풀다”나 “일이 생기다”로 손질해서 쓸 만해요. 한국말사전 뜻풀이에서도 알 수 있는데, ‘사건’은 바로 ‘일’을 가리킵니다. 4348.12.29.불.ㅅㄴㄹ



학교에서 엄청난 일이 생겼어요. 모든 걸 바꿔 놓을 만한 사건이었지요

→ 학교에서 엄청난 일이 생겼어요. 모든 걸 바꿔 놓을 만한 일이었지요

《크레이그 팜랜즈/천미나 옮김-뜨개질하는 소년》(책과콩나무,2015) 18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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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73] 한해넘이



  십일월은 ‘동짓달’이라고도 하고, 십이월은 ‘섣달’이라고도 합니다. 한 해를 열두 달로 가를 적에는 ‘달님’을 살펴서 이름을 붙여요. 그러니 십일월이 동짓달이 되고, 십이월이 섣달이 되지요. 새로운 해가 찾아오는 때를 헤아리며 섣달을 맞이하고 설날을 누립니다. 새로운 해를 앞두고 지난 한 해를 곰곰이 돌아보아요. 지난 한 해를 되새기면서 묵은절을 합니다. 즐거웠던 슬펐던, 잘했던 못했던, 모두 말끔히 털고서 씩씩하게 새해로 나아가자는 뜻입니다. 그러고는 새해에 새롭게 절을 해요. 한 해를 그야말로 새롭게 세워서 새로운 숨결로 거듭나자는 뜻입니다. 이렇게 한 해가 넘어가는 때이기에 ‘한해넘이’입니다. 날마다 해가 뜨고 지는 모습은 ‘해넘이’이기에, 한 해가 넘어가는 때는 한해넘이가 돼요. 그러면, 달이 넘어가는 모습을 ‘달넘이’라고 하듯이, 한 달이 넘어가는 때는 ‘한달넘이’라고 할 수 있을 테지요. 하루가 저물고 새로운 하루가 찾아오는 때는 ‘하루넘이’라고 할 만하고요. 나이를 살핀다면 ‘다섯살넘이’나 ‘열살넘이’나 ‘열다섯살넘이’나 ‘스무살넘이’처럼 쓸 수 있어요. 바야흐로 새로운 나이로 접어들면서 새로운 마음이 되겠노라는 뜻으로 이러한 말을 써 봅니다. 4348.12.29.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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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化)' 씻어내며 우리 말 살리기

 호수화


 인공호수화된 지역 → 인공호수가 된 곳 / 사람이 못으로 판 곳

 보로 인한 강의 호수화 → 둑 때문에 강이 호수로 바뀜

 녹조는 호수화 때문에 생긴다 → 녹조는 물이 고이기 때문에 생긴다

 낙동강의 호수화를 부추기고 있다 → 낙동강이 호수처럼 되도록 부추긴다


  ‘호수화(湖水化)’라는 낱말은 한국말사전에 없습니다만, 이 한자말을 쓰는 사람이 차츰 늘어납니다. 예전에도 냇물 흐름을 끊거나 막아서 못으로 바꾸는 일이 있었는데, 2010년대로 접어들면서 나라에서 4대강사업이라고 하는 토목건설을 밀어붙였기 때문입니다. 잘 흐르던 냇물이 흐름이 끊기면서 못물로 바뀌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물이 썩거나 망가지기 때문에 ‘호수화’라는 말을 쓰곤 합니다. “호수가 된다”고 하기에 ‘호수화’이니 “호수가 된다”고 하면 되고, “못으로 바뀐다”고 할 수 있습니다. 4348.12.27.해.ㅅㄴㄹ



강이 호수화되고 있다는 방증일지도 모른다

→ 강이 호수로 바뀐다는 방증일지도 모른다

→ 냇물이 못으로 바뀐다는 소리일지도 모른다

→ 냇물이 못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노인향-자연생태 개념수첩》(자연과생태,2015) 132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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