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부분 部分


 썩은 부분 → 썩은 곳 / 썩은 데 / 썩은 자리

 세 부분으로 나누어 → 세 갈래로 나누어 / 셋으로 나누어

 이 글은 마지막 부분에 → 이 글은 마지막에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다 → 알 수 없는 곳이 많다


  ‘부분(部分)’은 “전체를 이루는 작은 범위. 또는 전체를 몇 개로 나눈 것의 하나”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부분’이라는 한자말을 쓰는 자리를 살피면 한국말 ‘곳’이나 ‘쪽’이나 ‘자리’나 ‘데’나 ‘대목’을 넣어야 어울리는구나 하고 느껴요. “네 부분”이나 “다섯 부분” 같은 글월에서는 “넷”이나 “다섯”처럼 아예 덜어낼 적에 한결 잘 어울리지 싶습니다. 4349.2.6.흙.ㅅㄴㄹ



이 부분만큼은 근사한 것 같다

→ 이곳만큼은 그럴듯한 듯하다

→ 이 자리만큼은 그럴싸한 듯하다

→ 이 대목만큼은 좋은 듯하다

→ 이것만큼은 훌륭한 듯하다

《린다 멀랠리 헌트/강나은 옮김-나무 위의 물고기》(책과콩나무,2015) 163쪽


밑 부분은 좁아지며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있다

→ 밑쪽은 좁아지며 가장자리에 무딘 톱니가 있다

→ 밑은 좁아지며 가장자리에 무딘 톱니가 있다

《김병기-모둠 모둠 산꽃도감》(자연과생태,2013) 49쪽


천의 맨 윗부분을 두 번 접어서

→ 천 맨 위쪽을 두 번 접어서

→ 천에서 맨 위를 두 번 접어서

《크레이그 팜랜즈/천미나 옮김-뜨개질하는 소년》(책과콩나무,2015) 23쪽


하얀 부분은 점점 부풀어 오르지요

→ 하얀 곳은 차츰 부풀어 오르지요

→ 하얀 데는 천천히 부풀어 오르지요

→ 하얀 자리는 자꾸 부풀어 오르지요

《아라이 마키/사과나무 옮김-해바라기》(크레용하우스 펴냄,2015) 25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말이랑 놀자 204] 만들다



  내 이름을 ‘지어(짓다)’요. 내가 바라보는 나무나 풀에는 먼 옛날 누군가 지어 준 이름이 있어요. 새한테도 벌레한테도 누군가 이름을 지어 주지요. 시골에서는 흙을 짓거나 농사를 지어요. 함께 즐겁게 부를 노래를 짓지요. 줄을 지어서 서고, 글이나 책을 지어요. 어른뿐 아니라 어린이도 삶을 짓고 사랑을 지으며 살림을 짓습니다. 집이나 옷이나 밥을 짓고, 웃음이나 눈물을 지어요. 재미난 이야기를 짓고, 약을 지으며, 없는 말을 지어서 장난을 치거나 놀이를 해요. 잘못을 짓기도 하지만, 일이 잘 끝나도록 마무리를 지어요. 우리는 서로 사이좋게 짝을 지어서 놀아요. 그러니까, 밥이나 빵이나 국수나 두부는 ‘만들지(만들다)’ 않습니다. 밥은 짓거나 하거나 끓이지요. 빵은 구워요. 국수는 삶고, 두부는 쑵니다. 요리나 음식을 할 적에도 “요리를 하다”나 “음식을 하다”라 할 뿐 “요리를 만들다”라고 하면 살짝 엉뚱합니다. 그런데 어른들은 ‘짓다·만들다’를 제대로 가려서 쓰지 않고 뒤섞어서 쓰지요. 사람들이 손이랑 마음을 써서 새롭게 이룰 적에는 으레 ‘짓다’라는 말을 씁니다. 갑작스레 나타나거나 공장에서 자동차를 찍듯이 새롭게 이룰 적에 비로소 ‘만들다’라는 말을 써야 알맞아요. 4349.1.28.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재회의


 재회의 시기를 기약하며

→ 다시 만날 날을 손꼽으며

→ 또 만날 그날을 헤아리며

→ 다시 만나기를 다짐하며

→ 또 만나기를 바라며


  ‘재회(再會)’는 “1. 다시 만남. 또는 두 번째로 만남 2. 두 번째의 모임”을 뜻한다고 합니다. 두 가지로 쓰는 셈인데, “다시 만남”이나 “두 번째 만남”으로 손질하면 됩니다. “재회의 목적”이라면 “다시 만나는 뜻”이나 “두 번째 만나는 뜻”으로 손질하고, “재회의 기쁨”이라면 “다시 만나는 기쁨”이나 “두 번째 만나는 기쁨”으로 손질하며, “재회의 소망”이라면 “다시 만나는 꿈”이나 “두 번째 만나는 꿈”으로 손질하지요. “재회의 자리”라면 “다시 만나는 자리”나 “두 번째 만나는 자리”로 손질할 만하니, ‘다시(再) + 만남(會)’을 굳이 한자말로 엮어서 쓰지 않아도 됩니다. 다시 만난다고 할 적에는 ‘다시보기(다시만나기)’처럼 새말을 쓸 만하고, 두 번째 만난다고 할 적에는 ‘새로보기(새로만나기)’처럼 새말을 쓸 수 있습니다. 4349.2.5.쇠.ㅅㄴㄹ



재회의 기쁨을

→ 다시 만나는 기쁨을

→ 오랜만에 만난 기쁨을

→ 한 번 더 만나는 기쁨을

《이응노·박인경·도미야마/이원혜 옮김-이응노―서울·파리·도쿄》(삼성미술문화재단,1994) 7쪽


재회의 기쁨일까요

→ 다시 만난 기쁨일까요

→ 또 만난 기쁨일까요

→ 새로 만나는 기쁨일까요

《빈센트 반 고흐/박홍규 옮김-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편지》(아트북스,2009) 69쪽


재회의 인사

→ 다시 만난 인사

→ 또 만난 인사

→ 새로 만난 인사

《라가와 마리모/서현아 옮김-순백의 소리 12》(학산문화사,2015) 159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적' 없애야 말 된다

 후천적


 후천적 노력 → 나중에 애씀 / 혼자서 애씀

 후천적인 것이다 → 나중에 생긴다 / 크면서 생긴다

 교통사고로 인한 후천적 장애

→ 교통사고를 입어 생긴 장애

→ 교통사고로 생긴 장애

→ 교통사고 때문에 나중에 얻은 장애


  ‘후천적(後天的)’은 “성질, 체질, 질환 따위가 태어난 후에 얻어진”을 뜻한다고 해요. 이와 맞물리는 ‘선천적’은 “태어날 때부터 지닌”을 뜻하지요. 태어날 적부터 있느냐 없느냐를 가르며 두 가지 한자말을 쓰는 셈이에요. ‘선천적’에서 ‘先’이란 ‘먼저’, 곧 ‘처음’을 가리키고, ‘후천적’에서 ‘後’란 ‘뒤 후’, 그러니까 ‘나중’을 가리켜요. 그러니까, ‘처음’하고 ‘나중’이라는 낱말을 써서 손질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 생긴다고 할 적에는 ‘뒤늦게’ 생기거나 ‘나이가 어느 만큼 되어’ 생기거나 ‘요즈음’ 새로 생긴다고 할 수 있습니다. 4349.2.4.나무.ㅅㄴㄹ



후천적으로 실명한

→ 나중에 눈을 잃은

→ 커서 눈을 잃은

→ 나이가 제법 들어 눈을 잃은

《고바야시 데루유키/여영학 옮김-앞은 못 봐도 정의는 본다》(강,2008) 50쪽


낮잠 자기는 후천적 습관이다

→ 낮잠 자기는 나중에 생긴 버릇이다

→ 낮잠 자기는 요즈음 생긴 버릇이다

→ 낮잠 자기는 뒤늦게 생긴 버릇이다 

《류대영-파이어스톤 도서관에서 길을 잃다》(생각비행,2016) 274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부재


 어머니의 부재로 집안은 늘 썰렁했다 → 어머니가 안 계셔서 집안은 늘 썰렁했다

 매력의 부재로 고민하다 → 매력이 없어서 걱정하다

 스타의 부재 → 스타가 없음 / 별이 없음

 객관성의 부재를 지적하다 → 객관성이 없다고 꼬집다


  ‘부재(不在)’는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뜻합니다. “아버지의 부재”라든지 “정책의 부재”처럼 쓰기도 한다는데, “아버지가 안 계심”이나 “아버지가 없음”, “정책이 없음”이나 “정책이 모자람”처럼 손질해 줍니다. 없을 적에는 ‘없다’고  하면 돼요. 모자라면 ‘모자란다’고 하고, 떨어지면 ‘떨어진다’고 하면 됩니다. 4349.2.4.나무.ㅅㄴㄹ



자유의 부재를 노래했다

→ 자유가 있지 않음을 노래했다

→ 자유가 있지 않다고 노래했다

→ 자유가 없다고 노래했다

→ 자유가 없는 이 나라를 노래했다

→ 자유 없는 슬픈 나라를 노래했다

→ 자유 없는 아픔을 노래했다

→ 자유 잃은 슬픔을 노래했다

→ 자유 사라진 허전함을 노래했다

→ 자유가 짓밟힌 괴로움을 노래했다

《김훈-내가 읽은 책과 세상》(푸른숲,1989) 174쪽


확인의 부재는 곧 무기력함으로 이어지는데

→ 확인할 것이 없으면 곧 힘이 빠지는데

→ 알아볼 수 없으면 곧 기운이 빠지는데

→ 알아낼 수 없으니 곧 힘이 없어지는데

《존 버거·장 모르/김현우 옮김-행운아》(눈빛,2004) 81쪽


평화의 부재를 의미한다

→ 평화가 없음을 뜻한다

→ 평화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 평화가 없다는 소리이다

《헬렌 니어링/권도희 옮김-헬렌 니어링의 지혜의 말들》(씨앗을뿌리는사람,2004) 245쪽


엄마의 부재가 더 깊은 상처라는 것을

→ 엄마가 없는 일이 더 깊은 상처라는 것을

→ 엄마가 없으면 더 깊은 생채기라는 것을

→ 엄마가 없을 때 더 깊이 아프다는 것을

《임영신-평화는 나의 여행》(소나무,2006) 24쪽


감옥살이에서 느낀 가장 큰 불편함이 바로 실천의 부재입니다

→ 감옥살이에서 느낀 가장 큰 불편함이 바로 실천이 없다는 것입니다

→ 감옥살이에서 느낀 가장 큰 어려움이 바로 실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 감옥살이에서는 바로 실천할 수 없다는 대목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 감옥에서는 바로 실천할 수 없다는 대목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당신이 축복입니다》(기탄교육) 1호(2007.1.) 14쪽


노거수들의 부재에는 작은 나무들의 부재에는 느낄 수 없는

→ 큰 나무들이 없을 적에는 작은 나무들이 없을 적에는 느낄 수 없는

→ 큰 나무들이 사라지니 작은 나무들이 사라질 적에는 느낄 수 없는

《류대영-파이어스톤 도서관에서 길을 잃다》(생각비행,2016) 92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