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99] 참 잘했어요



  없는 것을 드러내거나 내보일 적에 ‘거짓’이라고 해요.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거나 내보일 적에 ‘참’이라고 해요. “있느냐 없느냐”를 살피거나 “이것이냐 아니냐”를 헤아릴 적에 ‘참·거짓’을 말하지요. 이와 달리, “이쪽이 맞느냐 저쪽이 틀리느냐”를 살필 적에는 ‘옳음·그름’을 말해요. ‘참말’은 “참인 말”이고 ‘진실’한 말인데, 어떤 일을 힘주어 나타낼 적에 “참말 그렇네”라든지 “참말 좋아”처럼 쓰기도 해요. ‘정말·정말로’를 엇비슷하게 쓰기도 하는데, ‘정말’에서 ‘정’은 ‘참’을 가리키는 한자예요. ‘참’에 ‘-답다’를 붙여서 ‘참답다’라 하기도 해요. ‘진·선·미’라는 한자말이 있는데, 여기에서 ‘진’은 ‘참·참다움’을 가리키고, ‘선’은 ‘착함’을 가리키며, ‘미’는 ‘고움·아름다움’을 가리켜요. 그러니까 ‘참다움·착함·고움’이라고 하는 세 가지 마음씨를 갖출 적에 사람답다고 할 만하지요. 가시내뿐 아니라 사내도 이 세 가지 마음씨를 두루 갖출 적에 비로소 의젓하고 믿음직합니다. 어린이가 어떤 일을 잘하면 어른은 “참 잘했어요” 하고 머리를 쓰다듬는데, 어른이 어떤 일을 잘하면 어린이도 어른을 마주보며 “참 잘하셨어요” 하고 빙긋 웃을 수 있어요. 4349.1.25.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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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98] 눈 ㄷ



  가을로 접어들면서 풀은 시들고 잎은 마르면서 져요. 나뭇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가랑잎이 되어 떨어지는 잎이 있고, 아직 마르지 않았지만 먼저 나뭇가지에서 떨어진 뒤 땅바닥에서 차츰 시드는 잎이 있어요. 이렇게 나뭇잎이 지면 나무는 앙상해서 마치 죽은 듯이 보일 수 있어요. 그러면 잎이 모두 진 나무 곁으로 다가서서 찬찬히 들여다보셔요. 겨울을 앞둘 무렵부터 돋는 싹을 새롭게 볼 수 있어요. 긴 겨울 내내 찬바람을 먹으면서 씩씩하게 꿈을 키우려는 눈이 있어요. 이 눈을 가리켜 ‘겨울눈’이라 해요. 새봄에 새롭게 깨어나려고 하는 눈이니 ‘새눈’이나 ‘봄맞이눈’이라 할 수도 있고, 나무마다 맺는 ‘나무눈’이라 할 텐데, 꽃이 되려는 ‘꽃눈’이 있고, 잎이 되려는 ‘잎눈’이 있어요. 꽃이 먼저 피는 매화나무에는 꽃눈이 먼저 나고, 잎이 먼저 돋는 모과나무에는 잎눈이 먼저 나요. 둘이 넘는 싹이 함께 돋는다면 ‘겹눈’이고, 한 싹만 돋는다면 ‘홑눈’이에요. 이러한 눈은 씨앗에서도 볼 수 있답니다. 우리가 늘 먹는 밥을 가만히 살펴봐요. 노란 ‘씨눈’이 있나요? 노란 씨눈은 바로 새롭게 태어날 바탕이 될 숨결이랍니다. 우리가 마음에 담는 생각은 바로 씨눈하고 같아요. 씨눈 같은 생각을 키우면서 하루를 새롭게 열어 삶을 가꾸지요. 4349.1.24.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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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의미


 단어의 사전적 의미 → 사전에 풀이된 말뜻 / 사전에 나온 말뜻

 문장의 의미 → 글뜻 / 글월에 담긴 뜻

 삶의 의미 → 살아가는 뜻 / 사는 뜻 / 삶에 깃든 뜻


  ‘의미(意味)’는 “1. 말이나 글의 뜻 2. 행위나 현상이 지닌 뜻 3. 사물이나 현상의 가치”를 뜻합니다. 한마디로 하자면 ‘말뜻·글뜻·뜻’으로 쓰면 됩니다. ‘뜻’을 ‘뜻’이라 하더라도 “-의 뜻”처럼 일본 말투를 쓸 분이 있을는지 모르는데, 먼저 낱말부터 곱게 추스르면서 말투를 가다듬을 수 있기를 빕니다. 4349.1.30.흙.ㅅㄴㄹ



앨범의 의미는 무엇일까

→ 앨범은 무엇을 뜻할까

→ 사진첩이란 무엇일까

→ 사진첩은 무엇을 말할까

《한정식-사진, 시간의 아름다운 풍경》(열화당,1999) 30쪽


단어의 의미라면 사전에 쓰여 있다

→ 낱말뜻이라면 사전에 쓰였다

→ 낱말풀이라면 사전에 있다

→ 말뜻이라면 사전에 있다

→ 말풀이라면 사전에 있다

→ 낱말은 사전에 다 풀이되었다

→ 낱말뜻은 사전에 다 나온다

→ 말뜻은 사전을 찾으면 알 수 있다

→ 말풀이는 사전을 뒤지면 된다

《쓰지 유미/송태욱 옮김-번역과 번역가들》(열린책들,2005) 122쪽


고향의 의미를 알고 그것을 내 삶의 자양분으로 삼으면

→ 고향이 무엇인가를 알고 이를 내 삶에 밑거름으로 삼으면

→ 고향이 어떤 곳인가를 알고 이를 내 삶에 거름으로 삼으면

《장성익-있다! 없다!》(분홍고래,2015) 131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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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상상의

 상상의 세계 → 꿈 같은 세계 / 꿈누리 / 꿈에 그린 세계
 상상의 나라 → 꿈 같은 나라 / 꿈나라 / 꿈에 그린 나라
 상상의 섬 → 꿈 같은 섬 / 꿈섬 / 꿈에 그린 섬
 상상의 도시 → 꿈 같은 도시 / 꿈도시 / 꿈에 그린 도시
 상상의 힘 → 생각하는 힘 / 생각힘 / 꿈꾸는 힘

  ‘상상(想像)’은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현상이나 사물에 대하여 마음속으로 그려 봄”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마음으로 그리기”가 ‘상상’인 셈이고, 이러한 뜻은 예부터 ‘꿈’이라는 낱말로 가리켰어요. 이야기를 펼치는 흐름을 살펴서 ‘꿈꾸기’라든지 “꿈에 그리기”라든지 “꿈으로 그리기”라든지 ‘생각’이라든지 “생각으로 지은”으로 손질해서 쓸 만합니다. 4349.1.30.흙.ㅅㄴㄹ


상상의 동물일 뿐
→ 꾸며낸 짐승일 뿐
→ 생각으로 지은 짐승일 뿐
→ 생각으로 만든 짐승일 뿐
→ 꿈속에서 만날 수 있는 짐승일 뿐
→ 꿈에서나 보는 짐승일 뿐
→ 꿈속 짐승일 뿐
《윤정모-황새울 편지》(푸른숲,1990) 33쪽

상상의 나래를 펼쳐 나갔다
→ 생각에 날개를 달아 펼쳐 나갔다
→ 생각 날개를 펼쳐 나갔다
→ 생각은 날개를 달고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 생각을 꾸준하게 이어 나갔다
《하이데마리 슈베르머/장혜경 옮김-소유와의 이별》(여성신문사,2002) 15쪽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것이다
→ 생각 나래를 펼쳤던 것이다
→ 생각 날개를 펼쳤다
→ 꿈날개를 펼친 셈이다
→ 꿈나래를 펼쳤다
→ 꿈을 한껏 펼쳤다
《서경식-소년의 눈물》(돌베개,2004) 16쪽

한번 상상의 날개를 펼쳐 보세요
→ 한번 생각 날개를 펼쳐 보세요
→ 한번 생각을 활짝 펼쳐 보세요
→ 한번 생각을 마음껏 펼쳐 보세요
《장성익-있다! 없다!》(분홍고래,2015) 43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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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바라지

  뒤에서 도와주는 사람은 ‘뒷바라지’를 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앞장서서 도와주는 사람이 있으면? 이때에는 ‘앞바라지’라 하면 돼요.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은? 이때에는 ‘옆바라지’가 될 테고, ‘곁바라지’도 있을 테지요. 서로 즐겁게 돕는 모습을 살피면서 기쁘게 새로운 말로 나타낼 만해요. 도서관에서 일하는 분들은 ‘책바라지’를 해 준다고 할 만하고, 할머니랑 할아버지가 우리 집에 찾아와서 이모저모 도와주시면 ‘살림바라지’를 해 주신다고 할 만해요. 우리가 노래를 부를 적에 옆이나 뒤에서 소리를 받쳐 주면 ‘노래바라지’를 하는 셈이고, 우리가 느긋하면서 신나게 놀도록 어머니랑 아버지는 ‘놀이바라지’를 하지요. 그리고, 새로운 이야기를 재미나게 배우도록 ‘배움바라지’를 하셔요. 꿈을 푸르고 싱그럽게 키우라면서 ‘꿈바라지’도 하시지요. 나는 동무나 이웃한테 어떤 바라지를 할 만할까요? 우리는 앞으로 동무나 이웃이나 어버이한테 어떤 바라지를 하는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림을 지을 만할까요?

+

땡볕

  여름은 더운 철이에요. 그런데 더워도 너무 더운 날이 있어요. 바람 한 점 불지 않고 구름 한 조각 없는 날에는 그야말로 무더워요. 이 무더위에도 ‘땡볕’을 고스란히 받으면서 바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도시에서도 시골에서도 ‘뙤약볕’을 온몸으로 받으면서 땀흘리는 이웃들이 있기에, 우리는 저마다 기쁘며 즐거운 살림살이를 꾸릴 수 있습니다. 겨울은 추운 철이에요. 그렇지만 추워도 너무 추운 날이 있어요. 바람이 씽씽 불고 햇볕은 조금도 들지 않는 날에는 더할 나위 없이 추워요. 춥디추운 날에는 칼바람이 불면서 더 춥지요. 바람이 불지 않고 눈도 오지 않지만 몹시 매서운 추위가 있으면 이를 ‘강추위’라고 해요. ‘강서리’나 ‘강기침’을 일컬을 적에 쓰는 ‘강-’을 붙인 “마른 날씨에 찾아오는 매서운 추위”가 강추위예요. 더운 날에는 더위가 수그러들기를 바라면서 바람아 불어 주렴 하고 노래해요. 추운 날에는 추위가 가라앉기를 바라면서 바람아 잠들어 주렴 하고 노래하지요. 더운 날에는 구름아 찾아와 주렴 하고 빌면서 소나기라도 한 줄기 쏟아지기를 바라요. 추운 날에는 구름이 걷히고 햇볕이 쨍쨍 내리쬐기를 바라요. 여름에는 땡볕이 고단하고, 겨울에는 포근한 햇볕이 고마워요.

+

쉼날

  숨을 고르게 쉬면서 몸을 느긋하게 쉽니다. 시외버스를 타고 먼 길을 가야 할 적에는 고속도로 곳곳에 있는 쉼터 가운데 한두 곳에 멈추어 얼마쯤 쉬어요. 길을 걷다가 다리가 좀 아프거나 힘들면 어디 앉을 만한 데를 찾아서 쉬지요. “쉬는 곳”이기에 ‘쉼터’라 하는데, 걸상 하나만 있어도 쉼터가 되고, 놀이기구를 갖춘 쉼터가 있으며, 가볍게 배를 채울 만한 먹을거리를 파는 가게가 있는 쉼터가 있어요. 학교에서 공부를 할 적에 사이사이 쉬는 때를 마련해 줍니다. 내내 공부만 하면 힘들거나 지치거든요. 10분을 쉴 수 있고, 15분이나 20분을 쉴 수 있어요. 이렇게 “쉬는 때”는 어떤 이름으로 가리키면 잘 어울릴까요? 쉬는 때이니까 ‘쉼때’라 하면 될까요? 학교를 다니는 어린이와 푸름이도 한 주 가운데 학교를 쉬는 날이 있고, 일터를 다니는 어른도 한 주 가운데 일터를 쉬는 날이 있어요. 쉬는 곳이 ‘쉼터’이듯이, “쉬는 날”이라면 ‘쉼날’이라 하면 잘 어울릴까요? 잠을 자는 ‘잠자리’이듯이, 쉬는 곳은 ‘쉼자리’도 되고 ‘쉴자리’도 되어요. 넉넉하게 쉬고 홀가분하게 쉬면서 새롭게 기운을 차립니다.

+

맛있는 밥상

  오늘은 무슨 밥을 먹을까요? 오늘도 어제와 똑같은 밥을 먹나요? 오늘도 어제와 똑같은 밥을 먹기에 맛있는 밥일 수 있고, 때로는 맛없는 밥일 수 있어요. “맛있는 밥상”을 날마다 받을 수 있으면 늘 맛있게 한 끼니를 누리며 기뻐요. “맛없는 밥상”을 날마다 받아야 한다면 그야말로 고달플 테지요. 우리는 저마다 다 다른 맛을 좋아하기에, 나한테 맛있는 밥이 너한테 맛없는 밥일 수 있어요. 나한테는 그 밥집에서 차려서 주는 밥이 맛있어서 그 밥집을 ‘맛집’으로 삼는데, 너한테는 그 밥집은 영 맛없다고 느껴서 ‘맛집(맛있는 집)’이 아니라 ‘맛없집(맛없는 집)’으로 삼을 수 있어요. 우리는 아침저녁으로 받는 밥상을 “맛있는 밥”으로 여길 수 있습니다. “고마운 밥”이나 “즐거운 밥”으로 여기면서 이런 이름을 붙일 수 있어요. 오늘 먹는 밥에는 ‘오늘밥’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반갑고 기쁘게 한 끼니를 즐길 수 있습니다. “밥 한 그릇”이 수수하면서 아름답습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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