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1084) 지니다 6


 뜻을 지니지만

→ 뜻이지만

→ 뜻을 나타내지만

→ 뜻을 가리키지만



  낱말은 뜻을 ‘지니’지 않습니다. 사람이 입으로 읊는 말이나 손으로 쓰는 글은 ‘뜻을 지니’지 않습니다. 말은 그저 말이고, 글은 그예 글입니다. 말이나 글은 ‘물건을 소유’하지 않습니다.


  낱말은 뜻을 ‘나타내’거나 ‘가리킵’니다. 이 낱말은 이러한 뜻이라 하고, 저 낱말은 저러한 뜻이라 합니다. 뜻이 있어서 ‘뜻있는’ 말이 있고, 뜻이 깊어서 ‘뜻깊은’ 말이 있습니다. 한국말사전에는 ‘뜻없다’라는 낱말은 안 오르지만, 뜻이 없다고 한다면 ‘뜻없는’ 말이 있다고 하겠지요. 4348.6.28.해.ㅅㄴㄹ



흐트러진 것을 바로잡거나 바르게 한다는 뜻을 지니지만

→ 흐트러진 것을 바로잡거나 바르게 한다는 뜻이지만

《김정선-동사의 맛》(유유,2015) 26쪽


..



 우리 말도 익혀야지

 (1083) 의심의 여지없이


의심(疑心) : 확실히 알 수 없어서 믿지 못하는 마음

여지없다(餘地-) : 더 어찌할 나위가 없을 만큼 가차 없다. 또는 달리 어찌할 방법이나 가능성이 없다


 의심의 여지없이

→ 바로

→ 그러니까

→ 곧

→ 믿고 자시고 할 것 없이

→ 의심할 나위 없이



  한국말로는 “무엇‘의’ 무엇” 꼴로 말하지 않습니다. 이 글월에서는 ‘-의’가 아니라 ‘-할’을 붙여야 올바릅니다. 적어도 “의심할 여지없이”로 손보아야 합니다. 한 번 더 손보아서 “의심할 나위 없이”나 “의심할 것 없이”처럼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말투가 나타내려는 뜻이나 느낌을 헤아리면 ‘바로’나 ‘그러니까’나 ‘곧’으로 손볼 만합니다. 4348.6.28.해.ㅅㄴㄹ



무엇이 이 문명을 전복시켰던가? 의심의 여지없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야만스러운 전사들의 급습 때문이다

→ 무엇이 이 문명을 뒤집었던가? 바로 오늘날 우리가 아는 모질고 끔찍한 전사들이 갑자기 쳐들어왔기 때문이다

《듀보이스/황혜성 옮김-니그로》(삼천리,2013) 83쪽


※ ‘전복(顚覆)시켰던가’는 ‘뒤집었던가’나 ‘뒤집어엎었던가’로 손보고, “알고 있는”은 “아는”으로 손보며, ‘야만(野蠻)스러운’은 ‘모질고 끔찍한’으로 손봅니다. “전사들의 급습(急襲) 때문이다”는 “전사들이 갑자기 쳐들어왔기 때문이다”로 손질합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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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73) -의 : 희번덕거리다의 뜻풀이는


 ‘희번덕거리다’의 뜻풀이는 이렇다

→ ‘희번덕거리다’는 뜻풀이가 이렇다

→ ‘희번덕거리다’는 이렇게 뜻을 풀이한다

→ ‘희번덕거리다’는 이러한 뜻이다



  한국말은 토씨랑 씨끝을 어떻게 붙이느냐에 따라 말뜻하고 말맛하고 말결이 모두 달라집니다. 그러니 말 한 마디를 하더라도 토씨랑 씨끝을 잘 살피고 가누어야 합니다. 이 글월에서는 ‘-의’이 아닌 ‘-는’을 붙여야 합니다. “무엇‘의’ 뜻풀이‘는’” 같은 얼거리가 아니라 “무엇‘은’ 뜻풀이‘가’” 같은 얼거리가 되어야 올바릅니다. 4348.6.28.해.ㅅㄴㄹ



그런가 하면 ‘희번덕거리다’의 뜻풀이는 이렇다

→ 그런가 하면 ‘희번덕거리다’는 뜻풀이가 이렇다

《김정선-동사의 맛》(유유,2015) 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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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74) 하나의 14


 그 자체로 각각 하나의 동사이지만

→ 그대로 따로따로 동사이지만

→ 저마다 따로 동사이지만

→ 저마다 따로 쓰는 동사이지만



  이 글월을 가만히 보면, “그 자체로 각각 동사이지만”처럼 적기만 해도 됩니다. ‘하나의’를 넣어서 “하나의 동사”처럼 써야 하지 않습니다. 한국말에서는 ‘하나의’를 넣을 자리가 없습니다. 아니, 이런 말투를 굳이 넣어야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글월에서 ‘하나의’를 덜어내더라도 “그 자체로 각각의 동사이지만”처럼 쓸 분이 있을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각각의 동사이지만”이 아니라 “각각 동사이지만”으로 적어야 한국말입니다. 4348.6.28.해.ㅅㄴㄹ



‘나다’와 ‘내다’는 그 자체로 각각 하나의 동사이지만

→ ‘나다’와 ‘내다’는 그대로 따로따로 동사이지만

《김정선-동사의 맛》(유유,2015) 72쪽


※ “그 자체(自體)로”는 “그대로”나 “저마다”나 “그 모습대로”로 손보고, ‘각각(各各)’은 ‘저마다’로 손봅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75) -의 : 옷의 가장 값진 것


 편안한 옷의 가장 값진 것으로 여기게끔

→ 가벼운 옷이 가장 값지다고 여기게끔

→ 홀가분한 옷이 가장 값지다고 여기게끔



  이 글월은 “나의 살던 고향은”하고 비슷한 얼거리입니다. 임자자리토씨(주격조사)를 넣어야 하는 자리인데 ‘-의’를 잘못 넣었습니다. 입으로 말할 적에도 이처럼 잘못 쓸는지 모르는데, 글을 쓰는 분이 으레 이렇게 토씨를 잘못 넣기 일쑤입니다. 4348.6.28.해.ㅅㄴㄹ



선생님은 에밀에게 입힐 옷의 선택이나 그 선택의 동기가 그의 교육에 미칠 크나큰 영향을 고려하여 에밀로 하여금 수수하고 편안한 옷의 가장 값진 것으로 여기게끔 지도하셨습니다

→ 선생님은 에밀한테 입힐 옷을 고르는 손길이나 마음이 아이한테 스며들 모습을 헤아려서 에밀로 하여금 수수하고 홀가분한 옷이 가장 값지다고 여기게끔 이끄셨습니다

《성내운-인간 회복의 교육》(살림터,2015) 80쪽


※ “입힐 옷의 선택(選擇)이나 그 선택의 동기(動機)가”는 “입힐 옷을 고르는 손길이나 마음이”나 “입힐 옷을 고르는 몸짓이나 생각이”로 손보고, “그의 교육에 미칠 크나큰 영향(影響)을 고려(考慮)하여”는 “아이를 가르칠 때에 어떻게 미치는가를 살펴서”나 “아이를 가르칠 적에 어떻게 스며드는가를 헤아려서”로 손봅니다. ‘편안(便安)한’은 ‘가벼운’이나 ‘홀가분한’으로 손질하고, ‘지도(指導)하셨습니다’는 ‘이끄셨습니다’로 손질합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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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59) -의 : 잠의 견고한 뿌리


 잠의 견고한 뿌리 끌고

→ 잠이 단단한 뿌리 끌고

→ 잠은 단단한 뿌리 끌고



  시를 쓰면서 “밤의 문패”나 “잠의 뿌리” 같은 말마디를 쓰는구나 싶습니다. 이와 비슷한 얼거리로 “봄의 문패”나 “하늘의 뿌리” 같은 말마디를 쓸 수도 있겠구나 싶습니다. 그러나, “밤 문패”나 “잠 뿌리”처럼, 또 “봄 문패”나 “하늘 뿌리”처럼 ‘-의’를 덜면 됩니다. 이 글월에서는 “밤이 문패처럼”으로 실마리를 열고, “잠은 단단한 뿌리 끌고”처럼 토씨를 바꾸어 줄 수 있습니다. 4348.6.28.해.ㅅㄴㄹ



밤의 문패처럼 걸려 있는 / 잠의 견고한 뿌리 끌고 / 숲 속에 들어선다

→ 밤이 문패처럼 걸린 / 잠은 단단한 뿌리 끌고 / 숲으로 들어선다

《고선주-꽃과 악수하는 법》(삶이보이는창,2008) 92쪽


※ “걸려 있는”은 “걸린”으로 손보고, ‘견고(堅固)한’은 ‘단단한’이나 ‘굳은’으로 손봅니다. “숲 속에”는 그대로 두어도 되고, “숲으로”로 적어도 됩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71) -의 : 여러 사람의 손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야

→ 여러 사람 손을 거쳐야

→ 여러 손을 거쳐야

→ 여러 사람을 거쳐야



  이 글월을 보면 “한 권의 책”이라고 글머리를 엽니다. 이 말투는 번역 말투입니다. “책 한 권”으로 바로잡아야 한국 말투가 됩니다. 사람들 손을 거친다고 할 적에는 “어머니 손을 거치”고 “아버지 손을 거치”며 “누나 손을 거친”다고 말합니다. 4348.6.28.해.ㅅㄴㄹ



한 권의 책을 만들기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는 데다

→ 책 한 권을 만들기란 여러 사람 손을 거쳐야 하는 데다

《김정선-동사의 맛》(유유,2015) 46쪽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72) -의 : 손질의 의미를 띤다


 손질의 의미를 띤다면

→ 손질을 뜻한다면

→ 손질을 나타낸다면

→ 손질을 가리킨다면



  한국말로는 “말뜻”이라고 해야 올바릅니다. “말의 뜻”처럼 적으면 한국말이 아닌 ‘껍데기만 한글’이 되고, 이는 일본 말투 “言語の意味”를 고스란히 옮긴 셈입니다. “말의 뜻”이나 “언어의 의미”는 모두 한국말이 아니라 일본 말투입니다.


  말뜻을 이야기할 적에는 ‘이 낱말은 이러한 뜻이다’처럼 밝혀야 올바릅니다. ‘이 낱말은 (무엇의 의미)를 띤다’나 ‘이 낱말은 (무엇의 뜻)을 띤다’처럼 밝히면 일본 말투하고 번역 말투가 섞인 뒤죽박죽 말투가 됩니다. 4348.6.28.해.ㅅㄴㄹ



‘매만지다’가 손질의 의미를 띤다면 ‘어루만지다’는 위로의 의미를 띤다는 차이가 있다

→ ‘매만지다’가 손질을 뜻한다면 ‘어루만지다’는 위로를 뜻하며 서로 다르다

《김정선-동사의 맛》(유유,2015) 46쪽


※ ‘의미(意味)’는 ‘뜻’으로 손질하고, “차이(差異)가 있다”는 “서로 다르다”나 “다르다”로 손질합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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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1078) 너무너무


그건 잘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너무너무 귀여워 … 아키코의 마음속에 늘 오빠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아키코가 너무너무 사랑스러웠어

《하이타니 겐지로/햇살과나무꾼 옮김-소녀의 마음》(양철북,2004) 155, 156쪽


 너무너무 귀여워

→ 아주아주 귀여워

→ 더없이 귀여워

→ 이를 데 없이 귀여워



  2015년 6월 22일에 국립국어원에서는 ‘너무(너무나·너무너무)’를 “너무 예쁘다”로도 쓸 수 있다고 밝힙니다. 이날이 되기까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너무’를 “일정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로 풀이했습니다. 2015년 6월 22일부터 정부에서 내놓는 한국말사전에서는 “일정한 정도나 한계를 훨씬 넘어선 상태로”로 뜻풀이를 고쳤습니다.


  다른 한국말사전을 살펴봅니다. 1940년에 나온 《문세영사전》에서는 ‘너무’를 “과도하게. 심하게. 분수 밖에. 정도를 지나서.”로 풀이하고, 1947년에 나온 《조선말 큰사전》(1957년에 6권을 마무리하면서 ‘큰사전’으로 이름을 고쳤고, ‘ㄴ’ 항목은 1947년에 둘째 권으로 나왔다)에서는 ‘너무’를 “한계나 정도에 지나게. 분량에 넘게.”로 풀이합니다.


  북녘에서 1992년에 나온 《조선말 대사전》에서 ‘너무’를 살피면 “일정한 정도나 기준보다 지나치게”로 풀이하는데, “너무 반가와”나 “너무너무 좋아서” 같은 보기글을 붙입니다. 북녘에서는 일찌감치 ‘너무’를 부정문뿐 아니라 긍정문에서도 썼구나 싶습니다.


  그런데, ‘너무’라는 낱말은 ‘너무하다’라는 말마디를 헤아릴 적에 뜻이나 느낌을 또렷하게 짚을 수 있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너무하다’를 어떻게 쓰는가 하고 여섯 가지 보기글을 붙입니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야박했다

 해도 못 넘기고 신랑을 빼앗기다니 정말 너무하는 노릇이었다

 너무하건 말건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네

 이렇게 무시하다니 너무하군

 우리는 정말 세상일이 너무하다 싶었다

 그는 묘목 한 그루에 만 원은 너무하지 않으냐고 사정사정했다


  국립국어원에서 ‘너무’라는 낱말을 부정문이 아닌 긍정문에서도 쓸 수 있도록 쓰임새를 바꾸겠다고 한다면, ‘너무’를 동사와 형용사로도 쓰도록 ‘-하다’를 붙인 꼴인 ‘너무하다’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국립국어원 잣대를 따른다면, 앞으로는 이 낱말도 부정문뿐 아니라 긍정문에도 쓸 수 있게끔 새롭게 다루어야 합니다.


 * 해도 해도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고마웠다

 * 나를 좋아해 주다니 정말 너무하는 노릇이었다

 * 너무하건 말건 너를 사랑한다니까

 * 이렇게 반기다니 너무하군

 * 잔치상을 차려 주셔서 너무하다 싶었다

 * 세뱃돈으로 백만 원을 주시니 너무하지 않으냐고 여쭈었다


  국립국어원에 실린 보기글 여섯 가지를 바탕으로 ‘너무하다’를 긍정문에도 쓸 수 있게끔 해 보았는데, 이렇게 글을 쓰거나 말을 하면 어떠할까요? 말이 된다고 느낄 만할까요?


  국립국어원에서는 ‘너무’만 긍정문에도 쓸 수 있다고 밝힐 뿐, ‘너무하다’까지 긍정문에도 쓸 수 있다고 밝히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너무’라는 낱말을 쓸 적에 ‘너무하다’를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너무하다’하고 ‘너무’라는 낱말은 서로 같은 뜻과 느낌으로 묶기 때문입니다.


  ‘너무’를 어느 자리에 써야 하는가를 잘 모르겠구나 싶으면 ‘너무하다’를 생각해 보면 됩니다. 한국말에서 ‘너무하다’는 아무 자리에나 넣지 못합니다. “너 참 너무하게 예쁘네?” 하고 말할 수 있을까요? 없습니다. 이렇게 말한다면 사람을 놀리거나 비아냥거린다고 여길 테지요. “네 선물 너무하게 고마워.” 하고 말하면 어떤 느낌일까요? 선물을 못마땅하게 여긴다고 볼 테지요.


  오늘날 사람들이 ‘너무’를 잘못 쓰는 줄 모르는 채 “너무 예뻐”나 “너무 좋아”나 “너무 사랑해”처럼 쓴다고 하더라도 “너무하도록 예뻐”나 “너무하도록 좋아”나 “너무하도록 사랑해”처럼 쓰지는 않습니다. 국립국어원은 바로 이 대목을 제대로 짚어서, 사람들이 ‘너무’하고 ‘너무하다’를 함께 살펴서 올바로 쓰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너무너무 사랑스러웠어

→ 매우매우 사랑스러웠어

→ 그지없이 사랑스러웠어

→ 누구보다 사랑스러웠어


  그동안 국립국어원에서는 ‘너무’를 사람들이 올바로 쓰도록 제대로 이끄는 노릇을 못 하지 않았느냐 싶습니다. 무엇보다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아무 도움말이 없습니다. ‘너무’를 어떻게 쓰는가 하고 살피려고 《표준국어대사전》을 들추면, 이 낱말을 올바로 쓰도록 이끄는 이야기가 한 줄도 없습니다. 요즈음은 인터넷으로 살펴보면 한국말을 잘 아는 분들이 ‘너무·너무하다’를 올바로 쓰도록 알려주는 글을 손쉽게 찾을 수 있는데, 막상 국립국어원이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은 한국말을 올바로 쓰도록 돕는 구실을 못 하거나 안 했습니다.


  금성출판사에서 2003년에 펴낸 《뉴에이스 국어사전》을 보면 ‘너무’ 항목에서 네모칸을 치고는 “‘너무’는 부정적인 어감이 들어 있는 말임” 하고 밝힙니다. 사람들이 ‘너무’를 ‘널리 잘못 쓴다’면 한국말사전은 이처럼 쓰임새를 더 밝혀서 사람들을 이끌 수 있어야 합니다.


  ‘너무’를 긍정문에까지 쓰면, ‘몹시·매우·아주·무척’ 같은 한국말을 비롯해서 ‘퍽·꽤·제법·대단히·참·참으로·참말로’나 ‘가없이·그지없이·더없이’ 같은 말마디를 때와 곳과 흐름에 따라 알맞게 쓰는 길이 막힐 수 있습니다. ‘너무·너무나·너무너무’ 같은 낱말은 부정문에만 쓰면서 뜻과 느낌을 밝히고, ‘몹시’부터 ‘더없이’까지는 긍정문하고 부정문에 함께 쓰면서 뜻과 느낌을 밝혔습니다. ‘너무·너무나·너무너무’만 일부러 부정문에 쓰는 까닭을 밝혀서 사람들한테 알릴 수 있을 때에, 비로소 국립국어원은 한국말을 살리고 살찌우는 구실을 제대로 한다고 말할 만하리라 봅니다.


 지나치다 : 일정한 한도를 넘어 정도가 심하다

 지나친 농담

 신중함이 지나치다

 그는 돈에 대한 욕심이 지나쳤다

 신병 녀석은 지나치게 눈치가 빠르고


  한국말사전 뜻풀이를 잘 살피면, ‘너무’는 ‘지나치다’하고 뜻이 한동아리인 줄 짚을 수 있습니다. “너무하네!”처럼 말할 적에는 “지나치네!”하고 뜻이나 느낌이 이어집니다. 그래서, ‘지나치다’를 쓰는 자리는 ‘너무하다’를 쓸 수 있습니다.


  농담이 ‘지나치다’고 하듯이, 농담이 ‘너무하다’고 할 적에 어떤 느낌인지를 헤아려야 합니다. “돈에 대한 욕심이 지나쳤다”와 “돈에 대한 욕심이 너무했다” 같은 말마디가 어떤 느낌인지를 살펴야 합니다. ‘너무’라는 낱말은 ‘너무하다·지나치다’하고 뜻이랑 느낌이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이런 낱말을 갑작스레 바꾸어서 쓰자고 한다면 한국말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고, 한국사람은 한국말을 제대로 배워서 제대로 쓰는 길이 아니라, 엉뚱하게 길들어서 엉뚱하게 나아가는 길로 가고 말리라 느낍니다.


 너무 예쁘다 → 예쁘다고 여기지 않으나 비아냥거리거나 놀리려는 뜻

 매우 예쁘다 → 예쁜 모습이 더욱 예쁘다는 뜻


  “너무 예쁘다”처럼 쓸 수도 있습니다. “너무 예쁘다”는 예쁘다고 여기지 않으나 비아냥거리거나 놀리려는 뜻으로 ‘너무·너무나·너무너무’를 넣어서 씁니다. 비아냥거리거나 놀리려는 뜻으로 ‘너무’를 쓸 뿐, 긍정문에 함부로 쓰지 않습니다. 한국사람이 먼 옛날부터 ‘너무·너무나·너무너무’를 긍정문에 쓰지 않은 까닭은 이 낱말을 부정문에 쓰면서 ‘우리가 나눌 이야기가 남달리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라도 국립국어원은 ‘너무’를 긍정문에도 쓸 수 있다는 ‘표준국어대사전 수정 사항’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아무래도 ‘너무’는 아무 자리에나 쓸 수 없는 낱말이라고 새삼스레 깨달았다고 국립국어원 스스로 밝혀서, 사람들이 이제라도 ‘너무’를 제대로 쓰고 올바로 살펴서 아름답게 쓸 수 있도록 돕는 ‘말동무’ 구실을 할 수 있기를 빕니다. 4348.6.27.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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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94) 장려


외국에서는 지금 쌀 먹기를 장려하는 ‘쌀 축제’를 벌이는 중이다

《정혜경-밥의 인문학》(따비,2015) 21쪽


장려(壯麗) : 웅장하고 화려함

장려(長) : [건설] 도리 밑에서 도리를 받치고 있는 길고 모진 나무

장려(奬勵) : 좋은 일에 힘쓰도록 북돋아 줌

   - 적극 장려되고 있는 건축 양식 / 저축을 장려하다 / 학문을 장려하다

장려(瘴癘) : [한의학] 기후가 덥고 습한 지방에서 생기는 유행성 열병이나 학질


 쌀 먹기를 장려하는

→ 쌀 먹기를 북돋우는

→ 쌀을 먹으라고 하는

→ 쌀을 먹도록 이끌려는

→ 쌀을 널리 알리려는

 …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네 가지 ‘장려’가 나오지만, 이 가운데 세 가지 장려는 쓸 일이 없다고 할 만합니다. 네 가지 가운데 제법 쓴다고 할 만한 ‘奬勵’라는 한자말은 ‘북돋아 줌’을 뜻합니다. 그러니, 한국말은 ‘북돋다’요, 이를 한자말로 옮기면 ‘장려하다’인 셈입니다.


  쌀을 먹도록 북돋운다고 하면, 쌀을 먹도록 이끈다는 뜻이요, 쌀을 널리 알린다는 얘기입니다. 쌀을 먹으라고 하는 일이며, 쌀 먹기를 부추긴다는 소리입니다. 4348.6.25.나무.ㅅㄴㄹ



* 보기글 새로 쓰기

다른 나라에서는 요새 쌀 먹기를 북돋우는 ‘쌀잔치’를 벌인다


‘외국(外國)’은 ‘다른 나라’로 손보고, ‘지금(只今)’은 ‘요새’로 손봅니다. ‘축제(祝祭)’는 ‘잔치’로 손질하고, “벌이는 중(中)이다”는 “벌인다”로 손질합니다.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98) 음조


땅벌이 검은딸기 사이에서 훨훨 날아가며 낮은 음조로 가락을 읊조렸고

《C.W.니콜/서혜숙 옮김-벌거숭이 왕자 덜신》(논장,2006) 250쪽


음조(音調)   

1. 소리의 높낮이와 강약, 빠르고 느린 것 따위의 정도

2. [문학] 시문(詩文)에서, 소리의 높낮이나 강약, 장단 따위의 어울림

3. [음악] 음높이의 정확하고 순수한 정도

4. [음악] 음의 높낮이와 길이의 어울림


 낮은 음조로 가락을 읊조렸고

→ 낮은 가락을 읊조렸고



  한국말사전에서 ‘가락’이라는 낱말을 찾아보면 “1. 목소리의 높낮이나 길이를 통해 느껴지는 말의 기운 2. = 곡조 3. [음악] 소리의 높낮이가 길이나 리듬과 어울려 나타나는 음의 흐름”으로 풀이합니다. ‘리듬(rhythm)’이라는 영어를 찾아보면, “1. [음악] 음의 장단이나 강약 따위가 반복될 때의 그 규칙적인 음의 흐름 2. 일정한 규칙에 따라 반복되는 움직임을 이르는 말. ‘박자감’, ‘흐름’, ‘흐름새’로 순화”로 풀이합니다.


  그러니까, 한자말로는 ‘음조’요, 한국말로는 ‘가락’이며, 영어로는 ‘리듬’인 셈입니다. 게다가 ‘리듬’을 ‘흐름’으로 고쳐쓰라고 하는데, ‘가락’이라는 낱말을 한국말사전에서 “리듬과 어울려 나타나는 음의 흐름”처럼 풀이하니, 무척 엉성한 겹말입니다.


  이 보기글에 나오는 “낮은 음조로 가락을 읊조렸고”는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낮은 가락으로 가락을 읊조렸고”인 셈인데, 이와 같이 글을 쓰고도 얄궂다고 느끼지 못했을까요? 4348.6.25.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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