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말 손질 380 : 큰 소리로 고함을



큰 소리로 고함을 쳤습니다

→ 크게 소리를 쳤습니다

→ 고함을 쳤습니다


고함(高喊) : 크게 부르짖거나 외치는 소리



  크게 외치는 소리를 한자말로 가리켜 ‘고함’이라 합니다. 그러니 “큰 소리로 고함을 치다”처럼 쓰면 겹말이에요. 한자말을 쓰려면 “고함을 치다”라고만 할 노릇이고, 한국말을 쓰려면 “크게 소리를 치다”라고 하면 됩니다. 4349.2.8.달.ㅅㄴㄹ



왕자님은 큰 소리로 고함을 쳤습니다

→ 왕자님은 크게 소리를 쳤습니다

《마츠오카 쿄오코/송영숙 옮김-워거즐튼무아》(바람의아이들,2013) 53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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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종일 終日


 종일을 자다 → 온 하루를 자다 / 하루 내내 자다

 종일을 걸려 독파하거나 → 하루를 걸려 다 읽거나 

 날이 종일 흐려서 → 날이 내내 흐려서 / 날이 하루 내내 흐려서


  ‘종일(終日)’ 뜻풀이는 “= 온종일”로 나옵니다. ‘온종일’은 “1.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동안 2.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내”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아침부터 저녁까지”나 “하루 내내”를 가리키는 한자말 ‘종일’이에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는 이 한자말을 넣어 ‘종일반’ 같은 말을 쓰는데, 온 하루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보낸다는 뜻이라 할 테니 ‘온하루반’처럼 새롭게 이름을 붙일 만합니다. 4349.2.8.달.ㅅㄴㄹ



성 밖에서는 아이들이 하루 종일 놀고 있습니다

→ 성 밖에서는 아이들이 하루 내내 놉니다

→ 성 밖에서는 아이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놉니다

《마츠오카 쿄오코/송영숙 옮김-워거즐튼무아》(바람의아이들,2013) 22쪽


차를 마시며 종일 나무를 바라보는

→ 차를 마시며 하루 내내 나무를 바라보는

→ 차를 마시며 온 하루를 나무를 바라보는

《테라사와 다이스케/서현아 옮김-나오시몬 연구실 1》(학산문화사,2015) 121쪽


종일 햇빛을 받으며

→ 내내 햇빛을 받으며

→ 하루 내 햇빛을 받으며

《배리 존스버그/정철우 옮김-내 인생의 알파벳》(분홍고래,2015) 75쪽


하루 종일 어린이집에 있으면서

→ 하루 내내 어린이집에 있으면서

→ 아침부터 저녁까지 어린이집에 있으면서

《유복렬-외교관 엄마의 떠돌이 육아》(눌와,2015) 74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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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약


  서울 시내를 다니는 버스는 ‘서울버스’입니다. 광주 시내를 다니는 버스는 ‘광주버스’이고, 시골을 다니는 버스는 ‘시골버스’예요. 다른 곳을 안 거치고 바로 가는 버스라면 ‘바로버스’이고, 여러 곳을 돌고 돌아서 가는 버스라면 ‘도는버스’이지요. 바로버스는 ‘직행버스’라 하기도 하고, 도는버스는 ‘완행버스’라 하기도 해요. 서울에서 다니는 버스는 2003년부터 네 가지 빛깔로 옷을 새롭게 입혔어요. 처음에는 ‘그린(G)·옐로(Y)·블루(B)·레드(R)’처럼 온통 영어만 썼는데, 이제는 ‘풀빛(푸름)·노랑·파랑·빨강’ 같은 한국말을 써요. ‘풀빛버스’보다는 ‘초록버스’라는 이름을 쓰는 분이 있는데, ‘초록’은 ‘풀빛’을 가리키는 중국 한자말이에요. 일본 한자말로는 ‘녹색’이 있어요. 그러고 보면, 빛깔말을 쓰는 ‘빨간약’이 있습니다. 다치거나 까진 생채기에 바르는 약이에요. 이 약에는 ‘머큐로크롬’이라는 긴 이름을 있지만, 흔히 손쉽게 ‘빨간약’이라고 해요.


+


빙글걸상


  다리가 아프면 걸상에 앉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기도 해요. 여러 사람이 앉을 만하도록 긴 걸상이 있어서, 이를 ‘긴걸상’이라 해요. 혼자 앉을 만한 걸상은 그냥 ‘걸상’이라 할 텐데 ‘홑걸상’이라 해 볼 수 있어요. 앉으면 폭신한 걸상이라면 ‘폭신걸상’이 되고, 다리가 바닥에 단단히 버티지 않아서 흔들흔들거리는 걸상이라면 ‘흔들걸상’이 돼요. 앉는 자리가 동그랗다면 ‘동글걸상’이나 ‘동그라미걸상’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고, 네모난 자리를 마련하면 ‘네모걸상’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어요. 걸상이 빙그르르 돌아간다면 ‘빙글걸상’이나 ‘빙그르르걸상’이 될까요? 어른들은 빙글빙글 도는 걸상을 가리켜 ‘회전의자’라 하고, 빙글빙들 돌면서 드나드는 문은 ‘회전문’이라 하는데, 빙글빙글 도는 문은 ‘빙글문’이라 하면 한결 알아듣기 쉬우리라 생각해요. 밥상을 빙글빙글 돌릴 수 있으면 ‘빙글밥상’이 되지요. 일본밥을 파는 가게에 가 보면 ‘빙글초밥’이 있어요.


+


막대기, 작대기


  가늘고 긴 것이 있으면 ‘작대기’라 해요. 이 작대기가 나무라면 ‘나무작대기’이고, 쇠라면 ‘쇠작대기’예요. 가늘고 긴 것이라 할 테지만 작대기보다 짧으면 ‘막대기’이지요. 작대기를 토막으로 낸다면 막대기라고 할 만합니다. 작대기를 쓰면 높은 곳에 매달린 것을 따거나 움직일 수 있어요. 도랑이나 냇물에 빠진 것을 건지려면 작대기를 쓰지요. 낚싯대는 바로 작대기이고, 마당에 빨랫줄을 드리운 뒤에 받치는 바지랑대도 작대기예요. 창문을 가리는 천을 드리우려고 벽과 벽 사이에 높이 가로지르는 길다란 것도 작대기이지요. 막대기는 짧은 것을 가리키는데, 빵집에서 흔히 파는 바게트라고 하는 빵이 바로 ‘막대기’를 닮은 빵이에요. 그래서 바게트빵은 ‘막대기빵’이나 ‘막대빵’이라 할 만해요. 길이가 짧으면서 덩어리가 진 것은 ‘토막·도막’이라 하는데, 토막은 크고 두툼한 것을 가리키고, 도막은 작고 도톰한 것을 가리켜요. 장난감으로 삼는 ‘나무도막’은 작고 도톰하지요. ‘나무토막’이라고 하면 난로에 불을 땔 만큼 제법 큰 나무입니다.


+


동무


  우리가 사는 이 나라는 슬프거나 아픈 일을 숱하게 겪으면서 말까지 슬프거나 아픈 일을 겪었어요. 남녘하고 북녘이 서로 다른 나라로 갈리면서 남녘말하고 북녘말이 갈리기도 하는데, ‘동무’라고 하는 낱말을 두고도 남·북녘이 뿔뿔이 갈렸지요. 그렇지만 〈동무 생각〉 같은 노래는 그대로 부르고, 〈어깨동무 노래〉 같은 오래된 놀이노래는 고이 흘러요. 아무리 정치와 사회가 찢기거나 갈리더라도 사람들 가슴에 깃든 오래된 사랑이나 살가운 숨결을 억지로 끊지는 못한다고 할까요. 오래된 놀이노래인 〈어깨동무 노래〉를 살피면 ‘어개동무·가게동무·씨동무·보리동무·천동무·만동무·머리동무(머리카락 동무)·개동무(날씨 개는 동무)·해동무(해님 같은 동무)’ 같은 동무 이름이 나와요. 이런 여러 동무 말고도 ‘길동무·책동무·글동무·일동무·놀이동무·소꿉동무’가 있고, ‘책동무·생각동무·마음동무·밥동무·이야기동무·이웃동무’가 있으며, ‘꿈동무·만화동무·노래동무·춤동무·배움동무·그림동무·사진동무·영화동무’가 있어요. 비슷한 또래로 가까이 지내는 사이를 가리키는 ‘벗’이라는 낱말도 있고, ‘동무님·벗님’처럼 쓰기도 해요.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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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유형의


 어떤 유형의 사람인가 → 어떤 사람인가 / 어떤 모습인 사람인가

 대인관계 유형의 종류 → 사람을 사귀는 여러 모습

 가구 유형의 변천 → 가구가 달라져 온 흐름

 성격 유형의 특성 → 성격마다 다른 모습

 두 가지 유형의 사람 → 두 가지 모습인 사람 / 두 가지 사람 / 두 사람

 네 가지 유형의 친구 → 네 가지로 나누는 친구 / 네 가지 친구 / 네 친구


  ‘유형(類型)’은 “성질이나 특징 따위가 공통적인 것끼리 묶은 하나의 틀”을 뜻한다고 합니다. 쉽게 말한다면 “하나로 묶는 틀”이라 할 텐데, 이는 ‘갈래’나 ‘가지’라는 한국말로 나타낼 만합니다. 그런데 ‘유형’이라는 한자말을 꼭 따로 쓰려 한다면 “두 유형인 사람”이나 “두 유형인 친구”처럼 쓸 수 있어요. “두 가지 유형”처럼 쓰면 아무래도 겹말이라고 할밖에 없습니다. “두 가지 종류”나 “두 갈래 부류”처럼 쓸 적에도 겹말이지요.


 전형적인 유형의 한국 여성이다

→ 으레 볼 수 있는 한국 여성이다

→ 가장 한국 여성다운 모습이다


  더 헤아려 보면, 한국말에서는 “두 사람”이나 “네 친구”처럼 쓰면서, 사람이 보여주는 모습이나 친구한테서 드러나는 모습을 “두 가지”나 “네 갈래”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두 가지 사람”이라 쓸 수 있고 “두 사람”이라고만 할 수 있어요. “네 갈래 친구”라 할 수 있으며 “네 친구”라고만 할 수 있어요. 4349.2.7.해.ㅅㄴㄹ



새로운 유형의 갈등이 표면화하는

→ 새로운 갈등이 드러나는

→ 새로운 모습으로 갈등이 생겨나는

→ 갈등이 새롭게 나타나는

→ 갈등이 새로운 모습으로 불거지는

《조너선 D.스펜서/김석희 옮김-칸의 제국》(이산,2000) 139쪽


이 두 유형의 이야기가 뒤섞이기도 하고

→ 이 두 이야기가 뒤섞이기도 하고

→ 이 두 가지 이야기가 뒤섞이기도 하고

→ 이 두 갈래 이야기가 뒤섞이기도 하고

《박은봉-한국사 상식 바로잡기》(책과함께,2007) 48쪽


몇 가지 유형의 스케치

→ 몇 가지로 나눈 밑그림

→ 몇 가지 밑그림

《클레어 워커 레슬리·찰스 E.로스/박현주 옮김-자연 관찰 일기》(검둥소,2008) 80쪽


저는 두 번째 유형의 인간이에요

→ 저는 두 번째 유형인 사람이에요

→ 저는 두 번째 모습인 사람이에요

→ 저는 두 번째라 할 사람이에요

→ 저는 두 번째 사람이에요

→ 저는 두 번째에 드는 사람이에요

→ 저는 두 번째에 들어가는 사람이에요

→ 저는 두 번째 사람이에요

→ 저는 두 번째 모습으로 사는 사람이에요

→ 저는 두 번째처럼 사는 사람이에요

→ 저는 두 번째와 같은 사람이에요

《김수정-나는 런던에서 사람 책을 읽는다》(달,2009) 79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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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angelica 2016-02-07 16:55   좋아요 0 | URL
훌륭한 지적입니다. 일본식 문체가 우리 글에 똬리 튼 흔적입니다.

숲노래 2016-02-07 17:25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유형의` 꼴을 건드리면서 갈무리하기까지 얼추 예닐곱 해가 걸린 듯하네요 ^^;;; 그래도 이러한 말투를 말끔히 털면서 즐겁게 한국말을 사랑할 수 있는 이웃님이 늘어날 수 있으면 보람이 있어요. 새해 기쁨 넉넉히 지으셔요 ^^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향 香


 향이 독특한 나물 → 냄새가 남다른 나물 / 내음이 새로운 나물

 맛도 순하고 향도 좋다 → 맛도 부드럽고 냄새도 좋다


  ‘향(香)’은 “1. 불에 태워서 냄새를 내는 물건. 주로 제사 때 쓴다 2. 향기를 피우는 노리개의 하나. 향료를 반죽하여 만드는데 주로 여자들이 몸에 지니고 다녔다 3. = 향기(香氣)”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향기(香氣)’는 “꽃, 향, 향수 따위에서 나는 좋은 냄새”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향’하고 ‘향기’는 무엇인 셈일까요? 한국말사전 말풀이로는 알 길이 없습니다.


  한국말에는 ‘냄새·내’가 있습니다. ‘향긋하다’라는 낱말도 있어서, 따로 “좋은 냄새”를 가리킬 적에는 ‘향긋하다’를 써요. ‘냄새’나 ‘내’는 “코로 맡을 수 있는 기운”을 두루 아우르기에, “좋은 냄새”라면 따로 ‘향긋내·향긋내음’처럼 새롭게 써 볼 만해요. 4349.2.7.해.ㅅㄴㄹ



마른풀 걷어 태운 연기 향 따라

→ 마른풀 걷어 태운 연기 내음 따라

→ 마른풀 걷어 태운 연기 냄새 따라

《김천영·임덕연-산책》(삶이보이는창,2007) 97쪽


정겨운 삶과 향내가 있는 시장

→ 따스한 삶과 내음이 있는 시장

→ 포근한 삶과 냄새가 있는 시장

→ 살가운 삶과 내음이 있는 저자

《이정용-역설의 세계사》(눈빛,2015) 105쪽


향에 대한 말이 나온 김에

→ 냄새를 다룬 말이 나온 김에

→ 내음과 얽힌 말이 나온 김에

→ 냄새를 말하는 김에

→ 향긋함을 이야기하는 김에

《라파엘 오몽/김성희 옮김-부엌의 화학사》(더숲,2016) 55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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