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206] 스스로문, 저절로문



  혼자서 열리는 문이 있어요. 사람이나 고양이가 이 문 앞을 지나가면 어떤 장치가 이를 느껴서 스스로 열린다고 할 만한 문이에요. 자, 그러면 이렇게 혼자서 열리는 문은 어떤 문일까요? 스스로 열리는 문은 어떤 문일까요? 따로 단추를 누르거나 손잡이를 돌리지 않아도 저절로 열리는 문은 어떤 문일까요? 문 앞에 가만히 섰더니 스르륵 열리는 문은 어떤 문일까요? 어른들은 이 문을 가리켜 ‘혼자문’이나 ‘스스로문’이나 ‘저절로문’이나 ‘스르륵문’ 같은 이름을 알맞게 붙일 수 있었지만, ‘자동문’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써요. ‘자동’이라는 한자말은 “스스로 움직이다”를 뜻해요. 그러니까, ‘자동문’이라는 이름을 따지고 보면 “스스로 움직이는 문”이나 “스스로 열리는 문”이니 ‘스스로문’이라는 뜻이 되는 셈이에요. 발을 사뿐히 얹을 적에 스스로 오르내리는 계단이라면 ‘스스로계단’이나 ‘저절로계단’이 되겠지요. 걷지 않고 발만 올려도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라면 ‘스스로길’이나 ‘저절로길’이 되고요. 4349.1.27.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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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돈키호테적


 돈키호테적인 행각에 웃다 → 돈키호테 같은 짓에 웃다 / 바보스러운 짓에 웃다

 돈키호테적 발상 → 돈키호테 같은 생각 / 엉뚱한 생각

 돈키호테적으로 황당한 계획 → 터무니없는 계획 / 엉뚱한 계획

 돈키호테적 성향 → 돈키호테 같은 성향 / 돈키호테 마음씨


  ‘돈키호테적’이라는 낱말은 한국말사전에 없습니다. ‘돈키호테(Don Quixote)’는 에스파냐 작가 세르반테스가 지은 소설에 나오는 사람으로, 과대망상에 빠져서 여러 가지 익살스러운 일을 저지른다고 해요. ‘과대망상(誇大妄想)’은 “사실보다 과장하여 터무니없는 헛된 생각을 하는 증상”이라고 하니, ‘돈키호테적’이라고 할 적에는 ‘터무니없는’ 어떤 모습을 가리킨다고 할 만합니다.


  터무니없기에 ‘어이없다’고 할 만하고 ‘어처구니없다’고 할 만합니다. ‘바보스럽다’거나 ‘우스꽝스럽다’거나 ‘엉뚱하다’거나 ‘생뚱맞다’고 할 만해요. 어느 때에는 ‘배짱이 좋다’고 할는지 모르고, ‘야무지다’거나 ‘당차다’고 할는지 모르지요. 때로는 ‘꿈 같은’ 몸짓일 테고요. 4349.2.9.불.ㅅㄴㄹ



돈키호테적인 맹세를 해도

→ 돈키호테 같은 다짐을 해도

→ 이룰 수 없는 다짐을 해도

→ 지키지 못할 다짐을 해도

→ 꿈같은 다짐을 해도

→ 부푼 꿈을 안고 다짐을 해도

→ 배짱 좋게 다짐을 해도

《랠프 랩/표문태 옮김-핵전쟁》(현암사,1970) 48쪽


이런 생각이 돈키호테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 이런 생각이 엉뚱해 보일지 모르지만

→ 이런 생각이 뜬금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 이런 생각이 생뚱맞아 보일지 모르지만

→ 이런 생각이 뚱딴지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 이런 생각이 바보스러워 보일지 모르지만

→ 이런 생각이 우스꽝스레 보일지 모르지만

《게리 스나이더/이상화 옮김-야생의 실천》(문학동네,2015) 87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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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주기적


 주기적 운행 → 꾸준히 다님

 주기적인 반복 → 꾸준히 되풀이 / 자꾸 되풀이

 주기적으로 일어나다 → 자꾸 일어나다 / 틈틈이 일어나다


  ‘주기적(週期的)’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되풀이하여 진행하거나 나타나는”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주기적인 반복”처럼 적은 한국말사전 보기글은 겹말이에요. 한자말 ‘반복(反復)’은 “같은 일을 되풀이함”을 뜻하니까요.


  한국말로는 ‘꾸준히’나 ‘자꾸’로 손볼 만하고, ‘틈틈이’나 ‘그때그때’로 손볼 수 있습니다. 때로는 ‘늘’이나 ‘으레’나 ‘때때로’로 손볼 만하고, ‘꼬박꼬박’이나 ‘줄기차게’나 ‘자주’로 손볼 수 있어요. 4349.2.9.불.ㅅㄴㄹ



주기적으로 확인하자

→ 꾸준히 살피자

→ 그때그때 돌아보자

→ 늘 짚어 보자

→ 자주 살펴보자

《박용훈-도로에서 지구를 살리는 50가지 방법》(수문출판사,1994) 67쪽


주기적으로 시드는

→ 꼬박꼬박 시드는

→ 때 되면 시드는

→ 잊지 않고 시드는

→ 어느 때가 닥치면 시드는

《리영희-스핑크스의 코》(까치,1998) 114쪽


접시랑 컵은 주기적으로 깨뜨리는

→ 접시랑 컵은 때 되면 깨뜨리는

→ 접시랑 컵은 때때로 깨뜨리는

→ 접시랑 컵은 꼬박꼬박 깨뜨리는

→ 접시랑 컵은 줄기차게 깨뜨리는

《이지현-니나와 폴의 한국말 레슨》(문학사상사,2003) 32쪽


주기적으로 그들을 위해 춤을 추기도 합니다

→ 틈틈이 그들한테 춤을 추어 주기도 합니다

→ 때맞추어 그들한테 춤을 추어 주기도 합니다

→ 때가 되면 그들한테 춤을 추어 주기도 합니다

《게리 스나이더/이상화 옮김-야생의 실천》(문학동네,2015) 154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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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항상 恒常


 항상 웃는다 → 늘 웃는다 / 노상 웃는다

 항상 바쁘다 → 언제나 바쁘다 / 한결같이 바쁘다

 항상 열심히 공부하는 → 늘 바지런히 배우는 / 언제나 힘껏 배우는


  ‘항상(恒常)’은 “언제나 변함없이”를 뜻한다고 해요. ‘변(變)함없이’는 “달라지지 않고 항상 같이”를 뜻한다고 하는군요. 그러니, ‘항상’이라는 한자말은 “언제나 달라지지 않고 항상 같이”를 뜻하는 셈이니, ‘항상 = 항상’으로 낱말풀이를 하는 한국말사전입니다.


  한국말로는 “달라지지 않고”나 “바뀌지 않고”를 쓰면 되고, 한 낱말로 간추려서 ‘한결같이’나 ‘노상’이나 ‘늘’이나 ‘언제나’를 쓰면 되어요. 때로는 ‘으레’나 ‘꼭’을 써 볼 수 있습니다. 4349.2.9.불.ㅅㄴㄹ



항상 바로 이 말을

→ 늘 바로 이 말을

→ 언제나 바로 이 말을

《크리스 도네르/최윤정 옮김-거짓말을 먹고 사는 아이》(비룡소,2003) 7쪽


항상 이 모자를 쓰고

→ 늘 이 모자를 쓰고

→ 노상 이 모자를 쓰고

→ 으레 이 모자를 쓰고

→ 언제나 이 모자를 쓰고

《다카도노 호코/이서용 옮김-달라도 친구잖아!》(개암나무,2012) 12쪽


자식이라고 해서 항상 사랑스럽기만 한 것은

→ 아이라고 해서 늘 사랑스럽기만 하지는

→ 아이라고 해서 꼭 사랑스럽기만 하지는

《정숙영·심우장·김경희·이흥우·조선영-옛이야기 속에서 생각 찾기》(책과함께어린이,2013) 105쪽


몽상가는 항상 그러기 마련이다

→ 몽상가는 늘 그러기 마련이다

→ 꿈쟁이는 언제나 그러기 마련이다

→ 꿈꾸는 사람은 노상 그러기 마련이다

《에릭 번스/박중서 옮김-신들의 연기, 담배》(책세상,2015) 36쪽


항상 당당한 세아는

→ 늘 씩씩한 세아는

→ 노상 의젓한 세아는

→ 언제나 야무진 세아는

《유복렬-외교관 엄마의 떠돌이 육아》(눌와,2015) 14쪽


항상 그런 거야?

→ 늘 그래?

→ 언제나 그래?

《톤 텔레헨/유동익 옮김-너도 화가 났어?》(분홍고래,2015) 24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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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보통의


 보통의 키 → 보통 키 / 여느 키 

 보통의 결혼 → 여느 혼인 / 수수한 혼인

 보통의 사람 → 보통 사람 / 여느 사람 / 수수한 사람

 보통의 하루 → 여느 하루 / 흔한 하루 / 수수한 하루

 가장 보통의 연애 → 가장 보통인 연애 / 가장 흔한 사랑

 보통의 관계로 남다 → 보통 관계로 남다 / 가벼운 사이로 남다


  한자말 ‘보통(普通)’은 “특별하지 아니하고 흔히 볼 수 있어 평범함”을 뜻합니다. ‘특별(特別)’은 “보통과 구별되게 다름”을 뜻하고, ‘평범(平凡)’은 “뛰어나거나 색다른 점이 없이 보통이다”를 뜻합니다. 그러니 이런 한국말사전을 살핀다면 ‘보통 = 보통과 구별되게 다르지 않고 흔히 볼 수 있어 색다른 점이 없이 보통이다’라 풀이하는 꼴입니다. ‘보통’이라는 한자말을 풀이하면서 ‘보통’이라는 낱말을 두 차례나 쓴 꼴이지요. 이래서야 ‘보통’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요?


  다만, 말풀이를 찬찬히 되읽으면서 오랜 옛날부터 쓰던 한국말을 살펴서 ‘흔하다(흔하)’나 ‘수수하다’ 같은 낱말을 떠올려 봅니다. 자리에 따라서 ‘여느’나 ‘가벼운’이나 ‘어디에나 있는(어디에서나 보는)’ 같은 말마디를 넣을 수 있습니다. 4349.2.8.달.ㅅㄴㄹ



보통의 생활 가운데 생각하고

→ 여느 삶을 누리며 생각하고

→ 수수하게 살아가며 생각하고

→ 조그맣게 살림을 꾸리며 생각하고

→ 즐겁게 살아가면서 생각하고

《바바 치나츠/이상술 옮김-평화를 심다》(알마,2009) 203쪽


그냥 보통의 호박을 가지고 간다면

→ 그냥 흔한 호박을 가지고 간다면

→ 그냥 여느 호박을 가지고 간다면

→ 그냥 아무 호박을 가지고 간다면

→ 그냥 호박을 가지고 간다면

《마츠오카 쿄오코/송영숙 옮김-워거즐튼무아》(바람의아이들,2013) 47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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