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유유 悠悠


 강이 유유하게 흘러가다 → 강이 느릿느릿 흘러가다

 유유하게 헤엄치고 있었다 → 천천히 헤엄쳤다

 유유한 세월 → 아득한 세월 / 오래된 나날


  ‘유유(悠悠)’는 “1. 움직임이 한가하고 여유가 있고 느리다 2. 아득하게 멀거나 오래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한가(閑暇)하다’는 “겨를이 생겨 여유가 있다”를 뜻한다 하고, ‘여유(餘裕)’는 “1. 물질적·공간적·시간적으로 넉넉하여 남음이 있는 상태 2. 느긋하고 차분하게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마음의 상태”를 뜻한다고 해요. 그러니까 ‘유유 = 여유 있고 여유가 있고 느리다’를 가리키는 셈입니다. 다른 한자말을 겹말로 넣은 얄궂은 풀이입니다. 그런데 ‘여유’는 ‘느긋하다’를 가리키기도 하니까 ‘유유 = 느긋하고 느리다’를 가리킨다고도 할 만해요.


  흐름을 살펴서 ‘느릿느릿’이나 ‘가만가만’이나 ‘천천히’나 ‘찬찬히’를 쓸 수 있고, ‘한갓지게’나 ‘부드럽게’를 넣을 만합니다. 2016.2.14.해.ㅅㄴㄹ



유유히 헤엄치다 입만 벌리면

→ 느긋이 헤엄치다 입만 벌리면

→ 가만히 헤엄치다 입만 벌리면

→ 천천히 헤엄치다 입만 벌리면

《마르쿠스 피스터/지혜연 옮김-무지개 물고기와 흰수염고래》(시공주니어,1999) 5쪽


유유히 들어오는 연락선

→ 한갓지게 들어오는 연락선

→ 부드럽게 들어오는 연락선

→ 느긋하게 들어오는 연락선

→ 천천히 들어오는 연락선

《최윤식-웅이의 바다》(낮은산,2005) 91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알량한 말 바로잡기

 분명 分明


 얼굴을 분명하게 알아보다 → 얼굴을 또렷이 알아보다

 말소리가 분명하게 들리다 → 말소리가 똑똑하게 들리다

 발음이 분명하다 → 발음이 좋다 / 알아듣기 좋다

 분명한 증거 → 뚜렷한 증거 / 틀림없는 증거

 삶의 목표가 분명치 않다 → 사는 뜻이 흐리멍덩하다

 이 사건은 타살임이 분명하다 → 이 사건은 틀림없이 타살이다

 그녀는 울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 그 여자는 틀림없이 운다

 태도가 분명한 사람 → 매무새가 또렷한 사람


  한자말 ‘분명(分明)’은 어찌씨로 “틀림없이 확실하게”를 뜻하고, 그림씨로 “1. 모습이나 소리 따위가 흐릿함이 없이 똑똑하고 뚜렷하다 2. 태도나 목표 따위가 흐릿하지 않고 확실하다 3. 어떤 사실이 틀림이 없이 확실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확실(確實)하다’는 “틀림없이 그러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한국말사전에서 나온 말풀이는 겹말입니다. “틀림없이 틀림없게”로 풀이한 꼴이에요. 이 대목을 더 헤아린다면, 한국사람은 ‘분명하게’나 ‘확실하게’ 두 가지를 모두 쓸 까닭이 없는 셈이요, ‘틀림없이(틀림없게)’라는 한국말이 두 가지 한자말에 밀리거나 짓눌리는 셈입니다.


  처음부터 한국말로 ‘틀림없이’나 ‘뚜렷이’를 쓰면 돼요. ‘분명’은 ‘흐릿함이 없이’나 ‘똑똑히’나 ‘뚜렷하게’를 뜻한다고도 합니다. 그렇다면, 참말 ‘흐릿하지 않게’나 ‘똑똑히’나 ‘뚜렷하게’ 같은 한국말을 쓰면 되지요. 2016.2.13.흙.ㅅㄴㄹ



가게로 사용되었던 것이 분명했다

→ 틀림없이 가게로 쓰였다

→ 가게로 쓰였구나 싶다

→ 가게로 쓰인 줄 알겠다

→ 아마 가게로 쓰였겠지

《로알드 달/김연수 옮김-창문닦이 삼총사》(시공주니어,1997) 10쪽


분명 멋진 일이지만

→ 틀림없이 멋진 일이지만

→ 참으로 멋진 일이지만

→ 대단히 멋진 일이지만

→ 아주 멋진 일이지만

《최기숙-어린이, 넌 누구니?》(보림,2006) 202쪽


분명히 다른 게 있을 거야

→ 틀림없이 다른 게 있을 거야

→ 반드시 다른 게 있어

→ 아무래도 다른 게 있어

《콘스탄체 외르벡 닐센/정철우 옮김-나는 누구예요?》(분홍고래,2015) 12쪽


점점 더 분명해지는 점은

→ 차츰 더 뚜렷해지는 대목은

→ 조금씩 더 또렷해지는 대목은

《팸 몽고메리/박준신 옮김-치유자 식물》(샨티,2015) 74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겹말 손질 382 : 북쪽 방향



북쪽 방향에서

→ 북쪽에서


방향(方向)

1. 어떤 방위(方位)를 향한 쪽

2. 어떤 뜻이나 현상이 일정한 목표를 향하여 나아가는 쪽



  한자말 ‘방향’은 “어느 쪽”을 뜻합니다. 그런데, 한국말사전을 보면 첫 보기글로 “동쪽 방향”을 싣습니다. 이 보기글은 “동 방향”으로 손질해야 올바릅니다. “북쪽 방향”도 “북 방향”으로 손질해야 올바르겠지요. 다만, 우리는 ‘동쪽’이나 ‘북쪽’이라고만 하면 돼요. 2016.2.13.흙.ㅅㄴㄹ



그 개는 북쪽 방향에서 왔다

→ 그 개는 북쪽에서 왔다

《팸 몽고메리/박준신 옮김-치유자 식물》(샨티,2015) 155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적' 없애야 말 된다

 본격적


 본격적으로 협상에 들어가다 → 바야흐로 협상을 하다 / 비로소 협상을 하다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 장마가 바야흐로 찾아오며 / 이제 장마가 되며

 본격적으로 여행을 떠날 타이밍 → 바야흐로 여행을 떠날 때

 본격적인 단계로 공부를 한다 → 짜임새를 갖추어 공부를 한다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한다 → 이제부터 활동하려고 한다


  ‘본격적(本格的)’은 “제 궤도에 올라 제격에 맞게 적극적인”을 뜻한다고 합니다. ‘궤도(軌道)’는 “1. 수레가 지나간 바큇자국이 난 길 2. 일이 발전하는 본격적인 방향과 단계”를 뜻하고, ‘제격(-格)’은 “그 지닌 바의 정도나 신분에 알맞은 격식”을 뜻하며, ‘적극적(積極的)’은 “대상에 대한 태도가 긍정적이고 능동적인”을 뜻한다고 해요. 그러니까, 한국말사전은 ‘본격적 = 제 본격적인 방향과 단계에 올라 알맞은 격식에 맞게 긍정적이고 능동적인’을 뜻한다고 풀이하는 셈이지요. ‘본격적’을 풀이하면서 ‘본격적’을 들이민 얼개입니다. 이러면서 ‘알맞은’하고 ‘맞게’가 나란히 나오고요.


  이래서야 말뜻을 종잡을 수 없습니다. “힘껏 나서는”이라든지 “소매를 걷어붙이고”라든지 ‘이제부터’라든지 ‘한창’이라든지 “틀을 갖추어”라든지 “짜임새 있게”라든지 ‘바야흐로’ 같은 말마디로 가다듬어 봅니다. 2016.2.13.흙.ㅅㄴㄹ



본격적인 사진교육을 벌여온 지

→ 바야흐로 사진교육을 벌여온 지

→ 제대로 사진을 가르친 지

→ 짜임새 있게 사진을 가르친 지

→ 틀을 갖추어 사진을 가르친 지

→ 차근차근 사진을 가르친 지

《유경선 외-사진 용어사전》(미진사,1995) 5쪽


아직 본격적인 여름은 아니었기 때문

→ 아직 한창 여름은 아니었기 때문

→ 아직 무르익은 여름이 아니었기 때문

→ 아직 달아오른 여름이 아니었기 때문

→ 아직 여름이 이르기 때문

《사사키 미쓰오·사사키 아야코/정선이 옮김-그림 속 풍경이 이곳에 있네》(예담,2001) 61쪽


본격적으로 단행본 출판을 하기로 하고

→ 바야흐로 단행본을 펴내기로 하고

→ 이제부터 낱권책을 내기로 하고

→ 앞으로 낱권책을 펴내기로 하고

→ 차근차근 낱권책을 내기로 하고

《지승호-크라잉 넛, 그들이 대신 울부짖다》(아웃사이더,2002) 5쪽


그 제도에 대한 이해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 그 제도를 제대로 이해한 때는

→ 그 제도를 올바르게 받아들인 때는

→ 바야흐로 그 제도를 이해한 때는

《한홍구-대한민국사》(한겨레신문사,2003) 28쪽


우리는 본격적으로 흙 고르기를 시작했다

→ 우리는 곧바로(막바로) 흙을 골랐다

→ 우리는 힘차게 흙을 골랐다

→ 우리는 팔을 걷어붙이고 흙을 골랐다

→ 우리는 바야흐로 흙 고르기를 했다

《이가영-나비 따라 나선 아이 나비가 되고》(뜨인돌,2004) 28쪽


슬슬 본격적으로 공격을 익혔으면 하는데

→ 슬슬 공격을 익혔으면 하는데

→ 슬슬 공격을 제대로 익혔으면 하는데

→ 슬슬 공격을 짜임새 있게 익혔으면 하는데

《카와쿠보 카오리/설은미 옮김-해피 투게더 3》(학산문화사,2005) 168쪽


비가 본격적으로 퍼붓기 시작하는 바람에

→ 바야흐로 비가 퍼붓는 바람에

→ 비가 차츰 거세게 퍼붓는 바람에

→ 비가 거침없이 퍼붓는 바람에

→ 비가 세차게 퍼붓는 바람에

《소노다 마사하루/오근영 옮김-교실 일기》(양철북,2006) 152쪽


대학생이 된 저는 새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고

→ 대학생이 된 저는 새를 바야흐로 공부하기로 했고

→ 대학생이 된 저는 새를 한결 깊이 배우기로 했고

《김성현·김진한·최순규-새, 풍경이 되다》(자연과생태,2013) 4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말이랑 놀자 208] 놀림감


  짓궂은 아이가 여린 아이를 놀려요. 짓궂은 아이는 센 아이를 놀리지 않아요. 센 아이를 잘못 놀렸다가는 그만 큰코를 다칠 테니까요. 여린 아이는 ‘놀림감’이 되어도 좀처럼 맞서지 않아요. 여린 아이는 놀림감이 되면 더 ‘놀림거리’가 되곤 해요. 한 아이가 놀리고 두 아이가 놀리지요. 처음에는 장난이었을 텐데 어느새 거의 모든 아이가 따돌림을 하듯이 놀려요. 나중에는 여린 아이한테 붙인 ‘놀림말’이 이 아이 이름처럼 되고 말아요. 짓궂은 아이는 왜 여린 아이를 놀리려 할까요? 어쩌면 짓궂은 아이도 어디에선가 놀림을 받거나 괴롭힘을 받았기에 이 아픔이나 생채기나 응어리를 다른 아이한테 풀려고 하지는 않을까요? 사랑을 받으면서 자란 아이가 여린 아이를 놀리는 일은 없어요. 따스한 보살핌을 받으면서 사랑으로 하루를 누리는 아이가 여리거나 아프거나 고단하거나 괴롭거나 슬픈 아이를 함부로 놀리거나 따돌려야 할 까닭이 없어요. 사랑을 받기에 여린 동무한테 사랑스러운 손길을 내밀고, 따스한 보살핌이 얼마나 기쁜가를 알기에 여린 아이하고 어깨동무하려 하겠지요. 짓궂은 아이를 가만히 살피면 다른 짓궂은 아이나 어른한테서 모질게 ‘놀림’을 받은 나머지 놀림쟁이나 놀림꾸러기 짓을 하는구나 싶어요. 2016.2.1.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