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아이들은 (2021.4.23.)

― 포항 〈민들레글방〉



  어른들은 갈 곳이 많습니다. 어른들은 돈을 벌어서 쓰니까 이곳도 가고 저곳도 갑니다. 아이는 어른한테서 돈을 받아야 어디인가 갈 만하지만, 아이 스스로 다닐 만한 데는 마땅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오락실’이었다면 요새는 ‘피시방’일 텐데, 이곳은 아이한테 얼마나 즐겁거나 밝은 터전일까요? 아이한테 맞추는 곳은 없이 오직 어른한테만 맞추지 않나요?


  지난날에는 마을 곳곳에 빈터가 있고 골목이 있어 아이들이 숨을 돌리거나 놀 틈을 찾았습니다. 지난날에는 서울·큰고장에도 풀숲이며 나무에 냇가가 있어 들놀이를 스스로 누릴 만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어디이든 부릉이가 뒤덮고 빈터란 아예 없으며 나무도 냇가도 아이한테 트인 자리하고 멉니다.


  포항 〈달팽이책방〉 곁에서 〈민들레글방〉은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느긋이 머물면서 책으로 쉴 만한 터전이지 싶습니다. 그림책도 꽃글책(동화책)도 넉넉하지만, 책집 앞에 빈터가 있고, 책집 곁 빈집이 돌보던 텃밭이 있어 풀내음·꽃내음을 살짝 누릴 만합니다. 여기에 나무 몇 그루 우람히 선다면 얼마나 즐거울까요.


  책만 읽어서는 슬기롭게 자라지 않습니다. 햇볕에 타서 까무잡잡한 살갗이 되고, 마음껏 뛰놀며 구슬땀을 흘리다가 문득 쉴 참에 책을 펼 수 있다면 슬기롭게 자랍니다. 나라 곳곳에 책숲(도서관)이 꽤 들어서는데, 마당을 널찍하게 두면서 아이도 어른도 맨발로 실컷 뛰놀고 나무를 타며 풀밭에 드러누워 낮잠을 누릴 만하도록 마음을 기울이는 데는 아직 하나도 없다고 느낍니다.


  책은 책대로 살뜰히 살피고 건사하고 솎아서 아이한테 건넬 어른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배움수렁이 있는 탓에 어린이한테 아름책만 베풀려는 펴냄터만 있지 않아요. 또한 나라(정부)가 꾀하는 틀대로 길들이려는 책으로 장사하는 펴냄터도 있어요. 이런 갖은 책을 어른·어버이가 눈을 밝게 뜨고서 가려내어야 아이들이 새록새록 배울 만합니다.


  마을 한켠에 아이들이 뛰놀다가 쉬면서 책을 쥘 만한 터전을 일구는 어른이 있다면, 이 마을은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마을은 목돈으로 가꾸지 않아요. 마을은 아이를 사랑하는 숨결로 가꿉니다. 마을은 삽차가 부릉부릉하면서 뭘 뚝딱뚝딱 세워야 살아나지 않습니다. 마을은 슬기로이 살림짓는 어른·어버이가 오롯이 사랑이란 마음으로 아이를 품고 돌보면서 함께 배울 적에 비로소 살아납니다.


  아이한테 책을 읽히기 앞서 한나절 뛰놀 틈을 내요. 아이한테 글을 가르치기 앞서 풀밭하고 숲하고 바다하고 들하고 냇가를 실컷 누빌 짬을 내요.


ㅅㄴㄹ


《15살 자연주의자의 일기》(다라 매커널티/김인경 옮김, 뜨인돌, 2021.3.25.)

《살아 있는 모든 것들》(신시아 라일런트/부희령 옮김, 문학과지성사, 2005.4.18.)

《내 안에 나무》(코리나 루켄/김세실 옮김, 나는별, 2021.4.7.)

《마사이족의 영혼》(로라 버클리/송호빈 옮김, 주니어북스, 2010.5.1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책숲마실


북새읽기 (2021.11.2.)

― 서울 〈최인아책방〉



  시월 끝자락에 우리 고흥집 보일러 기름을 넣었습니다. 기름집에 전화를 걸어 받는데, 어느새 50원이 올라 1리터에 900원을 받더군요. 어떻게 며칠 만에 50원이 오르나 했는데, 우리 집 기름을 넣고서 이레가 지난 뒤에는 100원이 껑충 올랐고, 닷새가 지나니 또 50원이 오릅니다. 한 달이 안 되어 1리터에 200원이 올랐어요.


  큰고장에서는 가난이(빈민층·생활보호대상자·차상위계층)한테 포근삯(난방비)을 보태어 줍니다만, 시골은 보일러를 기름으로 돌리기에 포근삯을 0원 받습니다. 이런 구멍(허점)을 살피거나 손질하는 벼슬아치는 아직 없습니다.


  예전부터 느낍니다만, 고을지기(시장·군수·도지사)한테 부릉이(자동차)를 내주지 말고 자전거를 내줄 노릇입니다. 여름에는 더위를 느끼면서 일터를 오가고, 겨울에는 추위를 맛보면서 일터를 다녀야 비로소 넋을 번쩍 차리지 않을까요? 비오는 날에 부릉이가 찻길에서 얼마나 괘씸짓을 하는가를 느끼고, 골목길을 마구 드나들며 뚜벅이(보행자)를 얼마나 괴롭히는가를 느끼지 않고서야 안 바뀝니다.


  서울뿐 아니라 고흥도 둘레에서는 두꺼운 겉옷으로 친친 감습니다. 서울 전철은 후끈바람을 틀어놓습니다. 저는 아직 민소매에 깡똥바지차림이라 후끈바람을 견디지만, 다른 분들은 겉옷을 벗고 부채질을 하느라 애먹는군요.


  서울은 참 남다르다고 느끼면서 선릉나루 곁에 있는 〈최인아책방〉을 찾아갑니다. 오름이(승강기)를 타고 한참 가야 하는구나 싶으나, 굳이 섬돌(계단)을 하나씩 밟고서 갑니다. 책집마실을 할 적에 일부러 ‘책집을 둘러싼 마을’을 느끼려고 삼십 분이나 한 시간 즈음 골목을 걷기 마련이니, 오름이를 탈 생각은 없습니다.


  서울은 어디에나 사람이 많고, 선릉나루 둘레도 사람바다인데, 〈최인아책방〉도 책손이 많습니다. 이곳은 책을 보러 오는 발걸음도 많으나, 잎물(차) 한 모금을 누리려는 발걸음도 꽤 많습니다. 다만 잎물을 누리는 분들은 퍽 시끄럽네요. 이곳은 찻집이 아닌 책집일 텐데, 잎물수다는 가볍거나 나즈막하게 하기 어렵나 봐요.


  책을 살피고 나서 코코아 한 모금을 시킵니다. 이곳에서 마시는데 종이잔에 주십니다. 나무받침에 종이잔은 어쩐지 안 어울립니다. 무엇보다 코코아는 ‘핫초코’란 이름인데 미지근해서 가루가 다 안 녹습니다. 저는 쉰 살 가까운 어른이어도 아이들처럼 코코아를 즐기는데, 나이 먹고도 코코아를 즐기는 어른은 드문지 ‘핫초코’를 미지근하게 주는 곳이 곧잘 있어요. 미지근한 코코아는 배앓이로 갑니다.


  책집에서 나옵니다. 책집 곁에 큰나무가 있고, 이 나무 곁에서 담배 태우는 분이 많습니다. ‘아, 서울은 담배 태우는 분한테도 꽤 벅차겠구나’ 싶습니다.


ㅅㄴㄹ


《전략가 잡초》(이나가키 히데히로 글/김소영 옮김, 더숲, 2021.3.26.)

《당신의 사전》(김버금 글, 수오서재, 2019.9.3.)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책숲마실


드리는 (2021.10.1.)

― 진주 〈형설서점〉



  처음 헌책집에 눈을 떴을 무렵인 1992년에는 푸른배움터(고등학교)가 얼마나 끔찍한 사슬터인지 새삼스레 느꼈고, 책숲(도서관)은 얼마나 허접한가 하고 똑똑히 깨달았습니다. 배움수렁(입시지옥)으로 밤 열한 시까지 배움터에 매여야 하는 몸이었지만, 이레마다 이틀씩 이런 핑계 저런 토를 달고서 빠져나와 헌책집으로 달려갔습니다. ‘달려가다’는 배움터부터 헌책집까지 한숨도 안 쉬고 달려서 갔다는 뜻입니다. 길삯조차 아까워 이십오 분쯤 달렸어요. 반듯한 4킬로미터라면 오래 안 걸리지만, 책이 가득한 짐을 메고서 건널목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달렸으니 이십오 분입니다. 100원이 아쉬웠고 1분이 아까웠어요.


  땀으로 흥건한 몸으로 인천 배다리 헌책집에 닿으면 숨도 안 돌리고 들어가서 한켠에 책짐을 내려놓고서 이 책집이 닫을 때까지 갖은 책을 쉬잖고 읽었습니다. 이마에 돋고 볼을 타고 흐르는 땀을 닦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책에 빠졌습니다. 책집지기 아주머니나 할아버지가 “학생, 이제 우리도 집에 갈 때인데?” 하고 부르시면 그제서야 일어나 ‘미처 못 읽은 책’하고 ‘아름답게 읽은 책’을 주섬주섬 챙겨 책값을 셈했습니다. 집까지 두 시간 걸려 걸어가는 동안 거리불에 기대어 책을 마저 읽었어요. 이튿날 새벽에 배움터로 가는 버스길에 또 읽고요.


  오늘날 새로 여는 마을책집은 ‘책으로 쉬는 마을가게’이자 ‘마음을 부드러이 다독이는 책샘터’라고 느낍니다. 책집은 책손한테 샘물 같은 책을 건넵니다. 책손은 책집에 반짝이는 눈빛을 보냅니다. 둘 사이에는 즐겁게 빛나는 숨결이 흘러요.


  책을 고를 적에는 늘 이 책집에서 건사한 손길이 묻은 책을 반가이 맞이합니다. 모든 책집은 저마다 다르게 삶을 바라보며 걸어온 길에 따라 저마다 새롭구나 싶은 책차림입니다. 마을책집 책차림은 책손한테 베푸는 보람이라고 느낍니다. 책손으로서는 이 책시렁을 가만히 쓰다듬으면서 새록새록 숨빛을 나누어 받습니다. 골마루를 거닐며, 어느 책 앞에서 우뚝 멈추며, 살살 한 쪽씩 넘기며, 글줄 너머에 감도는 이야기를 헤아리며, 또 이 책을 장만할 돈을 주머니로 어림하며, 책집마실은 여러모로 무럭무럭 영급니다.


  진주 헌책집 〈형설서점〉 지기님이 “오시는 손님들마다 이 글(동시)을 보더니 어쩜 우리 책집하고 어울리는 글이 다 있냐고 물으셔. 오늘도 또 주게? 앞으로 전시할 만큼 책꽂이에 잔뜩 붙겠네?” “저는 이곳에서 누린 책빛을 밑싹으로 삼아서 바람이 들려주는 목소리를 옮길 뿐인걸요. 이다음에 찾아올 적에도 새 노래가 깃들어서 드릴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서로 드리는 사이인 책동무입니다.


ㅅㄴㄹ


《現行朝鮮語法》(鄭國采 글/宮田一志 펴냄, 宮田大光堂, 1926.12.25.)

《增補 內鮮書簡文範》(大山 壽 엮음, 三中堂書店, 1944.2.28.)

《敗戰前後의 獨逸》(C.떤.뽀옴/葛必道 옮김, 생명의말씀사, 1954.8.12.첫/1955.12.1.둘)

《郡勢一覽 1966》(산청군, 1966.7.20.)

《국어 4-1》(문교부 엮음, 국정교과서주식회사, 1984.3.1.)

《읽기 6-1》(문교부 엮음, 국정교과서주식회사, 1990.3.1.)

《舊石器時代》(드니즈 드 쏜느빌르 보르드/최무장 옮김, 탐구당, 1981.2.25.)

《지금 馬山은》(전문수·오하룡 엮음, 경남, 1987.10.17.)

《지는 꽃이 피는 꽃들에게》(김희수, 광주, 1988.5.30.)

《TV 가이드 474호》(원문갑 엮음, 서울문화사, 1990.10.20.)

《TV 가이드 483호》(원문갑 엮음, 서울문화사, 1990.12.22.)

《옛말 사전》(이영철 엮음, 을유문화사, 1949.9.10.첫/1953.7.10.재판)

《책과 인생 3호》(이승우 엮음, 범우사, 1992.5.1.)

《책과 인생 6호》(이승우 엮음, 범우사, 1992.8.1.)

《책과 인생 8호》(윤형두 엮음, 범우사, 1992.10.1.)

《책과 인생 12호》(윤형두 엮음, 범우사, 1993.2.1.)

《범우 Book Club 3호》(편집부 엮음, 범우사, 1991.6.26.)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책숲마실


서울밤 (2021.11.4.)

― 서울 〈책이당〉



  서울 용산 쪽에서 밤빛을 봅니다. 별빛이 아닌 불빛이 하늘에 가득합니다. 서울도 예전에는 별빛이 제법 있었으나 하루하루 별빛이 떠나고 불빛이 올라섭니다. 마을마다 조촐히 어우러지던 별빛은 차츰 스러지고 잿빛으로 빽빽하게 불빛이 너울거립니다. 이 서울에서 오늘을 어떻게 마무를까 하고 생각하다가 〈책이당〉이 떠오릅니다. 관악 한켠에 깃든 마을책집에 꼭 찾아가라고 알려준 이웃님 이름은 잊었지만, 152 버스를 타면 쉽게 찾아갈 듯합니다.


  〈책이당〉에서 내는 “책 이는 당나귀” 새뜸(신문)을 예전에 보면서 손전화를 옮겨놓았지요. 책집은 19시에 닫지만, 책집지기님이 19시 30분까지 열어두겠다고 합니다. 서울은 어디나 길이 막히고 더디지만 이럭저럭 내려서 부릉소리가 잦아든 골목에서 조그맣게 책빛을 밝히는 곳을 쉽게 알아볼 만합니다.


  책집은 얼마나 커야 할까요? 살림집은 얼마나 커야 하나요? 서울이며 시골은 얼마쯤 되는 크기여야 할까요? 책 한 자락은 얼마나 커야 하고, 이름값은 얼마나 커야 할까요?


  갈래길 앞에 설 적마다 아이들을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자그마한 몸집으로 너그러운 마음을 보여줍니다. 아이들은 자그마한 손힘으로 넉넉한 손빛을 나누어 줍니다. 아이들은 자그마한 글씨로 나긋나긋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걸상 둘쯤 놓고, 책상 하나쯤 있으면 단출합니다. 책 스물쯤 건사하고, 글붓 한 자루를 쥐어 종이 두 쪽쯤 슥슥 하루를 갈무리하면 조촐합니다. 집 한 채 곁에는 나무 열 그루쯤 있기를 바랍니다. 골목 한 칸 둘레에는 풀밭 열 칸쯤 있기를 바라요. 천만이 살아가는 서울이라면 나무는 일억 그루쯤 자라기를 꿈꿉니다.


  바다가 있기에 뭍이 싱그럽습니다. 뭍에 숲이 우거지기에 바다가 파랗습니다. 바다하고 뭍 사이에 숲이 빛나기에 하늘이 맑습니다. 바다랑 뭍이랑 하늘 사이로 물방울이 홀가분히 날아오르고 헤엄치고 흐르기에 마을이 깨어나고 사람이 눈뜨고 풀꽃나무가 춤추며 새랑 풀벌레가 노래합니다. 책은 이러한 터전 기스락에 살그머니 놓으면 즐겁습니다.


  오늘 만난 책을 짊어집니다. 책집지기님은 당나귀에 책을 이고서 길을 나선다면, 책손은 등판에 책을 지고서 뚜벅뚜벅 걷습니다. 밤이 이슥할 즈음, 우리 보금자리 작은아이가 “아버지, 마당에 대나무로 길을 꾸며 놓고서 대나무길을 밟으며 놀았어요.” 하고 쪽글을 띄웁니다. 이 아이한테 건넬 그림책을 몇 자락 챙겼고, 이 아이하고 나눌 노래꽃(동시)을 서울마실길에 열 자락쯤 새로 썼습니다.


《바다 생물 콘서트》(프라우케 바구쉐 글/배진아 옮김, 흐름출판, 2021.7.15.)

《여행은 언제나 용기의 문제》(이준명 글, 어크로스, 2018.6.15.)

《고서 수집가의 기이한 책 이야기》(가지야마 도시유키 글/이규원 옮김, 북스피어, 2017.11.30.)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책숲마실


밤빛자리 (2021.10.29.)

― 서울 〈광명문고〉



  게으른 사람도 느린 사람도 없다고 느낍니다. 바지런한 사람도 빠른 사람도 없을 테고요. 때에 따라서 이런저런 낱말로 여러 모습을 나타내곤 하지만, 속내를 본다면 모든 사람은 저마다 숨빛을 살펴서 하루를 지어서 움직일 뿐입니다. 네 눈으로 나를 볼 까닭이 없습니다. 내 눈으로 너를 볼 일이 없어요. 너를 봐야 한다면 네 눈으로 보면 되고, 나를 봐야 할 적에는 내 눈으로 보면 돼요.


  어떻게 “내가 네가 아닌데, 너를 네 눈으로 보느냐?” 하고 묻는 분이 많습니다만, “스스로 생각을 기울이면, 나를 언제나 나로 바라볼 줄 알고, 내가 나를 바라볼 줄 안다면, 내 곁에 있는 너를 너로서 너답게 네 마음으로 스며서 바라보기 마련입니다.” 하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스스로 즐겁게 설 적에 나부터 나로서 나답게 보기 마련이고, 이때에는 누구를 보더라도 바로 그님 눈빛으로 피어나요.


  작은아이하고 서울마실을 합니다. 고흥에서 나서는 길부터 시골버스가 한참 늦습니다만, 그만큼 아침빛을 머금고서 읍내로 나와 시외버스로 갈아탑니다. 어디를 가든 비슷한데, 아이를 안 살피고 멋대로 구는 늙은사람이 많습니다. 아이를 툭툭 친다든지, 옆사람을 밟는다든지, 이런저럭 막짓사람은 누구보다 그이 스스로를 바라볼 줄 모르는 하루를 살아가는구나 싶어요. 그이 스스로 참답게 사랑하는 마음이라면 아이가 싫어할 일이나 옆사람을 거북하게 할 까닭이 터럭만큼도 없어요.


  오늘은 서울 은평 〈광명문고〉애서 ‘밤빛수다(심야책방)’를 폅니다. 마을책집에 모인 분하고 나란히 앉아서 말길을 엽니다. 누리그물을 열어 마주하는 여러분하고 말노래를 나눕니다. 글은 잘 써야 하지 않고, 책은 잘 읽어야 하지 않습니다. 일을 잘 해내거나 놀이를 잘 해내야 할까요? 글은 즐겁게 쓰면 되고, 책은 반갑게 읽으면 됩니다. 일은 즐겁게 하고, 놀이는 신나게 하면 넉넉해요.


  잘 보려고 애쓰기에 잘 볼는지 모릅니다만, “잘 보려는 눈길”로는 메마르거나 딱딱한 학술논문이 쏟아집니다. 즐겁게 보려고 마음을 기울이니 즐거운 눈빛이 환하게 이야기책이 태어나요. 신나게 하루를 그려서 실컷 놀이하는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는 살림이기에 글 한 줄을 쓰면서도 웃음빛이 물씬 흐릅니다.


  맞춤길(표준·규정·규칙·법·이론·논리·이미지)은 모두 겉치레입니다. 맞추는 겉치레로는 삶도 사랑도 살림도 사람도 숲도 담아내지 못해요. 맞춤길로는 서울을 세우고 잿빛집을 올리고 부릉이를 몰 테지요. 글을 쓰거나 책을 일구고 싶다면, ‘맞춤틀을 버리’면 됩니다. 사랑길을 걷고, 살림길을 노래하고, 삶길을 돌보고, 사람길을 손잡으면 글이란 어느새 꽃처럼 눈부시게 피어난답니다.


《꿈을 나르는 책 아주머니》(헤더 헨슨 글·데이비드 스몰 그림/김경미 옮김, 비룡소, 2012.4.18.)

《숲속 100층짜리 집》(이와이 도시오 글·그림/김숙 옮김, 북뱅크, 2021.8.15.)

《도서관을 구한 사서》(마크 앨런 스태머티 글·그림/강은슬 옮김, 미래아이, 2007.5.15.)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