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쉬어가는 꽃으로 (2024.5.29.)

― 부산 〈읽다가게〉



  저녁에 ‘부산 시민소리숲(시민도서관)’에서 이야기꽃을 펴기로 합니다. 새벽에 일찌감치 길을 나섭니다. 시골버스하고 시외버스에서는 흰종이에 노래를 부지런히 옮겨적습니다. 오늘 이야기꽃에 함께하는 부산이웃한테 하나씩 드리려고 합니다. 손목을 쉴 틈이 없이 옮겨적노라니 한나절이 훅 지나고, 시외버스는 어느새 사상나루에 닿습니다. 예전에는 버스·전철에서 책만 읽었습니다. 요즈음은 노래를 새로쓰거나 옮겨적으면서 보냅니다. 어느 이웃님한테 어느 노래가 갈는지 모르지만, 새로쓰고서 옮겨적는 동안 새삼스레 되읽으면서 글손질을 합니다.


  ‘시민소리숲’에 가기 앞서 덕천에 있는 스스로책집(무인책집)인 〈읽다가게〉부터 찾아갑니다. 책집지기는 자리에 없지만, 책시렁을 돌아보는 동안 책집지기가 어떤 마음으로 책을 가려서 갖추었는지 느낄 만합니다. 왜 이곳에 〈읽다가게〉를 열었을까 하고 돌아봅니다. 덕천에는 책집이 몇 없다더군요. 부산뿐 아니라 다른 고장에서도 책집은 한켠에 몰립니다. 잘될 만한 데에 몰릴 수 있지만, 사람들 발길이 조금 더 잦은 데에 열게 마련입니다.


  시골에는 책집이 ‘무늬로만(수험서·참고서 납품)’ 있거나 아예 없습니다. 그렇다고 시골에서 책집을 여는 분은 드뭅니다. 시골내기라면 시골책집을 열 수 있지만, 시골에서는 그야말로 책손은커녕 발걸음부터 없을 수 있습니다.


  큰고장에서도 기스락마을이나 언덕마을은 책집이 깃들기 어렵습니다. 기스락마을이나 언덕마을에는 다른 가게도 드물어요. 그런데 막상 책집이 들어설 만한 데는 기스락마을과 언덕마을과 골목마을이라고 느껴요. 작은집 곁에 작은책집이 있고, 작은마을에 작은책숲이 있을 적에, 마을살이와 마을살림을 푸르게 바라보는 길눈을 틔울 만하다고 봅니다. 나라(정부)나 고을(지자체)은 이런 데에 마음을 안 쓰는데, 마을사람이 눈빛을 틔워서 깨어나기를 안 바라는 탓이지 싶습니다.


  사뿐히 돌아보고서 자리를 옮깁니다. 해거름부터 이야기를 폅니다. “누구나 우리말과 삶말에 깃든 말밑을 생각해” 보기를 바라요. 《우리말꽃》이라는 책을 부산 작은펴냄터에서 선보인 뜻 그대로입니다. 글을 잘 써야 꽃(문학)이지 않습니다. 누구나 스스로 우리 삶을 손수 갈무리하고 사랑하는 살림으로 펴는 말이라면 언제나 꽃(문학·문화)입니다. 멋스럽거나 높거나 대단해야 하지 않기에 말을 글로 옮기는 길을 갈 수 있습니다. 곰곰이 보면 모든 책은 꾸러미(사전)입니다. 다 다른 책은 다 다른 사람이 스스로 일구고 지은 살림을 담으니, 작은수다 한 자락은 ‘작은낱말책’인 ‘작은말꽃’에 ‘작은씨앗’입니다.


ㅅㄴㄹ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조승리, 달, 2024.3.29.)

《하필 책이 좋아서》(정세랑·김동신·신연선, 북노마드, 2024.1.11.)

- 책을 지나치게 사랑해 직업으로 삼은 자들의 문득 마음이 반짝하는 이야기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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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느긋책 (2024.9.8.)

― 부산 〈대영서점〉



  서두르는 눈길로는 못 알아봅니다. 서두르는 마음으로는 말도 못 섞습니다. 서둘러 가니 둘레에 무엇이 있는지 느낄 겨를이 없습니다. 서두르니 일찍 닿을 수 있지만, 일찍 죽고 일찍 지치게 마련입니다.


  책은 서둘러 읽어치워야 하지 않습니다. 글을 서둘로 매듭지어야 하지 않습니다. 종이(졸업장·자격증)는 서둘러 따거나 거머쥐어야 하지 않습니다. 서두르는 사람은 늘 서툴고 섣부르고 성기더군요. 서두르는 나머지 마침내 멈춰섭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광안바다 앞에서 〈북키스트〉에 가야 하지만, 느긋이 움직이기로 합니다. 그야말로 땡볕에 서야 하는 자리이니, 먼저 보수동 책골목에서 두런두런 책마실부터 누립니다. 이러고서 성큼성큼 달려갑니다.


  누구나 철마다 새롭게 자라는 하루입니다. 늘 자라지만 자라는 줄 못 깨닫는 분이 많아요. 너무 바쁘거든요. 바쁘기에 스스로 얼마나 자라는지 모르고, 스스로 못 알아보기에 차근차근 익히거나 가다듬을 겨를이 없이 훅 지나갑니다.


  글을 쓰다가 틀리거나 어긋난다면 그대로 둘 수 있습니다. 바로잡아도 즐겁되, 이때에 이렇게 틀리기도 하는구나 하고 돌아보는 밑거름으로 삼습니다. 좀 틀릴 수 있습니다. 틀린다고 잘못이지 않습니다. 느긋이 쓰고 다듬을 적에도 놓칠 만하거든요. 틀린 줄 알아볼 적에 바로잡으면 돼요. 틀린 줄 느끼고도 못 고치거나 안 고친다면 이때야말로 망가집니다.


  책집마실을 마치고서 움직이는 길에 ‘감정디자인’이라는 말씨를 곱씹어 봅니다. 이웃님이 쓰시는 말인데, ‘한자말 + 영어’라서라기보다는, “마음을 그린다”는 뜻으로 ‘마음그림’이라는 이름을 쓸 수 있겠다고 문득 느낍니다. 꿈을 그리는 하루인 꿈그림이고, 사랑을 그리는 숨결인 사랑그림이듯, 마음그림과 꽃그림과 살림그림과 마을그림과 별그림과 나라그림과 글그림으로 뻗을 만합니다.


  영어 ‘디자인’에는 ‘꾸미다’라는 뜻도 흐릅니다. 우리는 ‘꾸미기’가 아닌 ‘꾸리기’를 할 수 있는데, ‘꾸밈’은 으레 ‘겉치레’로 기웁니다. 적잖은 ‘디자이너’는 ‘손빛’을 펴는데, 또 적잖은 디자이너는 ‘꾸밈치레’로 가더군요.


  말씨 하나부터 느긋이 살펴서 다룰 수 있으면, 책 한 자락도 새삼스레 돌볼 만하다고 느낍니다. 밭에 남새씨를 심듯, 새가 나무씨를 심듯, 우리는 말씨를 마음에 심습니다. 글씨로 책을 여미어 이웃하고 나누고, 노래씨로 온누리에 파란하늘을 드리우지요. 씨앗 한 톨을 느껴서 품고 다독일 적에 저마다 빛납니다. 책이란 책씨일 만하고, 책집이란 ‘책집씨앗’일 만합니다. 씨앗을 심기에 오래도록 푸릅니다.


ㅅㄴㄹ


《日本古典文學全集 1 古事記 上代歌謠》(小學館, 1973.11.5.첫/1979.11.10.8벌)

《정치언론》(이효성, 이론과실천, 1989.9.16.첫/1990.9.24.3벌)

《스티븐 호킹의 우주》(존 보슬로우/홍동선 옮김, 책세상, 1990.9.10.첫/1990.9.20.2벌)

《시간의 지배자들》(이충호 옮김, 새길아카데미, 2012.5.31.)

《할아버지와 손자의 대화》(조정래·조재면, 해냄, 2018.4.20.)

《그곳에도 사거리는 있다》(이경림, 세계사, 1995.1.5.)

《랩걸》(호프 자런/김희정 옮김, 알마, 2017.2.16.첫/2018.1.24.13벌)

《기쁨이 열리는 창》(이해인, 마음산책, 2004.6.25.첫/2005.6.1.9벌)

- 손글씨 + 이름쪽

《南部의 시 13 꿈과 물과 진흙의 詩學》(강영환과 80사람, 부산시인협회, 1989.4.12.)

《랄랄라 주부 노래교실》(요영실·이진관, 조선일보, 2001.2.1.)

- 여성조선 2001넌 2월호 별책부록

《瑞文文庫 263 世界의 寫眞史》(버몬트 뉴홀/최인진 옮김, 서문당, 1978.1.25.첫)

《‘솔후아나’ 硏究 그 內面의 熱情과 葛藤》(최동희, 외국어대학 대학원 남미지역과, 1977.)

《부산진구 새주소 안내지도》(지적과 엮음,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2006.1.)

《도시인의 취미농사》(정경숙, 인쇄정보, 1988.12.30.)

《將棋妙手풀이》(七段 이정석, 일신서적, 1975.7.15.)

《공룡 컬러 화집》(편집부, 꿈나라, 1991.2.25.)

-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신동 225-2

《여러 갈래로 들리지 않는 여러마디의 소리》(백양시동인회, 신한출판사, 1983.6.18.)

《꿈과 물과 진흙의 詩學》(부산시인협회, 빛남, 1989.4.12.)

《詩文學 125》(문덕수 엮음, 시문학사, 1981.12.1.)

- 남포동 문예도서

《合流 2集 둥근 태반처럼 누워있는 바다》(김종근과 네 사람, 나남, 1984.8.10.)

《國民倫理硏究 第四號》(편집부, 국민윤리교육연구회, 1975.8.20.)

《新丘文庫 40 高麗·朝鮮의 高僧 11人》(서경수와 일곱 사람, 신구문화사, 1976.4.15.)

《探求新書 39 現代美國文學論》(R.E.스필러/양병탁 옮김, 탐구당, 1966.6.25.)

《探求新書 212 人間과 文化》(에른스트 카시이러/정태진 옮김, 탐구당, 1981.3.15.)

- 榮光圖書

《三中堂文庫 161 사랑 上》(이광수, 삼중당, 1975.6.1.첫/1976.12.5.중판)

《三中堂文庫 162 사랑 下》(이광수, 삼중당, 1975.6.1.첫/1976.9.20.중판)

《三中堂文庫 172 雲峴宮의 봄》(김동인, 삼중당, 1975.6.20.첫/1976.11.15.중판)

《생활속의 물리학》(Y.I.뻬렐만/이용태 옮김·황근수 엮음, 이성과현실, 1989.8.25.첫/1992.6.10.10벌)

- 건국고등학교. 1992.11.5. 2371호

《생활속의 물리학 3》(Y.I.뻬렐만/편집부 옮김·황근수 엮음, 이성과현실, 1990.9.20.)

《Small Animals》(Jane Burton, Color Library International, 1977.)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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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나무 (2024.8.23.)

― 전북 전주 〈조림지〉



  전남 고흥에서 경남 진주로 ‘우리말로 노래밭(시쓰기 수업)’을 하러 가는 길에 전북 전주로 책집마실을 갑니다. 전남 고흥에서 경남 진주로 가자면 11시간쯤 걸립니다. 배움자리에 못 맞추기에 하룻밤 미리 나선 길을 전주에서 보내기로 합니다. 어느 책집부터 들르면 즐거울까 하고 어림하다가 〈조림지〉로 걸어가는데, 곳곳에서 삽질을 많이 합니다.


  우리나라는 ‘관광’을 아주 잘못 바라봐요. 길바닥이며 알림판을 새것으로 갈아야 번쩍거리면서 나은 줄 여기더군요. 그러나 ‘봄(관광)’이란, 이웃을 보고 이웃마을을 보며 이웃살림을 보려는 길입니다. 낡거나 나쁘거나 나은 모습은 따로 없어요. 손길을 받고서 고스란히 이은 살림살이가 모두 다르게 빛납니다.


  큰길가에 있는 〈조림지〉에 닿습니다. 거님길은 삽질판이라 시끄럽고 뿌옇지만, 책집으로 깃드니 조용하고 아늑합니다. 등짐을 내려놓고서 숨을 고릅니다. 다리를 쉬면서 노래를 한 자락 새로 씁니다. 책이 되어 주는 나무는 오래오래 해바람비를 품고서 푸근한 숨결입니다. 사람은, ‘나무로 빚은 종이’에 ‘사랑으로 일군 살림’을 이야기로 여미어서 얹습니다. 나무란, ‘나(사람)’하고 나란히 서는 곳에서 이웃하는 기운입니다. 종이란, 조촐히 조용히 모두 담을 수 있는 그릇입니다.


  종이로 조촐히 꾸린 이야기를 읽고 나누면서 생각을 잇는 꾸러미인 책입니다. 언제나 아늑하면서 햇살과 햇빛과 햇볕을 누리는 씨앗숲으로 나아가시기를 바라는 마음을 글로 추슬러서 담는 그릇인 종이에 책입니다.


  전주를 살리는 길은 무엇일까요. 삽질을 멈추고서 종이를 함께 짓는 자리를 펴기를 바라요. 손수 지은 종이에 손수 지은 삶노래를 적어 보기를 바라요. ‘문학’이 아닌 ‘오늘이야기’를 사근사근 쓰면 넉넉합니다.


  권정생이라는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한창 젊을 적부터 갖은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고, 죽을 뻔했고, 살아났으나 오줌을 빼내려면 고무줄을 옆구리에 박아야 했기에, 젊은날부터 죽는날까지 마흔 해 남짓 ‘고무줄로 오줌을 빼며 살’던 분입니다. 오늘 우리는 곁일(알바·투잡)을 하느라 힘을 다 쓰는 나머지, 막상 살림지기로 보금자리를 가꾸려고 할 적에는 고단할 수 있으나, 오히려 고단한 몸을 느끼기 때문에 ‘여러 이웃을 더 헤아리는 눈과 손과 귀와 몸과 마음과 넋’을 맞아들이고 배우기도 합니다. 오늘을 이곳에서 살리고 사랑하는 글 한 줄을 새롭게 여밀 수 있어요. 찔레나무랑 딸기덩굴이랑 귤나무랑 초피나무에는 가시가 굵어요. 그렇지만 가시 굵은 푸나무는 꽃도 열매도 소담스럽고 향긋하면서 아름답습니다.


ㅅㄴㄹ


《바도파다》(박가현, 신아출판사, 2023.12.1.)

《아주 커다란 잔에 맥주 마시기》(김은지, 아침달, 2024.6.28.첫/2024.7.15.2벌)

《골렘》(천기현, 조림지, 2024.봄.)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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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부른다 (2024.12.21.)

― 부산 〈카프카의 밤〉



  집에 쌓은 책더미부터 풀자는 마음에 오늘은 느슨히 부산으로 건너갑니다. 부산에 내려서 책집마실부터 하지 않고서 ‘곳간’으로 갑니다. 조촐히 ‘살림씨앗’ 모임을 하고서, 보수동 〈학문서점〉하고 〈파도책방〉을 가볍게 들른 다음에, 연제동 〈카프카의 밤〉으로 갑니다. 어느덧 이응모임(이오덕 읽기 모임) 여덟걸음입니다. 처음 이응모임을 잡을 적에는 《내가 무슨 선생 노릇을 했다고》를 어렵잖이 장만할 수 있었는데, 올해 12월 첫머리부터 판이 끊기는군요.


  이오덕 어른은 이원수 님이 이끌어서 글빗(평론)을 합니다. 이원수 님이 보기로 우리나라는 글꽃(문학)도 모자라고 옮김(번역)도 어설프지만, 이 두 가지는 어떻게든 앞으로 늘 만하지만 좀처럼 글빗을 맡을 일꾼이 없는 판이라, 아무래도 가장 고되고 힘들 테지만 이오덕 어른더러 글빗길을 걸어 주기를 바랐습니다. 이 대목을 모르는 분이 많은데, 이오덕 어른이 권정생 님을 알아본 눈도 바로 ‘글빗길’을 걸었기에 싹텄습니다.


  글빗이란, 글을 빗질하는 손길입니다. 머리카락이 엉킬 적에는 가벼운 빗질도 따끔하고 머릿살도 아프지요. 그러나 빗질로 머리카락을 고르면 마음도 몸도 머리도 맑게 가눌 만합니다. 굳이 따끔하게 써야 하지 않으나, 글빗은 모름지기 ‘따끔글·까칠글’입니다. 살살 고르는 빗질이어도 아프다고 여겨 미워하는 글꾼이 수두룩하겠지요. 이러다 보니 추킴질(주례사서평)만 판치면서 글꽃이 곪아요.


  너를 부릅니다. 너머로 같이 날아가고 싶어서 너를 부릅니다. 서로 너를 부릅니다. 이 길은 혼자인 적이 없다고, 네 곁에 내가 있고, 우리 곁에 풀꽃나무에 해바람비에 벌나비가 있으니, 사뿐사뿐 거닐며 노래를 부릅니다.


  누가 곁을 떠나는 일을 받아들이기란 아무리 오랜 나날이 흘러도 사라질 수 없어요. 그런데 떠나는 분은 몸을 내려놓을 뿐, 넋은 늘 우리 둘레에 있게 마련이라고 바라본다면, 우리 삶은 늘 숱한 가없는 더없는 다시없는 사랑으로 둘러싸인 오늘이로구나 하고 보듬을 수 있습니다.


  만날 적에만 반가워서 손을 잡거나 흔들지 않습니다. 헤어질 적에도 다음길을 그리면서 반갑게 손을 잡거나 흔듭니다. 바람이 불어와서 우리 숨결로 스민 뒤에 어느덧 날숨으로 빠져나가서 멀리 갑니다. 샘물 한 모금은 우리 몸을 거쳐 다시 땅으로 깃들어 바다로 나아가더니 빗물로 새삼스레 찾아옵니다.


  오늘 이 하루를 고이 부릅니다. 밥을 잔뜩 먹어야 배부르지 않습니다. 부피만 키우면 펑 터집니다. 봉긋봉긋 겨울꿈을 누리는 겨울잎눈이 천천히 부풀어 갑니다.


ㅅㄴㄹ


《조응》(팀 잉골드/김현우 옮김, 가망서사, 2024.3.29.)

#Correspondences #TimIngold

《케테 콜비츠 평전》(유리 빈터베르크·소냐 빈터베르크/조이한·김정근 옮김, 풍월당, 2022.11.23.)

#KOLLWITZDieBiografie #KOLLWITZD #KatheKollwitz

#YuryWinterberg #SonyaWinterberg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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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떠난 김민기 (2024.12.10.)

― 부천 〈용서점〉



  간밤과 새벽에 김민기 님 노래를 새삼스레 들었습니다. 2024년 7월 21일에 너무 일찍 흙으로 돌아가셨는데, 싸움터(군대)에도 끌려가서 싸움터 속낯을 보고, 조용히 시골살이를 하다가 시골텃힘 속내를 보고, 들너울(민주화) 한복판을 지켜보면서 숱한 민낯을 보아야 하던 삶길이 노랫가락에 어떻게 스몄는지 되새겨 봅니다. 누구처럼 ‘문화부장관’이나 ‘기관장’이나 ‘국회의원’ 같은 어깨띠를 하나도 꿰차지 않은 김민기 님입니다. 어깨띠가 아닌 어깨동무로 살아가는 길을 이야기하고 생각하고 찾고 스스로 살아내야 온누리를 바꾼다고 느낍니다.


  서울에서 시내버스를 타고서 부천으로 건너옵니다. 아침해를 느끼면서 노래(시)를 두 자락 씁니다. 원미구청 언저리에서 내리고 〈용서점〉에 닿습니다.


  노래란, 책이란, 삶이란, 길이란 무엇일는지 곱씹습니다. 팔리지 않으면 사라진다고 여기느라 살아남으려고 팔릴 책으로 기운 책은, 얼핏 사람들이 손에 쥐어 읽을 수 있지만, 팔려서 살아남으려고 태어난 책은 오히려 더 쉽게 사라진다고 느낍니다. 오늘 바로 팔리지는 않더라도 사람들 마음에 사랑씨앗과 살림씨앗과 숲씨앗을 심으려는 꿈을 그리는 이야기를 담은 책은 아무래도 제대로 안 팔리는 듯싶지만, 사랑씨·살림씨·숲씨로 이야기를 여민 책을 누가 문득 손에 쥐면, “아! 책이란 이렇게 아름답구나!” 하고 깨달으면서 온누리를 새롭게 북돋우는 길은 바로 우리 스스로 오늘 이곳에서 천천히 한 걸음을 떼면 넉넉한 줄 들려줄 만하지 싶습니다.


  ‘걸작이 되면서 잘팔리는 책이 되기를 바라는 책’은 언제나 더 빨리 잊히고 사라지면서 거꾸로 ‘사람들이 책한테 등지는 빌미’를 이룬다고 느낍니다. ‘오늘 이곳에서 서로 이웃으로 만나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지피려는 수수한 책’은 여러모로 적게 팔리거나 더디 팔리거나 잘 안 팔리는 듯 보이는데, 이렇게 이야기를 건네는 수수한 책이 하나둘 늘어날 적에 오히려 차근차근 책마을도 살아나고 우리 마음도 스스로 살린다고 봅니다.


  떠난 김민기 님은 이쪽에도 저쪽에도 안 섰습니다. 늘 ‘사람 곁’에 섰고, ‘아이 곁’에 있었고, ‘들숲바다 곁’에서 하늘빛을 보려고 했습니다. 우리는 어떤 책을 놓은 어떤 책집 곁으로 다가가는 하루일까요. 누리책집에서 손쉽게 장만해도 될 책이지만, 이웃을 안 느끼면서 책(지식·정보)만 쥘 적에는 저마다 이쪽저쪽으로 갈려서 끝없이 싸운다고 느껴요. 하루하루가 놀라운 일인 나날입니다. 겨울 첫머리를 느긋이 넉넉히 누리려면 “‘내’가 ‘나’로서 ‘너’랑 ‘함’께 ‘있’을 곳”을 차분히 그릴 노릇입니다. 새별을 곁에 두는 하루란 늘 빛나는 삶입니다.


ㅅㄴㄹ


《유한양행, 미스 고》(고성순, 부크크, 2024.8.1.)

《맛의 달인 104 먹을거리와 환경문제》(테츠 카리야 글·하나사키 아키라 그림/장수영 옮김, 대원씨아이, 2010.7.15.)

《싸가지 없는 진보》(강준만, 인물과사상사, 2014.8.29.)

《삶에 지칠 때 작가가 버티는 법》(곽재식, 북스피어, 2019.10.10.)

《잊기 좋은 이름》(김애란, 열림원, 2019.7.5.)

《비행운》(김애란, 문학과지성사, 2012.7.18.)

《상냥한 폭력들》(이은의, 동아시아, 2021.11.3.)

《우울이라 쓰지 않고》(문이영, 오후의소묘, 2022.10.31.)

《‘국민’이라는 노예》(김철, 삼인, 2005.3.25.)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헬렌 니어링/이석태 옮김, 보리, 1997.10.10.첫/1997.11.15.2벌)

《동물을 위해 책을 읽습니다》(김보경, 책공장더불어, 2021.1.25.)

《세월호와 역사의 고통에 신학이 답하다》(조석민과 여섯 사람, 대장간, 2014.8.8.)

《브레히트의 여성관》(우테 베델/장지연 옮김, 미크로, 1999.3.31.)

《플랜P vol.3》(이은주 엮음, 평화저널, 2021.3.20.)

《플랜P vol.14》(김유승 엮음, 평화저널, 2023.12.15.)

《서울시내 일제유산답사기》(정운현, 한울, 1995.10.2.첫/1996.1.10.재판)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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