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수수께끼 (2021.3.13.)

― 순천 〈책방 심다〉



  쌀을 어떻게 불려서 물을 맞추고 얼마나 끓이면 밥이 되어 먹을 만한가도 수수께끼입니다. 여러 풀열매 가운데 나락을 밥으로 삼은 길도 수수께끼입니다. 저절로 나고 자라는 들풀을 살펴서 밥으로 삼다가 땅을 일구어 심은 살림도 수수께끼입니다. 풀을 먹든 고기를 사냥하든 비바람을 마시든 저마다 달리 목숨을 잇는 하루도 수수께끼입니다.


  살아가는 모든 날은 수수께끼입니다. 우리말 ‘수수께끼’는 ‘수수하다’하고 맞닿습니다. 뭔가 벼락을 치듯 갑자기 크게 찾아들거나 대단하거나 엄청나야 수수께끼이지 않아요. 수수한 하루라는 삶이 모두 수수께끼입니다.


  어려우면 수수께끼가 아닙니다. 어려우면 고비나 벼랑이에요. 수수하기에, 쉽기에, 수월하기에, 숲처럼 푸르기에 수수께끼입니다. 어린이가 수수께끼를 왜 반길까요? 어른은 수수께끼를 내면서 왜 슬기롭거나 어진 마음으로 나아갈까요? 이 대목도 수수께끼일 테지만, 스스로 어버이나 어른이란 자리에 서서 어린이를 사랑으로 바라본다면, 즐겁게 어우러지면서 놀고픈 마음이 바로 수수께끼인 줄 느껴요.


  순천 〈책방 심다〉는 틈틈이 책을 여밉니다. 누리책집까지 들어가는 책도 여미고, 마을책집에서만 나누는 책도 여밉니다. 《날마다 한 줄 수수께끼 동시집 다줄께》는 마을책집에서만 나누는 즐거운 이야기살림입니다. 〈책방 심다〉에서 여민 이야기꾸러미를 누리려고 순천마실을 합니다. 《다줄께》 곁에 있는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를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알고 보면, 우리가 쓰는 글도 다 수수께끼입니다. 글이름을 감추고서 글을 읽어 볼까요? 우리가 읽은 글은 이름이 뭘까요? 지은이랑 펴낸곳을 가리고서 책을 읽어 볼까요? 우리가 읽은 책은 어느 곳에서 펴내고 누가 썼을까요?


  사람들은 흔히 ‘지은이 이름’하고 ‘펴낸곳 이름’을 먼저 보면서 책을 고르고 사고 읽습니다. 그러나 저는 책이름을 보고서 고릅니다. 지은이나 펴낸곳은 대수롭지 않습니다. 책이름을 먼저 보고, 몸글을 죽 읽고서 장만할 만한가 아닌가를 살핍니다. ‘어느 지은이가 새로 낸 책’이든 ‘어느 곳에서 새로 낸 책’이든 쳐다볼 마음이 터럭조차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알맹이(줄거리)로 살 뿐, 허울(이름값)로는 안 살거든요. 밥을 먹을 적에도 밥알을 먹을 뿐, 수저질이나 그릇을 먹지 않습니다. 맑은 물이어야 몸을 살릴 뿐, 값비싼 그릇에 담아야 몸을 살리지 않습니다. 이리하여 수수께끼입니다. 껍데기 아닌 속내를 살피며 손에 쥐고 읽을 적에 스스로 빛날 텐데, 왜 우리는 자꾸 이름값에 사로잡히며 스스로 빛바랠까요.


ㅅㄴㄹ


《살자편지》(정청라와 여덟 사람, 니은기역, 2021.2.3.)

《날마다 한 줄 수수께끼 동시집 다줄께》(김영숙·광양 마로초 3학년 2반 24명, 심다, 2021.3.1.)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고찰》(소토리, 202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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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살림 (2021.12.6.)

― 대전 〈다다르다〉



  우리말에서 ‘다’는 매우 재미있습니다. ‘모두·온’하고 비슷한 ‘다’이지만, 세 낱말은 안 같습니다. 비슷하기에 다릅니다. ‘다르다’라는 낱말은 말밑이 ‘다’하고 ‘달’입니다. 그런데 ‘-다’를 말끝에 붙이면 ‘하다·보다·있다·주다·놀다’처럼 바탕말(기본어휘)을 이루는 뼈대 노릇을 해요.


  누가 ‘다다르다’를 말하면 저는 먼저 ‘닿다’를 그립니다.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닿으려 하는가 하고 생각해요. 이 다음에는 “모두 새롭다 = 다 다르다”를 떠올립니다.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을 쓰기도 했습니다만, 이 낱말책은 “비슷한말이란 다른말이다”라는 수수께끼이자 놀이를 이웃님한테 들려주려는 뜻을 듬뿍 담았어요.


  말결을 더 살피면 ‘다르다’는 ‘닮다’하고 맞물려요. “닮기에 다릅”니다. “다르기에 닮아”요. 언뜻 보면 어긋나다고 여길 테지만, 곰곰이 보면 우리 삶자리를 이루는 실마리하고 속빛이 ‘다르다·닮다’에 있습니다.


  오늘은 충남 홍성까지 가려는 길입니다. 새벽바람으로 고흥에서 나섰고, 순천을 거쳐 칙칙폭폭 달린 다음에는, 버스를 타고 책집 둘레에 내립니다. 서대전나루부터 걸을까 하다가 버스를 타는데, 걷기에는 조금 먼 듯합니다. 부릉부릉 왁자한 큰길에서 벗어나 골목으로 들어서니 호젓합니다. 고작 몇 뼘 떨어진 셈이나, 이곳하고 저곳은 다른나라입니다. 〈다다르다〉에 들어섭니다. 여섯 시간을 들여 이곳에 다다랐습니다. 겨울빛이 스며드는 책집에서 반짝이는 책을 쥐어 펼칩니다. 어느 책을 등짐에 얹어 바깥마실을 하고서 보금자리로 데려가면 즐거울까 하고 살핍니다.


  요사이 ‘제로 웨이스트’가 물결치는데, 껍데기나 겉치레를 치우며 우리 터전을 정갈하게 돌보자는 뜻이라면 ‘제로 웨이스트’ 같은 말씨도 치우면 어떨까요? “쓰레기 줄이기”나 “안 버리기”처럼 수수하게 써도 되고, 마음을 가만히 기울여서 ‘온살림’처럼 새말을 지어도 됩니다.


  우리는 오롯이 살림을 하기에 빛납니다. 옹글게 생각을 가꾸어 오달지게 삶을 누리기에 즐겁습니다. 아직 어설프다면 얼마나 어설픈가를 찬찬히 보면서 천천히 추슬러서 거듭나면 되어요. 글은 잘 써야 하지 않습니다. 책은 잘 읽어야 하지 않습니다. 글은 즐겁게 쓰면 아름답고, 책은 즐겁게 읽으면 사랑스럽습니다. 마을은 즐겁게 깃들어 살림을 꾸리기에 빛나고, 우리는 저마다 새롭게 눈뜨면서 만나기에 반갑습니다. 아주 쉽습니다. 쉬운 길이 쉽습니다. 굳이 말을 어렵게 돌리거나 꾸미지 마요. 겉치레를 치우는 ‘온살림’처럼 어린이랑 동무하는 상냥말을 생각해 봐요.


《수어》(이미화, 인디고, 2021.8.1.)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양상규, 블랙피쉬, 2020.9.28.)

《글자를 옮기는 사람》(다와다 요코/유라주 옮김, 워크룸 프레스, 2021.4.5.)

《월간 토마토 172》(이용원 엮음, 월간 토마토, 2021.11.1.)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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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촛불 (2021.10.19.)

― 제주 〈책밭서점〉



  올들어 제주를 두걸음 합니다. 이듬해에 새걸음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책밭서점〉에 마지막으로 들릅니다. 다음걸음을 할 적에 장만하고픈 책을 만지작거리면서 ‘다음에는 책값을 얼마쯤 건사해야 할까?’ 하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저마다 손수 지은 살림빛을 담은 책이 깃든 마을책집입니다. 자주 드나들 수 있다면 그때그때 조금씩 장만할 테고, 드문드문 찾아온다면 목돈을 씁니다.


  책값으로 목돈을 치를 적마다 “열걸음을 한다는 마음이라면 참 적게 쓰는 책값이지.” 하고 생각합니다. 살림집 곁에 마을책집이 있으면 날마다 가서 한두 자락씩 장만해서 그날그날 누릴 테지만, 먼발치에 마을책집이 있으니 곳곳을 한몫에 들르면서 등짐이 미어지도록 장만하고는 시골집에서 느긋이 읽습니다.


  이듬해에는 나라지기(대통령)하고 고을지기(지자체장)를 갈아치웁니다. 고인물을 걷어낼 텐데, 헌 고인물을 씻는 자리에 새 고인물이 들어설는지, 아니면 샘물이 흐를는지 두고볼 노릇이겠지요. 여태 나라지기란 이들, 또 감투꾼이 걸은 길을 보자면 ‘샘물’ 같은 사람이 나라일을 맡은 적이 하루라도 있었나 아리송해요. 아마 하루조차 샘물 일꾼은 없지 않았나요? 앞에서 말만 번듯하고 뒤에서 막짓을 일삼기만 하지 않았나요?


  바다에 잠긴 안타까운 푸른넋을 기리며 촛불로 물결을 일으켜 나라지기를 갈아엎었습니다. 그런데 감투를 새로 쓴 이들은 ‘지기’도 ‘일꾼’도 아닌 또다른 ‘힘꾼’ 노릇으로 하루하루 보냈어요. 미리맞기(백신)로 죽은 사람이 엄청납니다(2021년 12월 3일까지 1289사람이 미리맞기로 죽었고, 나라(정부)는 아직도 2사람만 받아들였어요). 미리맞기가 아니어도 애꿎게 죽은 사람이 어마어마합니다.


  여태 나라가 꽁꽁 숨긴 이야기를 살피면, ‘중국 우한 돌림앓이’가 아니었어도 큰고뿔(독감)로 해마다 4000∼5000사람쯤 죽었다고, 돌림앓이가 퍼지기 앞서인 2017년 9월 27일 새뜸(신문)에 나옵니다. 미국에서는 큰고뿔로 해마다 3만∼4만씩 죽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2017년까지 어느 나라도 큰고뿔 때문에 모두 입가리개를 해야 한다거나, 틈새두기라든지 ‘방역’을 안 했습니다. 그럴 까닭이 없으니까요. 더구나 ‘독감백신’을 맞고 죽은 사람마저 수두룩하지만 늘 쉬쉬했어요.


  백 해가 지난 책을 〈책밭서점〉에서 살피다가, 2021년부터 백 해가 흐른 2121년 뒷사람은 오늘날 이 모습을, 이 민낯을 어떻게 적으려나 생각합니다. 날마다 ‘코로나 백신’으로 안타까이 죽는 사람이 쏟아지는데 막상 이때에는 촛불을 들지 않은 2021년 사람들을 뒷사람이 어떻게 볼는지 헤아리니 그저 창피합니다.


ㅅㄴㄹ


《現代歐州》(伊達源一郞 엮음, 民友社, 1914.2.15.)

《漢文の學び方 考へ方と解き方 (新訂第四版)》(塚本哲三, 考へ方硏究社, 1919.4.25.첫/1941.6.20.166벌)

《重要 英單語講義, 語源と成句と用例をを示せろ》(岡澤 武, 光丘學園出版部·東亞出版社, 1943.9.10.)

《現代美國短篇小說集 1 田園》(김성한 옮김, 을유문화사, 1955.9.30.첫/1957.7.30.3벌)

《南國의 鄕土飮食》(진성기, 제주민속연구소, 1985.11.1.)

《南國의 地名由來》(진성기, 제주민속연구소, 1960.8.1.첫/1975.8.1.2벌)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백신 민낯을 말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정치인'이 아닌

'거짓말꾼'이라고 느낀다.


백신을 맞고 죽은 안타까운 넋한테

고개숙이지 않는 이는

나라지기뿐 아니라

나라지기가 되겠다는 이들 모두 같다.


그래서 나는

백신 촛불을 들기로 한다.


중국우한 돌림앓이가 퍼지기 앞서

해마다 2000-5000 사이로

죽고 말았다는 사람들이

그저 '독감' 때문에 죽었는지

'독감백신' 때문에 죽었는지

여태 살핀 적이 없다더구나.


우리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알고

무엇을 말하는 사람일까?


참빛이 깨어나기를 바라기에

조용히 시골 한켠에서

촛불을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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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을 들고 (2021.4.24.)

― 구미 〈삼일문고〉



  새로 선보인 책 《쉬운 말은 평화》를 들고서 공주·대전에서 마을책집 한 곳씩 들렀고, 포항 마을책집을 넉 곳 찾았으며, 구미 마을책집 두 곳을 돌아보고서 〈삼일문고〉에 닿습니다. 사흘에 걸쳐 책집 여덟 곳을 만나니 슬슬 기운이 떨어집니다. 등짐도 꽤 무겁습니다. 반짝거리는 〈삼일문고〉에 들어왔으나 팔심도 다릿심도 호졸곤합니다. 나무로 짠 튼튼한 자리에 앉아서 가만히 숨을 들입니다. 구미뿐 아니라 경북을 책빛으로 푸르게 밝히는 이곳은 우리나라가 새롭게 피어나도록 이끄는 징검돌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더 살피기보다는 마음을 고요히 다스리고 싶어 붓을 쥡니다. 사흘에 걸쳐 마주한 여러 고장 여러 책집이 들려주는 바람빛을 헤아리면서 노래꽃을 적고, 토막글을 씁니다. 제가 쓰는 낱말책은 “낱말만 모은 덩어리”가 아닌 “말씨(말씨앗) 하나에 삶을 짓는 생각을 담아서 마음에 심도록 이끄는 징검다리인 꾸러미”라고 여깁니다. 낱말책이 “삶을 짓는 생각으로 가도록 이끄는 징검다리”라면, 책집은 “책만 모은 덩어리”가 아닌 “살림을 짓는 생각을 스스로 배우도록 이끄는 징검다리”라고 할 만하지 싶어요.


  책집에 깃들었으니 책을 살피고 골라서 살 노릇이나, 더구나 〈삼일문고〉는 갈래마다 알맞고 알뜰히 가꾼 책터이지만, 다리를 토닥이고 팔을 주무르면서 글쓰기를 합니다. 때로는 책을 더 들여다보지 않고서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때로는 책시렁이 아닌 글꾸러미를 바라보려고 합니다. 책집에 함께 온 이웃님한테 이런 책 저런 책을 읽으시면 어떻겠느냐고 여쭙니다.


  오늘 아침에 포항-구미 버스길에 ‘호미’ 이야기를 노래꽃으로 여미었습니다. ‘호미’가 어떤 연장일까 문득 궁금해서 생각을 기울였어요. 오직 우리나라에만 있는 살림인데, ‘호다·호리다’라든지 ‘홈’이라는 말씨가 얽히고, ‘호리호리·휘다’나 ‘후들후들·호들갑’에다가 ‘회초리’나 ‘홉’에 ‘혼·홀’로 잇더니 이래저래 ‘흐르다·흙’으로까지 가더군요. 호미란 연장을 지은 옛사람은 이름도 참 재미나게 엮었구나 싶어요. 이쩜 이렇게 호호 웃음을 지을 만한 얼거리를 다 폈을까요. 힘든 밭일이 아니라, 호젓하게 호드기를 불듯 호미로 흙을 콕콕 호면서 살림을 가꾸어 내는, 차근차근 지어서 눈부시게 이루는 삶길입니다.


  이 나라 곳곳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피어나는 책집은 바로 호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삽질이 아닌 호미질입니다. 마구 밀어대는 삽질이 아닌, 찬찬히 보고 곰곰이 생각하며 하나하나 짚어서 오순도순 이루려는 호미질로 가는 책집살림이에요.


ㅅㄴㄹ


《아사 이야기》(우라사와 나오키/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1.2.25.)

《쉬운 말이 평화》(숲노래·최종규, 철수와영희, 2021.4.23.)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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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2-04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삼일문고 가 본 곳입니다. 사진보니 반갑네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

숲노래 2021-12-04 12:25   좋아요 1 | URL
지난 4월 이야기인데...
생각해 보니
꽤나 힘겨이 다닌 터라
이제서야 ㅜㅡ
글을 써냈구나 싶어요.

삼일문고는 참 아름다워요.
요즘 한창 2층 3층까지
책집을 넓힌다고 들었는데
얼른 다시 찾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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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란 (2021.2.28.)

― 부산 〈주책공사〉



  달종이가 2월에서 3월로 가기에 겨울이 저물지 않습니다. 달종이가 11월에서 12월로 가더라도 겨울로 접어들지 않습니다. 철은 바람을 따라서 흐르고, 철빛은 들꽃하고 나뭇잎 사이로 퍼집니다. 사람들이 보금자리에 마당이 있다면, 손수 돌보는 나무하고 풀꽃을 마주하면서 철을 읽어요. 사람들이 마당이 없이 켜켜이 쌓은 똑같은 잿빛집에서 지낸다면, 마루에 꽃그릇을 잔뜩 놓더라도 철을 읽지 못합니다.


  철은 바람빛으로 스밉니다. 철바람은 풀잎에 깃듭니다. 풀빛은 철마다 다르게 물듭니다. 빛살은 언제나 새롭게 우리한테 찾아듭니다. 사람들이 시골에서 저마다 다르게 살림집을 짓고서 아이를 낳아 돌보던 무렵에는 달종이도 때바늘(시계)도 없이 하루를 읽고 철을 알았어요. 사람들이 시골을 버리고 서울·큰고장에서 돈을 벌기로 하면서 달종이를 보고 ‘모든 다른 날’을 ‘모두 똑같은 셈(숫자)’으로 짜맞추어서 움직이는 틀에 스스로 사로잡혔습니다.


  어른뿐 아니라 아이도 스스로 날·하루·때·철을 읽던 지난날입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뛰놀면서 날씨를 알았고, 철을 읽었으며, 때를 가누고, 하루를 누렸어요.


  문득 부산으로 건너와서 하룻밤을 보냈고, 고흥으로 돌아가기 앞서 〈주책공사〉를 들릅니다. 날마다 책으로 새롭게 살림을 지피는 이곳은 ‘부산으로 치면 옛골목’이라지만 ‘시골로 치면 복닥골목’입니다. 거리마다 줄줄이 가게가 잇닿고, 길에는 부릉부릉 끊이지 않으며, 오가는 걸음이 부산스럽습니다.


  책집 앞에서 겨울햇살을 느끼고서 조용히 들어섭니다. 책집 미닫이를 열고 들어서면 새누리로 한 발짝 옮긴다고 느낍니다. 책이 있기에 새누리로 가기도 하지만, 책을 쓰다듬는 손길이 있어서 새누리로 갑니다. 책을 잇는 손빛을 헤아리면서 새누리로 성큼 나아갑니다.


  오늘 〈주책공사〉로 찾아가자고 생각하면서 새벽에 ‘바람’이란 이름을 붙여 노래꽃을 한 자락 지었습니다. “모든 틈에 흐르는 / 모든 들에 퍼지는 / 바람 한 줄기는 / 숨을 살리네”로 첫머리를 엽니다. 들에는 들바람이 있고, 숲에는 숲바람이 있고, 책집에는 책집바람이 있습니다.


  모든 사람한테 흐르는 피 한 방울은 하늘바람을 먹고서 싱그럽습니다. 모든 책에 서리는 이야기 한 자락은 눈빛을 먹고서 새롭습니다. 모든 길에 마주치는 이웃살림이며 이웃마을은 노래를 먹고서 즐겁습니다.


  겨울에 겹겹으로 꿈을 그립니다. 봄을 떠올리며 거듭거듭 꿈을 품습니다. 얼어붙는 겨울이기에 눈을 꾹꾹 뭉쳐 눈놀이를 하고 눈사람을 굴려요. 겨울이기에 새하얗게 눈망울을 밝히며 눈빛을 듬뿍 머금습니다. 


ㅅㄴㄹ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박홍규·박지원, 싸이드웨이, 2019.12.5.)

《행운분식 연중무휴 24시》(이은주, 인디펍, 2020.4.2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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